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돌입한 4·11 총선 5대 핵심 변수 분석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03 1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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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어떻게 잡느냐에 ‘승패’ 판가름 난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이 카운트다운에 접어들며 판세는 예측불허의 대혼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야 각각의 ‘정권심판론’과 ‘친노부활’의 가치싸움이 일찍부터 시작된 가운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과 천안함 2주기 추모에 따른 ‘북풍(北風)’ 등의 변수가 급부상했다. 또한 민간인사찰과 BBK 진실 폭로 등 청와대와 여권을 정조준 하고 있는 의혹도 막판 변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외 제주 해군기지건설에 대한 여론 추이, 영·호남 지역주의 득세, 세대별 정치적 입장 차 등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5대 핵심 변수를 선정해 분석했다.

무소속 출마자 257명, 18대 총선(127명)보다 두 배 늘어
‘정권 심판’과 ‘친노부활’의 대결구도, 유권자들의 선택은?

① 넘쳐나는 무소속 출마자 
② 민간인사찰, BBK 진실 규명
③ 정권심판론 vs 친노부활 가치 싸움
④ 신북풍(북한 미사일 발사, 천안함)
⑤ 세대별 대결, SNS 활용 여부

정치 평론가와 선거 전문가들은 최대 표밭인 수도권의 혼전으로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천과 경선 탈락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것을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이외에도 몇몇 변수들로 인해 선거판이 막판까지 출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여야 모두 선거 결과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 판세는 돌발 변수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얼마나 실수를 줄이고 쟁점사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박빙 지역의 우열이 판가름 날 것이란 전망이다.

무소속 출마 강행
선거 최대 변수로


먼저 전·현직의원들의 무소속 출마가 주요 변수로 자리매김했다. 여당은 공천반발을 무마해 무소속 출마를 최소화했고, 야권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를 이뤄냈다.

하지만 각 정당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많은 이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이들은 나름대로 탄탄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어 이들의 득표력이 여야의 총선 승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총선에는 후보자 등록을 마친 927명 중 무소속 출마자가 257명(27.7%)으로 18대 총선(127명)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는 점도 예의주시할 점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에는 현역의원 3명이 무소속으로 나와 친정인 여당 후보들을 압박하고 있다.

대구 중·남에는 새누리당 김희국 전 국토해양부 차관의 공천에 반발해 배영식 의원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무소속으로 나섰다. 이들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합의해 김 후보를 긴장케 하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성조·이명규 현역의원도 각각 경북 구미갑과 대구 북갑에서 무소속으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 의원은 배 의원 등 무소속 7명과 함께 ‘무소속 희망연대’를 출범시켜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번 총선 최대의 이슈 지역인 부산·경남도 마찬가지다. 수영에선 17대 의원을 지낸 박형준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유재중 의원과 리턴매치에 나섰다. 경남에서도 10·26 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비서가 연루돼 탈당한 최구식 의원(진주갑)이 무소속 출마로 3선에 도전하고 있고, 한나라당 사무총장 시절 친박공천학살을 주도했던 이방호 전 의원도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호남권도 무소속 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투표 선거인단 모집과정에서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해 민주통합당이 무공천을 결정한 광주 동구에는 박주선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섰으며 조배숙·최인기·김재균 의원은 각각 전북 익산을, 전남 나주 화순, 광주 북을에 무소속으로 등록했다.

2000년 16대 총선 이래 무소속 당선자가 1명도 없었던 서울에도 전·현직의원 출신의 무소속 출마자가 여럿 나왔다. 중랑갑과 중랑을에선 유정현·진성호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3선 출신의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과 5선 경력의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도 각각 중랑갑과 중랑을에 무소속으로 나와 중랑지역에서만 4명의 무소속 출마자가 나와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했지만 김희철 의원은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3파전을 형성하고 있다. 공천과 경선에 불복하여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것은 표의 분열을 가져와 여·야 할 것 없이 최대 변수로 자리 잡았다.

20~30대 투표율 선거 판도에 결정적 작용 할 것
격전지일수록 변수에 승패 결정 날 가능성 높아 


두 번째 변수는 최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과 BBK 진실규명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28일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을 앞세워 본격적인 정권심판론을 제기할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를 발족해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 카드를 던졌다.

