[르포] ‘초호화 의원회관’ 논란의 현장을 가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29 11:40:37
  • 댓글 0개

넓고 쾌적한 방 드렸으니 제발 일들 좀 하세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대한민국 입법기관인 국회의사당이다. 이곳에 최근 새로운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제2의원회관이다. 20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국민혈세가 투입되면서 준공되기도 전에 초호화 논란을 빚은 제2의원회관은 지난 23일 준공식을 치르며 가려졌던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초호화 논란과 함께 잡음이 터져 나오자 급기야 사무처에서 해명에 나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왜 그랬을까? 그 논란의 현장을 <일요시사>가 꼼꼼하게 둘러봤다.  

준공식 하루 전날인 22일 제2의원회관(이하 신관)을 둘러본 기자는 그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간 취재차 드나들며 수없이 봐왔던 모습이지만 공사가 마무리 된 모습을 유심히 둘러보니 그 웅장함과 화려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신관을 둘러보기 위해 나선 기자는 먼저 외관을 살펴보기 위해 구(舊)의원회관(이하 구관) 7층으로 올랐다.

구관 중앙 엘리베이터에서 바라본 신관의 모습은 벽면의 95% 이상이 유리로 돼 있어 호화롭기 그지없었고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신관 총 건립비용은
1881억 9600만원

신관은 지하 5층·지상 10층의 10만 6732㎡(3만 2286평) 크기로 기존 구관의 ‘ㄷ’자형 건물 양 끝쪽을 연장하는 모양으로 지어졌다.

신관 건물 사이에는 휴식용 야외 데크가 설치돼 있었고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건물 사이로 여의도와 영등포 사이의 샛강 습지가 보여 보는 이의 눈을 편안케 했다.

구관 7층에서 신관으로 연결통로를 찾기 위해 ㄷ자 부분의 끝을 향했지만 커다란 천으로 덮여있었고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반대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들어갈 방법을 찾던 기자는 구관 2층을 통해 신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새 건물 냄새가 신축건물임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내부에서도 수많은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막바지 마감작업에 한창이었다. 손때 하나 묻지 않은 깔끔한 내부 모습에 다시 한 번 기자는 감탄했다.

복도를 지나가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널찍널찍하게 배치되어 있는 사무실들이었다. 답답하리만큼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구관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모습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넓은 방과 밖이 훤히 보이는 탁 트인 광경이 구관과 비교해 엄청난 변화를 실감케 했다. 외벽이 유리라 시야적으로도 훨씬 더 넓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넓은 사무실에 9개의 책상이 널찍하게 배치돼 있었고 출입문 왼쪽에 위치한 회의실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끔 유리로 되어 있었다. 회의실 안에는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었고 회의실 옆에는 싱크대 등이 구비되어 있는 탕비실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구관의 크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의원 집무실이 있고 새로 들인 소파와 책상이 주인을 맞을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집무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그마한 화장실도 마련돼 있다. 이러한 배치는 옆 사무실을 둘러봐도 모두 같았고 회의용 원탁과 소파, 책상도 모두 동일했다.

340평 규모의
대형 사우나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명패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기자가 들어온 구관의 층수는 분명 2층이었는데 신관의 명패는 300호로 표시되어 있다. 신관의 층수가 구관 층수보다 1층 더 높게 설계된 것이다. 처음 방문하는 방문객과 민원인들이 혼돈을 일으킬 여지가 있어 보였다. 

의원전용 건강관리실이 보여 지나치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들어가 보았다. 300명의 국회의원을 위해 마련된 약 340여 평의 건강관리실에는 각종 헬스기구가 배치되어 있었고 사우나와 이·미용실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는 5명의 트레이너와 4명의 이·미용사, 1명의 보조사무원이 상근하게 된다.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과 서비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수코팅 된 이중유리로 제작된 외벽과 함께 대리석으로 이뤄진 벽면과 카펫이 깔린 바닥이 왜 호화 논란을 빚고 있는지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심지어는 각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바닥도 값비싼 대리석이었고 이것만으로도 모자라 층마다 구비돼 있는 소화전과 방수기구함도 철문 대신 대리석문으로 돼 있었다. 신관은 그야말로 초호화판 그 자체였다.

2009년 4월 착공 지난달 30일 준공식,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 
사무실 192개 의원 1인당 면적(45평) 구 의원회관(25평)의 두 배

자연적으로 관심은 이곳을 사용하게 될 의원들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사실 신관 준공을 앞두고 당선자들 사이에서는 은밀하게 방 배정 경쟁이 치열했다.

