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이회창’ 보면 ‘2012 박근혜’ 보인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08 15: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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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차별화 ‘NO' ‘창’과의 차별화 ‘YES'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11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대세론’을 확고히 다졌다. 2004년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해낸 바 있는 박 위원장이 100석도 힘들다는 당초 예상을 깨고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이번에도 당을 구해내자 ‘대세론’은 정점에 달했다. 당내에선 ‘경선 무용론’이 나오면서 ‘추대론’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2002년 대선경선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이 이 전 대표의 데자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이회창 데자뷰’ 현상을 낱낱이 분석해봤다.

지난 4·11총선 승리로 새누리당은 완벽하게 ‘박근혜당’으로 변모했다. 박 위원장은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을 공천하며 논란을 잠식시켰지만 친이계 의원 35명 남짓을 가차없이 탈락시켰다.

대신 친박계 원외 인사 50여 명을 공천했다. 지난 18대 총선 ‘친박학살’ 당시 엄청난 분열과 파장을 가져왔을 때와 비교한다면 아주 무난히, 그리고 성공적인 공천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분열과 별다른 세력이탈 없이 자신의 계보 인사들을 공천한 박 위원장의 리더십도 높이 평가받았다.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이 박 위원장의 ‘대선캠프화’ 됐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묘하게 겹치는
두 대세론자들

이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이회창 전 대표도 자신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들을 공천에서 제외시키며 한나라당을 ‘이회창당’으로 만들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윤환 전 대표 등 거물급 낙천 인사들은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과 민주국민당을 창당했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낙천한 전여옥 의원 등이 한나라당 출신 박세일 대표가 이끄는 국민생각에 합류했지만 단 한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한 채 참패해 비슷한 결과를 남겼다.


‘경선 무용론’과 ‘추대론’이 나온 것도 묘하게 닮은꼴이다. 16대 총선 이후 정국의 중심은 ‘이회창 대세론’이었다.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마땅한 대선주자도 내놓지 못했고 김대중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견고해졌다.

대세론 속에서 치른 한나라당 경선은 형식적인 과정으로 이른바 ‘이회창 추대식’에 가까웠다.

19대 총선 이후에도 상처뿐인 경선은 무의미하다는 ‘경선무용론’과 그에 따른 ‘박근혜 추대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체판세에서는 승리했지만 수도권에서 졌다는 점도 여지없이 닮았다. 이 전 대표가 이끈 한나라당은 16대 총선 전체 273개 의석 가운데 133석을 획득해 제1당이 됐다. 하지만 수도권 97곳 가운데 단 40곳에서만 승리해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도 과반이상 의석이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수도권 전체 의석 112석 가운데 43석을 차지하며 참패했다. 지난 18대 총선의 절반 수준이다.

16대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진행된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다는 사실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새누리당도 대선을 8개월 남은 시점에 압승해 선거 승리 시점도 묘하게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승리에 도취했고 이회창 대세론 속에 안일한 태도로 대선에 임해 정권탈환에 실패하고 말았다.

현재의 새누리당도 총선 이후 김형태·문대성 당선자를 둘러싼 ‘비리 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역풍에 직면했고 차기 당 지도부 내정설이 떠돌아 논란을 자초했다.

‘한나라당=이회창당’ ‘새누리당=박근혜당’ 만든 제왕적 권한 
막강한 대세론 속 경선무용론에 따른 ‘추대론’ 경선 흥행실패?

새로운 홍보수단의 등장도 비슷하다. 16대 대선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보편화되면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활동할 수 있는 공공의 장이 마련됐다.

당시 인터넷 선거운동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게 여기던 한나라당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20~40대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새로운 수단이 등장했다. 야권이 SNS를 통해 4·27과 10·26재보선에서 승리하자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은 공천심사에 SNS역량지수를 추가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현재로서는 야권이 SNS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선에서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여겨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야권의 강력 대선주자가 두 명 존재 한다는 사실도 흡사하다. 16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까지 1강(이회창)·2중(노무현·정몽준) 구도로 진행됐다.