10개의 본부를 둔 위원회는 ‘민간인 불법사찰’과 ‘BBK 기획입국 가짜편지’, 그리고 ‘중앙선관위 디도스 사이버 테러’의 3개 분야에 화력을 집중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BBK 진실규명은 기획입국 가짜편지 작성자인 신명씨가 이달 5일 관련 의혹을 모두 밝히겠다고 예고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신씨는 편지를 쓰게 한 배후로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목하고 있고 위원회도 사실관계를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총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 디도스 사이버테러는 현재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선관위와 KT 등 통신회사를 압수수색하며 진실을 규명 중이다. 위원회는 특검이 주목하지 않는 다른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연이은 폭로로 인해 이미 청와대와 여권을 만신창이로 만들었으며, 이명박 대통령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개입정황이 밝혀진다면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변수로 ‘정권심판’과 ‘친노부활’의 대결구도가 있다. 민주당은 선거 초반부터 이번 선거를 ‘MB정권 심판론’ 구도로 몰아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폐족’이라 자처했던 친노 인사들의 부활에 대해 ‘나라를 망쳤던 인사들이 득세했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김태호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자처하는 김경수 후보가 맞붙은 김해을 지역이 경남권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김 의원이 ‘노풍’을 잠재울지, 김 후보가 ‘돌풍의 핵’으로 떠오를지 관심이다.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발족도 심판론과 맥락을 같이 한다. 현 정권의 비리가 박근혜 위원장과 함께 하고 박 위원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이명박근혜’ 표어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새누리당은 정권 심판론을 자꾸 피해가려고 하는 쪽으로 갈 것이고 (동시에) 과거를 자꾸 들춰내 과거 정권들의 잘못한 것을 자꾸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은 영향력이 그렇게 크다고 보지를 않는다”며 총선 최대 이슈와 관련해 “정권 심판론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55%로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이번 선거전이 결국은 정권심판론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폐족 vs 이명박근혜
흠집 내기, 승자는?

네 번째 변수로 ‘북풍’이 있다. 북풍은 선거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변수이다. 이번 선거 역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예고해 4월 총선 구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1단계 추진체가 변산반도 등 우리 영해나 영토에 떨어질 경우,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풍을 과도하게 부각시키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중국 내 탈북자 강제 북송, 제주 해군기지, 천안함 2주기 등 최근 우리 사회 다른 안보이슈들과 북한 미사일이 맞물릴 경우 ‘신북풍’이 불어 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다.

다섯 번째 변수로 세대별 대결과 SNS 활용 여부가 떠오르고 있다. 2040세대로 대표되는 청·장년층과 50대 이상 중·노년층의 다른 표심은 선거 판세를 뒤집을 만한 변수다. 특히 20~30대의 투표율이 선거 판도에 결정적 작용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선관위에 따르면, 4년 전 18대 총선의 경우 선거인수가 20~30대(선거인 전체의 43.1%)가 50~60대(34.3%)보다 훨씬 많았으나 20~30대 투표율이 50~6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실제 투표인수는 50~60대(46.7%)가 20~30대(29.9%)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지난번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분당 재보선, 서울시장 재보선 등에서 젊은층의 투표 참여율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여당에게 잇따라 고배를 안겨주고 있어 이번 총선에서도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을 경우 총선 결과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야의 전통적 텃밭이 흔들리는 가운데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가 더해진다면 판세는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격전지에서 젊은층의 투표율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 여부도 중요 변수다. 4·11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은 물론이고 여야 모두 당 차원에서 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SNS를 통한 ‘3A전략’(agree-always-advice)을 내세웠다.

보좌진을 중심으로 세 차례에 걸쳐 SNS 교육을 진행했고, SNS 역량지수를 공천에 반영하기도 했다. 당 홈페이지에는 이용자들의 댓글이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 등 국내외 SNS로 곧바로 전송되는 ‘소셜 댓글 시스템’을 장착해 SNS 민심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변수대응 어떻게?
승패 기준 될 듯

새누리당과 달리 일찌감치 지난 8월 ‘2012 총선 승리 SNS 완전정복 가이드북’을 발간한 민주통합당은 SNS 네트워크 강화 사업에 속력을 내고 있다. 특히 총선 출마자들을 직접 지원할 ‘통합 SNS 플랫폼 구축시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며 여러 가지 변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박빙구도로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19대 총선에서 여야는 이러한 변수들을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막바지 표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11일 가려질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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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