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뇌관’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 폭로 개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09 1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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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편지 배후는 최시중·이상득 등 MB 최측근”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 또 한 번의 ‘메가톤급’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나는 꼼수다>의 ‘천안함 모의실험 조작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BBK 주가조작 사건 당사자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가 귀국해 진실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개월 전부터 “총선을 엿새 앞둔 4월5일 폭로하겠다”고 밝힌 바와 같이 기자회견을 통한 대폭로는 없었지만 사건의 무게감으로 보아 12월까지 이어지는 대선정국을 뒤흔들 파장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 2일 귀국, 3일 13시간여 검찰조사로 사건배후 밝혀
예정된 기자회견 폭로는 없었지만 정치권 촉각 곤두세워

지난 17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BBK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귀국했다. 이를 전후해 당시 한나라당은 기획입국설을 내놓으며 참여정부의 청와대와 여당인 민주당이 김씨의 귀국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김씨의 미국 교도소 수감 동료인 신경화씨가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문제의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큰집’은 청와대를 뜻하는 표현이고, 김씨가 모종의 대가를 받고 들어온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었던 홍준표 전 대표는 대선 엿새 전 이 편지를 김 씨의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며 대선에서 사실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함과 동시에 승리로 이끈 1등공신이 되었다.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 귀국, 폭로

여야의 고소고발 속에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기획입국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유야무야 덮어졌다. 그동안 편지는 김경준씨가 입국하기 전 미국 교도소에 있을 당시 1년간 함께 수감생활을 한 신경화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3월 신씨의 동생인 신명씨가 언론인터뷰를 통해 “형이 김경준씨한테 보낸 것으로 세상에 알려진 편지는 내가 작성했다”고 폭로해 여러 의혹들을 양산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신씨는 “기획입국설은 조작된 것”이라며 배후에 현재의 여권 핵심인사와 대통령 친인척이 관여돼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지난 대선정국을 강타했지만 흐지부지 덮어졌던 BBK 사건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수개월 전부터 신씨는 “과거 가짜편지를 김경준 기획입국의 증거라며 언론에 공개했던 홍 전 대표가 편지의 입수 경위를 털어놔야 한다”고 주장하며 압박했다.

신씨의 폭로는 김경준씨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와 여권의 사주를 받고 귀국한 것으로 오인할 만한 내용의 가짜편지를 신씨 형제가 작성한 점을 문제 삼고 지난해 12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사건의 진위여부와 자신 형제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홍 전 대표 측은 가짜편지의 입수 경위와 진실을 밝히라는 신씨의 주장을 총선을 앞둔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평가절하하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지난달 고발했고, 이에 신씨는 2일 베이징을 경유해 귀국했고 지난 3일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13시간여의 조사를 받고 나온 신씨는 “검사가 편지조작 과정 전반을 물어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말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검찰조사보다 신씨의 폭로에 쏠려 있었다. 지난 대선 엿새 전 폭로한 것과 마찬가지로 총선 엿새전인 지난 5일 폭로를 예고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신씨의 기자회견은 없었다. 고소·고발을 당한 그로서는 개인적인 폭로를 이어갈 경우 또다시 법에 걸릴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신씨는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 팟케스트 방송으로 자신의 심경을 이어나갔다.


“13시간 검찰조사
힘들었지만 편했다”

새벽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날인 지난 4일 신씨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가짜편지 작성 과정과 그 배후에 관한 이야기를 소상히 전했다. 그는 “새벽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시간도 길고 힘들었지만 사실을 있는 대로 얘기하니 (마음은) 편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먼저 신씨는 가짜편지를 작성하게 된 계기부터 밝혔다. 그는 “‘선생님’(양승덕 경희대 행정실장)이 타이핑된 문안을 가져와 ‘그대로 하나 베껴 달라’고 했다”며 “선생님은 내가 치대를 다닐 때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대주시는 등 30년 동안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분이라 당시엔 속된 말로 ‘죽으라’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대필 요청을 받았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문구 자체는 일단 뭔가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선생님이 저를 여태까지 보살폈기 때문에 추호의 의심 없이 ‘선생님이 뭔가 잘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며 “부수적으로 저희 형님(신경화씨)에게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솔직히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신씨는 가짜편지를 대필하는 조건으로 신경화씨에 대한 감형이 제안됐다는 사실은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만약에 내가 그런 대가로 그런 걸(대필을) 하면, 잘못하면 역사적으로 반역하는 것과 똑같은데 거기에 가담할 이유가 있겠나”라며 “또 거기에 가담했다고 하면, 누가 나에게 치료를 받겠나”라고 강조했다. 편지 대필이 친분이 있는 인물에 대한 호의 때문이지 대가성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신씨는 자신이 편지를 건넨 양씨 뒤에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캠프 특보 출신인 김병진씨 외에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이상득 의원 등 캠프의 핵심 인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대선 후 검찰 조사를 앞두고 양씨가 나를 불러 ‘최시중, 이상득씨가 모든 걸 핸들링하고 있다’며 ‘지시한 대로 하면 (대전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형을 미국으로 원상복귀 시켜준다고 이야기했다’”며 “형님이 미국으로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킨 대로 계속 말을 만들어가면서 조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신경화씨는 현재도 구치소 수감 중)

