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2012여수엑스포로 떠나는 1박2일 가족여행_보성~고흥~여수

뭍은 신록으로 물들고~ 섬은 5월 훈풍에 취하고~

신록의 계절을 맞아 보성군에서 시작, 고흥군을 거쳐 여수시로 이어지는 남도 여행에서 예술혼에 젖어보고, 다도해의 보석보다도 아름다운 섬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순천만을 사이에 두고 여수시와 마주한 고흥군은 지난해 말 거금대교의 개통으로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 8가지의 특산품, 9가지의 별미, 10가지의 비경이 있다는 고흥군은 지형이 복주머니처럼 생겼다. 보성군 벌교읍과 이어진 복주머니의 목 부분을 통과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비경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여행의 마지막 일정 역시 볼거리로 넘쳐나는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이다.

위치 : 전라남도 보성군, 고흥군, 여수시

육로를 통해 고흥군으로 여행을 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땅이 보성군이다. 이미 여러 차례 보성의 녹차밭을 감상한 여행자들이라면 미력면의 미력옹기, 벌교읍의 태백산맥문학관을 방문한 다음 고흥군으로 향하는 동선을 추천하고 싶다.

미력옹기 들러서
태백산맥문학관으로

미력옹기는 숨쉬는 항아리인 옹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방문해본 곳이다. 미력옹기 대표이자 전수교육보조자인 이학수씨는 중요무형문화재 96호 옹기장 보유자였던 선친 고 이옥동(1994년 작고) 선생의 대를 이어 9대째 옛 모양 옛 방식 그대로 살아 숨쉬는 전통옹기를 만들고 있다. 이씨 부부는 요즘 자녀(2남1녀)에게도 전통옹기 제작법을 가르친다. 미력옹기의 생명력이 10대를 이어가는 것이다. 미력옹기에 가면 장인들이 직접 옹기를 만드는 장면을 볼 수 있고 국그릇이나 밥그릇, 투가리, 접시, 찻잔, 양념단지 등 완성된 그릇들을 감상하고 사갈 수 있다.

벌교읍내의 태백산맥문학관은 조정래 선생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세워졌으며 문학기행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1만6000여 매 분량의 태백산맥 육필 원고에서 조정래 선생이 <태백산맥>에 쏟은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밖에 700여 점의 증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문학관 맞은편에는 소설 속의 현부자네 집, 소화의 집이 있는가 하면 연꽃이 피는 연못도 조성돼 거장의 발자취를 음미하면서 산책하기에 좋다. 벌교읍내로 발걸음을 옮겨 홍교, 부용교, 금융조합, 남도여관, 김범우의 집, 자애병원 등 소설 속의 무대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미력옹기와 태백산맥문학관을 방문했다면 다음 코스는 고흥반도와 주변 섬들이다. 고흥군은 전라남도의 동남단에 돌출한 고흥반도와 169개의 도서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나로도, 외나로도, 거금도, 소록도 등이 고흥의 대표적인 섬들이다. 이 섬들은 모두 교량으로 이어져 배를 타지 않아도 여행이 가능하다.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

