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사건으로 본] 대한민국 토막살인 총정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4.17 11: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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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질을 시작했어, 비명이 새어 나가지 않게…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일종의 선진국형 범죄라는 ‘묻지마 살인’이 우리나라에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이 말해주듯 외력에 의한 죽음, 즉 살인은 다양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살인행각은 사후처리문제를 낳게 된다. 사체가 범인을 검거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 이에 많은 증거를 담고 있는 사체에 대한 처분이 많은 범죄자들의 숙제로 남았고, 이는 결국 토막 살인으로 이어져 왔다. 세상에서 가장 극악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토막살인. 날로 흉포해지는 대한민국의 토막 살인을 총망라했다.

오원춘(42). 경기도 수원시 20대 여성의 사체를 280여 조각으로 나눈 희대의 살인범이다. 수십 년간 범죄 현장을 지켜봐온 현장관계자들과 범죄 심리 전문가들도 이렇게 참혹한 광경은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범행 수법은 처참했다.

때문에 그가 무엇 때문에 이처럼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과거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엽기적인 토막 살인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토막 살인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토막 살인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은 부인이 남편을 두 토막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2년 3월 23일 용강군 지문면 문성리에서 부인 정성녀(35)씨가 동침 중이던 자신의 남편의 목을 찍어 죽이고 사체를 두 토막 낸 사건.

당시 정씨는 사체 옆에 앉아서 태연히 바느질을 하다가 자수하였으며,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형랑 구형시 정씨의 언행을 근거로 삼아 정신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후 다시 토막 살인이 이슈화된 시점은 1990년대 이후다. 1990년 4월 15일 인천에서 동거녀를 토막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정영규(32)씨는 동거 중이던 박문숙(36)씨와 심하게 다툰 뒤 잠자는 박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달아났다. 그로부터 3일 뒤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쇠톱 등으로 시신을 토막 내 비닐포대에 넣은 뒤 부엌 연탄 옆에 숨겨놓고 달아났다. 

1997년 9월 4일 대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정자(33·여)씨는 자신의 집에서 동거 중이던 우성철(38)씨와 심하게 다툰 뒤 우씨가 잠들자 목 졸라 살해했다. 김씨는 우씨의 시체를 토막 낸 뒤 아이스박스에 넣어 5일 동안 보관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하다 자수했다. 

자신의 회사 여경리를 토막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1998년 11월 10일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유령회사를 운영하던 박래용(43)씨는 여자 경리의 재정보증금을 노리고 목 졸라 살해했다. 박씨는 쇠톱 등으로 시신을 네 토막 낸 뒤 머리와 양손은 인근 야산에 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잡고 흔든
엽기 토막살인사건

2000년대 부터 토막 살인은 그 대상과 살해이후 사체절단 등에서 더 잔혹하게 진화했다. 2000년 5월 21일 경기도 과천에서는 ‘친부모 토막살해’라는 패륜범죄가 발생해 전국이 큰 충격에 빠졌던 적이 있다.

세칭 일류대에 다니던 이은석(24)씨는 가정에 무관심한 아버지, 신경질적이고 이유 없이 학대하는 어머니, 부모의 애정을 독차지하는 형에 대한 불만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

21일 새벽 이씨는 만취한 상태에서 둔기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이어 아버지를 살해했다. 이씨는 살해 후 아버지를 10토막, 어머니를 11 토막을 내고 내장이 너무 많아 부피를 줄이려고 가스레인지에 넣어 태우려고 했으나 잘 타지 않자 꺼내어 비닐봉투에 따로 담은 뒤 집 근처 중앙공원 쓰레기통 등 10여 곳에 내다버렸다.


2003년 인천에선 헤어진 애인의 남자친구를 닮았다는 이유로 20대 남자를 살해한 뒤 자신들이 성폭행한 여성이 보는 앞에서 시체를 토막 낸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구치소 동기인 민모(27)씨와 강모(25)씨는 2003년 1월 11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 구 버스터미널 앞에서 자가용 영업 운전기사 오모(26)씨를 만나 강릉으로 가던 중 오씨의 승용차를 뺏고 오씨를 트렁크에 감금했다.

1932년 국내 첫 토막 살인부터 ‘수원 토막살인’까지
‘두 토막’에서 ‘280여 조각’으로 잔혹하게 진화

오씨를 데리고 인천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다음날 오전 오씨가 탈출을 시도한데다 강씨 전 애인의 남자친구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주먹과 둔기로 마구 때려 살해했다.

이어 이들은 13일 오후 인천의 한 화상채팅방에서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정모(32·여)씨를 월미도에서 만나 납치한 뒤 5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250만원을 빼앗았다.

특히 이들은 정씨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15일 오전 4시께 집에 보관 중이던 오씨 시체를 꺼내와 정씨가 보는 앞에서 20여 개로 토막 내고 사진을 찍은 뒤 "너도 토막살인 공범이니 신고 할 테면 해봐라"며 엽기 행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7월 29일 경남 마산에서는 모녀가 남편이자 아버지를 토막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인 고모(55)씨와 정형외과 간호사이던 딸 손모(26)씨는 29일 오후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죽인다"며 흉기로 위협하는 손모(53)씨의 흉기를 빼앗아 살해했다.

