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회자되는‘연예인 매춘사’

섹스스캔들 소문 ‘꼬리는 없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과거 유명 연예인 매춘 사건에 연루됐던 사실이 뒤늦게 거론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990년 2월, 각 일간지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재벌들과 어울려 호텔을 전전하며 필로폰을 투약하다 적발된 ‘재벌-연예인 환각 매춘’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가 영화배우 J씨와 미스코리아 C씨, 영동백화점 대표 K씨, 화가 M씨, 이들을 소개한 ‘마담뚜’ L씨 등 9명을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검찰조사 결과 박 회장은 고가 옷가게를 운영하며 연예인들과 기업인 매춘을 주선한 ‘마담뚜’ L씨의 소개로 연예인들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 회장이 하룻밤 향략의 파트너를 해 준 대가로 연예인들에게 건넨 돈은 500~1000만원이나 됐다.

‘연예인 성상납리스트’ 인터넷서 일파만파 확산
꼬리 무는 ‘성상납설’ 연예계 이미지 먹칠 ‘쉬쉬’
구체적 증거 없어 사실 확인 어려워 의혹만 난무
연예계 일부 단면만으로 전체 ‘터부시’ 경계 촉구

박연차 회장의 과거 유명 연예인 매춘 사건 보도가 나가자 ‘연예인 매춘사’가 다시 한 번 회자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연예인 성상납리스트’란 괴문서 구하기에 혈안이다.
‘연예인 매춘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야기로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분명히 있으며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임’이라고 시작하는 이 자료에는 ‘안기부 내사자료’란 이름이 붙어 있다.

‘연예인 매춘사’라고 이름 붙여진 이 자료는 해방직후부터 지금까지 연예인 매매춘 전모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기록들이 실명으로 거론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전직 대통령·재벌회장·정치인·언론인은 물론, 현재 활동 중인 여성 연예인 상당수도 망라돼 있으며 일부 방송사도 정치권 로비를 위해 여성 연예인들을 이용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스트에 나타난 어법과 시점을 등을 볼 때 실제 안기부에서 제작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연예인 성상납과 관련, ‘누구누구는 누구누구랑~했다더라’식의 루머들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어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연예계에서 성공하려면 실력 이외에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고 보는 냉소적인 시선을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50년대 상납매춘 유행
60년대 정계서 재계로

리스트는 지난 1950대부터 시작한다. 리스트에 따르면 1950년대에는 정계 관계자들과 연예인 사이에서 ‘매춘’이라기보다는 ‘상납’ 차원에서 이뤄졌다. 일례로 영화배우 A씨는 6.25 당시 북한군에게 끌려가 신의주 부근에서 집단윤간을 당하고 이후 삶의 질곡이 평탄치 않은 등 개인적으론 참 불운한 인물로 적고 있다.
1960년대는 정계 관계자에게 재계 관계자들이 발을 걸치기 시작했다고 기술돼 있다. 일례로 영화배우 B씨는 마치 당나라의 양귀비처럼 모 신문사 C회장 부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이다.
당시 C회장 아들이 며느리감이라고 데려온 여자가 B라는 걸 알고 기절초풍했는데 자신이 이미 여러 차례 관계를 맺은 여자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그 이유를 적고 있다. 하지만 아들이 ‘사랑한다’며 버텨 결국 결혼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리스트에는 또 1970년대를 1950~60년대의 최고급 연예인 매춘이 중간급으로까지 확대되는 시기이자 정·재계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돈만 있으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스트에 따르면 탤런트 D씨는 1972년께 아주 헐값에 ‘매춘’을 한 것이 알려지는 바람에 당시 서울에선 강아지 이름을 ‘D’라고 짓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 또 탤런트 E는 1979년 당시 양말공장 사장과 ‘장기간 매춘’관계였는데 사장 마누라가 간통죄로 고소하는 바람에 쇠고랑까지 찼다.
탤런트 F씨도 처녀시절인 1975년 중소기업 사장과 관계를 맺다 간통죄로 고소당해 철창 신세를 진 뒤 나중에 그 사람과 결혼했고 중견탤런트 G씨는 1979년 간통죄로 고소당한 바 있다.

가수 H씨는 원래 ‘매춘 연예인’으로 유명했다. 1975년 방한한 모 대통령과 하룻밤을 보냈던 게 잘못돼 제주에서 흑인을 낳아 결국 이혼했는데 당시 병원의 간호사를 통해 이 소문이 유포됐다. 탤런트 I씨는 이 분야에서 워낙 유명해 아무나 돈만 주면 응했다. 그는 관계를 맺은 뒤 상대방에게 “별거 없죠”라는 멘트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70년대 돈만 있으면 가능
80년대 연예인 매춘 보편화

1980년대는 연예인 매춘이 보편화되던 시절로 리스트는 적고 있다. 연예인들의 홍보비용이 증대하면서 과거 강요나 억압에 의한 측면이 사라지고 자발적 매춘이 만연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 이유로 연예인 매춘의 대중화 모색 시기로 추정된다고 밝힌다.
리스트에 따르면 탤런트 J씨는 지난 1983년 데뷔 당시, 얼굴은 예뻤으나 대사를 책 읽듯이 하는 수준이었는데 선배 탤런트 K씨가 강력 천거해 기용됐다.
K씨는 당시 옛날 연예인 가운데서는 매우 드문 대학출신으로 PD들과 선후배 관계로 얽혀 당시 드라마 캐스팅 권한을 일부 갖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초짜 연예인들이 K씨와 선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K씨는 J씨를 데뷔시킨 뒤 6년간 J씨와 반동거 상태로 지냈다.

