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④ 격전지 베스트 6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4: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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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정치판?! 약육강식의 결정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수많은 화제를 모았던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4·11 총선은 유난히 마지막까지 판세를 알 수 없는 격전지가 많았다. 방송3사의 출구조사가 뒤집히는 지역구도 속출했으며 개표 막판까지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곳도 많았다. 당초 수도권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문풍’을 몰고 올 부산경남 지역이 격전지로 분류되었고 이 지역들은 많은 관심속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특히 이곳 격전지의 승패는 단순한 1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선거 판세의 중요한 바로미터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축배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당히 원내에 입성한 이들이 있는 반면 화려한 당선을 기대했지만 고배의 쓴잔을 마신 이들의 희비쌍곡선을 조명해봤다.

손수조-문재인, 김종훈-정동영, 홍사덕-정세균
정몽준-이계안, 이재오-천호선, 김태호-김경수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당초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지만 ‘선거의 여왕’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끈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 정당을 차지하며 거대여당의 자리를 지켰다.

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단일화를 이룬 최초의 총선을 치렀지만 새누리당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씁쓸함을 맛봐야 했다.

선거 결과는 여당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치열했던 접전지역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로 남아있다.

유난히 격전지
많았던 4·11 총선

첫 번째 지역으로 이번 총선 최대의 화제지역으로 손꼽힌 부산사상을 꼽을 수 있다. 야권 최대 잠룡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문재인 당선자의 출마로 공천과정부터 새누리당은 대항마 마련에 절치부심하며 ‘사상 사수’를 위한 긴장감을 고조 시켰다.


후보군으로는 ‘MB맨’인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김수임 전 경실련 정농생협 대표, 신상해 전 시의원, 박에스더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과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후보군에 오르내렸다.

한 때 홍준표 전 대표의 자원등판설도 나왔고 경남도지사 출신인 김태호 의원의 차출설도 나왔다. 또한 ‘지역 일꾼론’을 주장하는 측에서 문대성 후보와 안준태 전 부산시 부시장, 3연속 부산시 교육감을 지낸 설동근 전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유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도 거론되며 당 내에서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가 거론됐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27살의 정치신인을 공천하는 승부수를 띄었다. 큰 인물을 내세워 피해를 입을 필요가 없고 괜히 판을 키워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에게 ‘골리앗에 맞선 다윗’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졌고 사상에는 젊은 바람이 문풍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손 후보는 ‘선거 전 공약을 파기’하는 등의 자질 논란과 ‘3000만 원 전세금으로 선거 뽀개기’ 거짓말 시비 등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았고 박 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문 고문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야권은 문 고문으로 인한 ‘문풍’이 거세게 휘몰아 칠 것을 기대했지만 부산·경남 지역에 단 2석만을 획득하는데 그쳐 문 고문의 대선주자로의 위상이 ‘미풍’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번째 관심지역은 ‘FTA 외나무 혈전’을 벌인 강남을이었다. 새누리당의 전통적 텃밭이었던 강남을은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한미FTA 저격수’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며 전 국민적 주목도가 높았던 지역구였다.

여야가 한미FTA에 대한 여론을 결부시키며 국민의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지난해 한미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정 후보는 김 후보에 “우리 주권의 일부를 잘라낸 매국노 이완용이다”며 맹공 했고, 김 후보는 “정 의원이 참여정부에 계실 때 협상에 나선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면서 정 후보의 입장번복을 꼬집으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친 전례가 있어 더욱더 관심을 모았지만 결과는 20%의 표차를 보이며 김 후보가 압승했다.


자신의 기득권을 모두 버렸지만 대선주자로서 당내 경선까지 치르는 수모를 겪으며 본선에 오른 정 의원으로서는 이번 패배로 정치 생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여겨진다.

거물 vs 신인
거물 vs 거물

총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분류됐던 종로는 ‘정치 1번지’답게 여야 거물들이 출격했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거쳤고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4선의 정세균 후보가 일찍이 출마를 선언했고 국회부의장 출신이자 친박계 좌장 6선의 홍사덕 후보가 격돌했다.

선거전 가장 많은 여론조사가 진행 될 만큼 관심을 모았지만 일찍이 정 후보가 표 차이를 나타내며 홍 후보를 따돌렸다.

