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차기 당권 치열한 ‘3파전’ 막전막후

‘정권교체’ 막중한 과제 놓고 박지원?이해찬?문희상 ‘충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총성 없는 4?11 전쟁이 막을 내렸다. 민주통합당은 사실상 판정패 당하며 몸살을 앓는 모양새다. 그간 정부여당의 악재와 야권연대에도 새누리당에 과반의석을 내주면서다. 민심에 칼바람 맞고 책임론에 휩싸인 한명숙 전 대표는 조기 낙마하며 불명예 퇴진한 상태다. 한시적인 문성근 대표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한 민주당은 이제 새로운 체제정비를 서둘러야 할 입장이다. 대선이 불과 8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권교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띤 차기 당권의 특급 지휘봉은 과연 누가 잡게 될까.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4?11 총선에서 민심에 판정패 당했다. 총선패배 책임론에 휩싸인 한명숙 전 대표는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전열 재정비에 들어간 민주당은 차기 당권을 향해 발걸음이 빨라지는 양상이다. 총선패배를 빨리 털어내고 대선정국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정권교체를 일궈내기 위해 서둘러 당을 추스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당대회 앞두고
계파갈등 극심

차기 지도부는 12?19 대선까지 당권을 쥐게 된다. ‘킹메이커’로 대선의 교두보 역할을 원활하게 해야 정권교체라는 막중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 때문에 대권과 직결되는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계파 간의 이합집산과 상호비방 등 기싸움 속에서 당내 분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는 이 같은 당내 계파 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제세력을 아우르는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대야공세를 효율적으로 막아내고 대여공세를 활발히 펼칠 수 있는 강인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당개혁을 통해 특정계파의 요직독점이라는 계파정치를 희석시켜야 하고, 대선을 앞두고 지역주의의 한계를 벗는 것도 풀어야할 숙제다. 또한 총선패배로 민심의 칼바람 맞은 상황이기에 민심을 되돌릴 묘수를 마련해야 할 중대한 임무도 주어졌다.

한 전 대표 사퇴 이후 비대위체제로 갈 것이냐 권한대행체제로 갈 것이냐를 둘러싸고 자중지란에 빠졌던 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당 수습 방안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3주간 문성근 대표 대행 체제 ▲5월4일 원내대표 구성과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6월9일 임시전당대회를 통한 당 지도부 구성의 일정표를 마련한 상태다.


전당대회 시간표가 발표되자 벌써부터 내부에서는 계파 간의 갈등이 꿈틀대는 모습이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놓고 비노계가 친노계를 공격하는 양상이다. 특히 현 지도부의 총사퇴와 더불어 현 지도부의 차기 당권 도전에 제재를 가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이는 19대 총선 이후 최대 계파로 떠오른 친노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벌써부터 가열되는 민주 전대불판…물밑경쟁 치열
대권 교두보 역할 당권 두고 계파간의 갈등 심화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기 당 대표직은 친노와 비노 진영 간의 힘겨루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 대표 경선까지는 아직 2개월여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시적인 후보군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계파별 대표주자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친노의 거목인 이해찬 상임고문과 호남의 터줏대감인 박지원 최고위원, 그리고 5선 관록의 문희상 의원의 불꽃 튀는 3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충청권을 비롯한 중원의 맹주로 떠오른 이 고문은 친노의 거목으로 친노계의 당권 후보 1순위로 거론된 상태다. 이 고문은 특히 다양하고 풍부한 국정경험과 과거 대선 승리경험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이 고문은 당내에서 기획통으로 불리며 경륜과 지략 등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당 대표가 킹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고문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게다가 30명이 넘는 친노계 인사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했다는 점도 이 고문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친노계에 맞서 구민주계와 호남의 상징적 인물인 박지원 최고위원도 이번 당권의 유력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먼저 박 최고위원은 위기관리에 능한 리더십과 국정운영 경험 등이 장점이다.

친노 선거 책임론
비노 입지 열릴 것


그는 특히 여당과 각을 세워 대적하는 ‘저격수’의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고령이지만 젊은 정치인들보다 파이팅이 넘치고 풍부한 카리스마도 강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을 이끌었던 전력이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또 호남향우회 등 구민주계를 중심으로 한 박 최고위원의 지지세력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친노로 분류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친노도 비노도 아닌 5선 관록의 문희상 의원 역시 당권주자의 물망에 올리고 있다. 문 의원의 경우 열린우리당 시절 당의장과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한 경륜에 5선의 관록까지 더해진 것이 최대 강점이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수도권 대표론이 꾸준히 제기된 상태인데다, 야권은 이번 총선 수도권 승리의 여세를 대선까지 몰고가야 한다는 분위기다. 문 의원은 경기지역서 내리 5선에 성공한 만큼 수도권 후보로는 최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총선의 패배가 친노 진영의 책임으로 본다면 비노 진영에서 입지를 확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김한길 당선자 등도 당권 후보에 거론되고 있다.

18대 총선에 불출마했다가 이번에 4선에 성공한 김 당선자도 당 대표 도전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당선자는 계파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두 번의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친노·비노 경쟁과 별도로 486그룹 등 당내 소장파들은 대선 승리를 위해 젊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486그룹은 일찌감치 우상호 당선자를 당 대표 후보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노?비노에서 벗어나 당이 젊어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40대 박용진 대변인도 노동계 등 당내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바탕으로 출마를 검토 중이다. 민주당 내 서울 최고 득표율(61.9%)을 기록한 박영선 전 최고위원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 후보로 모두 거론되며 도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태다.

‘친노 VS 비노’ 구도로 갈 경우 이해찬 가장 유력
김한길?우상호?박영선?박용진도 물망에 오르락내리락

특히 전당대회에 앞서 전대까지 당을 이끌 원내대표 선출에도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원내대표 경선이 대선후보 경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며 계파 간의 세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높아지면서다. 때문에 각 계파들은 원내대표 후보로 누굴 세울지도 고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기보다는 새누리당처럼 대선주자가 직접 당권을 쥐고 가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대선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까지 틀어쥐며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과반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저력을 똑똑히 지켜봤다.

이에 문성근 대표 대행은 “박근혜 위원장이 독재의 효율성을 잘 살린 선거를 했고, 우리는 (대선 주자가 빠진) 당권 중심의 선거를 했다는 점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당권과 대권은 합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대선정국 접수할
지휘봉 누구에게?

민주당이 당ㆍ대권 분리조항을 삭제하거나 새누리당처럼 비대위체제라는 예외를 둔다면 당장 6월9일 전당대회에서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 등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 수 있다. 때문에 당권경쟁은 전혀 새로운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구도의 경우 민주당 당권은 특히 ‘안철수 변수’에 따라 크게 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태다.

총선 패배와 한명숙 체제 붕괴 이후 차기 당권을 놓고 계파 간 혈전이 불가피한 민주당은 사실상 예비 전쟁에 돌입한 상태이다. 아직까지는 서로 간에 탐색전을 벌이는 양상이지만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를 당권전쟁의 결과에 따라 12월 대권의 향배도 상당히 달라질 전망이다.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막중한 임무를 띤 차기 당권의 지휘봉은 과연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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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