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제작자협회, 박신양 출연정지 ‘왜 박신양인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드라마제작사협회는 최근 <쩐의 전쟁> 고액 출연료를 문제 삼아 배우 박신양의 드라마 출연정지는 물론 그와 계약한 제작사 이김 프로덕션을 상대로 편성 금지 요청, 드라마제작사협회 회원사로의 입회 당분간 금지 등을 의결했다. 이런 조치를 두고 드라마제작사협회 측은 드라마 산업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상식 테두리 범위 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박신양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제작사협회 차원을 넘어 최근 방송 3사 드라마국과 드라마PD협회 등 관련 단체가 ‘드라마 산업의 위기’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이번 조처가 드라마 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실마리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일벌백계 차원의 본보기에 그칠 것인지가 관심사다.


사건의 발단은 박신양이 지난해 7월 종영한 <쩐의 전쟁> 4회분을 연장 출연하는 조건으로 출연료 6억200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제작사와 계약했으나 이 가운데 3억41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소를 제기하면서다.
외주 드라마 제작사들의 모임인 드라마제작사협회는 지난 5일 박신양이 과다 출연료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박신양에 대해 무기한 출연정지, 제작사 방송사편성금지 요청 등을 의결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일선 PD들은 “박신양은 고액 출연료 문제의 희생양이다”라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방송사의 드라마PD는 “솔직히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박신양이 드라마 한 회당 2억원에 가까운 출연료를 요구했다는 사실은 국민적인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에게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박신양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PD는 박신양의 독특한 할리우드식 출연료 정산방법을 주목하며 “박신양의 할리우드식 출연료 요구는 궁극적으로 우리 드라마 업계에 도입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현재 제작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너무 이른 것 같다”며 “다른 이들은 밤샘 촬영 뒤 2~3시간 자고 다시 새벽같이 모여 촬영을 하는데 자신은 계약서상의 심야촬영거부안을 들어 프로듀서를 대신 보내고 거액의 출연료를 챙긴다면 협동작업인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신양의 출연정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도 “박신양 씨 드라마 무기한 출연정지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을 내고 거세게 반발했다. 현재 4200여 명의 네티즌이 서명에 참여했다. 박신양을 두둔하는 네티즌들은 “박신양에게만 출연 정지를 시키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들고 나섰다.
비판의 화살은 드라마제작협회로 돌아갔다. 지상파 방송사에 배우 출연 정지와 편성 금지를 요청한 것에 대해 ‘칼만 안들었지 배우를 죽이는 강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박신양을 비판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네티즌은 “다른 배우들은 전부 4회 연장 계약을 했는데 박신양 혼자서 회당 1억7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했다. 박신양이 훌륭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인 것은 인정하지만 융통성이 있어야지 이것은 양심이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류스타 배용준과 비교하며 “배용준은 회당 2억원 이상씩 요구해도 해외에 드라마를 수출하면 수익이 나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국내시장만 노리는 작품에서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신양을 향한 질타에 경기 불황도 한몫을 했다. “이번 일은 박신양의 지나친 욕심과 자만에서 비롯된 것 같다. 어려운 시기에 많은 국민들에게 좌절과 상실감을 안겨줬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드라마제작사협회의 결정에 찬성표를 던진 다른 네티즌은 “제작비용이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이 집중될 경우 다른 출연자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드라마 출연정지 결정은 자신을 한번 돌아보고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근신하라는 조치다”라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입을 닫고 있던 박신양은 지난 10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근황을 전했다. 지난 4일 <바람의 화원>의 마지막 촬영 후 가족이 머물고 있는 미국 뉴욕으로 떠난 박신양은 자신의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뒤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프로젝트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나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하는 약속을 지켜야 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함께 놀아준다는 약속도 지켜야 한다”며 가족과 조우한 기쁨을 나타냈다.

드라마제작자협회, 박신양 출연정지·제작사 편성 금지 요청
네티즌 ‘배우 죽이는 강도’ vs ‘박신양 지나친 욕심과 자만’


이어 “드라마를 본 아이들이 바닥에 엎드려서 그림을 그리는 흉내를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하는 일이 절대로 무책임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드라마제작사협회가 자신에 대한 무기한 출연 정지를 의결한 것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매년 혹독하고 긴 시간들이 지나면 어김없이 들판에는 꽃들이 피어났다”며 “그 꽃은 노란 민들레였다. 노란 민들레가 빨리 많이 피었으면 좋겠다”고 최근 자신의 심경을 돌려 말했다.
드라마 제작 위기론 속에서 박신양의 고액 출연료 파문이 맞물려 업계에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단 박신양에 대한 조치는 확실히 고액 몸값을 받은 스타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듯하다. 박신양의 사례를 토대로 앞서 방송사에서 호소한 출연료 1500만원 상한선과 비슷하게 스타들이 파격적인 몸값 낮추기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못된 사랑>에서 회당 5000만원을 받은 권상우는 박신양 파문 이후 차기작 <신데렐라맨>에서 1500만원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제대 후 첫 드라마인 <카인과 아벨>에서 회당 3000만원을 받기로 했던 소지섭도 2000만원으로 몸값을 낮췄다. 현재 방영 중인 <에덴의 동쪽>에 출연하는 송승헌은 회당 7000만원에서 50% 삭감해 3500만원만 받기로 했다.
내년 방영 예정인 <선덕여왕>의 고현정, <친구, 못 다 한 이야기>의 현빈, 김민준 등 톱스타들의 출연료 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타들은 드라마 위기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몸값 낮추기에 동참한다고 한다. 불황을 겪고 있는 드라마제작사협회와 방송사가 한 목소리로 스타들의 몸값 낮추기에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몸값 낮추기는 표면적으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제작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고, 생계 위협을 받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스타 출연료와 제작비를 낮추면 저예산 드라마 시스템이 구축돼 드라마의 다양성을 찾을 수 있다”며 “방송사 쪽과 출연료 상한제 등 필요한 조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출연료를 둘러싼 제작사와 소속사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드라마 산업 위기를 타개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형 매니지먼트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 산업이 위기라는 사실엔 공감한다. 하지만 최근 논란은 일부 톱스타와 잘못된 관행을 가진 소속사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 방송관계자도 “당장 톱스타들과 소속사, 드라마 제작사들이 심리적 위축은 되겠지만 부풀려지고 왜곡된 드라마 제작 관행과 제작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방송사와 제작사가 추진 중인 출연료 상한제나 등급제 재조정 등의 조처가 실제로 잘 지켜질지, 또 이를 통해 드라마 제작비의 거품을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톱스타를 기용하려고 특정 제작사가 업계 관행보다 많은 출연료를 지급하는 ‘이면계약’을 한다 해도 이를 일일이 규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00여 개에 이르는 제작사들 가운데 37개 회원사를 대표하는 제작사협회가 법적으로 다른 제작사들을 감시하거나 규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한정된 방송 시간을 따내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제작사들 가운데 단 한 곳이라도 약속을 깨고 거액 출연료를 지불해 방송사의 편성을 따낸다면 그나마 제작사협회의 자구책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방송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제작사를 관리한 사례들도 있어 불공정 거래가 사라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상대를 규제하고 퇴출시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 각자가 자신의 원칙을 만들고 합의해 나가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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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