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6주년특집>재계 양대산맥 '차세대 리더' 입체분석(上)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 송응철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25 16:26:09
  • 댓글 0개

삼성의 내일 책임지는 '젠틀한 리더십'…대한민국 경제도 아우를까?


[일요시사=송을철 기자] 재계 1위 기업 삼성. 변치 않는 재계순위 만큼이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배력도 여전하다. 그러나 최근 그룹 내에서 이재용(JY) 삼성전자 사장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 지난 2010년 사장으로 승진, 경영전면에 나서면서부터다. 재계에서 삼성의 세대교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이는 이 사장이 한국경제를 이끌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물론 이 사장이 흔들리면 삼성이 흔들리고 삼성이 흔들리면 한국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등식이 100%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등식을 전면 부정하기도 힘든 게 현실. 과연 이 사장에게 우리 경제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창간 16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차세대 '재계 대통령' 1순위를 다투는 JY의 모든 것을 완벽 해부해봤다. 



#성장과정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1968년 6월23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후 1981년에는 서울 경기초등학교를 졸업한 이 사장은 1984년에는 서울 청운중학교를 거쳐 1987년에는 서울 경복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 사장의 학창시절은 여느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부잣집 도련님이었지만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등 전혀 재벌자제 티를 내지 않았다. 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매사에 성실하고 리더십도 강했다. 당시 정·재계 인사들의 자제가 많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던 경복고에서 반장으로 활동할 정도였다.

고교 졸업 후 87학번으로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을 전공으로 택한 것은 할아버지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공부'보다 '사람공부'를 충실히 하라는 것이었다.

1992년 학사과정을 마친 이 사장은 일본 게이오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택한 것은 "미국을 먼저 보고나서 일본을 나중에 보면 일본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성을 알기 힘들다"는 이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1995년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이 사장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으로 날아갔다.

#경영수업

이 사장은 2001년 박사과정 수료 직후부터 삼성전자 상무보로서 공식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삼성전자가 해외시장 개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던 때였다. 이 사장은 해외사업장을 두루 돌기 시작했다.

삼성의 해외법인을 모두 둘러봄은 물론, 각국의 주요 거래선들과도 긴밀하게 접촉했다. 메모리 반도체와 가전 등 주력제품을 앞세워 선진시장과 본격적인 경쟁모드에 돌입했다. 이 사장은 이후 한 해에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이런 공격적 행보로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세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런 경영성과는 이 사장의 경영수업에도 탄력을 붙였다. 삼성전자의 체격과 체력이 강해짐에 따라 이 사장의 운신의 폭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그는 2003년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하면서 진정한 임원의 길로 들어섰다.

2007년에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회사의 신설 조직인 CCO(최고총괄책임자)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부상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가 맡은 CCO는 삼성전자의 거래처나 최종 소비자 등 모든 고객 접점에서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였다.

성실하고 리더십 강해…재벌가 자제 티 내지 않아
2001년 경영수업 시작한 지 꼭 10년 만에 전면에


일각에서는 이 사장의 직책인 CCO가 책임한계가 애매모호하다는 점을 꼬집기도 한다. 그러나 경영수업 과정의 이 사장에게는 전사적 조직을 맡으면서 기업경영 전반적 활동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던 2008년 '삼성 특검'이 불거졌고, 이 회장의 경영퇴진이라는 절체절명의 중대 위기에 몰렸다. 이 사장 역시 '백의종군' 하겠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보직을 내려놓고 해외순환 근무에 나섰다.

당시 애플, IBM, AT&T, 소니, 닌텐도 등 전자·통신업계 최고경영진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엘 고어 전 미 부통령,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등 미국 정계의 주요 인사들과도 모임을 통한 만남을 해왔다.

2009년부터는 부사장 승진과 함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도 휴대폰, 반도체, LCD, 가전 등 주요 사업부만의 경영을 지원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사업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이어 2010년에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선임돼 입사한 지 꼭 20년 만에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지분구조

이 사장은 경영전면 진출과 동시에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됐다. 그 기반을 닦는 작업이 시작된 건 1995년.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는 작업을 통해서다. 당시 재계는 이 사장이 삼성의 후계자에 낙점됐다고 판단했다.

종잣돈은 이 회장이 1992년 증여한 61억원이었다. 이 사장은 이 돈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 에스원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에 매입했다. 이 작업을 통해 이 사장은 순환출자의 핵심인 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이후 경영권 승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낸 세금이 16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이 이와 관련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관련 법리적 문제는 말끔히 해결됐다.

1995년부터 계열사 주식 매입해 지분구조 정점
5대 신수종 사업 확장하는데 리더십 발휘해야

그러던 2010년 삼성카드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KCC에 7739억원에 매각했다. 장부가(주당 214만원)보다 15% 가량 할인돼 헐값에 넘겼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과거 재계 라이벌이던 범 현대가와 협력관계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 지분 매각으로 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던 순환형 지배구조를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단선형 구조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은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라서게 됐다.

#성향·성격


이처럼 삼성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이 사장의 업무는 만만치 않다. 스트레스가 쌓일 만도 하지만 이 사장은 크게 화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아직은 경영수업 중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평소 주위를 배려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성품에서 기인한다는 게 삼성 주변의 평가다.

특유의 자제력을 발휘하면서 이슈가 있을 때도 주위를 크게 긴장시키지 않으며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이 사장의 얼굴 특징은 미소다. 그리고 부드럽다. 외유내강형 경영인 모습을 잃지 않는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각종 회의에서 자신의 뜻과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일단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난 뒤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상명하달보다는 적극적으로 질문하면서 토론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하의상달식이다.

현안처리에 있어서도 관련 전문가 및 멘토와 의견을 교환하고 이를 사업구상에서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장은 부회장급은 물론 사장,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과도 교감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는 이 사장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향후 과제

그런 이 사장의 숙제는 삼성전자 위상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신사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 5대 신수종 사업을 추진한 것도 이 사장의 미래 경영을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5대 신수종 사업은 ▲태양전지 ▲자동차 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다섯 가지다. 크게 보면 앞의 세 가지는 '에너지', 뒤의 두 가지는 '건강'으로 요약된다. 이 사장이 미래의 삼성을 키우는데 반드시 필요한 키워드다.

삼성이 정한 신사업은 10년 뒤 유망한 사업일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배터리, LED는 대표적 친환경 사업이다. 이는 각국 정부의 녹색산업 투자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자연스럽게 향후 삼성의 주력 계열사도 삼성전자와 더불어서 바이오나 환경 관련 계열사가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삼성이 앞으로 해당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이 사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삼성 안팎에선 이 사장이 경영수업이 언제 종료될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이 별다른 손색없이 삼성의 차세대 리더의 길을 걷고 있는 데다, 다른 재계 2~3세들이 대부분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경영의 한 가운데 있어서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이 사장을 평가절하 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직 뚜렷한 사업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대표적인 예가 'e삼성'의 실패다.

1990년대 말께에는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열풍'이 불어 닥쳤다. 이즈음 이 사장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e삼성'을 설립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이 사업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데 더해, 그 부실을 계열사들에 넘겼다는 혐의로 법정공방까지 벌였다. 첫 사업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장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이는 이 사장 역시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진주를 잉태하는 조개의 아픔을 넘어서야 한다. 앞으로 10년 뒤 그의 어깨엔 지금까지 짊어져 온 모든 짐보다 수십배, 수백배 무거운 짐이 놓여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