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재벌의 X파일’ <시크릿 오브 코리아> 폭로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3.26 19: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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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미국 법원에 MB재산 7천억 원이라 진술”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최근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와 ‘BBK 대표이사 이명박’ 명함 등 ‘BBK관련 핵심 증거’를 제시해 파장을 몰고 온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다시 한 번 파장을 몰고 왔다. 지난 20일 펴낸 ‘대한민국 대통령-재벌의 X파일’ <시크릿 오브 코리아>라는 책에서 또 다시 폭로를 이어간 것이다. 이는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향후 휘몰아칠 후폭풍에 정치권은 노심초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재산 6억 달러, 7000억 원에 달한다” 진술, 구체적으로 언급
“박근혜 언니, 미국집 불법매입해 다음해 한국정부에 매도” 폭로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총 9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3부까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와 효성그룹 일가의 비밀을 다뤘다.

4부는 전임 노무현,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들의 비밀을, 5부는 유신정권 2인자의 비밀을 싣고 있다.

6부와 7부는 SK 해외 비자금 5억 달러의 비밀을 입증하고, 미국에서 ‘마약 운반녀’로 화제를 뿌렸던 리제트 리가 ‘삼성 상속녀’라는 항간의 소문을 추적했다.

8부는 해외부동산 불법매입, 9부는 김병국 전 청와대 수석, 신한은행 100조원 사건, 대한항공-한진의 아프가니스탄 미군 전쟁물자 수송, FBI의 국정원 요원 추적 전말 등을 밝혔다.


331억이라더니?

안씨는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서 김경준씨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MB 재산이 6억 달러, 7000억 원에 달한다”고 진술하는 등 MB재산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부분을 공개했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의하면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씨가 미국에서 진행된 주식회사 다스의 투자금 반환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기술했다.

주식회사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던 회사로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가 회장인 회사다.

2007년 경선 때 이 대통령과 경쟁 관계였던 박근혜 당시 후보 측은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이며 주식회사 다스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도 이명박의 차명재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곡동 땅을 포함해 수도권 각지에 분포돼 있는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의 땅, 그리고 주식회사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세간에서는 김씨가 이 대통령의 재산을 7000억원으로 추정한 근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이 대통령의 재산 규모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2년차인 2009년 8월 331억원을 출연해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청계재단 출연 전 이 대통령의 ‘2009년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은 356억9182만원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11년 3월에는 ‘2010년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54억9600만원을 신고했다. 안씨가 7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액수다.

안씨는 책에서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이 일었던 다스 사건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는 아닌가?’ 의심케 하는 증거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집사’였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MB를 대리한다면서 지난 2002년 7월 에리카 김에게 팩스를 보내 다스 투자금 반환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김백준이 자신이 다스를 대리한다며 장용훈 옵셔널벤처스 사장에게 접근해 미국소송에서 다스와 공동보조를 취할 것을 요구했었다. MB집사 김백준이 MB가 단 한주의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다스를 대리한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군지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또한 지난해 2월 김씨 측이 다스 측으로 140억 원을 송금한 사실이 공개된 배경도 밝혔다. 안씨는 “늘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으르렁거리던 김경준 측 변호인과 다스 측 변호인 사이에 갑자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 옵셔널벤처스 변호인이 ‘아차, 뭔가 있구나’ 눈치를 채고 조사를 한 결과 140억 원 송금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재판부에 알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이 대통령과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씨는 “익명을 요구한 모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리카 김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한데다 결혼 뒤 남편의 성씨를 따르지 않은 것 등 두 가지가 이들 부부의 결정적 이혼사유였으며, MB와의 관계는 결정적 사유가 아니라 마이너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법원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에리카 김 남편이 2000년 말 500만달러 배상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사실은 이 판결이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결정적 원인이었으며 MB와의 관계는 큰 변수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재벌과 군부가 불법적으로 미국 부동산을 사들인 정황도 여럿 공개했다.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들의 미국 부동산 불법매입 사실들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고 소개하며 “특히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당시)의 언니 박재옥이 1976년 미국에 집을 구입했다가 그 다음해 이를 한국정부에 되팔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대통령 딸이 불법으로 미국 집을 구입한 것도 모자라 이 집을 한국정부에다 매도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안씨는 이 집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박정희 대통령의 피난처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한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또한 이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과, 이 대통령의 사돈가인 효성이 미국 부동산을 불법 매입한 과정을 추적했다.

조 사장은 18살 때와 MB 직계가족이 된 이후인 2004년(하와이에 고급 콘도를 구입) 등 지금까지 모두 2차례 하와이 부동산을 불법 매입했고 어머니인 홍문자씨로부터도 불법 매입한 또 다른 하와이 부동산의 지분 일부를 19세 생일에 넘겨받아 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또 조 사장의 형 현식씨는 20세 때인 1990년 하와이에 단독주택을 불법 매입하는 등 조 사장 일가가 1990년 3채, 2004년 1채 등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하와이 부동산 4채를 불법 매입했다고 폭로했다.

안씨는 또 미국에서 화제가 됐던 ‘마약 운반녀’ 리제트 리의 재판 속기록을 입수해 “리제트 리 가족들이 미국법원에서 위증의 죄를 받겠다는 선서를 한 뒤 리제트 리의 할아버지가 이병철이라는 사실을 증언했고 리제트 리 할머니의 이름까지 밝혔다”고 말했다.

선거 앞두고 폭로


안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13억원 환치기 의혹이 제기되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미국에 나타났다는 내용도 담았다.

안씨는 “노정연 환치기 의혹이 2010년 9월12일 폭로되자, 사흘 뒤인 18일 권씨가 돌연 미국에 들어왔다”며 “권씨가 검찰수사를 우려해 미국으로 몸을 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또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06~2007년까지 노정연씨와 남편 곽상언 변호사의 실제 주소지는 미국 뉴저지 주 고급 빌라가 아닌 뉴욕 맨해튼의 12평짜리 원룸 스튜디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안씨의 책은 한국 사회에 예민한 사항들을 많이 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현 정권에 예민한 사항들이 대부분이라 선거정국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여겨진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의 폭로에 청와대와 여권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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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