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불감증’ 극심한 MB정부 실태

‘촛불’ 보고 놀란 MB, 저항의 불씨만 보여도 짓밟았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MB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의 무차별 사찰 논란이 정국을 휘감으면서다. 국기를 뒤흔든 불법사찰 파문에 ‘MB개입설’까지 더해져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진실규명과 사과 한마디 없이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난여론이 거세다. MB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 실태를 들여다봤다.

무차별 불법사찰 파문으로 MB정권이 초토화된 모양새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메가톤급 폭로가 계속되면서다. 총체적 국기문란으로 규정된 사찰파문에 현 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은 최고조에 이르렀단 목소리까지 나온다.

특히 정권에 날을 세운 인사들의 사생활 밀착감시가 두드러져 반MB세력을 솎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사찰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MB정부에 비난여론이 빗발치는 실정이다.

무차별 사찰파문
MB정권 초토화 

장 전 주문관의 첫 양심고백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2일 한 언론사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하면서다. 그가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강력한 자력으로 파괴하는 디가우싱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힌 것. 계속해서 장 전 주무관은 녹취록과 돈다발 사진 등 증거물과 함께 MB정부의 치부를 낱낱이 들춰냈다.

장 전 주무관은 또 무차별 불법사찰에 청와대와 검찰 등 권력기관이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는 증언까지 내놓은 상태다. 그는 지난 2010년 7월 국무총리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상황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서류를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물을 담을 박스가 텅텅 비자 신문지를 구겨서 채워 넣었다”고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또 “지휘라인에 ‘EB(당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가 포함된 업무분장표가 책상 유리 밑에 깔려 있었는데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윗선’들이 돈으로 장 전 주무관의 입을 막으려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어 장 전 주무관은 “(이 사건이) VIP에 보고가 됐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충격을 배가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사건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 KBS 새노조가 사찰정황이 담긴 문건 2619건을 공개하며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설치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감찰은 공직 비위에 대한 추적 수준을 넘어 사생활 밀착감시 내용이 기록됐다. 한 사정기관 고위간부의 불륜행적을 분 단위로 기록한 보고서에서는 도청과 미행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불법적 요소가 다분한 상태다.

MB맨들 줄줄이
수사라인 요직에

당시 현 정권에 각을 세웠던 KBS?YTN 등 언론사와 <한겨레21> 편집장 등 언론인과 김유정?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병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갑원 전 의원 등 이전 정권의 인사들도 모두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사찰 대상에 순수 민간인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사립학교 이사장?서경석 목사?서울대병원 노조?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방송작가협회 이사장 등 누가 봐도 공직과 상관없는 민간인임이 명백한 사람과 기관이 포함된 것.

이 같은 무차별적 사찰은 MB정권 출범 초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시위 이후 두드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정보부재와 상황판단 미숙으로 촛불사태를 키웠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때문에 촛불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2008년 7월 설치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무차별 사찰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즉 촛불사태의 트라우마로 인해 MB정부가 저항의 불씨를 짓밟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장진수?KBS새노조 메가톤급 폭로에 MB정권 치부 드러나
MB정권에 날 세운 인사들에게 무차별적 사생활 밀착감시

야당은 맹공을 퍼부으며 총공세에 나선 상태다. 특히 불법사찰에 국정원과 기무사까지 관여했다는 것과 드러나지 않은 불법사찰 문건이 두 군데 대량으로 있다고 밝히며 추가 폭로를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계속해서 사찰은 있어왔다고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논점을 흐리는 양상이다. 설령 과거 정부의 잘못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현 정부의 잘못을 덮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불법계좌추적까지 이뤄졌다는 말까지 흘렸고 통장사본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청와대는 추가 폭로를 통해 맞불까지 놓겠다는 입장을 정리하며 이전 정부 끌어들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사찰파문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돌입한 상태지만 불법사찰을 지시한 몸통을 밝힐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차 수사 당시 부실 수사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의혹이 제기됐던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재 법무부 장관으로 있고, 당시 수사라인이 여전히 요직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재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MB정권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보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정부적인 입장을 지닌 인사들의 불법사찰에 이어 전 국민적 눈과 귀를 장악하려는 종편 출산 역시 방송의 공공성 훼손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평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현 정권 들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매체의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고 귀띔했다. MB의 막강한 아군 생산에 종편은 최대의 과제였던 것. 때문에 MB정권이 여론 편중을 위해 친정부 성향으로 청와대를 대변하는 방송사가 필요해 종편출산에 매진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2009년 거센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미디어법을 날치기 시키며 종편의 단초를 마련했다.

꼼수와 반칙, 특혜가 난무한 막강한 정부의 지원과 비호 아래 지난해 12월 종편이 탄생했다. 하지만 정권과 보조를 맞춘 보수신문들의 방송진출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여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이유에서 대국민적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개국 100일이 넘도록 0%대의 경이로운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방송 출산에 이어 여론의 쏠림을 기대했던 MB정부는 기존의 방송장악 역시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였던 김인규?김재철?구본홍 등의 인사가 줄줄이 KBS, MBC, YTN에 내려 보냈다.

정권과 보조 맞춘 종편 출산…국민의 눈귀 막고 여론편중 노려
‘미네르바’ 구속으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논란 정점 찍어

게다가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압박을 가했고, 노조원은 물론 진행자와 아나운서까지 해고하거나 좌천시켰다. 이 같은 무리한 방송장악에 어느 시기보다도 방송노조와 많은 갈등을 빚었다. 

특히 MBC의 경우 김재철 사장이 2010년 취임한 후 지금까지 두 번째 총파업으로 반쪽짜리 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MBC 뉴스 기자들과 함께 MBC직원 대부분은 이런 조롱 받는 뉴스와 우편향적인 방송사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다면서 올초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 두 달 넘게 파행적으로 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KBS와 YTN 등 다수의 언론사가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부르짖으며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MB, 상습적인
민주주의 역행

MB정권의 민주주의 역행 행보는 이게 끝이 아니다. 촛불단체 누리꾼들을 이 잡듯 수사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누리꾼들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에 이르렀다. 또 집회현장에서 채증한 동영상과 사진을 근거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저항의 싹을 자르겠는 의지다. 누리꾼 미네르바 구속이 단적인 예이다.

지난 2008년 7월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가진 인터넷 논객 박대성씨는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글을 게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브라더스의 위기를 예측했다. 실제로 보름 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신청 소식이 들려오는 등 실제 경제상황과 맞아떨어지자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미네르바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미네르바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은 2009년 1월7일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국제신인도와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친 혐의로 박씨를 긴급체포 구속수감하였다. 이 사건은 2009년 4월20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미네르바가 풀려나면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촛불에 크게 데여 놀란 MB정부는 애초에 저항의 불씨를 짓밟으려 국민의 눈과 입을 막으려 갖가지 꼼수들을 부렸다. 하지만 다시금 경제위기 및 날치기로 밀어붙인 한미FTA의 발효 등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이르렀고, 제2의 촛불의 암운이 드리워진 실정이다. 수세에 몰려 민심을 짓밟으려 하기 전에 민심이 천심임을 알고 떠받들려는 자세가 MB정부에게 절실해 보이는 요즘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