새 건물인 신관 입주 희망자가 많았고 구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일부 의원실의 경우 많게는 2번 이상 이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구관에, 다선 의원들은 주로 신관을 배정받고자 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재선 이상 의원들도 현재의 방을 계속 쓸 것인지 신관으로 옮길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슨 현재 구관의 의원실(82.64㎡) 두 곳을 합쳐 사용할 경우 면적이 165.28㎡로 신관 의원실(148.76㎡)보다 더 넓어지고 지내던 곳에서 지내는 것이 낫다는 의식 때문에서다.

또한 새집증후군의 위험성이 있고 유리창 면적이 넓어 여름에 더울 것을 우려해 재선 이상의 의원 중에서도 구관을 그대로 사용하는 의원들이 다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주자이자 19대 국회 최다선 의원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 권한대행이 대표적인 예다. 정 전 대표는 구관인 762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고, 정 권한대행은 이명박 대통령이 의원시절 사용하던 구관 469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자신이 쓰던 방은 아니지만 구관 871호에 자리를 잡았고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강창희 당선자는 761호와 362호로 결정됐다.

구관이긴 하지만 본청과 가깝고 분수대와 본청이 보이는 조망권이 좋은 명당자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어 연말까지 공사 소음과 먼지에 시달려야 하는 불편함을 안고 있다.

선수 높은 선배의원들
명당자리 줄줄이 차지

그렇다면 신관 배정상황은 어떠할까? 새누리당 지도부가 다수 입주하는 6층 이상은 양화대교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조망권을 갖추고 있는 최고의 명당자리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20호를, 양 옆에는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619호)과 친박으로 돌아온 진영 정책위의장(622호)이 입주해 ‘좌경필 우진영’ 구도를 이뤘다.

또한 이한구 원내대표(618호), 김영우 대변인(627호), 홍일표 원내대변인(623호) 등 주요 당직자들이 포진해 박 전 위원장을 무난하게 호위(?)할 것으로 여겨진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6층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잇는다는 차원에서 18대 국회 때부터 615호를 사용해온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의원실과 불과 15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최근 고소전으로 불편한 사이이면서도 가까운 이웃사촌이 되고 말았다.

박 원내대표 역시 최측근인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616호)와 3선의 노영민 의원(613호)이 배정받아 ‘좌영민 우기춘’ 구도를 갖췄다.

대선주자들을 살펴보면 각기 다른 층수를 선택했다. 먼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신관 325호로 배정받았다.

선수 등을 고려해 방이 배정되는 만큼, 초선들은 신관을 신청해도 구관 입주 가능성이 높았지만 문 고문은 대선주자임이 감안돼 신관을 배정받았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신관 718호를, 이재오 의원은 신관 818호를 사용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명당에 자리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신관 914호를, 비박계 심재철 최고위원과 친박계 정우택 최고위원은 신관 714호와 713호에 나란히 위치하게 됐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신관 934호에 입주한다. 민주통합당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킹메이커’ 이해찬 의원은 10층을 사용하게 됐다.

박근혜, 박지원, 남경필, 이한구, 진영 입주한 6층 최고 ‘로얄층’ 등극
의원 사용할 시설은 최상급이지만 일반인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어

이처럼 제2의원회관은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 주인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방의 주인은 국회의원이지만 그 국회의원을 만들어준 이는 유권자인 국민들이고 방을 만든 2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 역시 국민혈세란 점에서 아이러니한 부분이 몹시 거슬렸다.

의원들이 이용하는 집무시설과 휴게시설은 최상급이지만 일반인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각종 민원서류나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걸어 다녀야 할 민원인과 방문객들의 동선은 2배로 늘었지만 방문자센터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판기 2대와 의자와 테이블 몇 개만 있는 방문자센터는 협소하기 그지없다. 또한 야외 테라스가 있다고 하지만 악천후 시 민원인이 앉아 쉴만한 공간도 전무하다.

실제 젊은 기자가 신관을 둘러보는데도 상당히 힘들었던 점을 고려할 때 방문자를 위한 휴식공간 증설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각종 토론과 세미나가 진행될 공간도 4개로 협소했다. 구관의 5개 간담회실과 2개의 세미나실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그간 토론회와 세미나가 열릴 당시 협소한 공간으로 불편을 겪은 점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실들은 의원실 하나가 서울의 중형 아파트보다 넓고 건설비용이 1만여 명의 공무원이 상주할 서울시 신청사와 맞먹는다는 사실은(신관 상주 직원 3000여명) 씁쓸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넓어진 의원회관 만큼
일도 두배로 하는 국회 되길

특히 새로 지어진 의원회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국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의정활동으로 타의 모범이 되었다면 국민의 시선이 지금처럼 따갑지만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완공된 제2의원회관을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의원들이 시설을 잘 활용해 질 높은 입법활동과 수준 높은 의정활동을 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두 배로 넓어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일도 두 배로 하는 국회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