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추적> 임기 말까지 우물에서 숭늉 찾는 MB정권 권력 수뇌부 인사

  • 이수지 suji@ilyosisa.co.kr
  • 등록 2012.05.14 11: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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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찾는 척 하더니 끝까지 ‘MB공화국’ 만들었다

[일요시사=이수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잔여임기 9개월여를 남긴 상황에서 단행된 막바지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까지 ‘제 식구 챙기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과연 이번에도 MB정부 인사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MB정권 권력기관 인사의 면면을 살펴봤다.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조현오 경찰청장 후임으로 김기용(55) 경찰청 차장이 내정되면서 차기 경찰청장 1순위로 꼽혔던 이강덕(경찰대1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해양경찰청장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정치논란을 고려해 ‘영포라인’ 핵심인 이강덕 카드는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경찰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MB정권 떠받드는
마지막 수호자들

정부는 이날 서울경찰청장에 김용판 경찰청 보안국장을, 경기경찰청장에는 강경량 경찰대학장을, 경찰청 차장에는 김정석 본청 기획조정관을, 경찰대학장에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을 각각 내정했다.

이와 함께 경찰청 기획조정관에는 최동해 치안비서관, 수사국장에 김학배 경찰교육원장, 정보국장에 강신명 수사국장, 경찰교육원장에 김성근 정보국장 등 치안감급 승진·전보 인사도 발표됐다.

앞서 7일에는 국정운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정원 1ㆍ2차장을 전격 교체했다. 국가정보원 제1차장(해외ㆍ대북담당)에 남주홍(60) 주 캐나다대사를, 제2차장(국내담당)에 차문희(61) 정보교육원 국내정보연구실장을 내정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에 김응권(50)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지원실장, 병무청장에 김일생(60)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조달청장에 강호인(55)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각각 임명했다.

대통령실 일부 비서관도 교체했다. 의전비서관에는 김상일(52)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을, 치안비서관에는 백승엽(50) 서울경찰청 교통지도부장을, 교육비서관에는 이성희(58) 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을 각각 임명했다.

MB정권의 마지막 수호자들을 둘러싸고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면서 비교적 수평적인 인사를 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임기 막판까지 ‘고소영 인사’, ‘측근 돌려막기 인사’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과연 이들의 출신과 이력은 어떨까.

또 깃발 꽂은
TK·고려대 출신

먼저 김용판 신임 서울경찰정장은 경찰청 보안국장 출신으로 김기용 경찰청장과 더불어 행정고시 30회 동기다. 이들은 철저한 보안통으로 꼽힌다.

대구 달서구에서 태어난 김 신임 서울청장은 영남대학교 경제학과,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7월 경찰에 입문한 그는 경북 성주경찰서장, 베이징 주재관, 서울경찰청 차장, 충북경찰청장 등을 역임했고 주폭(酒暴·주취폭력자)과의 전쟁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외적으로는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반면, 업무에 있어서는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도 겸비하고 있어 좋은 평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MB정부 임기 말 권력누수 방지 차원에서 보안전문가들을 경찰수뇌부로 채웠다는 분석이다. 또 김 신임 서울청장이 TK 출신인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 수뇌부 새판 어떻게? MB 또 ‘측근 챙기기’ 선심
임기 말 보안통…대구ㆍ고려대ㆍ경찰대학 출신 낙점
 

김정석 신임 경찰청 차장은 경남 고성 출신으로 부산 동래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30회에 합격한 인물이다.

1992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경북경찰청 수사과장, 경찰청 법무과장,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 등을 거치면서 주로 정보·수사 업무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2010년 치안감으로 승진하면서 치안비서관에 임명돼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경찰청 기획조정관에 내정된 최동해 치안비서관 역시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최 신임 조정관은 사시25회, 행시32회에 합격한 경찰의 재원으로 지난 1994년 경정(특채)에 임용되어 대구 북부서 수사과장, 서울 북부서 형사과장, 서울 수서서 형사과장을 지냈으며 2004년 총경에 임용되어 경북 칠곡경찰서장, 경찰청 경무기획국 법무과장, 경기 가평경찰서장, 서울청 수사부 형사과장, 서울 노원경찰서장,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등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경찰대 1기 의리
서로 보직 바꾸기

지난달 1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에 구두로 사의를 표명한 서천호 경기경찰청장과 강경량 경찰대학장은 서로 자리를 맞바꿨다. 둘은 경찰대학교 1기(법학과) 출신이다.

