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초호화 의원회관’ 논란의 현장을 가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29 11: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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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쾌적한 방 드렸으니 제발 일들 좀 하세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대한민국 입법기관인 국회의사당이다. 이곳에 최근 새로운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제2의원회관이다. 20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국민혈세가 투입되면서 준공되기도 전에 초호화 논란을 빚은 제2의원회관은 지난 23일 준공식을 치르며 가려졌던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초호화 논란과 함께 잡음이 터져 나오자 급기야 사무처에서 해명에 나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왜 그랬을까? 그 논란의 현장을 <일요시사>가 꼼꼼하게 둘러봤다.  

준공식 하루 전날인 22일 제2의원회관(이하 신관)을 둘러본 기자는 그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간 취재차 드나들며 수없이 봐왔던 모습이지만 공사가 마무리 된 모습을 유심히 둘러보니 그 웅장함과 화려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신관을 둘러보기 위해 나선 기자는 먼저 외관을 살펴보기 위해 구(舊)의원회관(이하 구관) 7층으로 올랐다.

구관 중앙 엘리베이터에서 바라본 신관의 모습은 벽면의 95% 이상이 유리로 돼 있어 호화롭기 그지없었고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신관 총 건립비용은
1881억 9600만원

신관은 지하 5층·지상 10층의 10만 6732㎡(3만 2286평) 크기로 기존 구관의 ‘ㄷ’자형 건물 양 끝쪽을 연장하는 모양으로 지어졌다.

신관 건물 사이에는 휴식용 야외 데크가 설치돼 있었고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건물 사이로 여의도와 영등포 사이의 샛강 습지가 보여 보는 이의 눈을 편안케 했다.


구관 7층에서 신관으로 연결통로를 찾기 위해 ㄷ자 부분의 끝을 향했지만 커다란 천으로 덮여있었고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반대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들어갈 방법을 찾던 기자는 구관 2층을 통해 신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새 건물 냄새가 신축건물임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내부에서도 수많은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막바지 마감작업에 한창이었다. 손때 하나 묻지 않은 깔끔한 내부 모습에 다시 한 번 기자는 감탄했다.

복도를 지나가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널찍널찍하게 배치되어 있는 사무실들이었다. 답답하리만큼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구관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모습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넓은 방과 밖이 훤히 보이는 탁 트인 광경이 구관과 비교해 엄청난 변화를 실감케 했다. 외벽이 유리라 시야적으로도 훨씬 더 넓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넓은 사무실에 9개의 책상이 널찍하게 배치돼 있었고 출입문 왼쪽에 위치한 회의실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끔 유리로 되어 있었다. 회의실 안에는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었고 회의실 옆에는 싱크대 등이 구비되어 있는 탕비실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구관의 크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의원 집무실이 있고 새로 들인 소파와 책상이 주인을 맞을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집무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그마한 화장실도 마련돼 있다. 이러한 배치는 옆 사무실을 둘러봐도 모두 같았고 회의용 원탁과 소파, 책상도 모두 동일했다.

340평 규모의
대형 사우나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명패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기자가 들어온 구관의 층수는 분명 2층이었는데 신관의 명패는 300호로 표시되어 있다. 신관의 층수가 구관 층수보다 1층 더 높게 설계된 것이다. 처음 방문하는 방문객과 민원인들이 혼돈을 일으킬 여지가 있어 보였다. 

의원전용 건강관리실이 보여 지나치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들어가 보았다. 300명의 국회의원을 위해 마련된 약 340여 평의 건강관리실에는 각종 헬스기구가 배치되어 있었고 사우나와 이·미용실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는 5명의 트레이너와 4명의 이·미용사, 1명의 보조사무원이 상근하게 된다.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과 서비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수코팅 된 이중유리로 제작된 외벽과 함께 대리석으로 이뤄진 벽면과 카펫이 깔린 바닥이 왜 호화 논란을 빚고 있는지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심지어는 각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바닥도 값비싼 대리석이었고 이것만으로도 모자라 층마다 구비돼 있는 소화전과 방수기구함도 철문 대신 대리석문으로 돼 있었다. 신관은 그야말로 초호화판 그 자체였다.

2009년 4월 착공 지난달 30일 준공식,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 
사무실 192개 의원 1인당 면적(45평) 구 의원회관(25평)의 두 배

자연적으로 관심은 이곳을 사용하게 될 의원들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사실 신관 준공을 앞두고 당선자들 사이에서는 은밀하게 방 배정 경쟁이 치열했다.