먼저 나로도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와 우주과학관, 나로도항, 내나로도의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덕흥해변 등을 찾아가본다. 2009년 나로우주센터가 준공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센터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나로우주센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만 입구의 우주과학관은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 상설전시관의 제1전시관은 우주과학의 기본 원리와 로켓, 제2전시관은 인공위성과 우주공간에 대해 알려준다.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에 가면 우주여행자과정, 우주비행사과정, 우주탐험가과정, 우주지도자과정 등을 체험하게 된다. 나로우주센터 견학, 문 워커(달의 중력) 체험, 우주선조종체험, 통제센터 체험, 우주복입기체험, 우주왕복선 탑승체험, 행성탐사, 우주공간 이동 체험, 천체관측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외나로도의 나로도항(과거의 명칭은 축정항)은 나로도 일대 수산물의 집결지이면서 거문도로 가는 여객선이 드나들고 외나로도 일주 유람선이 출항한다. 오전 8시 무렵에는 수산물 경매 장면을 구경해볼 수 있다. 나로도항은 삼치 파시로 유명했다. 일제시대에 이미 전기와 수돗물이 들어갈 정도로 부자 마을이었다.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나로도항을 집중 개발한 이유는 이 나라에서 잡힌 싱싱한 물고기를 일본으로 쉽게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한편 거금도와 소록도로 찾아가려면 고흥반도 서남부의 녹동항 방면으로 가야 한다. 예전에는 녹동항에서 배를 타야만 거금도, 소록도에 입도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자동차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통해 고흥반도에 딸린 유인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인 남해의 보물 거금도로 들어가면 해안일주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길은 신평리 월포농악전수관 앞에서 동남쪽으로 꺾이고 다시 바닷가와 만난다. 대취도, 소취도, 독도 같은 자그마한 섬들 뒤로는 시산도가 보이고 멀리 수평선 위에는 손죽도와 초도가 걸려 있다.


숨 막히는 다도해의 예쁜 절경
가슴 벅찬 감동 느낄 수 있어

오천선착장에서부터는 서쪽을 바라보며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게 된다. 물 맑은 다도해의 해풍과 햇살이 거금도를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한껏 기를 불어넣는다. 금장해변과 익금해변을 지나고 옥룡마을 입구도 지나면 길은 다시 북쪽으로 휘어진다. 시선을 어디로 던지든 액자 속에 담아두고 싶을 정도로 보물 같은 풍경들의 연속이다.

해안일주도로 외에 거금도 중앙부를 종단하는 금성로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으며, 산을 좋아한다면 거금도 최고봉인 적대봉에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그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숨 막히는 다도해의 예쁜 절경들로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거금도에서는 익금해변이 유명하다. 맑고 푸른 남해의 파도를 직접 마주할 수 있고, 활처럼 곡선을 그린 백사장에는 고운 은빛 모래가 가득하다. 해변 뒤로 소나무 군락이 울창한 숲을 이룰 정도로 빽빽이 들어서 있어 그 아래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기에도 좋다.

녹동항과 거금도 중간에 놓인 소록도에는 한센병 치료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병원 건물 근처에는 소록도 생활자료관 등이 있다. 소록도 생활자료관에 들어가면 역사, 병원현황, 소록도의 자연, 원생의 생활 모습, 생활사, 사건과 인물, 문예작품 도서 등의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한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중한 공간이다.

소록도 중앙공원은 종려나무, 편백, 차나무, 능수버들, 등나무, 매화나무 등 500여 종의 식물로 매우 아름다운 조경을 자랑한다. 그밖에 향나무와 삼나무, 히말라야 삼목, 동백, 팔손이나무, 치자나무, 피라칸다 등 남국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들도 공원을 뒤덮고 있다. 구라탑 뒤에는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가 새겨진 커다란 바위가 누워있다.

과거에 소록도와 거금도의 수문장 노릇을 했던 녹동항은 남해안의 수산물 집결지이자 해상 교통 요충지이다. 인근 섬에서 잡히는 활어, 선어 등과 김, 미역, 다시마, 멸치 등 모든 해산물이 녹동항으로 모여든다. 아울러 고흥 연근해에서 생산되는 각종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찰 답사에 관심이 많을 경우 능가사와 금탑사, 수도암 등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신령스런 팔영산의 아늑한 품에 다소곳이 안겨있는 능가사는 신라 눌지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했으며 당시의 명칭은 보현사였다고 전해온다. 능가사에는 천왕문, 대웅전, 응진당, 요사채, 범종각 등이 들어서 있고 응진당 옆에는 능가사 사적비가 서있다.

