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깨고 입 연 안철수 대권행보 대예측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02 15:03:26
  • 댓글 0개

떠오른 ‘MOON’, 출발한 ‘AN’ 최종 승자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답답하리만치 ‘정중동’ 자세를 유지해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국 상황에 따라 자신이 직접 대선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대선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안 원장이 은연중에 정치참여 의사를 발표하자 여야 정치권은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한마디에 주가는 들썩이고 있고 정치권은 그의 속내를 분석하며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안 원장의 대권행보와 관련, 몇가지 ‘경우의 수’를 점쳐봤다.

여야 모두에 경고 보내 차별화 시도, 독자적인 대선행보 시사?
민주당,‘문재인당’으로 바뀌어가자 또 다시 나선 ‘타이밍의 귀재’

안철수 원장이 입을 연 것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다. 그동안 “재단 설립에 최선을 다하겠다. 학교 일만 해도 정신이 없다”며 정치에 거리감을 뒀던 그가 정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안 원장은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제가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주어지는 것”이라며 “제가 정치에 참여를 하게 된다면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어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에 참여한다면)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삼는 그런 쪽으로 하지 진영 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것은 지금까지의 나의 생각과 행보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철수’ 말 한마디
정치권은 ‘들썩’

그는 그동안 정치 참여 문제를 고민해왔던 것에 대해 “사회의 긍정적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모든 것을 봐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만약에 정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정치하시는 분들이 긴장을 풀고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며 “(정치 참여를) 하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서로 싸우고 공격의 대상이 된다. 긍정적인 역할을 못 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우리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이 자리에 있으면서 양쪽을 끊임없이 자극해서 쇄신의 노력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정치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총선 이후 정치상황에 따라 대권도전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상승세가 꺾인 것에 대해선 “지지율이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사회발전에 역할만 하면 되지 지지율이 높아지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이게 나의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대선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빠르다.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하신 분이 한 분도 없지 않느냐”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9월 이후부터 내가 ‘학교 일과 재단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정치에 참여하고 안 하고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등 세 가지를 얘기했는데 말 그대로 지켰다”면서 “작은 약속도 못 지키는 사람은 큰 약속도 못 지킨다”며 자신은 약속을 지켜왔고 큰 약속을 지킬 수 있음을 은연중에 내포했다.

안 원장은 ‘안철수 현상’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면 미래 가치와 구체제의 충돌이 아니겠느냐”며 스스로의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국민들의 생각, 개인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들, 사회 간 계층 이동이 차단된 사회구조,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는 미래를, 대립보다는 화합과 소통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데 서로 싸우기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또한 보수와 진보로 나뉜 한국 정치와 사회 구조를 지적하며 소통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가 너무 심하게 싸운다”면서 “보수나 진보가 서로 적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둘이 타협점을 찾아서 가는 게 사회발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갈등 해소, 일자리 창출, 빈부격차 해소, 계층 간 이동인데 그런 능력은 하나도 없이 보수든 진보든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면서 “승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독자노선으로
‘제3의 길’ 간다?

이처럼 안 원장이 “어떤 특정한 진영의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정치권에서는 기존 정치세력과 거리를 두고서 독자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친야 성향으로 인식돼온 것과는 다소 거리를 둔 발언으로 ‘제3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무엇보다 높아 보인다.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제의를 거절한 점도 독자행보 가능성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안 원장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도권 표심이 여야 어느 한쪽으로 뚜렷하게 쏠리지 않을 경우 주로 수도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안 원장의 독자 출마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과 자신과 뜻이 맞는 친 새누리당 성향의 인사들과 함께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를 하더라도 ‘특정진영에 속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특정진영에 속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그 진영의 논리를 따라가진 않겠다’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이런 탓에 ‘중도·무당파’를 흡수하며 독자행보를 걸을 수도 있단 관측과 함께 10·26 재보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시민사회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결과를 지켜본 후 상처 없이 본선에 직행하려는 속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원장이 총선 뒤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인재근 후보와 송호창 후보를 지지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아 그의 지지기반 다지기 움직임은 시작되었다는 시각도 있다.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지 않고 자신의 뜻과 맞는 후보 개개인을 지지해 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안 원장의 행보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자신의 장외정치 위력이 약해지자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즉 자신의 몸값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꼼수’로 폄하하는 기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 원장이 정치에 거리를 두자 주식은 반토막 났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페이스메이커’인가, 문재인과 본격 경쟁구도 만들기 서막인가?
대선 최고의 블루칩 안철수 결단, 정치권 다시 촉각 곤두세워

안 원장이 주춤하는 사이 현재 문 고문은 한명숙 대표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과시하며 민주통합당을 ‘문재인당’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공천과정에서 문 고문은 ‘친노’ 핵심인사들과 긴급회동 이후 한 대표와 독대를 갖고 3~4가지 요구를 담은 문서를 전달했고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지역구 공천 중 일부 지역은 문 고문의 뜻이 관철됐다는 후문도 들리고, 당시 후보군에도 없던 배재정 전 <부산일보> 기자가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게 할 정도로 문 고문은 당에서 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통합진보당 지도부와의 야권연대를 위한 회동에서 한 대표는 “문 고문에게 부탁해서 중재를 맡겼다”고 할 정도로 실질적인 당 대표의 권한과 역할을 문 고문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 고문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문재인 대망론’이 ‘문재인 대세론’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안 원장이 긴장감을 느껴 예정보다 빨리 정치참여 뜻을 밝힌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때문에 총선이 끝나면 문재인·안철수의 경쟁구도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 고문은 최근 안 원장을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최상위 순번에 추천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듯이 안 원장과의 관계가 각별하다. 문 고문은 부산 출신인 안 원장이 총선에서 이 지역 승부에 힘을 보태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 원장의 마음은 대선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야권에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안 원장과 문 이사장이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을 꼽고 있다. 치열한 경선으로 흥행에 성공해 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치고받는 네거티브전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쪽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안 원장이 표리부동의 자세를 보이거나 기대주로만 뛰다가 중도에 무책임하게 주저앉아버릴 경우 경선 흥행에 실패하게 될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또한 야권연대와 협상하지 않고 끝까지 독자노선을 강행해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3파전이 될 수도 있음을 염려하기도 한다. 안 원장과 문 고문의 지지층이 많이 겹쳐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판세가 되기 때문이다.


자기 몸값 올리고
존재감 높이려는 ‘꼼수’?

안 원장의 행보에 새누리당은 정치참여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은 지금 시대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면서 “민주통합당에 들어가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를 안 하는 척 하면서 실제론 정치9단같이 움직인다”며 “커튼 뒤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극도로 경계했다. 기본적으로 안 원장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설정해 온 민주당도 복잡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안 원장의 말 한 마디는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대선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안 원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정치권과 국민들은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안·철·수’ 라는 이름의 힘은 생각보다 엄청나기에 그가 내릴 최종 결단에 궁금증이 더해가는 요즘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