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불감증’ 극심한 MB정부 실태

‘촛불’ 보고 놀란 MB, 저항의 불씨만 보여도 짓밟았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MB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의 무차별 사찰 논란이 정국을 휘감으면서다. 국기를 뒤흔든 불법사찰 파문에 ‘MB개입설’까지 더해져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진실규명과 사과 한마디 없이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난여론이 거세다. MB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 실태를 들여다봤다.

무차별 불법사찰 파문으로 MB정권이 초토화된 모양새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메가톤급 폭로가 계속되면서다. 총체적 국기문란으로 규정된 사찰파문에 현 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은 최고조에 이르렀단 목소리까지 나온다.

특히 정권에 날을 세운 인사들의 사생활 밀착감시가 두드러져 반MB세력을 솎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사찰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MB정부에 비난여론이 빗발치는 실정이다.

무차별 사찰파문
MB정권 초토화 

장 전 주문관의 첫 양심고백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2일 한 언론사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하면서다. 그가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강력한 자력으로 파괴하는 디가우싱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힌 것. 계속해서 장 전 주무관은 녹취록과 돈다발 사진 등 증거물과 함께 MB정부의 치부를 낱낱이 들춰냈다.

장 전 주무관은 또 무차별 불법사찰에 청와대와 검찰 등 권력기관이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는 증언까지 내놓은 상태다. 그는 지난 2010년 7월 국무총리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상황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서류를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물을 담을 박스가 텅텅 비자 신문지를 구겨서 채워 넣었다”고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또 “지휘라인에 ‘EB(당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가 포함된 업무분장표가 책상 유리 밑에 깔려 있었는데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윗선’들이 돈으로 장 전 주무관의 입을 막으려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어 장 전 주무관은 “(이 사건이) VIP에 보고가 됐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충격을 배가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사건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 KBS 새노조가 사찰정황이 담긴 문건 2619건을 공개하며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설치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감찰은 공직 비위에 대한 추적 수준을 넘어 사생활 밀착감시 내용이 기록됐다. 한 사정기관 고위간부의 불륜행적을 분 단위로 기록한 보고서에서는 도청과 미행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불법적 요소가 다분한 상태다.

MB맨들 줄줄이
수사라인 요직에

당시 현 정권에 각을 세웠던 KBS?YTN 등 언론사와 <한겨레21> 편집장 등 언론인과 김유정?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병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갑원 전 의원 등 이전 정권의 인사들도 모두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사찰 대상에 순수 민간인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사립학교 이사장?서경석 목사?서울대병원 노조?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방송작가협회 이사장 등 누가 봐도 공직과 상관없는 민간인임이 명백한 사람과 기관이 포함된 것.

이 같은 무차별적 사찰은 MB정권 출범 초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시위 이후 두드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정보부재와 상황판단 미숙으로 촛불사태를 키웠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때문에 촛불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2008년 7월 설치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무차별 사찰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즉 촛불사태의 트라우마로 인해 MB정부가 저항의 불씨를 짓밟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장진수?KBS새노조 메가톤급 폭로에 MB정권 치부 드러나
MB정권에 날 세운 인사들에게 무차별적 사생활 밀착감시

야당은 맹공을 퍼부으며 총공세에 나선 상태다. 특히 불법사찰에 국정원과 기무사까지 관여했다는 것과 드러나지 않은 불법사찰 문건이 두 군데 대량으로 있다고 밝히며 추가 폭로를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계속해서 사찰은 있어왔다고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논점을 흐리는 양상이다. 설령 과거 정부의 잘못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현 정부의 잘못을 덮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불법계좌추적까지 이뤄졌다는 말까지 흘렸고 통장사본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청와대는 추가 폭로를 통해 맞불까지 놓겠다는 입장을 정리하며 이전 정부 끌어들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사찰파문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돌입한 상태지만 불법사찰을 지시한 몸통을 밝힐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차 수사 당시 부실 수사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의혹이 제기됐던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재 법무부 장관으로 있고, 당시 수사라인이 여전히 요직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재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MB정권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보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정부적인 입장을 지닌 인사들의 불법사찰에 이어 전 국민적 눈과 귀를 장악하려는 종편 출산 역시 방송의 공공성 훼손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평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현 정권 들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매체의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고 귀띔했다. MB의 막강한 아군 생산에 종편은 최대의 과제였던 것. 때문에 MB정권이 여론 편중을 위해 친정부 성향으로 청와대를 대변하는 방송사가 필요해 종편출산에 매진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2009년 거센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미디어법을 날치기 시키며 종편의 단초를 마련했다.

꼼수와 반칙, 특혜가 난무한 막강한 정부의 지원과 비호 아래 지난해 12월 종편이 탄생했다. 하지만 정권과 보조를 맞춘 보수신문들의 방송진출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여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이유에서 대국민적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개국 100일이 넘도록 0%대의 경이로운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방송 출산에 이어 여론의 쏠림을 기대했던 MB정부는 기존의 방송장악 역시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였던 김인규?김재철?구본홍 등의 인사가 줄줄이 KBS, MBC, YTN에 내려 보냈다.

정권과 보조 맞춘 종편 출산…국민의 눈귀 막고 여론편중 노려
‘미네르바’ 구속으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논란 정점 찍어

게다가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압박을 가했고, 노조원은 물론 진행자와 아나운서까지 해고하거나 좌천시켰다. 이 같은 무리한 방송장악에 어느 시기보다도 방송노조와 많은 갈등을 빚었다. 

특히 MBC의 경우 김재철 사장이 2010년 취임한 후 지금까지 두 번째 총파업으로 반쪽짜리 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MBC 뉴스 기자들과 함께 MBC직원 대부분은 이런 조롱 받는 뉴스와 우편향적인 방송사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다면서 올초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 두 달 넘게 파행적으로 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KBS와 YTN 등 다수의 언론사가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부르짖으며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MB, 상습적인
민주주의 역행

MB정권의 민주주의 역행 행보는 이게 끝이 아니다. 촛불단체 누리꾼들을 이 잡듯 수사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누리꾼들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에 이르렀다. 또 집회현장에서 채증한 동영상과 사진을 근거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저항의 싹을 자르겠는 의지다. 누리꾼 미네르바 구속이 단적인 예이다.

지난 2008년 7월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가진 인터넷 논객 박대성씨는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글을 게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브라더스의 위기를 예측했다. 실제로 보름 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신청 소식이 들려오는 등 실제 경제상황과 맞아떨어지자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미네르바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미네르바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은 2009년 1월7일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국제신인도와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친 혐의로 박씨를 긴급체포 구속수감하였다. 이 사건은 2009년 4월20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미네르바가 풀려나면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촛불에 크게 데여 놀란 MB정부는 애초에 저항의 불씨를 짓밟으려 국민의 눈과 입을 막으려 갖가지 꼼수들을 부렸다. 하지만 다시금 경제위기 및 날치기로 밀어붙인 한미FTA의 발효 등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이르렀고, 제2의 촛불의 암운이 드리워진 실정이다. 수세에 몰려 민심을 짓밟으려 하기 전에 민심이 천심임을 알고 떠받들려는 자세가 MB정부에게 절실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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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