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개쌍도 VS 전라디언’ 지역감정 부추기는 인터넷카페 기승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30 17:17:38
  • 댓글 0개

“홍어·좌빨 or 개쌍도인들을 몰아내야 이 나라가 산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오는 4월 11일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상에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카페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정 지역민을 왜곡·비방하는 내용의 글들이 대부분. 별다른 이유도 없이 한 지역을 조롱하는 투의 글들은 다시 상대지역의 비난으로 이어져 때 아닌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의 고질병인 지역감정은 인터넷상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그 문제점은 무엇일까. <일요시사>에서는 이러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인터넷카페문화에 대해 취재해 보았다.

선거철 인터넷 카페에서 가열되는 때 아닌 지역감정 싸움
빨갱이·보수꼴통…서로를 폄훼하는 단어 동원해 비방전

오늘날 우리 사회를 좀먹는 폐단 가운데 하나인 지역감정. 특히 영호남 지역감정은 골이 깊은 상처처럼 아직도 엄존하고 있다.

그야말로 원수진 일도 없는데 무조건 서로 으르렁댄다. 똑똑해도 밉고, 미우면 더욱 미운 묘한 감정이 영남과 호남에는 지금도 식을 줄 모른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간 한국사회를 고통스럽게 했던 이런 지역감정의 망령은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국가의 암덩어리?
‘도 넘은’ 지역비방

“홍어 좌빨(좌익 빨갱이) 전라디언들을 몰아내고, 온라인을 우익세상으로 만들고자 한다.”“지역감정 유발에 총력을 기울여라. 전라도만 때려잡으면 경상도가 대한민국 정권을 영구히 잡을 수 있다. 정권은 곧 권력이요 이는 곧 밥그릇이다.”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려는 경상도 패권주의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개쌍도가 죽어야 이 나라가 산다! 일본으로 좀 꺼져라. 대한민국 지도에서 파버리거나 분리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전라도나 경상도를 비방하는 이 같은 문구들이 적잖이 눈에 띈다. 근거 없는 비방이나 악플 등이 그간의 인터넷 문화에 만연했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특정지역을 비방하는 목적의 카페까지 만들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례로 R2카페에서는 전라도를 조롱하고 폄훼하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룬다. R카페는 지난 1월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포털로부터 영구접근제한 조치를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속카페 R2로 재탄생한 것이다. 카페 내에서는 우익 지지와 호남지역을 이유 없이 비하하는 글들이 주를 이룬다.

작성자 라도미***는 “전라도인들의 문제점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라도인들은 인색하고, 교활하며 폭력적이고 잔혹하다. 또 정이 없고 욕심이 많다”라고 썼다.

이어 작성자는 “전라도인들은 오로지 자기 자신한테만 쓰는 돈만 안 아까워하고 그 밖에 본인이 써야할 돈은 너무도 더없이 아까워하는 그런 더없이 인색한 최악의 자린고비들이라서 욕을 먹는 것이고, 또한 전라도인들은 돈 욕심이든 음식에 대한 욕심이든 아님 그밖에 여러 가지 부분에서 오로지 자기네들이 제일 많은 이득을 챙겨먹어야지 직성이 풀리는 그런 최악의 욕심쟁이들이라서 욕을 먹는 것이고, 남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교활한 간신배들이라서 욕먹는 것이고, 본인들보다 연약한 사람들한테는 더없이 잔혹한 폭행과 폭력을 가해서 본인들보다 약한 자들을 더없이 잔혹하게 폭행 살해하는 그런 무서운 최악의 폭군들이기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회원들이 올리는 글들이 대부분 이런 유이고 댓글들도 온통 이런 내용 일색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광주인화학교에서 일어난 ‘도가니 사건’이 다시 회자되며 전라도를 비방하는 댓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전라남도 쓰레기들을 고발한 영화가 바로 도가니”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80년도 5·18 전라도 광주 반란폭동을 진압했던 것처럼 그렇게 전두환 전 대통령 같은 정의의 남성이 다시 한 번 출현해서 이 세상 최악의 악인들인 전라남도 인간들을 다시 한 번 훈계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호남인들을 맹비난했다.


