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 일파만파 "MB 하야하라!"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30 1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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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무원 불륜 행적도 분단위로 감시당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을 12일 앞둔 지난 30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야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하야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민간인 사찰 문제를 ‘반민주적’ 불법 사찰로 규정,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확산시키는 쟁점으로 활용할 태세다.

이는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창출될 경우 전방위 청문회가 열릴 것은 물론이며 대통령 탄핵과 하야 요구가 봇물 터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어서,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진보신당 박은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찰 내용을 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공직자들의 일거수일투족, 민간인 사찰, 방송사 내부동향 파악은 물론 노동조합 성향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행과 감시가 아니면 도저히 파악될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니, 이명박 정부는 과연 한 나라의 정부였나 아니면 전국민 파파라치였나”라고 반문하며 “정.재계.언론.금융계.민간인까지 사찰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책임있게 해명하고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다.

MB심판국민위원회 위원장인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도 선거대책회의 및 MB심판 국민위원회 공동회의에서 “대한민국 국민 2천600여명에 대한 불법사찰 진행 상황과 기록을 담은 문건이 공개됐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범국민적으로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라며 ‘MB 하야’를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이에 대해 이상일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 실태가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라며 “김대중 정권이 과거 정관계 인사와 언론인을 상대로 자행한 광범위한 불법도청과 다름없는 인권유린이자 민주주의 파괴의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계자를 엄벌하고, 소위 윗선이 있다면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검찰 수사가 미흡하다는 판단이 들면 다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사태 확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지나친 정치 공세”라고 규정하고 “야당은 무분별한 정치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사찰 논란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민감한 젊은 층과 수도권 유권자의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청와대 개입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새누리당의 선거전략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한 이번에 공개된 문건들 중에는 공직자에 대한 감찰 문서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야당에 대한 사찰도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판문이 계속되고 있다.

한 고위 공직자는 내연녀와의 불륜 행적을 분단위로 감시당하기까지 했다.

2009년 5월 19일자로 작성된 ‘한 사정기관 고위 간부 사찰 문건’에 따르면 이 간부는 내연녀와 함께 있던 장소와 시간, 나눴던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묘사됐다.

‘이 간부와 내연녀가 병맥주 2병과 과자 3봉지를 구입, 계산을 하려다 내연녀가 맥주 1병을 떨어뜨렸다’ ‘둘이 차밖에서 선채로 가볍게 뽀뽀하고 헤어질 듯 하더니 같이 아파트로 들어갔다’는 내용 등이다.

또 “이 간부가 ‘당신 딸에게 뭘 사주지’라고 묻자 내연녀는 ‘ABC 초콜릿이면 돼’라고 말했다”고 새노조는 밝혔다. 대화 내용을 사찰할 만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감시했다는 것으로 추측돼 충격을 주고 있다.


새노조 측은 이번 문건에서 확인된 사찰 피해자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을 세밀하게 검토한 뒤 다음 달 초 불법사찰 내용을 추가 폭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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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