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뇌관’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 폭로 개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09 11:12:22
  • 댓글 0개

“가짜편지 배후는 최시중·이상득 등 MB 최측근”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 또 한 번의 ‘메가톤급’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나는 꼼수다>의 ‘천안함 모의실험 조작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BBK 주가조작 사건 당사자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가 귀국해 진실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개월 전부터 “총선을 엿새 앞둔 4월5일 폭로하겠다”고 밝힌 바와 같이 기자회견을 통한 대폭로는 없었지만 사건의 무게감으로 보아 12월까지 이어지는 대선정국을 뒤흔들 파장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 2일 귀국, 3일 13시간여 검찰조사로 사건배후 밝혀
예정된 기자회견 폭로는 없었지만 정치권 촉각 곤두세워

지난 17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BBK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귀국했다. 이를 전후해 당시 한나라당은 기획입국설을 내놓으며 참여정부의 청와대와 여당인 민주당이 김씨의 귀국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김씨의 미국 교도소 수감 동료인 신경화씨가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문제의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큰집’은 청와대를 뜻하는 표현이고, 김씨가 모종의 대가를 받고 들어온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었던 홍준표 전 대표는 대선 엿새 전 이 편지를 김 씨의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며 대선에서 사실상 유리한 고지를 선점함과 동시에 승리로 이끈 1등공신이 되었다.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 귀국, 폭로

여야의 고소고발 속에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기획입국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유야무야 덮어졌다. 그동안 편지는 김경준씨가 입국하기 전 미국 교도소에 있을 당시 1년간 함께 수감생활을 한 신경화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3월 신씨의 동생인 신명씨가 언론인터뷰를 통해 “형이 김경준씨한테 보낸 것으로 세상에 알려진 편지는 내가 작성했다”고 폭로해 여러 의혹들을 양산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신씨는 “기획입국설은 조작된 것”이라며 배후에 현재의 여권 핵심인사와 대통령 친인척이 관여돼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지난 대선정국을 강타했지만 흐지부지 덮어졌던 BBK 사건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수개월 전부터 신씨는 “과거 가짜편지를 김경준 기획입국의 증거라며 언론에 공개했던 홍 전 대표가 편지의 입수 경위를 털어놔야 한다”고 주장하며 압박했다.

신씨의 폭로는 김경준씨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와 여권의 사주를 받고 귀국한 것으로 오인할 만한 내용의 가짜편지를 신씨 형제가 작성한 점을 문제 삼고 지난해 12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사건의 진위여부와 자신 형제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홍 전 대표 측은 가짜편지의 입수 경위와 진실을 밝히라는 신씨의 주장을 총선을 앞둔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평가절하하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지난달 고발했고, 이에 신씨는 2일 베이징을 경유해 귀국했고 지난 3일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13시간여의 조사를 받고 나온 신씨는 “검사가 편지조작 과정 전반을 물어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말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검찰조사보다 신씨의 폭로에 쏠려 있었다. 지난 대선 엿새 전 폭로한 것과 마찬가지로 총선 엿새전인 지난 5일 폭로를 예고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신씨의 기자회견은 없었다. 고소·고발을 당한 그로서는 개인적인 폭로를 이어갈 경우 또다시 법에 걸릴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신씨는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 팟케스트 방송으로 자신의 심경을 이어나갔다.


“13시간 검찰조사
힘들었지만 편했다”

새벽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날인 지난 4일 신씨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가짜편지 작성 과정과 그 배후에 관한 이야기를 소상히 전했다. 그는 “새벽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시간도 길고 힘들었지만 사실을 있는 대로 얘기하니 (마음은) 편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먼저 신씨는 가짜편지를 작성하게 된 계기부터 밝혔다. 그는 “‘선생님’(양승덕 경희대 행정실장)이 타이핑된 문안을 가져와 ‘그대로 하나 베껴 달라’고 했다”며 “선생님은 내가 치대를 다닐 때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대주시는 등 30년 동안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분이라 당시엔 속된 말로 ‘죽으라’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대필 요청을 받았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문구 자체는 일단 뭔가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선생님이 저를 여태까지 보살폈기 때문에 추호의 의심 없이 ‘선생님이 뭔가 잘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며 “부수적으로 저희 형님(신경화씨)에게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솔직히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신씨는 가짜편지를 대필하는 조건으로 신경화씨에 대한 감형이 제안됐다는 사실은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만약에 내가 그런 대가로 그런 걸(대필을) 하면, 잘못하면 역사적으로 반역하는 것과 똑같은데 거기에 가담할 이유가 있겠나”라며 “또 거기에 가담했다고 하면, 누가 나에게 치료를 받겠나”라고 강조했다. 편지 대필이 친분이 있는 인물에 대한 호의 때문이지 대가성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신씨는 자신이 편지를 건넨 양씨 뒤에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대선캠프 특보 출신인 김병진씨 외에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이상득 의원 등 캠프의 핵심 인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대선 후 검찰 조사를 앞두고 양씨가 나를 불러 ‘최시중, 이상득씨가 모든 걸 핸들링하고 있다’며 ‘지시한 대로 하면 (대전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형을 미국으로 원상복귀 시켜준다고 이야기했다’”며 “형님이 미국으로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킨 대로 계속 말을 만들어가면서 조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신경화씨는 현재도 구치소 수감 중)