종로 승리는 정 후보 자신이나 민주통합당에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대선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는 정 후보는 4선을 했던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을 떠나 종로에서도 승리하며 ‘호남 정치인’에서 벗어나 ‘전국 정치인’의 위상을 갖게 되며 당내 대선 레이스에 힘이 실리게 됐다.

특히 종로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만 3명 배출한 지역이고 민주당이 종로에서 당선자를 낸 것은 1998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라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따라서 정 후보는 ‘당내인사 적자론’을 펼치며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 출신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동작을도 접전지 중 한 곳이었다. 현대중공업 오너인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낸 이계안 민주통합당 후보는 초 접전을 벌였다.

둘은 서울대 동기이자 현대중공업 입사동기로서 경쟁을 펼쳤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도 0.7%의 차이를 보이며 경합지역으로 선정된 두 후보는 개표 과정에서도 10표이내의 표차를 보이며 보는 이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하지만 저녁 10시가 지나자 정 후보가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결국 정 후보가 50.8%를 득표, 6.8% 차이로 승리했다.

이로서 화려한 부활을 꿈꾼 이 후보의 꿈은 물거품이 됐고 정 후보는 현역 최대선인 7선의 고지를 점령하며 대선주자로의 위상을 높이게 됐다.

따라서 공천 과정에서 박 위원장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던 정 당선자가 ‘비박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입당한 정 당선자는 대중적 인지도도 높고 당 대표도 지냈지만 여전히 당내 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연 확대가 시급한 정 당선자로서는 다른 중진 등과 비박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정 의원은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의 분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과정에서 당이 ‘친박 체제’로 재편됐기 때문에 당 조직의 영향력을 최소화 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과 치열한 차기 대권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선택인 것으로 풀이된다.


화려한 축배와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원내 입성한 승리파
당선·재기 꿈꿨지만 눈앞에서 날아가 버린 ‘금배지의 꿈’

친이계 좌장인 ‘왕의 남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노무현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 간에 맞붙은 서울 은평을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리전이란 이유에서다. 은평을에서만 내리 4선을 한 관록의 이 의원은 당초 압도적인 우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정권심판론’이 불거지면서 MB의 최측근인 이 당선인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어려운 싸움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나 홀로 선거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지역구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전략으로 결국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를 거뒀다.

두 후보의 접전은 선거다음날 새벽 0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계속 됐으며 0시50분 이 당선자가 1.3% 차이로 앞서가며 당선이 확정될 만큼 치열했다.

이 당선인은 ‘박근혜 대세론’이 굳어졌지만 이 대통령을 끝까지 보좌하며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당선자, 정운찬 전 총리 등 당내 비박 대선주자들과 연대해 당 역학구도는 물론 대선지형도에 일정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천 후보는 야권연대를 이루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손꼽힌다. 이 당선자와의 표차가 1448표차 인데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이문용 정통민주당 후보가 2634표를 득표하며 천 후보의 표를 어느 정도 잠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표가 고스란히 천 후보에게 갔다면 역전이 가능한 수치여서 통합진보당을 더욱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지역일꾼론’과 ‘친노 부활’의 대결구도로 재선에 도전한 도지사 출신 김태호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자처한 김경수 후보가 맞붙은 김해을 지역도 경남권 최대 격전지로 주목을 받았다.

김해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자리 잡고 있어 친노의 성지로 불리며 상징성이 높은 지역이었다.

김 당선자는 지난 2010년 40대 총리 후보로 지명된 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를 위증하면서 낙마한 쓰라린 기억이 있지만 도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 국회의원 등 모두 6번의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며 붙은 별명인 ‘선거의 달인’ 면모를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이번 당선으로 김 의원은 ‘세대교체의 기수’로 입지를 굳힘과 동시에 향후 대선 등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여 그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화창한 봄날인가?
실업자? 한 끗 차

이처럼 주요 격전지의 승부는 치열했고 두 후보 간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승리한 쪽은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것은 문론 외연 확대를 통한 차기 권력의 구심점 역할이 기대되는 증 앞날이 밝아 보인다.

반면 낙선한 인사들은 어둡다 못해 암울해 보인다. 정치인으로선 적어도 4년 동안은 ‘실업자’ 신세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재기를 도모해 차기를 노린다는 야심찬 각오도 현 시점에서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약육강식’의 세계와 ‘2등은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이 정치권도 예외가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준 잔인한 4월1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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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