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솔솔 부는 심상찮은 ‘북풍’ 실체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26 20: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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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미풍’일까? 쓰나미급 ‘태풍’일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북풍(北風)’이 불어 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풍은 형태만 다를 뿐 거의 모든 선거에 등장하곤 했던 ‘단골손님’이었다. 북풍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선거를 좌지우지할 만한 큰 변수였지만, 그 위력은 갈수록 반감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로는 ‘미풍’에 그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북풍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예전처럼 태풍을 일으키지는 못하더라도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판세를 유리하게 돌릴만한 위력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다시 떠오르는 ‘북풍’의 실체를 살펴봤다.

북한, 총선 앞두고 ‘광명성3호’ 발사 예고, 파장 들끓어
임태희, 선거 앞두고 한 달 사이 두 번 북한 인사와 접촉? 

북한이 다음 달 중순 광명성3호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도 안보 변수, 이른바 ‘북풍’이 몰아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이 남한의 주요 정치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영향력 행사를 꾀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예고된 발사시점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4·11 총선을 20 여일 앞두고 나온 북한의 발사 계획은 총선 정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김정은 후계 체제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면서 이번 총선 정국엔 북한 변수가 없을 것으로 예견됐지만 북한의 갑작스런 발표로 북풍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혹 더하는
임태희의 중국행

여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차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중국 방문을 두고 대북 비밀접촉설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3~5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임 전 실장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내 동선을 공개했다. 이에 일부 외교소식통은 “임 전 실장이 일행 1명과 함께 북한대사관 참사관 2명을 만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고, 그와 동행한 인물은 북한전문가 겸 사업가인 유모씨인 것으로 알려져 의혹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청와대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배구연맹 회장으로서 알고 있던 웨이지중 국제배구연맹 회장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위원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해준 데 감사를 표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난 곳 역시 베이징 외교1블록이고 근처에 북한대사관이 있어 불거진 의혹 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방중에 대한 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중국을 또 다시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지난 12일 귀국했다. 이번 방문은 페이스북을 통해 동선을 공개했던 지난달 방문과 달리 일정을 알리지 않았고, 임 실장도 “일요일에 북경 갔다 월요일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중국 배구관계자들을 만난 것뿐인데, 일부 언론들이 많이 앞서가네요”라며 의혹을 일축하기만 했다.

하지만 약 한 달 만에 또 다시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하려 했다는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총선을 눈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임 전 실장의 연이은 베이징 방문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당사자인 임 전 실장의 적극 해명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그가 노동부장관 시절이던 200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비밀회동해 정상회담 추진 문제를 논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접촉한 별도의 대북라인이 있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청와대는 당초 임 전 실장이 웨이지중 회장 취임을 축하하러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취임이 2008년이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전달자가 잘못 들었다”면서 방문목적에 대한 설명을 바꿨던 적이 있다.

런 의혹과 더불어 정권 말기 숱한 반대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 강정마을에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것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 군, 보수언론, 그리고 극우 기독교 세력은 제주 기지 건설 논란을 ‘북한을 겨냥한’ 군사적 안보문제로 몰아가고 있고 반대세력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며 ‘매국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군은 지난 2월 말에 연평도 해상에서 대규모의 해상사격훈련을 감행했다. 위험한 군사도발은 없었지만 남북한 양국 정부는 매우 자극적인 발언으로 상대방을 자극하기도 했다.

광명성3호 발사
영향력 얼마나?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다고 했던가? 북한은 지난 16일,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 축하 기간인 4월 12~16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미사일 발사가 총선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단계 추진체가 변산반도 등 우리 영해나 영토에 떨어질 경우, 대선정국까지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17일 “북한은 광명성3호 발사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며 “총선을 앞둔 한국정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행동으로 평화를 지키려는 세력에게 타격을 주고 강경론자들의 입장을 살려주는 행위”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위기관리 부재 논란’으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모든 책임이 MB정부에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몰고 가려는 게 북한의 계산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당 관계자는 “이번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대북 관계개선과 평화 정착을 위해 우리가 어떤 비전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여야 모두 이렇다 할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풍 변수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과거 북풍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보수에 유리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달라, ‘역북풍’ 부나?
위력 반감 됐지만 보수세력 결집, 판세 움직일 위력 여전해

북풍은 5년 단임제로 치러진 첫 번째 대선이었던 1987년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다. 총 115명을 태운 KAL858기가 그해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중 미얀마 상공에서 폭발했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그리고 보름 후 치러진 대선에서 노태우 민정당 후보는 ‘3김’을 물리치고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와 관련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2006년 8월 1일 “전두환 정권이 KAL기 폭파사건을 대통령 선거에 활용했다”면서 “13대 대선 하루 전인 1987년 12월15일까지 김현희를 압송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북풍이 선거에 이용됐음을 밝혔다.

군사정권에 대한 피로감이 심한 상태에서 북풍이 선거판을 뒤집은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1992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김대중 후보의 측근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에 연루됐다”고 발표했다. 김영삼 후보는 접전 끝에 김대중 후보를 누르고 먼저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1996년, 총선을 일주일 앞둔 4월4일에는 느닷없이 북한이 종전 후 40년 이상 유지돼온 비무장지대(DMZ)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북한군 100여명이 나타나 금세라도 공격할 것처럼 위협적 모습을 보였다. 국방부는 대북 정보감시태세를 평시 워치콘3에서 도발징후단계인 워치콘2로 급히 격상했다.

북한 중무장 병력의 공동경비구역 출현은 6, 7일에도 이어졌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긴장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홀연히 사라졌다.

결과는 139석을 얻은 신한국당의 승리였고, 국민회의는 76석, 자민련은 50석, 민주당은 15석에 그쳤다.

2002년 대선 때는 ‘2차 북핵 위기’가 터졌지만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이 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26 재보선 직전에는 ‘대한항공 조종사 종북(從北)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던 과거 북풍과 달리 ‘신(新)북풍’은 되레 역풍을 맞은 적도 있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정부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발표했으나, 115석을 얻는 데 머물렀다. 반면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133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했다.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 진 것이다.

2007년 10월3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으나, 두 달여 뒤에 치러진 대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피격 사건 후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한나라당은 안보이슈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야권이 광역단체장 9곳 등 자치단체를 장악하며 참패했다.

‘북풍’ 하면 으레 보수 세력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하지만 ‘북풍’은 보수세력의 결집이라는 효과를 가져와 선거정국에 영향을 끼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북풍’ ‘역북풍’
어떤 바람 부나

이처럼 이젠 북풍이 거꾸로 보수정권의 안보실패라는 정반대의 정치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 최근의 북풍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방향을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제주해군기지·이어도·탈북자 문제를 북풍 3종 세트로, 광명성3호 발사를 현 정부의 안보불안을 건드리는 역북풍으로 구분하는 추세가 크다.

결국 지금의 북풍은 정파의 유불리에 따른 자의적 해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정치권은 20년 만의 총선과 대선의 해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북풍’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보가 정치적 유불리에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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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