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톡톡 튀는 이색 마케팅 장안의 화제

스포츠에 엔터테인먼트까지 “뭐든 튀어야 산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튀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TV, 라디오,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들이 각종 제품에 대한 무수한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당연히 딱딱한 제품 설명식의 전통적인 광고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다보니 세계의 기업들은 최근 약속이라도 한듯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나 브랜드 이미지 광고, 스포츠 마케팅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광고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최근 이런 흐름에 발맞춰 이색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광고
이렇게 달라졌어요”

현대기아차에 대한 기존의 인식은 ‘딱딱하고 정형화된’, 어찌 보면 ‘지루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였다. 또 과거의 자동차 광고들을 봐도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길만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10여년 사이에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급부상한 현대기아차는 그 위상만큼이나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지난해 해외에서 큰 이슈를 만들어 낸 CUV 벨로스터의 광고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의 바이럴마케팅 기업이 제작한 이 광고는 저승사자가 등장하고 교통사고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포함돼 다소 ‘잔인하다’는 이유로 독일 내에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광고는 좌우 비대칭 3도어 차량인 벨로스터의 특징을 절묘하게 표현해 화제가 됐다.

현대기아차, 이색 광고로 세계인 관심 한몸에 받아
현대차, 헐리우드 영화 주연…기아차, 출시전 노출

기아차도 국내 최초의 박스카인 쏘울의 광고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9년부터 귀여운 햄스터가 등장하는 광고를 시리즈물로 내놓아 젊은 층들을 공략한데 이어 지난 한 해를 휩쓴 셔플댄스 열풍을 활용, 햄스터들이 셔플댄스를 추는 코믹한 광고로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광고는 실질적인 매출 실적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기아차 쏘울는 지난 2011년 미국 시장에서 10만 2267대를 판매, 2010년 대비 52.4%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또 지난 3월 전세계 1억명이 시청하는 미국 NFL슈퍼볼에서 현대기아차가 선보인 5편의 광고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중에서 치타와 경주를 펼치는 내용을 담은 현대차의 벨로스터 터보 광고는 미국 슈퍼볼 경기 방송에 집행된 55개 광고 중 선호도 7위, 자동차 광고로는 2위에 선정됐다. 기아차의 K5 광고도 전체 12위를 차지했고, 신형 제네시스 쿠페의 광고도 15위에 선정됐다.

현대 기아차는 슈퍼볼 광고의 영향을 톡톡히 봤다. 현대차 벨로스터는 3월 미국시장에서 3240대를 판매해 전월(2월) 대비 무려 91.4%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기아차 K5 역시 지난 3월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월 판매 1만5000대를 돌파했다.


영화관에 이어
안방까지 공략

최근 여러 기업들이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서 드라마나 영화 등에 제품을 노출시키는 PPL(Pruduct Placement)을 통해 자사의 제품을 알리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다양한 PPL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등에 제품을 등장시켜 세계시장에 현대기아차를 알리고 있다. 과거엔 도로 위를 달려 지나가거나 정차되어 있는 장면 등 아주 짧은 순간에 잠깐 스쳐지나가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0월 개봉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차로 현대차 제네시스가 등장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톰 행크스 주연의 <천사와 악마>에 싼타페, 짐 캐리 주연의 <예스맨>에 NF쏘나타와 프라이드가 등장한 바 있으며, 지난 2008년에는 미국의 인기 드라마 <24>와 <더 유닛>에 제네시스가 등장했고,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슈프리머시>에는 EF쏘나타가 5분간 쉬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또 최근 미국 케이블 채널 AMC의 최고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 시즌 2>에서 현대차 투싼ix가 주인공이 이용하는 차량으로 여러 차례 비중 있는 장면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영화보다는 주로 드라마를 통해서 PPL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이미 출시된 차가 아니라 출시 전에 TV를 통해서 먼저 제품을 노출시켜 소비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기아차는 2010년 KBS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 당시 막 출시된 스포티지R을 등장시켜 주목을 받았고, 2009년 방송된 KBS의 <아이리스>에서는 극중 주인공인 이병헌의 차로 출시 전인 K7을 등장시켜 신차 붐 조성에 기여했다.

