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유기동물 ‘보금자리’ 가봤더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6.02 14: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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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개, 고양이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인간의 이기심으로 버림받는 생명이 있다. 한때 가족 대접까지 받으며 사랑받던 동물들이 싫증이 나거나 병에 걸렸다는 이유 등으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버려진 동물들은 거리를 떠돌다 차에 치여 죽거나, 요행히 구조의 손길이 닿으면 ‘유기동물보호소’로 보내진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 동물보호소에는 이렇게 상처받은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풍경과 반려동물 문화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봄 햇살이 유난히 눈부셨던 지난 22일.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에 위치한 야생동물보호협회에 들어서자 개들이 짖기 시작한다. 낯선 사람이 온 탓이다. 이곳에는 사람이 버리고 학대해 온통 상처투성이인 20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보호소에 들어오는 유기동물 수는 하루 10~15마리다.

‘예쁨’ 받고
‘버려’ 지다

마당 한쪽은 진돗개와 허스키, 말라뮤트, 삽살개 등 덩치가 큰 개와 체력이 너무 약해 운동이 필요한 강아지들의 보금자리다. 3~5평 크기의 방이 20여개로 한 방에 3~4마리씩 살고 있다.

날카로운 눈초리로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는 개가 있는가하면 하얀 진돗개 한 마리는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더니 반갑다고 꼬리를 친다. 방바닥에 축 늘어져 누워있던 개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불편한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철재 가건물로 지어진 곳에는 몸집이 작은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의 방이 있다. 문을 열고 강아지 방으로 들어가자 강아지들이 일제히 사납게 짖기 시작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시선을 맞추는 말티즈, 얼굴이 온통 피범벅인 시츄, 귀와 꼬리에 노란 염색을 하고 한 때 사랑받았음을 증명해 보이는 푸들 등이 이방의 주인이었다.

몇몇 강아지들의 철장 앞에는 ‘입양가능’이라는 푯말이 걸려 있었다. 철장 밑으로는 배변받이가 길게 연결돼 있다. 배변이 다른 강아지에게 튀어 각종 질병을 옮길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땐 누군가에게 따스한 사랑을 받았을 이들은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일까. 주인에게 버림받고 학대당해 보호소로 온 개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기가 막힌다.

거리를 떠돌며 먹이를 찾아 헤매다 교통사고가 난 개, 사람에 의해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해 안에 뇌가 다 썩어 죽음에 이른 개, 밧줄이 살가죽에 파고들어 세 다리를 잃은 채 피투성이가 된 개, 온 몸에 털이 엉겨 붙어 피부병이 걸린 개, 도랑에 버려진 고양이새끼 등. 

김영민 야생동물보호협회 사무국장은 “유기견에 대한 시각이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동물 유기나 학대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내 개를 내가 죽지 않을 만큼만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냐?’ 또는 ‘내가 키울 형편이 안돼서 버리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싫증났어!”…연간 버려지는 반려동물 수십만 마리
‘동물의 생명권’ 경시하는 사회풍조 만연이 ‘원인’

이러한 잘못된 시각은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수를 급증시켰다. 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2만 5278건이던 유기동물 발생현황 건수가 2010년 10만 899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유기동물이 낳는 사회적 문제도 크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동물 버리기 행위 자체가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풍조를 만연케 하고, 그것은 다시 동물 유기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앙증맞고 예뻐서 샀더니 너무 빨리 커버려서 귀엽지가 않다고, 하루 종일 짖어댄다고, 미용비?예방접종비 등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고, 똥오줌을 못 가려 집안이 엉망이 된다고, 혹은 병들고 늙었다고…. 갖가지 핑계로 생명이 있는 동물을 버리는 게 오늘날 우리사회의 모습이다.

‘시한부 견생’
죽음 정해지다


이렇게 보호소에 맡겨진 개들은 공고 뒤 7~14일 이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입양 대상이 되지만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한 경우 안락사 돼야 하는 슬픈 운명에 놓여있다.