하지만 2중의 지지율을 합하면 1강을 앞지르는 상황 때문에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진행됐고 결국 노무현 후보가 이 전 대표를 꺾었다.

현재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지율을 합하면 박 위원장을 앞서는 상황이 일치한다.

또한 압도적 대세론 속에서 후발주자들이 경선룰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판에 박은 듯 똑같다. 이처럼 가볍게 웃어넘기기에는 16대 대선과 오는 18대 대선은 흡사한 점이 너무나 많다.

16대 경선과 차이점
15대 경선에서 보여

하지만 16대 경선과 다른 양상도 보이고 있다. 당시에는 이회창, 최병렬, 이부영, 이상희 후보 4명이 경선을 치렀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박 위원장의 대세론 속에서도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97년 15대 대선 경선당시 ‘9룡’의 재현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에도 독주 후보는 이 전 대표였다.

그러나 이홍구, 박찬종, 이수성, 최형우, 김덕룡, 이인제, 김윤환, 이한동 후보가 출마를 강행하며 유례없는 다자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9룡 중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오른팔인 최형우 후보는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중풍으로 꿈을 접었고, 이홍구 후보는 정치에 불신감을 나타내며 후보를 사퇴해 최종적으로 6명이 겨뤘다.

당시 이 전 대표는 경선 내내 1위를 기록했지만 금품살포설과 흑색선전 논란이 벌어지는 등 나머지 후보의 집중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이인제, 이한동, 이수성, 김덕룡 후보는 경선 막바지 ‘반창 연대’를 구성했다.

반창 연대의 영향으로 이 전 대표는 대세론이 흔들려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40.9%의 득표율에 그쳐 이인제 후보와 2차 결선투표까지 치르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수도권 패배·대선 직전 선거 승리·새로운 홍보수단 탄생도 겹쳐 
대세론 속에서도 후보 난립 현상, 15대 대선 경선 ‘9룡’의 재현

현재 새누리당의 대권 레이스도 이와 흡사하다.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가 이미 대권 도전 의사를 공식화 했고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역시 속속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또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도 다음 주 중 출마를 공식화 할 예정이다. 여기에 김태호·정두언 의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당외 인사인 정운찬 전 총리 역시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위원장을 포함해 무려 9명의 주자가 경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이들은 당시의 반창 연대처럼 ‘비박 연대’를 구성해 박 위원장을 집요하게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김 지사와 정 전 대표가 연일 박 위원장을 비판하며 완전국민참여경선 룰 수용을 촉구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워낙 현격해 형식면에서는 다자구도이지만 내용면에서는 박 위원장의 독주체제가 분명하다.

비박 후보들이 박 위원장을 추월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막바지 비박 주자들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들이 난립하는 이유로 ‘정치적 노림수’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8월 경선에서 박 위원장이 선출되더라도 12월 대선까지 수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넘버2’ 자리를 확보해 놓겠다는 계산과 함께 승패에 상관없이 대선후보 경선을 대선이후 주도권 확보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친박진영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 배후설’도 제기됐다.

후보난립 이유는
정치적 노림수?

청와대를 향한 친박진영의 의심의 눈초리는 자연스레 정책 차별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현정부 핵심 인사들의 부정비리 의혹과 미국 광우병 발생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검역중단 여부를 두고 현정부와 완전히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정권말기 이명박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도 집권말기의 김영삼 정권이 여론의 비판을 받자 김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며 탈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 전 대통령의 허수아비를 불태우는 극단적인 거리두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극단적 차별화와 탈당요구는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이처럼 박 위원장의 대선행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전 대표와 오버랩 되고 있다. 마치 데자뷰 현상을 보고 있는 듯하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 ‘2002년 이회창을 보면 2012년 박근혜가 보인다’라는 풍문이 떠도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여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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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