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 불출마설 파문 실체 추적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5.09 14: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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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까지 뒤흔든 해프닝 “누가 왜 흘렸나?”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난데없이 흘러나온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선 불출마설’로 지난 한 격랑에 휩싸였다. 그의 불출마설에 ‘안철수 영입론’과 함께 ‘김두관 대망론’ ‘김두관과 연대설’ 등 온갖 추측과 의견이 분분했다. 또한 문재인 관련주는 급락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김두관 경남지사 관련주는 급등하는 등 문 고문의 불출마설이 보도된 지난달 30일 대한민국은 ‘문재인’으로 한바탕 떠들썩했다. 하지만 문 고문 측은 “소설 같은 이야기일 뿐”이라며 관련설을 전면 부인했다. 문재인 대선 불출마설 파문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파문의 발단은 한 언론 보도 때문이었다. 지난달 30일 모 언론에 따르면 문재인 상임고문의 친인척은 “총선이 끝난 직후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선 출마에 대해 물었는데 문 고문이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면서 “문 고문이 정치를 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인사는 “문 고문이 TV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이로 인해 대권에 대한 생각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부산에서 바람을 일으키지 못했고 당 안팎에서도 친노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불출마를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에 맞춰 문 고문이 이런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이후 명확히 선을 긋기로 가족들과 방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언론보도로 시작된
불출마설 논란 파문

이 같은 내용은 인터넷과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네티즌은 “문재인님에게 향한 억측과 흠집 내기,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반대세력들이 너무 말도 안 되게 말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고 “문재인이 대선 불출마라…그렇다면 안철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인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다. 기사를 읽어보니 확정된 건 아니군요. 부디 현명한 판단 기다립니다”라며 문 고문의 확실한 결정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두관 경남지사 측도 사실관계 확인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 지사 측의 한 관계자가 본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냐, 신빙성 있는 보도냐?”고 묻는 등 사실확인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기자와 의견을 교환한 이 인사는 차후 “주식 관련 작전기사 아니냐?”는 조심스런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바른손이 12.1%나 급락했고 우리들생명과학은 11.38%, 우리들제약은 7.08%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김 지사가 주목 받으며 신공항관련주들(한라IMS, 두올산업 등)은 모두 15%가량 급상승세를 보였다.

문 고문이 불출마하면 김 지사가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에 그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신공항 관련주들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주 폭락=>김두관주 급등, 의도적 ‘작전세력’ 개입?
문재인 측 “여의도 사무실 계약 준비…전혀 사실무근”  

하지만 문 고문 측은 즉각 나서 불출마설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 전시회 개관식’에서 만난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기자의 불출마설에 대한 질문에 헛웃음을 지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기가 막혀했다.

윤건영 노무현재단 사무처장도 언론과의 통화에서 “분명히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보도가 나갔다. 소설일 뿐”이라며 관련설을 전면 부인했다.


윤 사무처장은 이어 “문 고문은 관련 얘기를 듣고 허허 웃으시기만 했다”며 “웃음이 나올 정도의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한 “며칠 내로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기 위한 계약 준비까지 하고 있다”며 불출마설을 단호히 일축했다.

불출마 소식
배경과 원인은

그러나 강력한 대권주자의 불출마 소식에 정치권은 서둘러 그 배경과 원인분석에 나섰다. 일단 정가에서는 문 고문의 대권 출마 선언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정치권에서는 문 고문의 대권 도전 선언이 올해 초께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었고, 다시 올 초에는 ‘총선이 끝난 직후’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이 모두 빗나가고 4·11 총선에서 생각보다 큰 바람을 몰고 오지 못하자 문 고문의 행보가 더욱더 더뎌지게 되면서 이런 설이 나돌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대권주자들에 비해 ‘권력의지’가 약하다는 점도 불출마설이 나돌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부터 정치참여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 왔고 “안철수 원장이 나선다면 적극 돕겠다”는 발언이나, 권력의지가 약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권은 관심 없다”며 “내 목표는 대선”이란 의지를 드러낸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나 몇 달 전부터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사실상 대선캠프를 구축한 김두관 지사 등 다른 예비후보들에 비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원인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문 고문은 총선 직후 트위터를 통해 “늦지 않은 시기에 출마 여부를 밝히겠다”고 말했고,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에 대해서도 “서울시장 출마 때 사퇴했던 전임 이사장의 선례에 따르는 것”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한명숙 초대 이사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임한 전례가 있어 사실상 출마 의지를 굳혔다고 봐도 될 만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재단 이사와 운영위원들이 “노무현 대통령 3주기의 상징적인 의미가 커서 문 고문이 재단 이사장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사장직 유지를 적극 부탁하자 문 고문은 이를 받아들였다.

