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유신의 딸’ 부각되는 내막

그땐 그랬었지! ‘불법사찰’은 그 아버지(박정희)가 원조 맞아!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새누리당 일각에서 미묘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의 ‘불똥’이 박근혜 위원장을 향하면서다. 공동실정을 이유로 ‘이명박근혜’로 엮인데 이어 독재의 유산인 불법사찰이 박 위원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유신의 딸’ 이미지를 동반 부각시킨 까닭이다. ‘현재권력’인 MB의 부양을 자처하며 손발을 맞추다 벌어진 계산착오에 박 위원장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양상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MB 내곡동 사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파문’ 등 대형악재가 맞물리며 새누리당의 참패가 예상됐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야권연대 파열음과 공천 잡음에 휘말리며 새누리당에 다시 반전의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내친김에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가며 한미FTA 및 제주해군기지를 두고 입장을 번복한 야권에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찰떡공조를 선보였다.

야권 십자포화로
‘이명박근혜’ 찰떡공조

이에 ‘정권심판론’이 점차 희석되며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임기 말 레임덕과 함께 민심이 바닥치기 시작했음에도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감싸고 부양까지 자처했다.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 탈당에도 직접 나서 선을 그은 것.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140석+알파까지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내놓기 시작했다. 텃밭인 영남권의 싹쓸이와 충청과 강원에서 선전한데 이어 수도권에서 최소 40~50석 이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이러한 예상이 맞아떨어질 경우 새누리당의 제1당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장밋빛 희망까지 품었다. 게다가 당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대세론’이 부활해 대선까지 자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하지만 코앞의 총선을 두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며 다시 당 내부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쇄신의 결실이라고 일컬어지는 공천 후보자들의 말썽이 이어지면서다. 부산 사상구에 공천된 손수조 후보는 연일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고 있고, 문대성 후보의 논문표절이 일파만파 확산된 상태다.


애써 희석시킨 ‘정권심판론’ 불법사찰 파문에 재점화 전전긍긍
변하는 PK민심에 박근혜 4번째 ‘부산행’…초조함에 발길 잦아져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김종훈 후보도 계속해서 실언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야할 김재철 MBC 사장이 젊은 층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투표 종료 전 선거방송 중단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젊은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때문에 새누리당의 한 비대위원은 “공천이 끝난 뒤부터 매일같이 한 석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무엇보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튀어나오며 새누리당이 당명과 정강정책까지 바꿔가며 애써 희석시킨 ‘정권심판론’도 다시금 불붙은 상태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 이어 KBS 새노조가 2619건의 불법사찰 내부문건을 폭로하면서다. 메가톤급 폭로는 정국을 단숨에 초토화시켰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찰은 계속해서 있어왔다며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되레 야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기에 박 위원장이 사찰 파문을 덥석 물고 이전 정부를 공격하는데 가세하며 완전하게 이 대통령과 한 몸이 됐다.
그러나 이전 정권의 잘못이 현 정권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 MB정권에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참여정부 겨냥하다
스텝 꼬여버린 공주님

때문에 물타기에 동승한 박 위원장 역시 수세에 몰리며 스텝이 꼬이는 양상이다.


불법사찰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이제 와서 ‘MB책임론’으로 떠넘길 수만은 없어서다. 그간 레임덕에 허우적대는 이 대통령을 껴안으면서까지 보수층 결집에 심혈을 기울여온 상황이다.

하지만 투표일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 이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설 경우 보수층의 분열로 더 큰 혼란만 자초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박 위원장으로서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거세게 요구했던 이 대통령의 탈당압박을 거절한 것을 두고두고 회한을 곱씹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

때문에 박 위원장은 자신 역시 ‘사찰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눈치다. 하지만 야권에게는 오히려 공격거리를 하나 더 제공한 셈이다.

불법사찰은 과거 독재정권의 잔재이자 유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자주 행해지던 대표적인 악습으로 사실상 박 위원장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원조 격이나 다름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야권에서는 이 여세를 몰아 ‘유신의 딸’인 박 위원장이 사찰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야권은 ‘독재’를 강조하며 일방통행 행보를 보인 현 정부의 실정책임에 ‘이명박근혜’로 싸잡아 정부여당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 역시 국민적 반대가 심했던 4대강 사업이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을 강행하며 여론에 반하는 사안을 밀어붙였다. 

이에 지난 4일 대전지역 합동유세에 나선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원하는가 아니면 국민이 승리하는 대통령을 원하는가”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명박 독재가 횡행할 때 박근혜는 대체 무엇을 했나? 부자감세와 4대강, 언론악법을 밀어붙이지 않았나”면서 “그런데도 지금 박근혜는 자기가 피해자라고 말한다. 박근혜는 이명박의 동업자이다. 같이 책임져야할 사람, 심판의 대상일 뿐이다”고 비판했다.

대권 위해 ‘MB 부양’ 떠맡다 ‘불법사찰 덫’에 같이 걸려든 박근혜  
야권 ‘이명박근혜’ 싸잡아 비판하며 십자포화…박근혜 대권 비상  

이로써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불붙으며 ‘선거의 여왕’ 박 위원장의 위력도 반감되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PK(부산?경남)지역에서 불고 있는 야풍의 강도도 심상치 않다.

앞서 부산저축은행사태와 동남권 신공항 전면 백지화로 정부여당에 대한 PK민심 이반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거물급 잠룡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필두로 야권이 표심흡수에 나서며 야풍이 확산되는 상태다.

전국적으로 선거유세를 지원하는 박 위원장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4번이나 부산을 방문할 정도로 발길이 잦은 것도 야풍 확산에 대한 초조함이 배어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이처럼 부산지역에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도 별반 효과가 없는 상태다.

되레 상대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되며 앞서가는 새누리당 후보와의 격차가 좁혀지는 양상인 것. 이처럼 집토끼 잡는 데에도 안간힘을 써야하는 박 위원장으로선 속이 타들어간다는 목소리가 엄살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한 중요한 선거이다. 박 위원장이 조기등판을 자처해 위기에 처한 당을 진두지휘하며 총력전을 펼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난데없이 터진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곤경에 처한 박 위원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집토끼’ PK민심
잡기도 빠듯해져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야권 역시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을 최대한 이슈화해 총선 이후 대선정국까지 그대로 이어갈 태세다. 청문회 및 특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것. 야권은 특히 총선 후 국회 청문회를 열어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여기에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의 상승세로 대세론이 깨진 상황이라 박 위원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가뜩이나 PK지역에서의 야풍의 강세도 심상치 않아 대선을 바라보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그야말로 똥줄이 타들어가는 심정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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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