김 사무국장은 “최근 3~5월엔 입양률이 높아져 70%정도는 된다. 나머지 10%는 마이크로칩을 통해 주인에게 돌아가고 20%는 안락사 또는 자연사 당한다”며 “만약 안락사를 안 하고 20%씩 계속 누적되다 보면 개체수가 늘어나 보호소가 수용하지 못 할 정도가 되거나 반대로 보호소가 굉장히 커져야 하는데 이는 실질적인 여건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유기견 사업을 하거나 안락사를 제대로 시키지 않고 아무한테나 입양을 보내거나 또는 유기견을 개고기로 팔아넘기는 보호소들도 있다고 들었다”며 “안락사를 안 하는 이유는 약값과 사체처리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사설보호소의 경우 운영에 대한 기준, 규칙 등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별없이 무작위로 비인도적인 상태에서 운영되는 보호소도 있다.

능력이나 여건에 맞는 적정 개체수를 정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개를 받아서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대신, 보신탕업체나 경매장과 불법거래를 한다는 소문도 곳곳에서 들린다.

새 주인 만나지 못한 경우 안락사 될 운명, 안타까워
반려동물 문화정착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이런 일부 허울뿐인 보호소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정직하게 운영되는 보호소이다. 김 사무국장 역시 “유기견을 잡아다가 안락사하면 당연히 개고기, 보신탕으로 파는 줄 아는 시선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곳에선 동물이 안락사가 되었을 경우 사진촬영을 하고, 동물의 무게를 정확히 측정한 뒤 소각장에 가서 1kg당 비용을 지급한 뒤 소각한다. 대형견들이 입양이 되었을 경우 사후관리도 철저하다. 큰개들을 입양한 뒤 식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입양 후에도 잘 있는 지 확인하고 관리한다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동물을 보호해야 할 보호소가 오히려 떠돌이 생활만도 못한 고통스런 수용공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반 업자들, 시설만 갖춘 일반 사람들에게 위탁 운영을 맡기다 보니 사람들이 동물을 수익을 내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동물 복지에 대한 관점이 명확하지 않아서 제대로 보호도 안 할뿐더러 동물학대도 쉽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다

고통 받는 유기견들이 관리감독이 허술한 보호소에 방치된 경우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의 부재이다. 미국, 영국, 유럽, 호주, 일본, 대만 등의 애견문화 선진국에서는 버려지는 개 문제를 위해 많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 대처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들이 경찰통합관리시스템에 입력되어 정보가 공유됨으로써 쉽게 주인을 찾을 수 있다. 깨끗한 환경 조성, 기본적인 훈련 등을 통해 동물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보호소는 유기동물 입양문화도 활성화 돼 있다.

미국은 유기동물 보호소와 ‘위탁시설’이 따로 있다. 위탁시설은 여건상 반려동물을 못 키우게 됐을 경우 그 곳에 맡길 수 있도록 마련된 시스템이다.


김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 반려동물을 위탁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동물을 못 키우는 상황이 되었을 경우 유기견 보호소에 맡기려고 하면 입소시킬 수 없지만 그냥 동물을 버렸을 경우는 입소시킬 수 있는 시스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동물단체들 역시 “우리와는 한참 먼 선진국의 이야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최근 반려동물의 유기와 학대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만큼 이제는 동물의 복지를 생각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감정이 없고 사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개들도 기초적인 사고력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 사람처럼 기뻐하고 슬퍼할 줄 아는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는 동물들은 주인인 사람이 보호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쓰다가 낡았다고 버릴 수 있는 장난감도 아니고, 소리가 시끄럽다고 전원을 꺼놓을 수 있는 텔레비전도 아닌 동물들. 끝으로 김 사무국장은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모든 분들이 애완동물을 사지 말고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로 입양했으면 하고, 또 그런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면서 “한 번 버려지고 상처받은 동물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 건강히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5년간 이 일을 해오면서 느끼는 큰 보람이다”라고 김 사무국장은 전했다.

오늘도 이곳 보호소에서는 죽음의 기로에 선 도시의 개들이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련하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다시 한 번 ‘사람’을 믿어보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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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