금탑사는 천등산 중턱에 자리한 고찰이다. 극락전만 남아 있었으나 최근에 명부전, 삼성각, 종각 등을 새로 지었다. 금탑사 주변에는 3000여 주의 비자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 이곳 비자나무숲은 금탑사가 세워진 이후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
2012여수세계박람회

고흥 여행을 마치고 여수로 향하는 길에 선물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8품’이라는 특산품에 주목하자. 유자, 석류, 해미(海米)·수미(秀米), 마늘, 참다래, 꼬막, 미역, 유자골 순한 한우가 고흥의 여덟 가지 특산품으로 선정돼 있다.

이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2012여수엑스포에서는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세계인의 축제인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5월12일부터 8월12일까지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신항 일대에서 열린다.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바다를 통해 지구 생태계와 사람이 서로 어울려 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접할 수 있다. 첨단 운송 선박의 개발,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 심층수 해양자원 개발, 해양오염방제, 해양보안 및 안전시스템 등의 첨단 기술이 그것. 공간 곳곳의 볼거리도 다양하다.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형태의 스카이타워, 뉴미디어 버라이어티쇼와 100여 개 참가국가의 문화공연 무대인 빅오(The Big-O), 갯지렁이와 따개비를 닮은 바다 위의 주제관, 다도해를 상징하는 국제관 등이다. 박람회장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건축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이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코스-보성
대원사 → 보성차밭 → 율포해변 → 비봉공룡알화석산출지 → 태백산맥문학관
♣당일코스-고흥
① 고흥 동남부 : 고흥읍 → 능가사 → 영남용바위 → 남열해돋이해변 → 해창만간척지 → 내나로도 덕흥해변 → 외나로도 우주과학관
② 고흥 서남부 : 고흥읍 → 수도암 → 고흥호방조제 → 우주천문과학관 → 녹동항 → 소록도 → 거금도 일주

♣1박2일코스-고흥
첫째 날 : 보성군 미력옹기 → 보성군 태백산맥문학관 → 고흥군 우주과학관 → 외나로도 일주 유람선 → 숙박
둘째 날 : 고흥군 소록도 → 고흥군 거금도 → 2012여수엑스포 관람 → 귀가

♣1박2일코스-보성∼고흥∼여수
첫째 날 : 보성군 미력옹기→보성군 태백산맥문학관→고흥군 우주과학관→외나로도 일주 유람선→숙박
둘째 날 : 고흥군 소록도→고흥군 거금도→2012여수엑스포 관람→귀가

♣대중교통
보성 : 보성역~여수EXPO역 : 직행노선은 없으면 순천역에서 환승해야함
         서울(용산)역~보성역 : 1회
         보성역~광주(송정)역 : 6회, 무궁화호
         보성역~부산(부전)역 : 1회
고흥 : 고흥~서울 : 고속버스 하루 5회 운행
         고흥~광주 : 20∼40분 간격 운행
         고흥(녹동)~부산 : 하루 5회 운행
         고흥~여수 : 30∼40분 간격 운행
         고흥~순천 : 20∼30분 간격 운행
여수 : [기차] 서울 용산역-여수엑스포역, 주말기준 하루 84회 운행(여수엑스포 기간 특별 운행열차 포함)
         [버스] 서울 센트럴-여수, 하루 25회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비행기] 김포-여수, 하루 8회 운행(월~토), 약 50분 소요


♣자가운전
보성 호남고속도로 서광주나들목 → 화순 → 29번 국도 → 보성읍
고흥 (1) 호남고속도로 송광사나들목 → 27번 국도 → 벌교읍 → 고흥읍 → 녹동항 → 소록도 → 거금도
         (2) 순천시내 → 2번 국도 → 고흥읍 → 15번 국도 → 포두면 → 내나로도 → 외나로도

♣주변 볼거리
- 보성 : 대원사, 보성차밭, 율포해변, 비봉공룡알화석산출지
- 고흥 : 고흥만 간척지, 해창만 간척지, 남성리해변, 염포해변, 남열해돋이해변, 덕흥해변, 대전해변, 수도암, 봉래사, 남포미술관, 발포만호성, 충무사, 우도, 득량도, 시산도, 지죽도, 백일도, 죽도, 백로·왜가리 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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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