탤런트 M씨은 ‘누구나 부르면 간다’는 주의로 시도 때도 없이 다녔다. PD들 사이에 M씨를 두고 서로 싸움을 벌이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탤런트 N씨는 1986년 데뷔 3달 만에 갑자기 외제차(벤츠)를 타고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비난을 받았다.
리스트는 1990년대를 연예인 매춘이 은밀화되면서 매춘뿐 아니라 연예인끼리의 스캔들이 일반화되는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연예인들은 ‘일부 연예인’에게 책임을 돌리면서도 상당수 연예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리스트에 따르면 영화배우 O씨는 무명시절이 꽤나 길었던 인물로 ‘스타’가 돼야겠다는 조급증으로 온몸을 불살랐다. O씨는 익히 알려진 대로 별명이 ‘나르는 침대’였는데 술자리에 끝까지 남으면 무조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

탤런트 P씨는 노년층을 주로 상대하는 편이라 어쩌다 40대 초반 이하의 젊은 층이 걸리면 대상자는 초죽음이 됐다. 탤런트 Q씨는 모 방송국 R국장과 동거했던 사이다. R국장은 당시 경찰청의 수사대상에 올라 조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탤런트 S씨도 R국장과 분장실에서 뒤로 관계를 맺으려다 다른 출연자에게 들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모델출신 T씨는 사진작가를 시작으로 여러 명과 동거를 해왔던 자유분방하고 화끈한 인물이다.
톱스타 U씨는 지금까지 여우처럼 꼬리를 단 한 번도 잡히지 않고 있는데 지난 1995년 PD수뢰사건 당시 조사대상자가 U씨의 행적에 대해 불었는데 결국 나중에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 당시 연기자들 반응이 “드디어 잡혔구나”라며 U씨에 대해선 오히려 잘됐다는 분위기였다.

미스코리아들도 상당수 이 매춘파문에 휘말려 있다. 미스코리아 입상은 못 하고 출전 정도의 미스코리아 출신은 낮은 가격에 매춘을 하고 있다.
일례로 미스코리아 V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로 인해 상류층과의 매춘에 적극적이었다. V씨는 모 은행 오너 조카와 결혼했는데 나중에 이 남자가 V씨에 대해 알고 결국 파혼을 했다. 평범한 사람이 연예인과 결혼한 뒤 나중에 별 이유 없이 이혼할 때는 대부분 남편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리스트의 지적사항이다.
 아나운서들은 연예인들과 별도로 ‘매춘’이라기보다는 그들 사회 내에서 관계가 이뤄지기도 했다. W아나운서는 신입 아나운서들을 한 번씩 건드리는(?) 걸로 유명하다.

연예계 성상납 문제는 가십거리?
여자 연예인들에 루머와 비아냥

연예계 매춘 고리는 고참 연예인들 외에 매니저들이 직접 주선하는 경우와 꼭 ‘매춘’이 아닌 상납 차원의 거래도 많았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성상납에 대한 소문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게 리스트의 결론이다. 
사실 스타가 된다는 것은 가능성이 1%도 안 되는 도박과도 같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은 기획사의 부당한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연예계에 데뷔하기 위해선 전적으로 기획사에 의존해야 하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기획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 정도는 해야 한다’라는 요구 하에 성상납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현재 활동중인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연예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좋은 배역을 따내야하고, 안좋은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무엇인가 힘이 필요하게 된다.
때문에 몇몇 기획사들은 스폰서를 확보하고 소속 연예인과 사업체의 안위를 책임져줄 인사들에게 소속 연예인의 성상납을 강요하는 것이다. 좋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 PD나 영화감독 등에게 성상납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PD 지망생 중 남성들의 경우 PD가 되고 싶은 이유가 “여자 연예인과 한 번 관계를 맺기 위해서”란 소리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광고 계약을 매개로 한 성상납도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그렇다면 성상납을 왜 뿌리 뽑지 못하는 것일까. 문제는 연예계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상납이 실제 수사에서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PR비 등 금품 관련 부분은 계좌 추적 등 확인 경로가 다양하지만 성상납의 경우 구체적인 증거가 남지 않아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성상납 사건은 관련 인사들의 이니셜들만이 난무할 뿐, 실제적인 수사진행 과정이나 소송, 처벌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반면 성상납을 강요당한 여성들은 사건이 알려짐에 따라 또 다시 눈요기감이 되고, 여자 연예인들 전반에 대해 온갖 루머와 비아냥이 쏟아진다.
한국사회의 추악한 단면인 성상납 문제는 연예인에 대한 성상납 요구를 당연한 일인 양 간주하거나, 이를 선정적이고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이 요원하다는 게 연예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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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