또 신씨는 최시중·이상득씨 외에도 이명박 캠프의 또 다른 핵심 인사가 가짜편지 작성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제기했다. 신씨는 “제가 조사받기 전 양씨가 제 앞에서 ‘신 회장님’이라고 하는 사람과 통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누구냐고 물어보니 ‘(대통령의) 손윗동서’라고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신기옥씨였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기획입국에 깊숙이 관련된 점을 밝힌 것이다.

또한 신씨는 홍 전 대표가 “대선 1주일 전 출근했더니 사무실 책상에 편지가 올려져 있었다”며 입수 경위를 설명한 것에 대해, “홍 전 대표가 (대선 열흘 전인) 2007년 12월 7일부터 형님과 편지에 대해 언급한 언론 보도가 있다”며 편지를 입수하기 전부터 가짜 편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증거 가지고 있다. 홍준표 편지 입수경위 밝혀라”
MB 최대 아킬레스건, 대선 정국 뒤흔들 메가톤급 파장

다음 날이자 당초 폭로 예정일이었던 지난 5일에서도 편지의 배후들을 거듭 지목했다. 신씨는 이들을 배후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양씨로부터 이 사람들이 다 핸들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검찰에 가면 이렇게 이렇게 하라는 내용이 빽빽하게 담긴 A4 5장짜리 양씨의 지시서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이 없다면) 왜 편지가 일면식도 없는 홍 전 대표의 손에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신씨는 ‘알려지지 않은 배후가 한 명 더 있다’고 주장해 온 것과 관련해서는 지난 3일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검찰이 알려지지 않은 배후에 대해서도 질문했다”며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정황상 알고 있는 배후들을 모두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후론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나를 보호하기 위한 증거가 있다”며 “재판장에 가게 되면 증거를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대필한 편지의 원본은 양씨에게 받았으나 다른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 사람이 누군지는 검찰이 수사해서 찾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대해 신씨의 요구와는 별개로 고소·고발사건을 절차대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일단 김경준씨 고소사건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 측도 조만간 고발인 자격으로 소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검찰은 “신씨가 주장하는 것과 그간의 조사 내용은 조금 다르다”는 입장이다. 양씨가 준 원문대로 편지를 작성했고, 이후 신경화씨가 똑같이 작성했다는 부분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다.

편지 조작 여부를 떠나 고소·고발이 성립하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씨가 “홍 의원의 편지입수 경위를 수사해 달라”고 한 것을 진정으로 볼 수 있는지, 신씨의 폭로나 발언 때문에 홍 의원이나 김씨 명예가 훼손됐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아킬레스건
대선정국 뒤흔드나?

이처럼 신씨는 하나씩 사건의 배후들을 밝혀나가며 이 대통령과 그 배후들을 옥죄고 있다. 신씨의 고향친구이자 그동안 신씨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이어왔다는 이모씨는 기자와의 통화해서 “상당히 억울해 하죠”라며 신씨의 입장을 대변했으며 이내 “자신이 이용당한거니 안 그렇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씨는 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했을까. 이에 대해 이씨는 총선으로 민감한 시점에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자신의 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믿고 의지하고 있는 신씨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진실규명을 위해 사력을 다 할 것이란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BBK 주가조작 의혹’은 신씨가 터뜨리는 폭로의 진위 여부에 따라 또 한 번 대선정국을 뒤흔들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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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