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⑧ 정치야망 드러낸 경제인 성적표

국회 간 회장님…회사로 돌아간 회장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4·11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이번 19대 총선에선 기업 출신 후보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특히 중량감 있거나 상징적인 인물 영입은 없었다. 경제계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18대 총선과는 딴판이다. 이는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성장’ 아젠다가 사라지며 경제계 출신 인사들이 등원할 여지가 줄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공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건 여야를 합쳐 모두 20여 명. 이들은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분석해봤다.

종전 비해 상대적으로 중량감 있는 후보 많지 않아
여야 경제민주화 내세우면서 등원여지 줄었다 평가

4·11 총선이 종료됐다. 이번 총선에선 경제인 출마자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경제’와 ‘복지’가 이번 총선 최고 화두인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종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량감 있는 후보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 기업인 출신들은 그다지 선전하지 못했다. 많은 기업인 출신 예비후보가 공천을 신청했지만 줄줄이 낙천자가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행 티켓을 손에 쥔 이들은 새누리당 10명, 민주통합당 7명, 자유선진당 1명, 무소송 1명 등이었다.

지난 총선에 비해
중량감 후보 적어

먼저 새누리당이 내세운 후보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서울 동작을) ▲김호연 새누리당 의원(충남 천안을)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울산 북구)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성남 분당을)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충북 보은·옥천·영동) ▲유경희 유한콘크리트산업 대표(서울 도봉갑) ▲권은희 헤리트 대표(대구 북구갑) ▲강은희 위니텍 대표(비례 5번) ▲조현룡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최연혜 전 철도공사 부사장(새누리당, 대전 서구을) 등이다.


이에 맞서 민주통합당은 ▲이계안 민주통합당 의원(서울 동작을)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부산 남구갑)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대표(서울 서초갑)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전주 완산을)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충북 보은·옥천·영동) ▲차영 전 KT 마케팅 전문임원(서울 양천갑) ▲배영애 전 동도백화점 대표(경북 김천) 등을 내세웠다. 또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유선진당에서, 석호익 전 KT 부회장(경북 고령·성주·칠곡)이 무소속으로 각각 출마했다.

새누리당 후보 가운데서는 모두 7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그 중 가장 중량감 있는 기업인 출신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이번에 당선되면서 7선에 성공한 중진 정치인이지만 현대그룹 오너가 출신의 ‘기업인’으로 분류된다.

정 의원은 현대자동차 사장과 현대카드 회장을 지낸 현대그룹 전문경영인 이계안 민주통합당 의원과 대결을 벌여 화제가 됐다. ‘고용주-전문경영인’ 대결구도인 셈이었다. 이들 후보는 개표 초반 ‘접전’을 벌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표차가 벌어졌고 결국 6.8% 차이로 정 의원이 당선됐다.

빙그레의 오너인 김호연 새누리당 의원 역시 기업인으로 분류된다. 1992년부터 빙그레 회장을 지내온 김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충남 천안을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박상돈 후보에 밀려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이후 한나라당 천안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국회 입성을 노렸고, 2010년 7·28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박완주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약 1900여 표 차이로 밀리면서 금배지를 반납하게 됐다.

이들 다음으로 무게감 있는 기업인 출신 후보는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다. 2009년에도 재·보궐 선거에서 울산 북구 후보로 나왔다 고배를 마신 바 있는 박 전 사장은 이번에 야권연대로 경선을 통과한 김창현 통합진보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박 전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미 위스콘신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2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부와 금감위를 거쳐 2008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됐다.

본선행 티켓잡기
치열하게 전개돼


김병욱 민주통합당 후보를 10%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된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도 눈에 띄는 기업인 출신이다. ‘아래아한글’로 유명한 한컴이 부도 위기에 직면해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헐값에 넘어갈 지경이 되자 한글지키기운동본부가 한컴 경영권을 인수하고 전하진 후보를 대표로 추대했다. 네띠앙 사장을 거쳐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해외 마케팅 벤처기업 지오이월드를 막 설립했던 전 전 대표는 회사를 아내에게 맡기고 귀국해 한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 지역구에 출마한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은 또 다른 기업인 출신 후보인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를 제치고 당선됐다. 박 회장은 서울시 토목직 9급 공무원을 하다 퇴직한 뒤 토목업에 뛰어들어 국내 전문건설업계 최고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박 회장에 패한 이 대표는 같은 지역구 5선 의원인 이용희 의원의 아들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KT그룹 여성 임원 2호인 권은희 헤리트 대표는 이명규 무소속 후보를 따돌리고 대구 북구갑에서 당선됐다. 권 대표는 경북대 전자공학과 학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석사를 마친 후 1986년 KT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2007년 KTH 파란사업부문장으로 KT의 포털사업을 총괄했다.

새누리당 10명 중 7명·민주통합당 7명 중 1명 당선
정몽준·이계안 ‘고용주·전문경영인’ 대결구도 화제

권 대표와 함께 ‘양(兩)은희’로 불리는 강은희 위니텍 대표는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자격으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5번을 받았다. 강 대표는 지난 1997년 대구에서 통합재난관제시스템 업체인 위니텍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2009년 5대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철도 관련 공기업 출신 가운데 경남 의령·함안·합천에서 후보로 나온 조현룡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금배지를 달았으나 최연혜 전 철도공사 부사장은 민주통합당 박범계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외에 MBC아나운서 출신으로 KT마케팅 임원을 역임한 차영 후보는 출구조사 1위로 기대를 모았지만 새누리당 길정우 후보에게 불과 1412표 뒤져 낙선했다. 또 유경희 유한콘크리트산업 대표도 안철수 원장이 지지한 인재근 민주통합당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선 기업인출신들은 그야말로 죽을 쒔다.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이 유일하게 당선됐다. 이 회장은 광우병 촛불 사태 여파로 물러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회장은 현대증권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주)케이아이씨 대표를 시작으로 10여 개 기업을 M&A하면서 이스타항공그룹을 일궈낸 인물이다.

경제 출신 당선자
역할에 관심 집중

역시 펀드매니저 출신인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대표도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1967년생으로 1993년 신영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맨이 된 이 대표는 마이애셋자산운용과 CJ자산운용을 거쳐 2009년 4월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부산 남구갑 후보로 나섰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영입한 인물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 정부가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 측근 인사가 한국거래소 이사장직에 도전했다 실패했는데 이때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된 사람이 이 전 이사장이다. 당시 정부 의중과 상관없이 취임한 이 전 이사장은 결국 중도 사퇴했고 총선에 나섰지만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2위인 새누리당 유상곤 후보와 불과 1만2000표차로 당선됐다. 성 회장은 자수성가형 CEO가 많은 건설업계에서도 가장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초등학교 4학년 중퇴의 최종학력을 갖고 맨손에서 시작해 대아건설과 경남기업 등을 거느린 자산 규모 2조원대 그룹 총수에 올랐다.

석호익 전 KT 부회장은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새누리당 공천이 취소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이완영 새누리당 후보에게 참패했다. 행시 21회 출신으로 서울체신청장,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등의 경력을 자랑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서민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 출신 당선자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이들은 과연 19대 국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얼마만큼 낼 수 있을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