이외에도 최근 전라도 지역에서 발생한 폭행·강간·살인 사건 뉴스들을 스크랩한 뒤 ‘국가의 암덩어리’라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또 다른 전라도 비방사이트인 D카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대한민국 애국우파들의 모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들을 반역자로 분류하는 등 비방전을 펼치고 있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반(反) 경상도를 표방하는 S사이트가 있다. 아예 초기 화면에 우리나라 지도를 그려 놓고 지역별 선호도를 표시해 놨는가 하면 “라도가 까이니 쌍도가 까이는 게 진리 아니겠는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영남지역을 깎아내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그래서 ‘개쌍도 것들’이라 욕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반세기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먹을 때는 ‘우리가 남이가’ 지역주의 하면서 지역 이기주의를 사회 고발하는 건전한 비판에 대해서는 방귀뀐 놈이 성질낸다고 도리어 지역주의성 코멘트로 폄하하거나 욕하고 물타기한다”며 “민족 대화합이나 지역균형발전에는 가장 소극적인 저 집단 돼지 떼가 서식하는 개쌍도 지방을 독립시켜야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올 것으로 믿는다”라고 썼다.

이 외에도 영남지역 출신 정치인에 대한 험담은 물론 ‘개쌍도=쪽빠리, 조작과 날조는 취미생활’(반경전), 개상디언 구별법 등의 글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이러한 망국적인 지역감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정책에서 유래한다는 견해가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그 시대의 정책이 일정부분 책임질 바가 있지만 지역감정은 실상 역사적으로 훨씬 더 오래된 것으로 적어도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지역감정
아닌 ‘혐오증’

그러나 원인이야 어찌됐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인터넷카페들의 행태는 반사회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지역감정 조장이나 국론 분열 행위는 누가 뭐라 해도 옳지 않다는 것.

전문가들은 해당 사이트 운영진이나 회원들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을 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 카페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감정을 내포한 글들이 특정 인물에 대한 비난에서 그치지 않고 호남·영남 지방 주민을 일반화시켜 비방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지적이다. 전라도 혹은 영남 출신 주민들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인터넷상에 확산되고 왜곡된 이미지를 다양한 사례에 접목시키며 패러디를 즐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라도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화재로 오르면, 못된 짓을 한 ‘바로 그 사람’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전라도 사람이라는 것만 부각되어 전라도 사람이니까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또 이러한 현상들은 다시 영남과 호남의 지역감정으로 비화되어 영남에 대한 조롱으로 이어진다. 반대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수의 문제를 전 지역의 문제로 끌고 가는 ‘일반화의 오류’
문제의식 없는 수용이 더 큰 문제…“스스로 자정 노력해야”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어느새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수의 사람을 그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는데 굉장히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것은 지역감정도 아닐뿐더러 타 지역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단지 지역을 깎아내릴 소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역감정이 그대로 투영된 인터넷 문화의 영향이 현실 속에서 개인에게 어떻게 수용되고 있느냐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지역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을 한 때 웃고 즐길 수 있는 유머라고 여겨 별다른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취사선택 잘해서
받아들여야…

만약 이제 막 인터넷 콘텐츠를 접하기 시작한 중?고등학생이라고 한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이 시기의 학생들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역사관 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감정이 섞인 글들을 접하면서 잘못된 시각을 가질 확률이 높다.

또 특정 지역 사람들에 대한 글이나 뉴스기사만 모아놓은 과거의 사건들을 접함으로써 그 지역전체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가령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제대로 된 관점을 확립하기도 전에 특정 지역 비방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접하게 되면 역사적 사건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지기 십상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 문화협회 관계자는 “과거부터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지역감정이 인터넷상에서 너무 가볍게 다뤄져 자칫 그것이 의미하는 시대적 배경과 영향조차 희석되어 버릴 수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지역감정과 관련된 언급을 아무런 여과 없이 쉽게 수용하는 경향은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는 물론이고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덧붙여 “때와 장소를 알고 정도를 지키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감정이 단순히 웃음의 소재로 쓰이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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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