문 고문이 출마 발표를 늦춘 이유였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불출마설의 배경이 됐던 원인중 하나로 보인다.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문재인 고문이 설령 불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할지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당의 유력주자로 떠오른 이상 경선흥행을 위해서도 완주하고 마지막에 단일화에 합의하는 과정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불출마설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렇듯 많은 논란과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문 고문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문 고문은 불출마설이 불거지고 다음날인 지난 1일 열린 좋은일자리본부 1차 회의에 환한 표정으로 나타났지만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역할분담론’(이하 이-박 연대)과 관련한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같은 날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전시회 개관식에 참석해서도 쇄도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정치신인으로서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성장통’?
위기극복 능력 검증, 최우선 당면과제로 떠올라

하지만 이는 불출마설을 인정하는 침묵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박 연대’의 후폭풍이 확산되면서 여기에 동의한 문 고문을 향한 당내 집중포화가 쏟아져 말을 아끼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스스로 “힘들기는 힘들다”고 말 할 정도로 문 고문이 같은 진영으로부터 이처럼 혹독하게 비판받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문 고문은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당의 지원유세 요청을 거절한데 대한 비판과 PK지역 참패의 성적표로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더해져 비노계의 공격을 받아 왔다.


여기에 이-박 연대 합의가 알려지기 전날인 지난달 24일 박지원 최고위원과 단둘이 식사를 했고, 문제가 불거지자 트위터를 통해 “그것은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라고 두둔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트위터를 통해 “이해찬 박지원 두 분의 합의, 이상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며 순수한 의도였다는 해명을 했지만 정무적 판단력이 취약하다는 비난과 함께 “이해찬·박지원 두 프로정치인에게 끌려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변호사와 행정경험이 많은 대선주자급 인물이지만 정치신인으로서 불가피하게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문 고문이 현재까지 당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데, 앞으로도 고비가 몇 차례는 더 있을 것”이라며 “위기가 문제가 아니라 위기를 극복해가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문 고문의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뻘밭’ 구장에서의
전략과 플레이 주목

정치권 일각에서는 불출마설 자체가 ‘자작극’일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다소 억측성이긴 하지만 문 고문 측으로선 현시점에서 자신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한번쯤 시험해보고 싶었을 것이란 분석에 기인한 관측이다.

일단 설을 흘려서 파장을 보고 상황이 심각하면 문 고문 본인이 직접 나서 설로 일축하고 사태를 수습하면 그만이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노 전 대통령의 3주기 추모식을 앞둔 시점에서 문 고문의 출마선언이 있을 것이란 관측을 뒤엎고 난데없이 흘러나온 불출마설. 그 이유와 배경이 무엇이든 현재로선 불출마설 자체가 어떤 의도를 가진 세력들의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재 민주통합당의 주류인 친노의 명실상부한 구심점이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도 당내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그의 타고난 성정으로 볼 때 이-박 연대 논란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것에 혐오를 느꼈을 수 있다”면서도 “지지세력에게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툭툭 손 털듯 포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내 중진의원도 “정치판에 들어오면 다 겪는 일”이라며 문 고문이 시련을 극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2월 기자회견에서 불법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스포츠에 비유하면 ‘대선 구장’은 ‘뻘밭 구장’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문 고문은 이미 이 뻘밭에 뛰어든 형국이다. 한 발을 내딛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빠져나오기도 힘든 뻘밭에서 문 고문이 어떤 전략과 플레이를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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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