또 신씨는 최시중·이상득씨 외에도 이명박 캠프의 또 다른 핵심 인사가 가짜편지 작성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제기했다. 신씨는 “제가 조사받기 전 양씨가 제 앞에서 ‘신 회장님’이라고 하는 사람과 통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누구냐고 물어보니 ‘(대통령의) 손윗동서’라고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신기옥씨였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기획입국에 깊숙이 관련된 점을 밝힌 것이다.

또한 신씨는 홍 전 대표가 “대선 1주일 전 출근했더니 사무실 책상에 편지가 올려져 있었다”며 입수 경위를 설명한 것에 대해, “홍 전 대표가 (대선 열흘 전인) 2007년 12월 7일부터 형님과 편지에 대해 언급한 언론 보도가 있다”며 편지를 입수하기 전부터 가짜 편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증거 가지고 있다. 홍준표 편지 입수경위 밝혀라”
MB 최대 아킬레스건, 대선 정국 뒤흔들 메가톤급 파장

다음 날이자 당초 폭로 예정일이었던 지난 5일에서도 편지의 배후들을 거듭 지목했다. 신씨는 이들을 배후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양씨로부터 이 사람들이 다 핸들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검찰에 가면 이렇게 이렇게 하라는 내용이 빽빽하게 담긴 A4 5장짜리 양씨의 지시서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이 없다면) 왜 편지가 일면식도 없는 홍 전 대표의 손에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신씨는 ‘알려지지 않은 배후가 한 명 더 있다’고 주장해 온 것과 관련해서는 지난 3일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검찰이 알려지지 않은 배후에 대해서도 질문했다”며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정황상 알고 있는 배후들을 모두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후론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나를 보호하기 위한 증거가 있다”며 “재판장에 가게 되면 증거를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대필한 편지의 원본은 양씨에게 받았으나 다른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 사람이 누군지는 검찰이 수사해서 찾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에 대해 신씨의 요구와는 별개로 고소·고발사건을 절차대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일단 김경준씨 고소사건만 조사했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 측도 조만간 고발인 자격으로 소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검찰은 “신씨가 주장하는 것과 그간의 조사 내용은 조금 다르다”는 입장이다. 양씨가 준 원문대로 편지를 작성했고, 이후 신경화씨가 똑같이 작성했다는 부분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다.

편지 조작 여부를 떠나 고소·고발이 성립하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씨가 “홍 의원의 편지입수 경위를 수사해 달라”고 한 것을 진정으로 볼 수 있는지, 신씨의 폭로나 발언 때문에 홍 의원이나 김씨 명예가 훼손됐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아킬레스건
대선정국 뒤흔드나?

이처럼 신씨는 하나씩 사건의 배후들을 밝혀나가며 이 대통령과 그 배후들을 옥죄고 있다. 신씨의 고향친구이자 그동안 신씨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이어왔다는 이모씨는 기자와의 통화해서 “상당히 억울해 하죠”라며 신씨의 입장을 대변했으며 이내 “자신이 이용당한거니 안 그렇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씨는 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했을까. 이에 대해 이씨는 총선으로 민감한 시점에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한 자신의 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믿고 의지하고 있는 신씨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할 경우 진실규명을 위해 사력을 다 할 것이란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BBK 주가조작 의혹’은 신씨가 터뜨리는 폭로의 진위 여부에 따라 또 한 번 대선정국을 뒤흔들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