서 경기청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강 신임 경기청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경찰대학교 (1기) 법학과와 한양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5년 경찰에 첫 발을 내디뎠다.

수도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수사통으로 통한다. 경기 평택서장·김포서장, 경찰청 혁신기획단 업무혁신팀장, 서울 강북서장, 광주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전북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을 맡은 바 있다.

서천호 경찰대학장은 경남 남해 출신으로 경남 진주고등학교와 경찰대학교(1기) 법학과를 졸업했다. 경비와 정보분야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경찰대학 경찰학과장, 경찰청 정보2과장, 서울 수서경찰서장, 경남경찰청 차장, 경찰청 경비국장을 지냈으며 부산청장을 거쳐 최근까지 경기경찰청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이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서 청장이 경찰대학장으로 발령 나자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소속된 14개 시민단체는 일제히 “서 청장이 책임지고 사퇴할 줄 알았는데 ‘시늉’만 내고 슬그머니 살아남아 오히려 경찰을 가르치는 곳으로 취임했다”고 반발했다.

류명화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서 청장을 파면하지 않고 경찰대학장으로 전보 발령한 것은 국민을 우습게보고 민생치안을 가볍게 여긴 처사”라고 격분했다.

남주홍 국정원 1차장 내정에 보은인사 논란 일기도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지역차별 없는 균형인사 해야

이들 외에도 경찰대 1기 출신은 또 있다. 청와대 치안비서관에 내정된 백승엽 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지도부장(49)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경찰대를 1기로 졸업했다.


그는 경찰청 교통기획계장, 서울경찰청 경비지도관, 대구 달성경찰서장, 경찰청 인사과장, 서울 서대문경찰서장, 충남지방경찰청 교통지도부장 등을 역임했다.

부임한지
8개월 만에?

이 대통령이 이번에 단행한 인사의 백미는 따로 있다. 차관급 인사에서 국가정보원 1ㆍ2차장을 바꾼 것이다. 1차장에 발탁된 남주홍 주 캐나다대사는 경기대 교수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안보ㆍ통일분야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과거 여러 차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대선캠프 때부터 이 대통령에게 통일정책을 조언했으며, 한때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청문회를 앞두고 사퇴한 바 있다.

대표적인 저서인 <통일은 없다>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2000년 남북정상회담 6·15공동선언이 대남 전략용 공작문서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번 인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을 뒤늦게 포착한 것에 대한 반성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전형적인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북 강경 인사를 내세워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는 것.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도 남 대사가 1차장에 내정된 직후 논평을 내고 “대표적인 대북강경론자이자 햇볕정책 비판론자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 인사를 오히려 국정원 제1차장으로 내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남 내정자가 지난해 9월 주 캐나다대사에 부임한 지 8개월여 만에 국정원 1차장으로 내정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남 내정자가 부임하기 전 5개월이나 공석이던 주 캐나다대사직은 향후 다시 한 달 이상 공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가 캐나다 정부에 대한 외교적인 결례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 대통령의 이번 경찰·국정원 등 인사를 두고 정권 말기까지 측근 회전문 인사를 하고 있다는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민주통합당 박 대변인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말기가 되어도 측근 인사, 회전문 인사의 잘못을 시정할 생각이 손톱만치도 없음을 확인했다”고 질타하며 “인사는 만사라는데 모든 인사를 망사로 만드는 대통령의 왜곡된 인사관을 강도 높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경찰 인사와 관련해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지역 차별 없는 균형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력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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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