기아차는 또 5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기아차 최초의 후륜구동 프리미엄 세단인 K9을 출시 전부터 SBS 드라마 <패션왕>에 등장시켰다. 기아차는 출시 전부터 K9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K9의 모습을 공개, 신차 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기배우 이민호가 주인공을 맡은 <씨티헌터>에서 주인공의 차로 벨로스터를 등장시켜 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 방영 이후 벨로스터는 하루 평균 계약대수가 140여대에 이르는 등 드라마 방영 전과 비교해 계약대수가 50%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한 PPL외에도 각종 쇼프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 등 다양한 TV프로그램에 차량을 노출시키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K-POP스타>에는 현대차 i40와 i30가 등장하고, <런닝맨> <무한도전> <1박2일> 등 오락 프로그램에도 현대기아차의 다양한 차량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안방을 공략하고 있다.


이색 런칭쇼에
엔터테인먼트 가미

이색적인 광고나 PPL도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지만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한 발 더 나아가 이색적인 신차 출시 행사를 통해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개념 PUV 벨로스터 출시행사를 시작으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신차 출시 행사를 선보이며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앞 특설무대에서 국내외 유명 DJ, 가수, 탤런트 등 대형스타들을 초청해 ‘벨로스터 런칭 오프닝쇼’를 개최했다.

이날 오프닝쇼에는 국내 유명 DJ 아리카마(ARIKAMA)와 인기 가수 싸이의 공연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일렉트로닉 뮤직페스티벌에서 인기리에 활동 중인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DJ 칼 콕스(Carl Cox)의 공연이 펼쳐졌다.

유명연예인 초대하는 등 이색 론칭쇼로 젊은 층 공략
현대차, 축구·골프…기아차, 야구·농구·테니스 후원해

현대차의 이색적인 신차 출시 행사는 2012년에도 이어졌다. 7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국내 대표적인 SUV차량인 싼타페는 지난 19일 인천 송도 왕복 8차선 도로인 ‘하모니로’에서 보도발표회를 가졌다. 그리고 지난 21일에는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런칭 페스티벌 ‘런서트’를 진행했다.

마라톤과 콘서트를 결합한 형태의 이색적인 행사로 구성된 이날 행사에서는 현대차는 행사장에 ‘싼타페 광장’을 마련, 신형 싼타페 전시 및 모델들과의 포토타임을 진행하고 고객들이 직접 시승을 해 볼 수 있는 체험존을 운영해 참가자들에게 싼타페의 상품성을 알렸다. 또 세븐, 2NE1, 티아라, 신화 등 K-POP스타들이 총출동해 신나고 역동적인 무대를 선사해 고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포츠 마케팅은
계속 된다 ‘쭈욱~’

이미 현대기아차의 이색 마케팅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스포츠 마케팅 역시 기업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스포츠 마케팅은 각각 영역을 나눠 진행돼 각 브랜드의 특성을 대변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대차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한 스포츠인 축구와 고급 브랜드로서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골프에 집중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으며, 기아차는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농구, 테니스 등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해 6월 개막된 ‘2011 FIFA 여자 월드컵’에 대회 공식 차량을 지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로 2012 본선 조추첨 행사에 차량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유로 2012 스포츠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골프를 이용한 스포츠 마케팅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년 국내외의 다양한 골프대회를 개최 및 후원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골프대회 중 최대규모이면서 유일한 유러피언투어 골프대회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후원한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함께 참여하는 스포츠 마케팅 이외에도 미국 프로농구(NBA), 테니스 등을 적극 후원하며,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기아차 미국법인은 1월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후원계약을 체결하는 등 총 13개 구단을 후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신인왕 블레이크 그리핀을 글로벌 홍보대사로 임명한 바 있다.

또한 유명 테니스 스타인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킴 클리스터(벨기에)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호주 오픈 대회를 지난 2002년부터 11년 연속 메이저 스폰서로 참여해 기아차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특히 2011년 대회는 전세계 160여 개 국가로 중계되어 연인원 10억 명 이상이 시청하고, 기아차는 약 6천여 시간 동안 브랜드 로고 노출을 통해 미화 7억 달러 상당의 홍보효과를 본 것으로 자체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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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