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특집> ‘치고받고’ 불꽃 뿜는 ‘격전지’ 총정리(上)

활~활 달아오른 총선불판 ‘어디가 가장 뜨겁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4?11 총선이 바짝 코앞으로 다가오자 정국의 긴장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천도 마무리되며 대진표의 윤곽도 또렷해졌다. 하지만 곳곳에서 치열한 혈전이 예고되며 총선판세는 점점 더 안개국면이다. 링위에 올라온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해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벌써부터 치열해진 신경전으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화제의 격전지를 살펴봤다.

여야 승부 가를 ‘수도권 대첩’ 곳곳이 혈전지로 급부상
종로 홍사덕 vs 정세균, 강남을 김종훈 vs 정동영 ‘불꽃매치’

제19대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오자 여야 모두 선거대책위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여야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선대위 진용을 갖추고 승리를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진통 끝에 완료된 공천에 따라 대진표가 확정되자 후보자들은 사활이 걸린 총선에 ‘올인’하며 비장감마저 감도는 상태다. 점점 더 안개국면으로 치닫는 총선판세 속 가장 피 튀기는 혈전지는 어디일까?

여야 선거체제로 전환
'잔인한 4월' 누가 웃을까?

이번 4ㆍ11 총선에서는 246개 선거구 중 112개가 몰린 서울과 수도권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증명하듯 수도권의 대다수 지역구가 혈전지로 급부상 중이다. 먼저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는 여야의 거물급인사들이 맞붙으며 최고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에서는 6선의 중진인 홍사덕 후보가, 야권에서는 잠룡으로 꼽히는 정세균 민주통합당 후보가 출마해 ‘빅매치’가 예고된 상태다.

특히 홍 후보는 새누리당의 새 주류인 친박계를, 정 후보는 친노진영을 각각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때문에 홍 후보는 옛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을, 정 후보는 ‘MB정부 심판론’과 ‘박근혜 동반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서울 강남을은 ‘한미FTA 대전지’로 변모하며 전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졌다.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한미FTA 저격수’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면서다. 여야가 한미FTA에 대한 여론을 결부시키고 있는 것.

작년 한미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정 후보는 김 후보에 “우리 주권의 일부를 잘라낸 매국노 이완용이다”며 맹공하고 있고, 김 후보는 “정 의원이 참여정부에 계실 때 협상에 나선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면서 정 후보의 입장번복을 꼬집으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쳐왔다.

다시 외나무다리인 강남을에서 맞붙게 된 두 후보의 제2라운드의 혈전은 벌써부터 정국을 뜨겁게 달궈 논 상태다.

BBK?FTA 맞수들
총선서 맞붙는다!

서울 동대문을 역시 ‘BBK 맞수’들이 격돌하며 격전지로 떠올랐다. BBK 의혹에 대해 방패막이였던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와 창을 들었던 민병두 민주통합당 후보가 대결한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민 후보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BBK 의혹을 제기하는 등 대야 공격수 역할을 했다.

상대인 홍 후보는 한 통의 편지를 공개하며 당시 참여정부와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 BBK 의혹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방패역할을 수행했다. 게다가 두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한차례 맞붙은 바 있다. 때문에 수성에 나선 홍 후보와 설욕을 다짐한 민 후보 간의 뜨거운 격돌이 예상된다.

서울 서대문갑은 무려 4번째 대결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선후배인 이성헌 새누리당 후보와 우상호 민주통합당 후보가 다시 맞붙는다. 두 후보는 과거 민주화 투사로 활약한 공통점이 있지만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며 얄궂은 인연이 되었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 후보는 ‘지역인물론’을 내세우고 있고, 친노무현계 인사로 분류되는 우 전 의원은 ‘정권심판론’을 내세운 상태다. 전적은 이 후보가 16대와 18대 총선에서, 우 후보는 17대 총선에서 승리한 바 있다.

