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사건으로 본] 대한민국 토막살인 총정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4.17 11: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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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질을 시작했어, 비명이 새어 나가지 않게…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일종의 선진국형 범죄라는 ‘묻지마 살인’이 우리나라에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이 말해주듯 외력에 의한 죽음, 즉 살인은 다양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살인행각은 사후처리문제를 낳게 된다. 사체가 범인을 검거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 이에 많은 증거를 담고 있는 사체에 대한 처분이 많은 범죄자들의 숙제로 남았고, 이는 결국 토막 살인으로 이어져 왔다. 세상에서 가장 극악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토막살인. 날로 흉포해지는 대한민국의 토막 살인을 총망라했다.

오원춘(42). 경기도 수원시 20대 여성의 사체를 280여 조각으로 나눈 희대의 살인범이다. 수십 년간 범죄 현장을 지켜봐온 현장관계자들과 범죄 심리 전문가들도 이렇게 참혹한 광경은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범행 수법은 처참했다.

때문에 그가 무엇 때문에 이처럼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과거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던 엽기적인 토막 살인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토막 살인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토막 살인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은 부인이 남편을 두 토막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32년 3월 23일 용강군 지문면 문성리에서 부인 정성녀(35)씨가 동침 중이던 자신의 남편의 목을 찍어 죽이고 사체를 두 토막 낸 사건.

당시 정씨는 사체 옆에 앉아서 태연히 바느질을 하다가 자수하였으며,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형랑 구형시 정씨의 언행을 근거로 삼아 정신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후 다시 토막 살인이 이슈화된 시점은 1990년대 이후다. 1990년 4월 15일 인천에서 동거녀를 토막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정영규(32)씨는 동거 중이던 박문숙(36)씨와 심하게 다툰 뒤 잠자는 박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달아났다. 그로부터 3일 뒤 집으로 돌아온 정씨는 쇠톱 등으로 시신을 토막 내 비닐포대에 넣은 뒤 부엌 연탄 옆에 숨겨놓고 달아났다. 

1997년 9월 4일 대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정자(33·여)씨는 자신의 집에서 동거 중이던 우성철(38)씨와 심하게 다툰 뒤 우씨가 잠들자 목 졸라 살해했다. 김씨는 우씨의 시체를 토막 낸 뒤 아이스박스에 넣어 5일 동안 보관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하다 자수했다. 

자신의 회사 여경리를 토막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1998년 11월 10일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유령회사를 운영하던 박래용(43)씨는 여자 경리의 재정보증금을 노리고 목 졸라 살해했다. 박씨는 쇠톱 등으로 시신을 네 토막 낸 뒤 머리와 양손은 인근 야산에 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잡고 흔든
엽기 토막살인사건

2000년대 부터 토막 살인은 그 대상과 살해이후 사체절단 등에서 더 잔혹하게 진화했다. 2000년 5월 21일 경기도 과천에서는 ‘친부모 토막살해’라는 패륜범죄가 발생해 전국이 큰 충격에 빠졌던 적이 있다.

세칭 일류대에 다니던 이은석(24)씨는 가정에 무관심한 아버지, 신경질적이고 이유 없이 학대하는 어머니, 부모의 애정을 독차지하는 형에 대한 불만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

21일 새벽 이씨는 만취한 상태에서 둔기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이어 아버지를 살해했다. 이씨는 살해 후 아버지를 10토막, 어머니를 11 토막을 내고 내장이 너무 많아 부피를 줄이려고 가스레인지에 넣어 태우려고 했으나 잘 타지 않자 꺼내어 비닐봉투에 따로 담은 뒤 집 근처 중앙공원 쓰레기통 등 10여 곳에 내다버렸다.

2003년 인천에선 헤어진 애인의 남자친구를 닮았다는 이유로 20대 남자를 살해한 뒤 자신들이 성폭행한 여성이 보는 앞에서 시체를 토막 낸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구치소 동기인 민모(27)씨와 강모(25)씨는 2003년 1월 11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 구 버스터미널 앞에서 자가용 영업 운전기사 오모(26)씨를 만나 강릉으로 가던 중 오씨의 승용차를 뺏고 오씨를 트렁크에 감금했다.

1932년 국내 첫 토막 살인부터 ‘수원 토막살인’까지
‘두 토막’에서 ‘280여 조각’으로 잔혹하게 진화

오씨를 데리고 인천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다음날 오전 오씨가 탈출을 시도한데다 강씨 전 애인의 남자친구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주먹과 둔기로 마구 때려 살해했다.

이어 이들은 13일 오후 인천의 한 화상채팅방에서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정모(32·여)씨를 월미도에서 만나 납치한 뒤 5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고 250만원을 빼앗았다.

특히 이들은 정씨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15일 오전 4시께 집에 보관 중이던 오씨 시체를 꺼내와 정씨가 보는 앞에서 20여 개로 토막 내고 사진을 찍은 뒤 "너도 토막살인 공범이니 신고 할 테면 해봐라"며 엽기 행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7월 29일 경남 마산에서는 모녀가 남편이자 아버지를 토막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인 고모(55)씨와 정형외과 간호사이던 딸 손모(26)씨는 29일 오후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죽인다"며 흉기로 위협하는 손모(53)씨의 흉기를 빼앗아 살해했다.

