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유신의 딸’ 부각되는 내막

그땐 그랬었지! ‘불법사찰’은 그 아버지(박정희)가 원조 맞아!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새누리당 일각에서 미묘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의 ‘불똥’이 박근혜 위원장을 향하면서다. 공동실정을 이유로 ‘이명박근혜’로 엮인데 이어 독재의 유산인 불법사찰이 박 위원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유신의 딸’ 이미지를 동반 부각시킨 까닭이다. ‘현재권력’인 MB의 부양을 자처하며 손발을 맞추다 벌어진 계산착오에 박 위원장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양상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MB 내곡동 사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파문’ 등 대형악재가 맞물리며 새누리당의 참패가 예상됐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야권연대 파열음과 공천 잡음에 휘말리며 새누리당에 다시 반전의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내친김에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가며 한미FTA 및 제주해군기지를 두고 입장을 번복한 야권에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찰떡공조를 선보였다.

야권 십자포화로
‘이명박근혜’ 찰떡공조

이에 ‘정권심판론’이 점차 희석되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임기 말 레임덕과 함께 민심이 바닥치기 시작했음에도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감싸고 부양까지 자처했다.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 탈당에도 직접 나서 선을 그은 것.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140석+알파까지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내놓기 시작했다. 텃밭인 영남권의 싹쓸이와 충청과 강원에서 선전한데 이어 수도권에서 최소 40~50석 이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이러한 예상이 맞아떨어질 경우 새누리당의 제1당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장밋빛 희망까지 품었다. 게다가 당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대세론’이 부활해 대선까지 자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하지만 코앞의 총선을 두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며 다시 당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쇄신의 결실이라고 일컬어지는 공천 후보자들의 말썽이 이어지면서다. 부산 사상구에 공천된 손수조 후보는 연일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고 있고, 문대성 후보의 논문표절이 일파만파 확산된 상태다.


애써 희석시킨 ‘정권심판론’ 불법사찰 파문에 재점화 전전긍긍
변하는 PK민심에 박근혜 4번째 ‘부산행’…초조함에 발길 잦아져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김종훈 후보도 계속해서 실언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야할 김재철 MBC 사장이 젊은 층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투표 종료 전 선거방송 중단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젊은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때문에 새누리당의 한 비대위원은 “공천이 끝난 뒤부터 매일같이 한 석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무엇보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튀어나오며 새누리당이 당명과 정강정책까지 바꿔가며 애써 희석시킨 ‘정권심판론’도 다시금 불붙은 상태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 이어 KBS 새노조가 2619건의 불법사찰 내부문건을 폭로하면서다. 메가톤급 폭로는 정국을 단숨에 초토화시켰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찰은 계속해서 있어왔다며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되레 야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기에 박 위원장이 사찰 파문을 덥석 물고 이전 정부를 공격하는데 가세하며 완전하게 이 대통령과 한 몸이 됐다.
그러나 이전 정권의 잘못이 현 정권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 MB정권에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참여정부 겨냥하다
스텝 꼬여버린 공주님

때문에 물타기에 동승한 박 위원장 역시 수세에 몰리며 스텝이 꼬이는 양상이다.


불법사찰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이제 와서 ‘MB책임론’으로 떠넘길 수만은 없어서다. 그간 레임덕에 허우적대는 이 대통령을 껴안으면서까지 보수층 결집에 심혈을 기울여온 상황이다.

하지만 투표일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 이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설 경우 보수층의 분열로 더 큰 혼란만 자초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박 위원장으로서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거세게 요구했던 이 대통령의 탈당압박을 거절한 것을 두고두고 회한을 곱씹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때문에 박 위원장은 자신 역시 ‘사찰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눈치다. 하지만 야권에게는 오히려 공격거리를 하나 더 제공한 셈이다.

불법사찰은 과거 독재정권의 잔재이자 유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자주 행해지던 대표적인 악습으로 사실상 박 위원장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원조 격이나 다름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이 여세를 몰아 ‘유신의 딸’인 박 위원장이 사찰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야권은 ‘독재’를 강조하며 일방통행 행보를 보인 현 정부의 실정책임에 ‘이명박근혜’로 싸잡아 정부여당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 역시 국민적 반대가 심했던 4대강 사업이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을 강행하며 여론에 반하는 사안을 밀어붙였다. 

이에 지난 4일 대전지역 합동유세에 나선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원하는가 아니면 국민이 승리하는 대통령을 원하는가”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명박 독재가 횡행할 때 박근혜는 대체 무엇을 했나? 부자감세와 4대강, 언론악법을 밀어붙이지 않았나”면서 “그런데도 지금 박근혜는 자기가 피해자라고 말한다. 박근혜는 이명박의 동업자이다. 같이 책임져야할 사람, 심판의 대상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대권 위해 ‘MB 부양’ 떠맡다 ‘불법사찰 덫’에 같이 걸려든 박근혜  
야권 ‘이명박근혜’ 싸잡아 비판하며 십자포화…박근혜 대권 비상  

이로써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불붙으며 ‘선거의 여왕’ 박 위원장의 위력도 반감되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PK(부산?경남)지역에서 불고 있는 야풍의 강도도 심상치 않다.

앞서 부산저축은행사태와 동남권 신공항 전면 백지화로 정부여당에 대한 PK민심 이반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거물급 잠룡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필두로 야권이 표심흡수에 나서며 야풍이 확산되는 상태다.

전국적으로 선거유세를 지원하는 박 위원장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4번이나 부산을 방문할 정도로 발길이 잦은 것도 야풍 확산에 대한 초조함이 배어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이처럼 부산지역에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도 별반 효과가 없는 상태다.

되레 상대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되며 앞서가는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지는 양상인 것. 이처럼 집토끼 잡는 데에도 안간힘을 써야하는 박 위원장으로선 속이 타들어간다는 목소리가 엄살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한 중요한 선거이다. 박 위원장이 조기등판을 자처해 위기에 처한 당을 진두지휘하며 총력전을 펼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난데없이 터진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곤경에 처한 박 위원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집토끼’ PK민심
잡기도 빠듯해져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야권 역시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을 최대한 이슈화해 총선 이후 대선정국까지 그대로 이어갈 태세다. 청문회 및 특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 야권은 특히 총선 후 국회 청문회를 열어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여기에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의 상승세로 대세론이 깨진 상황이라 박 위원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가뜩이나 PK지역에서의 야풍의 강세도 심상치 않아 대선을 바라보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그야말로 똥줄이 타들어가는 심정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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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