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노무현’ vs ‘노무현 버리기’ 힘겨루기 내막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02 12: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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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땐 ‘노무현 정신 계승’ 운운하더니 패배하자?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대선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기존의 주자들이 박 위원장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히든카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깜짝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노무현 정신 승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 패배 이후 ‘친노정당’ 프레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본격 대선체제 돌입을 앞둔 야권의 ‘포스트 노무현 바라기’와 ‘노무현과 거리두기’ 면면을 살펴봤다.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2년 초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될 당시 지지율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노무현 후보의 경선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초 지지 의원이 1명(천정배 의원)에 불과했던 노무현 후보는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경선 승리는 물론 대선 승리까지 이뤄냈다. 그야말로 ‘깜짝 카드’가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최근 정가에서는 이 같은 전례에 맞춰 차차기 대선 도전을 검토하던 젊은 주자의 ‘긴급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깜짝 후보 카드’
긴급투입 가능성

현재 야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손학규·정세균 전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다.

안 원장과 문 고문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며 투톱체제를 형성하고 있지만 총선 승리 후 대세론을 더욱더 굳건히 이어가고 있는 박 위원장과의 승부에서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의견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따라서 경선 흥행 차원에서라도 또 다른 후보군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 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단순 흥행 차원에서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젊고 참신한 인물론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물로 4·11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적지인 대구 수성갑에 자진 출마했지만 아쉽게 낙선한 김부겸 최고위원을 떠올린다.

김 최고위원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고 총선 이후에도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이번 도전으로 김 최고위원은 1998년 서울 종로 보선에서 당선됐지만 2000년 총선 때 사지인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해 실패하고 2년 뒤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드리마’ 재현을 이룰 수 있는 모델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 김 최고위원이 획득한 표는 40.4%로 지난 2008년 총선 때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득표율 33.6%)와 이번 총선에서 호남지역에 도전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39.7%)보다 많은 득표율을 얻어 경쟁력을 입증 받았다는 평가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적지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한 공통점 때문에 이 후보와 비교가 많이 됐었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이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자 비록 낙선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이길 경쟁력 가진 후보 안 나타날 경우 ‘히든카드’ 등장론 제기
김부겸, 안희정, 이인영 등 젊은 주자들 거론, 원외 조국 교수도 거론 

김두관 경남지사가 대선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광역단체장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세대교체론을 내세워 뛰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안 지사는 친노진영 차세대 그룹의 선두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각종 SNS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친노진영 내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안 지사가 이번 대선에 나와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안 지사는 차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하나 경우에 따라 이번 대선 경선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이번 총선에서 이해찬 당선자가 세종시에 출마한 데에는 안 지사의 힘이 컸다”며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충청권을 새누리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안 지사의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며 안 지사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같은 친노진영의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대선주자로 거론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이나 도지사 등을 거치면서 능력이 검증된 이들이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다. 이들은 한국이 통일로 갈 수 있는 에너지를 모을 것으로 보며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본다”며 “나는 이들에게 얘기했다. 대통령이 될 준비를 하라고”라며 광역단체장 출신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광역단체장 출신 외 486그룹이 그간의 ‘심부름 정치’와 ‘교두보’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대표주자를 이번 대선에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이 이제는 나설 때가 됐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신민당에서 김영삼·김대중·이철승 후보가 내건 ‘40대 기수론’과 흡사한 시나리오다.

이번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한 이인영·우상호 당선자 등이 바로 486그룹의 대표주자들이다. 하지만 우 당선자는 당 대표에 도전한다는 의지를 피력해 후보군에서 다소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대거 당선된 486세력은 힘을 결집해 우 당선자를 대표 경선에 내세우고 현재 최고위원인 이인영 당선자를 대선후보로 미는 방안을 모색 중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전 최고위원이 대선의 여여대결 구도를 염두에 두고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 밖의 ‘깜짝카드’로는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거명된다.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이 모바일 방식으로 치러지면 조 교수의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당 밖의 깜짝카드
인기 많은 조국?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이해찬 당선자는 “이제는 걸출한 영웅이 나오는 시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총선 패배 후 민주통합당 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전 ‘노무현 정신 승계’를 최대 화두로 꼽으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참담한 성적표를 받자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 정권교체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작용한 듯 보인다.

가장 먼저 입을 뗀 사람은 박지원 최고위원이다. 박 최고위원은 총선 이후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노는 당내 다른 세력에 대한 배려가 없다. 자기들이 당권도 대권도 다 하려고 한다”며 “그런 식으로 하면 친노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나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친노인사들의 행태에 대해 주로 비판하지만 사석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현직으로 있을 때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나 대북송금특검 문제를 건드린 것 등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과 친노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베어 있다는 평가다.

대선 앞두고 ‘친노정당’ 프레임 경계, “노무현 재평가 본격화”
친노인사들 참여정부 정책적 과오 언급하며 차별화 내세우기도 

‘비노진영’ 뿐만 아니라 일부 친노인사들도 정책적 과오를 언급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문재인 상임고문도 넓은 의미에서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 고문은 지난달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의 비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전과는 크게 다르다”고 했으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일종의 거리두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문 고문은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여러 차례 해 노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본격화했다.

김두관 지사도 “노무현 비욘드(beyond·노무현을 넘어서다)”를 외치며 선긋기에 나섰다.

대선 승리 위해
노무현 버리기?


이처럼 민주통합당 내에서 계파에 상관없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데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는 새누리당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총선 초반 한미FTA나 제주 해군기지 등 주요 현안에서 새누리당의 “노무현정부에서 시작한 것을 말 바꾸기 하고 있다”는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도 “참여정부 때도 했다”는 말 한마디에 맥이 빠지고 말았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내걸고 벌인 ‘낙동강 전투’와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을 선거구에서 연거푸 패배하며 받은 충격도 크다.

이와 관련 민주당 안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통해 새롭게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 내에서 불거지는 친노와 비노의 세력 다툼 조정과 새로운 인물론에 입각한 ‘깜짝 카드’가 민주당의 경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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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