이후 완전 범죄를 노려 집안 욕실에서 사체를 10등분으로 토막 낸 뒤 팔 등 일부 사체토막은 집근처 공원에, 머리 부분 등은 범행 다음날 렌터카를 이용해 야산에 각각 유기했다. 특히 이들은 사체가 발견되더라도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사체의 손가락에서 지문을 도려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2005년 6월 17일에는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집 안에 묻어 숨겨두고 3년간 함께 지내다가, 내연녀까지 살해한 인면수심의 6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목수 일을 하던 권모(66)씨는 2002년 10월 28일 집 뒤편 목공소에서 아내 손모(58)씨와 도박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손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안방 바닥을 파고 시신을 묻었다.

이어 2003년 1월에는 집 보수공사를 하면서 아내의 시신을 토막 내 안방과 거실 현관 쪽에 각각 묻었고, 당시 아내를 살해한 뒤 가출신고를 하고 3년 동안 시신이 묻혀있는 집에서 혼자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경악케 했다.


범행을 은폐해오던 권씨는 빌린 돈 1억여 원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연관계이자 친구인 부인인 서모(63)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2006년에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토막살인 한 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2006년 10월 2일 경기도 고양시에선 바람난 아내와 이혼을 협의하다 홧김에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바다와 강 등에 유기한 김모(47)씨가 붙잡혔고, 2006년 10월 11일에는 강화도의 한 포구 근처에선 훼손된 시신의 일부가 발견됐는데 이 역시 4번이나 바람피운 아내를 눈감아 주었지만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토막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에도 토막 살인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공공시설인 지하철역에 연인이던 여성의 토막시신을 유기했던 안산 토막살인 사건, 일산 육군 중사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토막 살해한 사건, 현직 목사가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뒤 토막 낸 사건, 미혼모가 자신의 아이를 질식사 시킨 뒤 토막 내 화장실 변기에 버린 사건 등 이다.

토막 살인을 자행한
기막힌 이유는?

그렇다면 왜 이렇게 끔찍한 토막 살인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걸까. 이에 앞서 살인자들의 살해 대상과 동기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살인범에 대한 감정사례를 분석한 정신의학자의 연구논문을 보면 살해대상자는 부모, 형제, 친척, 이웃 등으로 자신과 보다 가까운 대상이 선택되며 아주 낯선 대상이 선택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낯선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주 낯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망상과 유관한 대상이기 때문에 아주 무관한 대상만은 아니 라는 것. 예를 들면 가정 내 살인인 경우가 57%, 지인간이 32%, 무지인(면식이 없는)이 11%라고 한다.

2000년대 이후 발생했던 과천 친부모 토막 살인사건, 또는 마산 모녀 토막살인 사건 등이 적합한 예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안전을 방해하면 그 방해물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무의식이 잠재되어 있는데 그러한 충동, 격정, 억압된 감정이 어느 땐가는 표출된다.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람들은 질투와 반감 미움 그리고 분노와 함께 공포에 이르게 된다. 가정이 사랑의 보금자리가 아닌 ‘지긋지긋한 곳’이라던 친부모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이씨의 범행 동기가 그랬고, 수십 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마산 토막살인 사건의 두 모녀 역시 같았다.

그러나 최근엔 살해 대상자가 불특정 다수가 되거나 특별한 동기 없는 살인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은 가해자ㆍ피해자가 발견되지 않거나 혹은 범죄 상황이 복잡한 요소들로 둘러싸여 그 원인을 결정지을 수 없는 완전히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살인이며, 이유 없는 살인이라고도 한다.

지난 1일 발생한 수원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적합한 예이다. 이 같은 살인범들이 나타내는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냉담하고 무감각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예로 오원춘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태연한 얼굴로 시신을 나눠 담을 까만 봉투를 구하러 다녔다는 것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여성이 재수가 없었던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남편·애인·동거녀·여경리 등 주변서 불특정 다수로
왜 토막살인인가, “단순 운반 목적…쾌락 느끼기도”

결과적으로 이렇게 벌어진 살인이 잔혹한 토막 살인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시체를 처리해야하는 가장 큰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토막 살인이 이뤄지면 토막 난 사체를 찾아내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그렇다보니 일부 살인자들은 사체절단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토막 살인이 미제 사건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토막살인 이라는 그 범죄 행위 자체에 관심이 집중되어 무조건 피의자를 엽기적인 살인마라든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로 매도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토막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범인이 포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체를 주위 사람들 몰래 처리하기 위해 토막을 낸다는 것이 수사관들의 공통된 진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싸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 유영철처럼 시신을 자르면서 흥분을 느끼는 쾌락살인을 느끼는 자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론 토막살인 이라는 범죄행위 그 자체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토막 살인이 왜 발생하였는가, 토막 살인한 범죄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왜'라는 물음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범인, 아니 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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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