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노무현’ vs ‘노무현 버리기’ 힘겨루기 내막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02 12: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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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땐 ‘노무현 정신 계승’ 운운하더니 패배하자?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대선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기존의 주자들이 박 위원장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히든카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깜짝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노무현 정신 승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총선 패배 이후 ‘친노정당’ 프레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본격 대선체제 돌입을 앞둔 야권의 ‘포스트 노무현 바라기’와 ‘노무현과 거리두기’ 면면을 살펴봤다.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2년 초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될 당시 지지율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노무현 후보의 경선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초 지지 의원이 1명(천정배 의원)에 불과했던 노무현 후보는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경선 승리는 물론 대선 승리까지 이뤄냈다. 그야말로 ‘깜짝 카드’가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최근 정가에서는 이 같은 전례에 맞춰 차차기 대선 도전을 검토하던 젊은 주자의 ‘긴급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깜짝 후보 카드’
긴급투입 가능성

현재 야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 손학규·정세균 전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다.

안 원장과 문 고문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며 투톱체제를 형성하고 있지만 총선 승리 후 대세론을 더욱더 굳건히 이어가고 있는 박 위원장과의 승부에서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의견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따라서 경선 흥행 차원에서라도 또 다른 후보군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 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단순 흥행 차원에서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젊고 참신한 인물론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인물로 4·11 총선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적지인 대구 수성갑에 자진 출마했지만 아쉽게 낙선한 김부겸 최고위원을 떠올린다.

김 최고위원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고 총선 이후에도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이번 도전으로 김 최고위원은 1998년 서울 종로 보선에서 당선됐지만 2000년 총선 때 사지인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해 실패하고 2년 뒤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드리마’ 재현을 이룰 수 있는 모델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 김 최고위원이 획득한 표는 40.4%로 지난 2008년 총선 때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득표율 33.6%)와 이번 총선에서 호남지역에 도전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39.7%)보다 많은 득표율을 얻어 경쟁력을 입증 받았다는 평가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적지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한 공통점 때문에 이 후보와 비교가 많이 됐었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이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자 비록 낙선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이길 경쟁력 가진 후보 안 나타날 경우 ‘히든카드’ 등장론 제기
김부겸, 안희정, 이인영 등 젊은 주자들 거론, 원외 조국 교수도 거론 

김두관 경남지사가 대선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광역단체장의 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세대교체론을 내세워 뛰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안 지사는 친노진영 차세대 그룹의 선두주자로 거론되고 있으며 각종 SNS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친노진영 내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안 지사가 이번 대선에 나와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안 지사는 차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하나 경우에 따라 이번 대선 경선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이번 총선에서 이해찬 당선자가 세종시에 출마한 데에는 안 지사의 힘이 컸다”며 “대선의 ‘캐스팅보트’인 충청권을 새누리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안 지사의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며 안 지사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했다. 

같은 친노진영의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대선주자로 거론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이나 도지사 등을 거치면서 능력이 검증된 이들이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다. 이들은 한국이 통일로 갈 수 있는 에너지를 모을 것으로 보며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본다”며 “나는 이들에게 얘기했다. 대통령이 될 준비를 하라고”라며 광역단체장 출신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광역단체장 출신 외 486그룹이 그간의 ‘심부름 정치’와 ‘교두보’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대표주자를 이번 대선에 내세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이들이 이제는 나설 때가 됐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신민당에서 김영삼·김대중·이철승 후보가 내건 ‘40대 기수론’과 흡사한 시나리오다.

이번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한 이인영·우상호 당선자 등이 바로 486그룹의 대표주자들이다. 하지만 우 당선자는 당 대표에 도전한다는 의지를 피력해 후보군에서 다소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대거 당선된 486세력은 힘을 결집해 우 당선자를 대표 경선에 내세우고 현재 최고위원인 이인영 당선자를 대선후보로 미는 방안을 모색 중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이밖에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영선 전 최고위원이 대선의 여여대결 구도를 염두에 두고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 밖의 ‘깜짝카드’로는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거명된다.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이 모바일 방식으로 치러지면 조 교수의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당 밖의 깜짝카드
인기 많은 조국?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이해찬 당선자는 “이제는 걸출한 영웅이 나오는 시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고 총선 패배 후 민주통합당 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 전 ‘노무현 정신 승계’를 최대 화두로 꼽으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참담한 성적표를 받자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부각되는 것이 정권교체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작용한 듯 보인다.

가장 먼저 입을 뗀 사람은 박지원 최고위원이다. 박 최고위원은 총선 이후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친노는 당내 다른 세력에 대한 배려가 없다. 자기들이 당권도 대권도 다 하려고 한다”며 “그런 식으로 하면 친노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나부터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친노인사들의 행태에 대해 주로 비판하지만 사석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현직으로 있을 때 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나 대북송금특검 문제를 건드린 것 등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과 친노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베어 있다는 평가다.

대선 앞두고 ‘친노정당’ 프레임 경계, “노무현 재평가 본격화”
친노인사들 참여정부 정책적 과오 언급하며 차별화 내세우기도 

‘비노진영’ 뿐만 아니라 일부 친노인사들도 정책적 과오를 언급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의 그림자’라는 문재인 상임고문도 넓은 의미에서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 고문은 지난달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의 비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전과는 크게 다르다”고 했으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일종의 거리두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문 고문은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여러 차례 해 노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본격화했다.

김두관 지사도 “노무현 비욘드(beyond·노무현을 넘어서다)”를 외치며 선긋기에 나섰다.

대선 승리 위해
노무현 버리기?


이처럼 민주통합당 내에서 계파에 상관없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데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는 새누리당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총선 초반 한미FTA나 제주 해군기지 등 주요 현안에서 새누리당의 “노무현정부에서 시작한 것을 말 바꾸기 하고 있다”는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도 “참여정부 때도 했다”는 말 한마디에 맥이 빠지고 말았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내걸고 벌인 ‘낙동강 전투’와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을 선거구에서 연거푸 패배하며 받은 충격도 크다.

이와 관련 민주당 안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통해 새롭게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당 내에서 불거지는 친노와 비노의 세력 다툼 조정과 새로운 인물론에 입각한 ‘깜짝 카드’가 민주당의 경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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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