새 건물인 신관 입주 희망자가 많았고 구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일부 의원실의 경우 많게는 2번 이상 이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구관에, 다선 의원들은 주로 신관을 배정받고자 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재선 이상 의원들도 현재의 방을 계속 쓸 것인지 신관으로 옮길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슨 현재 구관의 의원실(82.64㎡) 두 곳을 합쳐 사용할 경우 면적이 165.28㎡로 신관 의원실(148.76㎡)보다 더 넓어지고 지내던 곳에서 지내는 것이 낫다는 의식 때문에서다.

또한 새집증후군의 위험성이 있고 유리창 면적이 넓어 여름에 더울 것을 우려해 재선 이상의 의원 중에서도 구관을 그대로 사용하는 의원들이 다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주자이자 19대 국회 최다선 의원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 권한대행이 대표적인 예다. 정 전 대표는 구관인 762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고, 정 권한대행은 이명박 대통령이 의원시절 사용하던 구관 469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자신이 쓰던 방은 아니지만 구관 871호에 자리를 잡았고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강창희 당선자는 761호와 362호로 결정됐다.

구관이긴 하지만 본청과 가깝고 분수대와 본청이 보이는 조망권이 좋은 명당자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어 연말까지 공사 소음과 먼지에 시달려야 하는 불편함을 안고 있다.


선수 높은 선배의원들
명당자리 줄줄이 차지

그렇다면 신관 배정상황은 어떠할까? 새누리당 지도부가 다수 입주하는 6층 이상은 양화대교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조망권을 갖추고 있는 최고의 명당자리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20호를, 양 옆에는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619호)과 친박으로 돌아온 진영 정책위의장(622호)이 입주해 ‘좌경필 우진영’ 구도를 이뤘다.

또한 이한구 원내대표(618호), 김영우 대변인(627호), 홍일표 원내대변인(623호) 등 주요 당직자들이 포진해 박 전 위원장을 무난하게 호위(?)할 것으로 여겨진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6층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잇는다는 차원에서 18대 국회 때부터 615호를 사용해온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의원실과 불과 15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최근 고소전으로 불편한 사이이면서도 가까운 이웃사촌이 되고 말았다.

박 원내대표 역시 최측근인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616호)와 3선의 노영민 의원(613호)이 배정받아 ‘좌영민 우기춘’ 구도를 갖췄다.

대선주자들을 살펴보면 각기 다른 층수를 선택했다. 먼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신관 325호로 배정받았다.


선수 등을 고려해 방이 배정되는 만큼, 초선들은 신관을 신청해도 구관 입주 가능성이 높았지만 문 고문은 대선주자임이 감안돼 신관을 배정받았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신관 718호를, 이재오 의원은 신관 818호를 사용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명당에 자리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신관 914호를, 비박계 심재철 최고위원과 친박계 정우택 최고위원은 신관 714호와 713호에 나란히 위치하게 됐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신관 934호에 입주한다. 민주통합당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킹메이커’ 이해찬 의원은 10층을 사용하게 됐다.

박근혜, 박지원, 남경필, 이한구, 진영 입주한 6층 최고 ‘로얄층’ 등극
의원 사용할 시설은 최상급이지만 일반인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어

이처럼 제2의원회관은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 주인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방의 주인은 국회의원이지만 그 국회의원을 만들어준 이는 유권자인 국민들이고 방을 만든 2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 역시 국민혈세란 점에서 아이러니한 부분이 몹시 거슬렸다.

의원들이 이용하는 집무시설과 휴게시설은 최상급이지만 일반인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각종 민원서류나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걸어 다녀야 할 민원인과 방문객들의 동선은 2배로 늘었지만 방문자센터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판기 2대와 의자와 테이블 몇 개만 있는 방문자센터는 협소하기 그지없다. 또한 야외 테라스가 있다고 하지만 악천후 시 민원인이 앉아 쉴만한 공간도 전무하다.

실제 젊은 기자가 신관을 둘러보는데도 상당히 힘들었던 점을 고려할 때 방문자를 위한 휴식공간 증설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각종 토론과 세미나가 진행될 공간도 4개로 협소했다. 구관의 5개 간담회실과 2개의 세미나실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그간 토론회와 세미나가 열릴 당시 협소한 공간으로 불편을 겪은 점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실들은 의원실 하나가 서울의 중형 아파트보다 넓고 건설비용이 1만여 명의 공무원이 상주할 서울시 신청사와 맞먹는다는 사실은(신관 상주 직원 3000여명) 씁쓸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넓어진 의원회관 만큼
일도 두배로 하는 국회 되길

특히 새로 지어진 의원회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국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의정활동으로 타의 모범이 되었다면 국민의 시선이 지금처럼 따갑지만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완공된 제2의원회관을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의원들이 시설을 잘 활용해 질 높은 입법활동과 수준 높은 의정활동을 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두 배로 넓어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일도 두 배로 하는 국회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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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