이후 완전 범죄를 노려 집안 욕실에서 사체를 10등분으로 토막 낸 뒤 팔 등 일부 사체토막은 집근처 공원에, 머리 부분 등은 범행 다음날 렌터카를 이용해 야산에 각각 유기했다. 특히 이들은 사체가 발견되더라도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사체의 손가락에서 지문을 도려내는 치밀함을 보였다.

2005년 6월 17일에는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집 안에 묻어 숨겨두고 3년간 함께 지내다가, 내연녀까지 살해한 인면수심의 6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목수 일을 하던 권모(66)씨는 2002년 10월 28일 집 뒤편 목공소에서 아내 손모(58)씨와 도박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손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안방 바닥을 파고 시신을 묻었다.

이어 2003년 1월에는 집 보수공사를 하면서 아내의 시신을 토막 내 안방과 거실 현관 쪽에 각각 묻었고, 당시 아내를 살해한 뒤 가출신고를 하고 3년 동안 시신이 묻혀있는 집에서 혼자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나 주위를 경악케 했다.

범행을 은폐해오던 권씨는 빌린 돈 1억여 원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연관계이자 친구인 부인인 서모(63)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2006년에는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토막살인 한 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2006년 10월 2일 경기도 고양시에선 바람난 아내와 이혼을 협의하다 홧김에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바다와 강 등에 유기한 김모(47)씨가 붙잡혔고, 2006년 10월 11일에는 강화도의 한 포구 근처에선 훼손된 시신의 일부가 발견됐는데 이 역시 4번이나 바람피운 아내를 눈감아 주었지만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토막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에도 토막 살인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공공시설인 지하철역에 연인이던 여성의 토막시신을 유기했던 안산 토막살인 사건, 일산 육군 중사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토막 살해한 사건, 현직 목사가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뒤 토막 낸 사건, 미혼모가 자신의 아이를 질식사 시킨 뒤 토막 내 화장실 변기에 버린 사건 등 이다.

토막 살인을 자행한
기막힌 이유는?

그렇다면 왜 이렇게 끔찍한 토막 살인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걸까. 이에 앞서 살인자들의 살해 대상과 동기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살인범에 대한 감정사례를 분석한 정신의학자의 연구논문을 보면 살해대상자는 부모, 형제, 친척, 이웃 등으로 자신과 보다 가까운 대상이 선택되며 아주 낯선 대상이 선택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낯선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주 낯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망상과 유관한 대상이기 때문에 아주 무관한 대상만은 아니 라는 것. 예를 들면 가정 내 살인인 경우가 57%, 지인간이 32%, 무지인(면식이 없는)이 11%라고 한다.

2000년대 이후 발생했던 과천 친부모 토막 살인사건, 또는 마산 모녀 토막살인 사건 등이 적합한 예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안전을 방해하면 그 방해물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무의식이 잠재되어 있는데 그러한 충동, 격정, 억압된 감정이 어느 땐가는 표출된다.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람들은 질투와 반감 미움 그리고 분노와 함께 공포에 이르게 된다. 가정이 사랑의 보금자리가 아닌 ‘지긋지긋한 곳’이라던 친부모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이씨의 범행 동기가 그랬고, 수십 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마산 토막살인 사건의 두 모녀 역시 같았다.

그러나 최근엔 살해 대상자가 불특정 다수가 되거나 특별한 동기 없는 살인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은 가해자ㆍ피해자가 발견되지 않거나 혹은 범죄 상황이 복잡한 요소들로 둘러싸여 그 원인을 결정지을 수 없는 완전히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살인이며, 이유 없는 살인이라고도 한다.

지난 1일 발생한 수원토막살인 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적합한 예이다. 이 같은 살인범들이 나타내는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냉담하고 무감각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예로 오원춘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태연한 얼굴로 시신을 나눠 담을 까만 봉투를 구하러 다녔다는 것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여성이 재수가 없었던 탓’으로 돌리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남편·애인·동거녀·여경리 등 주변서 불특정 다수로
왜 토막살인인가, “단순 운반 목적…쾌락 느끼기도”

결과적으로 이렇게 벌어진 살인이 잔혹한 토막 살인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시체를 처리해야하는 가장 큰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토막 살인이 이뤄지면 토막 난 사체를 찾아내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그렇다보니 일부 살인자들은 사체절단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토막 살인이 미제 사건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토막살인 이라는 그 범죄 행위 자체에 관심이 집중되어 무조건 피의자를 엽기적인 살인마라든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로 매도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토막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범인이 포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체를 주위 사람들 몰래 처리하기 위해 토막을 낸다는 것이 수사관들의 공통된 진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싸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 유영철처럼 시신을 자르면서 흥분을 느끼는 쾌락살인을 느끼는 자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론 토막살인 이라는 범죄행위 그 자체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토막 살인이 왜 발생하였는가, 토막 살인한 범죄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왜'라는 물음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범인, 아니 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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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