서울 구로갑에서는 이범래 새누리당 후보와 이인영 민주통합당 후보의 3번재 리턴매치가 이뤄진다. 두 후보의 인생궤적도 대조적으로 이(범래) 후보는 서울 법대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반면, 이(인영) 후보는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초대의장을 지내며 야권의 486의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17대 총선에서는 이(인영) 후보가, 18대 총선에서는 이(범래) 후보가 승리하며 두 후보 모두 1승1패의 전적을 가졌다. 특히 구로갑은 바람의 영향을 받는 지역구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세종시, 친노 거목 이해찬 vs 충청 맹주 심대평 ‘빅매치’ 성사
부산사상, 박근혜 지원받는 손수조 vs 친노 최대주주 문재인   

서울 영등포을 역시 인지도 높은 선수들이 출마하며 새로운 격전지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하며 지역기반을 다진 권영새 새누리당 후보에 9시뉴스 앵커로 활약하며 전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신경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대결이 성사된다.

두 후보는 각각 새누리당 ‘실세’와 민주당 ‘얼굴’이란 점에서 양 당은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영등포을은 현재 권 후보가 내리 3선에 당선되었지만 15~16대에는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이 당선되었던 지역구다. 때문에 여야 모두 텃밭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안개 지역구로 혈투가 예고된 상태다.

수도권과 함께 부산도 최대격전지로 분류된다. 부산 사상은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27세의 젊은 신예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가 격돌한다. 두 후보 간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지역이다. 

전국적인 인물인 문 후보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을 ‘낙동강 벨트’로 깨부수겠다고 선언했고, 손 후보는 ‘바위로 계란을 치는 심정으로 싸우겠다’며 고군분투 중이다. 특히 정치 새내기인 손 후보가 열세를 면치 못하자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직접 전폭적인 선거지원에 나서면서 판이 흔들릴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낙동강 벨트의 연장인 부산 북ㆍ강서구을에 친노계 문성근 민주통합당 후보가 합류했다. 문(성근) 후보는 특히 ‘노풍’을 부산 전역에 확산시켜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노풍을 잠재울 소방수로 부산 토박이이자 검사 출신인 김도읍 후보를 공천하며 낙동강 벨트 타파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이 지역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혼전양상을 보이며 더욱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긴장지수를 높이고 있다. 

경남 김해을은 경남지사 출신의 김태호 새누리당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후보가 다시 한판승부를 펼친다. 김(태호) 후보는 지난해 4ㆍ27 재보선에서 승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인물론에 주력한다는 전략인 반면 김(경수)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유지인 ‘지역주의 타파’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친노의 성지’ 격이어서 노풍의 강도가 주목된다.

친노의 진원지에
노풍 영향력은?

세종시는 이해찬 민주통합당 후보가 공식 출마선언을 하며 심대평 자유선진당 후보와의 대결로 격전지로 급부상한 상태다. 친노의 거목으로 불리는 이 후보가 충청권의 맹주로 자리 잡은 심 후보의 아성을 깰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세종시는 심 후보의 지역구였던 연기군이라는 점과 이 후보의 고향이 충남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생활을 서울에서 해와 지역에 영향력이 크기 않아 지지기반이 없다는 이유로 심 후보에게 유리한 상태다.

하지만 연기군 내 민주통합당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과 참여정부 총리시절 세종시를 기획했던 이 후보이기에 승부는 예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두 거물급 인사들이 4?11 총선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주목된다.

충북 청주 상당구는 충북지사 출신의 정우택 후보와 국회부의장인 홍재형 후보가 맞붙어 지명도가 높은 옛 경제 관료들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정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로 김영삼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재원 장관을 지낸 홍 의원은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출마했다는 점도 이채롭다.

강원 홍천·횡성은 홍천 토박이들 간의 4번째 질긴 전쟁으로 일찌감치 격전지에 이름을 올린 지역구다. ‘읍내 아들’ 황영철 새누리당 후보와 ‘산골 아들’ 조일현 민주통합당 후보가 네 번째로 격돌하는 것. 두 사람의 역대 전적은 1승 1무 1패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처음 맞붙어 나란히 고배를 마신 이후 17대는 조 후보가 18대는 황 후보가 잇따라 금배지를 달았다. 한우의 본고장이자 축산농가가 몰린 지역구의 특성으로 최대 쟁점은 한미FTA다.

때문에 황 후보는 조 후보가 한미FTA에 대해 입장을 바꾼 것을 조 후보는 황 후보가 날치기한 점에 대해 서로 맹공을 가하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때문에 과연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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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