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깨고 입 연 안철수 대권행보 대예측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02 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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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MOON’, 출발한 ‘AN’ 최종 승자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답답하리만치 ‘정중동’ 자세를 유지해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국 상황에 따라 자신이 직접 대선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대선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안 원장이 은연중에 정치참여 의사를 발표하자 여야 정치권은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한마디에 주가는 들썩이고 있고 정치권은 그의 속내를 분석하며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안 원장의 대권행보와 관련, 몇가지 ‘경우의 수’를 점쳐봤다.

여야 모두에 경고 보내 차별화 시도, 독자적인 대선행보 시사?
민주당,‘문재인당’으로 바뀌어가자 또 다시 나선 ‘타이밍의 귀재’

안철수 원장이 입을 연 것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다. 그동안 “재단 설립에 최선을 다하겠다. 학교 일만 해도 정신이 없다”며 정치에 거리감을 뒀던 그가 정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자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안 원장은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 “제가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결국은 주어지는 것”이라며 “제가 정치에 참여를 하게 된다면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어떤 특정한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에 참여한다면) 공동체의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삼는 그런 쪽으로 하지 진영 논리에 휩싸여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것은 지금까지의 나의 생각과 행보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철수’ 말 한마디
정치권은 ‘들썩’

그는 그동안 정치 참여 문제를 고민해왔던 것에 대해 “사회의 긍정적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모든 것을 봐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만약에 정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정치하시는 분들이 긴장을 풀고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며 “(정치 참여를) 하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서로 싸우고 공격의 대상이 된다. 긍정적인 역할을 못 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우리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이 자리에 있으면서 양쪽을 끊임없이 자극해서 쇄신의 노력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정치참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총선 이후 정치상황에 따라 대권도전 여부가 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상승세가 꺾인 것에 대해선 “지지율이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사회발전에 역할만 하면 되지 지지율이 높아지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이게 나의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대선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빠르다.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하신 분이 한 분도 없지 않느냐”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9월 이후부터 내가 ‘학교 일과 재단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정치에 참여하고 안 하고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등 세 가지를 얘기했는데 말 그대로 지켰다”면서 “작은 약속도 못 지키는 사람은 큰 약속도 못 지킨다”며 자신은 약속을 지켜왔고 큰 약속을 지킬 수 있음을 은연중에 내포했다.

안 원장은 ‘안철수 현상’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면 미래 가치와 구체제의 충돌이 아니겠느냐”며 스스로의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국민들의 생각, 개인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들, 사회 간 계층 이동이 차단된 사회구조,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는 미래를, 대립보다는 화합과 소통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데 서로 싸우기만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또한 보수와 진보로 나뉜 한국 정치와 사회 구조를 지적하며 소통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보수와 진보가 너무 심하게 싸운다”면서 “보수나 진보가 서로 적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둘이 타협점을 찾아서 가는 게 사회발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갈등 해소, 일자리 창출, 빈부격차 해소, 계층 간 이동인데 그런 능력은 하나도 없이 보수든 진보든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면서 “승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독자노선으로
‘제3의 길’ 간다?

이처럼 안 원장이 “어떤 특정한 진영의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정치권에서는 기존 정치세력과 거리를 두고서 독자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친야 성향으로 인식돼온 것과는 다소 거리를 둔 발언으로 ‘제3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무엇보다 높아 보인다.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제의를 거절한 점도 독자행보 가능성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안 원장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도권 표심이 여야 어느 한쪽으로 뚜렷하게 쏠리지 않을 경우 주로 수도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안 원장의 독자 출마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과 자신과 뜻이 맞는 친 새누리당 성향의 인사들과 함께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를 하더라도 ‘특정진영에 속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특정진영에 속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그 진영의 논리를 따라가진 않겠다’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이런 탓에 ‘중도·무당파’를 흡수하며 독자행보를 걸을 수도 있단 관측과 함께 10·26 재보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시민사회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결과를 지켜본 후 상처 없이 본선에 직행하려는 속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원장이 총선 뒤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인재근 후보와 송호창 후보를 지지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아 그의 지지기반 다지기 움직임은 시작되었다는 시각도 있다.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지 않고 자신의 뜻과 맞는 후보 개개인을 지지해 그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안 원장의 행보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자신의 장외정치 위력이 약해지자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즉 자신의 몸값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꼼수’로 폄하하는 기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 원장이 정치에 거리를 두자 주식은 반토막 났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페이스메이커’인가, 문재인과 본격 경쟁구도 만들기 서막인가?
대선 최고의 블루칩 안철수 결단, 정치권 다시 촉각 곤두세워

안 원장이 주춤하는 사이 현재 문 고문은 한명숙 대표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과시하며 민주통합당을 ‘문재인당’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공천과정에서 문 고문은 ‘친노’ 핵심인사들과 긴급회동 이후 한 대표와 독대를 갖고 3~4가지 요구를 담은 문서를 전달했고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지역구 공천 중 일부 지역은 문 고문의 뜻이 관철됐다는 후문도 들리고, 당시 후보군에도 없던 배재정 전 <부산일보> 기자가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게 할 정도로 문 고문은 당에서 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통합진보당 지도부와의 야권연대를 위한 회동에서 한 대표는 “문 고문에게 부탁해서 중재를 맡겼다”고 할 정도로 실질적인 당 대표의 권한과 역할을 문 고문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 고문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문재인 대망론’이 ‘문재인 대세론’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안 원장이 긴장감을 느껴 예정보다 빨리 정치참여 뜻을 밝힌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때문에 총선이 끝나면 문재인·안철수의 경쟁구도가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 고문은 최근 안 원장을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최상위 순번에 추천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듯이 안 원장과의 관계가 각별하다. 문 고문은 부산 출신인 안 원장이 총선에서 이 지역 승부에 힘을 보태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 원장의 마음은 대선에만 쏠려 있는 듯하다.

야권에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안 원장과 문 이사장이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을 꼽고 있다. 치열한 경선으로 흥행에 성공해 판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치고받는 네거티브전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쪽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안 원장이 표리부동의 자세를 보이거나 기대주로만 뛰다가 중도에 무책임하게 주저앉아버릴 경우 경선 흥행에 실패하게 될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또한 야권연대와 협상하지 않고 끝까지 독자노선을 강행해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3파전이 될 수도 있음을 염려하기도 한다. 안 원장과 문 고문의 지지층이 많이 겹쳐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판세가 되기 때문이다.


자기 몸값 올리고
존재감 높이려는 ‘꼼수’?

안 원장의 행보에 새누리당은 정치참여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은 지금 시대에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면서 “민주통합당에 들어가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정치를 안 하는 척 하면서 실제론 정치9단같이 움직인다”며 “커튼 뒤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극도로 경계했다. 기본적으로 안 원장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설정해 온 민주당도 복잡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안 원장의 말 한 마디는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대선 최고의 블루칩으로 평가받는 안 원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정치권과 국민들은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안·철·수’ 라는 이름의 힘은 생각보다 엄청나기에 그가 내릴 최종 결단에 궁금증이 더해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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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