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하는 ‘새누리당 분열론’ 막전막후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11 12:36:45
  • 댓글 0개

어색한 밀월 ‘이명박근혜’ 총선 끝나면 째진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분열이 예상됐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친박계 공천학살이 친이계로 바뀌어 재연될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실제 친이계의 중진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하며 비박(非朴) 보수진영의 세력화 움직임이 급속도로 진행될 조짐을 보였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반란은 없었다. 무게감 있는 중진의원들이 줄줄이 뜻을 접으며 ‘백의종군’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의 완벽한 승리였고 하나로 결집한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총선용일 뿐 새누리당의 분열이 곧 터진다는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새누리당 분열론’의 실체를 조명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유망한 정치인이며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은 몇 사람 없다”고 치켜세우며 총선용 ‘밀월관계’를 형성했다.

레임덕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남은 임기를 순탄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여권의 총선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박 위원장 역시도 온갖 잡음과 분열을 몰고 올 공천을 앞두고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 탈당이 해법은 아니다”라며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던 대통령 탈당을 통한 적극적인 차별화 요구에 제동을 걸며 이 대통령이 내민 손을 덥석 잡았다.

이해관계 맞아
밀월관계 형성

공천이 진행되던 중 탈락한 안상수 전 대표·김무성 전 원내대표·진수희 전 장관 등 무게감 있는 중진의원들과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 등 원외 친이 인사들도 “낙하산식 공천이 이뤄지면 중대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반발했지만 모두 꼬리를 내리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야권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줄 보수 분열에 대한 이 대통령의 깊은 우려가 전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던 분열의 마침표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찍었다. 애초 ‘나 홀로 공천’을 받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지역에서 잠행에 가까운 행보를 거듭했고 여권 분열 국면에서 제기한 메시지는 “지금이라도 감정적 보복 공천을 하지 말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해 달라”는 점잖은 요청에 그쳤다.

친이계에는 구심점이 필요했다. 잠재적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정운찬 전 총리도 총선에는 뜻이 없다는 뜻을 밝힌 상태라 김 전 원내대표의 행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당초 탈당을 시사해오다 갑자기 번복하자 정치권에서는 당과 모종의 딜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 가는 친이계, 몸 사리고 살아난 후 박근혜 공격한다! 
박근혜 MB와 차별화 불가피, 대선 위해 탈당 요구할 듯

김 전 원내대표가 백의종군하자 이동관, 김해진 등도 줄지어 당 잔류를 밝혔으며, 안상수, 진수희 등도 줄줄이 출마를 포기했다. 허태열·박대해·이종혁·허원제 의원 등 공천을 받지 못한 부산지역 현역의원 전원이 출마 의사를 접었고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던 이성권 의원도 뜻을 접었다.

공천 승복은 조전혁·이경재·박종근·김학송·정해걸·윤영·조진형·김성회·이사철 의원 등 계파를 막론한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뤄지며 탈당 행진이 완전 중단됐다.

보수표의 분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된 박 위원장은 “어려운 결정을 하셨다고 본다”며 김 전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공동 선대위원장 혹은 선대본부장 기용설이 흘러 나왔고 비례대표를 보장해 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공천탈락 뒤 비례대표 보장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 김 전 원내대표가 이를 고사해 “총선 뒤 당 대표 정도를 얘기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김 전 원내대표는 탈당번복선언에서 “지역구민들에게 더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현재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선거유세에 힘을 싣고 있어 당 대표설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김무성 당 대표설
친이 부활 선봉장?

때문에 친이계의 몰락을 운운하는 당 관계자들도 있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던 친이계 인사들에게 대통령의 의중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며 몸을 사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 된 것이다.

의중을 전한 메신저로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목됐고 임 전 실장은 공천 문턱에서 주저앉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직접 접촉해 “멀리 보고 가야 한다”며 만류했다.

이 수석의 ‘문자메시지’ 파문도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 사이의 ‘밀월’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 수석은 공천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 친이계 김희정 새누리당 후보에게 공천 축하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일부 공천위원들의 이름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이 수석의 실수로 김희정 의원과 이름이 비슷한 민주통합당 김유정 대변인에게 발송돼 논란이 됐던 것이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이 공천위원들을 통해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했고, 공천 결과도 미리 보고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와 박 위원장 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이계는 자신들이 공천에서 떨어지는 불리함을 안고서도 박 위원장의 공천에 큰 반발 없이 수긍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정치권에서는 친이계가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주자로서 박 위원장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야권이 제기한 ‘정권심판론’을 물타기하는 동시에 총선 결과를 박 위원장의 책임으로 전가할 수 있는 명분 또한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이 흔들리면 앞서 말한 김 전 원내대표가 당 대표로 등극해 친박계의 책임론을 대두시키며 친이계 부활 선봉장으로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박근혜 흠집내기, ‘심판론’ 물타기, 책임전가 1타3피? 
총선용 밀월 ‘갈등의 해소’ 아닌 ‘파국의 연기’가 맞아  

민생파탄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정권심판의 최전방에서 상처를 받으며 분열의 책임만 떠안게 될 수도 있어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린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이번 분열의 봉합은 이 대통령의 ‘패배’라기보다는 오히려 친이계의 ‘조직적 퇴각’으로 읽히는 시각도 많다.

총선을 전초전으로 보고 본 게임인 대선 승리를 위해 몸을 사리고 정권재창출을 위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하겠다는 속내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총선만 끝나봐라’라는 움직임이 숱하게 감지되고 있는 것 또한 이 같은 정황을 방증해준다.


이런 시점에 정 전 총리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친이계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정 전 총리는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다, 수수방관만 할 수 없다”며 “풍요롭고 품격 있는 국가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반성장위원장 직을 사퇴하며 총선 후 대선 주자로서 움직임을 본격화 할 것이 공식화 되고 있다.

김 지사도 “(나 자신을)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중 도지사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대선 출마의지를 드러냈다.

총선 이후 본격적인 대선 경쟁을 염두에 둔 행보와 발언으로 여겨져 박 위원장과 한 판 승부가 예상된다.

친이계 대선주자들
줄줄이 출마 선언?

반면 박 위원장으로서는 대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 차별화가 불가피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은 대선의 교두보이자 중대한 시험대로서 어떤 식으로든 보수표의 분열은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공천 과정을 통해 친이계 핵심 인사들을 대거 솎아내고, 당을 온전하게 장악하면서도 분열의 후폭풍은 최소화하는 성과를 얻어냈지만 야권으로부터 ‘이명박근혜’라는 공격을 받았다. 정권 심판론의 대상으로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싸잡아 겨냥한 발언이다.

또한 민주당은 민간인 사찰 사건이 재점화 되자 박 위원장도 청문회 대상이라며 정권심판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총선 최대 이슈로 ‘정권 심판’을 꼽자 새누리당은 긴장에 빠졌고 “우리는 한나라당 아니다”고 차단막을 치기에 급급했다.

선거가 다가오며 민간인 사찰로 수세에 몰리자 “이명박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긋기에 분명히 나섰다.

비대위원과 선대위원들도 각종 토론에서 “우리는 집권여당이 아니다”며 차별화를 꾀했고 이는 총선이 끝나면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박 위원장은 자신의 대권을 위해 이 대통령에 대해 탈당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뿌리 깊은 친이·친박 간 계파갈등이 또 다시 재현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선 전 ‘밀월관계’가 ‘갈등의 해소’라기보다는 ‘파국의 연기’로 해석됐던 이유다. 어색한 발맞춤 뒤에 펼쳐질 파국 정국의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