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고백>‘얼짱 정치인’ 나경원의 작심 토로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5.14 15: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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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얼짱 정치인’ 나경원 전 의원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지난 9일 방송된 tvN의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서 그간의 심경과 숨겨왔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 당시의 상황과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총선 불출마 선언 과정과 함께 가족들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특히 어머니의 암수술 사실을 처음으로 밝히며 눈물이 멈추지 않아 녹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이 털어내고 싶었던 가슴속의 응어리는 과연 어떤 것들이었을까?

나경원 전 의원은 사법연수원 24기를 10위권 이내의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고 판사에 임용됐다. 이후 2002년 16대 대선 기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요청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여성판사가 현직을 물러나며 정치권에 뛰어든 두 번째 인물로 관심을 끌었으나 이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3년 당 운영위원으로 선출되면서 다시 정계에 등장한 나 전 의원은 17·18대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고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 등을 역임하며 순탄한 정치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며 모든 것이 뒤엉켜 버렸다.
 
뒤엉켜 버린 정치인생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시작되자 애초 정책선거에 임하자는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흑백선전이 난무하는 네거티브전이 전개되었다.

나 전 의원은 2004년 ‘자위대 기념행사 참석’ 논란을 시작으로 2007년 ‘BBK 주가 조작 사건 관련 발언’, 2008년 ‘여교사 비하 발언’·‘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관련 발언’, 2009년 ‘미니홈피 저작권법 위반’, 2010년 ‘천안함 구조대원 빈소 기념 촬영’, 2011년 4월 ‘장애인(남아) 나체 목욕 봉사 촬영’ 등 과거의 잘못된 언행 등이 일제히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 했다. 당시 박원순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논란과 고가 피부클리닉 출입 논란, 트위터 자화자찬 알바 논란, 사학재단 관련 논란, 불법 정치자금 수수 논란, 제일저축은행과 유착 의혹, 재산신고 허위기재 의혹, 남편인 김재호 판사의 검찰 기소청탁 등 짧은 기간 동안 숱한 의혹들로 융단폭격을 맞다시피 했다.

폭로의 중심에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있었고 이 같은 사실들은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주진우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해 현재까지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고, 현직 여검사의 폭로로 남편의 기소청탁 사실이 전해져 검찰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선거 이후 나 전 의원은 휴식을 취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냈지만 4·11 총선 공천심사를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구에 공천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며칠 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이 어차피 저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려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당을 위해 물러서겠다. 백의종군 하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천 받았다면, 내가 당선되었을 거라 생각”
“어머니 암수술, 선거 끝나고 알아” 첫 고백

이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수행하며 말을 아껴 왔지만 방송에 나와 그간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자 관심이 집중됐다.


나 전 의원은 험난했던 지난 6개월의 시간을 회상하며 “남편과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집 앞까지 찾아온 취재진들이 심지어 아이들에게까지 ‘어머니 아버지 들어오셨니?’라고 물어보는 상황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서울시장 선거 후 아들이 ‘엄마 탓이 아니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마’라는 메일을 보내와 너무 대견했다”며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공천을 받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나 전 의원은 “사실상 당에서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두 번이나 했다. 그래서 공천탈락 발표를 듣느니 차라리 불출마 선언을 하자고 마음먹었다”며 당시의 심경을 밝혔다.

이어 “만약 서울 중구에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면 내가 당선되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해 공천과정 및 총선결과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1억원 피부과’ 의혹을 비롯해 남편의 기소청탁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나 전 의원은 “내가 너무 고지식한 점을 보면 정치 DNA가 좀 없는 것 같다. 아직도 법조인처럼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따져야 한다”며 재선을 지낸 국회의원이면서도 ‘정치인’다운 능수능란함을 발휘하진 못했음을 고백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서는 “당시 여당의 어떤 후보가 나와도 20% 이상 지는 걸로 나왔다. 나중에 당에서 ‘나 의원이 좀 제발 나가달라’고 했다”며 당선 가능성이 희박함을 알고도 쉽게 질 수 없다는 사명감에 선거전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나 전 의원은 어머니의 암수술 사실을 처음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가 암수술을 받으셨다. 서울시장 선거 끝나고 알았다. 지금은 수술과 항암치료 다 받으셔서 나아지셨지만 내가 속을 썩여 병이 드신 것 같아 너무나 힘들었다”고 말하며 눈물이 멈추지 않아 녹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나경원의 눈물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참으로 뻔뻔하다” “정말 자기 자신은 그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진심으로 궁금하다”고 힐난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그래도 한 가정의 딸이자 아내이자 엄마일 텐데 가슴 아팠다. 힘내라”는 반응과 함께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을 텐데 용기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네티즌도 있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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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