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솔솔 부는 심상찮은 ‘북풍’ 실체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26 20:02:43
  • 댓글 0개

스쳐가는 ‘미풍’일까? 쓰나미급 ‘태풍’일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북풍(北風)’이 불어 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풍은 형태만 다를 뿐 거의 모든 선거에 등장하곤 했던 ‘단골손님’이었다. 북풍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선거를 좌지우지할 만한 큰 변수였지만, 그 위력은 갈수록 반감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로는 ‘미풍’에 그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북풍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예전처럼 태풍을 일으키지는 못하더라도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판세를 유리하게 돌릴만한 위력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다시 떠오르는 ‘북풍’의 실체를 살펴봤다.

북한, 총선 앞두고 ‘광명성3호’ 발사 예고, 파장 들끓어
임태희, 선거 앞두고 한 달 사이 두 번 북한 인사와 접촉? 

북한이 다음 달 중순 광명성3호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도 안보 변수, 이른바 ‘북풍’이 몰아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이 남한의 주요 정치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영향력 행사를 꾀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예고된 발사시점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4·11 총선을 20 여일 앞두고 나온 북한의 발사 계획은 총선 정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김정은 후계 체제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면서 이번 총선 정국엔 북한 변수가 없을 것으로 예견됐지만 북한의 갑작스런 발표로 북풍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혹 더하는
임태희의 중국행

여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차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중국 방문을 두고 대북 비밀접촉설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3~5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임 전 실장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내 동선을 공개했다. 이에 일부 외교소식통은 “임 전 실장이 일행 1명과 함께 북한대사관 참사관 2명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고, 그와 동행한 인물은 북한전문가 겸 사업가인 유모씨인 것으로 알려져 의혹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청와대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배구연맹 회장으로서 알고 있던 웨이지중 국제배구연맹 회장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위원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해준 데 감사를 표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난 곳 역시 베이징 외교1블록이고 근처에 북한대사관이 있어 불거진 의혹 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방중에 대한 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국을 또 다시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지난 12일 귀국했다. 이번 방문은 페이스북을 통해 동선을 공개했던 지난달 방문과 달리 일정을 알리지 않았고, 임 실장도 “일요일에 북경 갔다 월요일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중국 배구관계자들을 만난 것뿐인데, 일부 언론들이 많이 앞서가네요”라며 의혹을 일축하기만 했다.

하지만 약 한 달 만에 또 다시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하려 했다는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총선을 눈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임 전 실장의 연이은 베이징 방문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당사자인 임 전 실장의 적극 해명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그가 노동부장관 시절이던 200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비밀회동해 정상회담 추진 문제를 논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접촉한 별도의 대북라인이 있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청와대는 당초 임 전 실장이 웨이지중 회장 취임을 축하하러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취임이 2008년이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전달자가 잘못 들었다”면서 방문목적에 대한 설명을 바꿨던 적이 있다.

런 의혹과 더불어 정권 말기 숱한 반대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 강정마을에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것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 군, 보수언론, 그리고 극우 기독교 세력은 제주 기지 건설 논란을 ‘북한을 겨냥한’ 군사적 안보문제로 몰아가고 있고 반대세력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며 ‘매국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군은 지난 2월 말에 연평도 해상에서 대규모의 해상사격훈련을 감행했다. 위험한 군사도발은 없었지만 남북한 양국 정부는 매우 자극적인 발언으로 상대방을 자극하기도 했다.

광명성3호 발사
영향력 얼마나?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다고 했던가? 북한은 지난 16일,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 축하 기간인 4월 12~16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미사일 발사가 총선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단계 추진체가 변산반도 등 우리 영해나 영토에 떨어질 경우, 대선정국까지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17일 “북한은 광명성3호 발사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며 “총선을 앞둔 한국정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행동으로 평화를 지키려는 세력에게 타격을 주고 강경론자들의 입장을 살려주는 행위”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위기관리 부재 논란’으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모든 책임이 MB정부에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몰고 가려는 게 북한의 계산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당 관계자는 “이번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대북 관계개선과 평화 정착을 위해 우리가 어떤 비전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여야 모두 이렇다 할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풍 변수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과거 북풍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보수에 유리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달라, ‘역북풍’ 부나?
위력 반감 됐지만 보수세력 결집, 판세 움직일 위력 여전해

북풍은 5년 단임제로 치러진 첫 번째 대선이었던 1987년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다. 총 115명을 태운 KAL858기가 그해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중 미얀마 상공에서 폭발했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그리고 보름 후 치러진 대선에서 노태우 민정당 후보는 ‘3김’을 물리치고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와 관련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6년 8월 1일 “전두환 정권이 KAL기 폭파사건을 대통령 선거에 활용했다”면서 “13대 대선 하루 전인 1987년 12월15일까지 김현희를 압송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북풍이 선거에 이용됐음을 밝혔다.

군사정권에 대한 피로감이 심한 상태에서 북풍이 선거판을 뒤집은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1992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김대중 후보의 측근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에 연루됐다”고 발표했다. 김영삼 후보는 접전 끝에 김대중 후보를 누르고 먼저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1996년, 총선을 일주일 앞둔 4월4일에는 느닷없이 북한이 종전 후 40년 이상 유지돼온 비무장지대(DMZ)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북한군 100여명이 나타나 금세라도 공격할 것처럼 위협적 모습을 보였다. 국방부는 대북 정보감시태세를 평시 워치콘3에서 도발징후단계인 워치콘2로 급히 격상했다.

북한 중무장 병력의 공동경비구역 출현은 6, 7일에도 이어졌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긴장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홀연히 사라졌다.

결과는 139석을 얻은 신한국당의 승리였고, 국민회의는 76석, 자민련은 50석, 민주당은 15석에 그쳤다.

2002년 대선 때는 ‘2차 북핵 위기’가 터졌지만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이 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26 재보선 직전에는 ‘대한항공 조종사 종북(從北)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던 과거 북풍과 달리 ‘신(新)북풍’은 되레 역풍을 맞은 적도 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정부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발표했으나, 115석을 얻는 데 머물렀다. 반면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133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다.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 진 것이다.

2007년 10월3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으나, 두 달여 뒤에 치러진 대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피격 사건 후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한나라당은 안보이슈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야권이 광역단체장 9곳 등 자치단체를 장악하며 참패했다.

‘북풍’ 하면 으레 보수 세력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북풍’은 보수세력의 결집이라는 효과를 가져와 선거정국에 영향을 끼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북풍’ ‘역북풍’
어떤 바람 부나

이처럼 이젠 북풍이 거꾸로 보수정권의 안보실패라는 정반대의 정치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 최근의 북풍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방향을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제주해군기지·이어도·탈북자 문제를 북풍 3종 세트로, 광명성3호 발사를 현 정부의 안보불안을 건드리는 역북풍으로 구분하는 추세가 크다.

결국 지금의 북풍은 정파의 유불리에 따른 자의적 해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정치권은 20년 만의 총선과 대선의 해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북풍’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보가 정치적 유불리에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