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사건> 강남 백화점에서 머리채 잡힌 주부 사연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26 19:44:08
  • 댓글 0개

‘서울깍쟁이’ 모이는 강남이라지만…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날로 각박해지는 사회 분위기. 치열해지는 경쟁과 그 속의 개인주의, 너무 답답해서일까? 요즘 인터넷엔 억울한 피해를 당했다는 사연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한 주부가 자녀들과 함께 뉴코아백화점 강남점을 찾아 갔다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백화점 내 무빙워크에서 자신보다 앞서있던 중년남녀가 직원과 얘기를 하느라고 길을 비켜주지 않자 “비켜 주셔야죠”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세 명의 모자가 눈물범벅이 된 사연은 이렇다.

무빙워크에서 "비켜주셔야죠"라고 했다가 아이 넘어뜨리고 머리채 잡혀
‘제2채선당 사건’으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CCTV공개해 진실여부 가려야

지난 20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강남 뉴코아 아울렛 무빙워크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세살인 딸과 여섯살인 아들을 둔 아이엄마로 서울 강남구 뉴코아 아울렛에서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지난 3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부는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뮤지컬 공연을 보기위해 뉴코아 아울렛 강남점을 찾았다.

공연이 끝난 후 주부는 여섯살 아들은 걷게 하고 한 손으로는 3살 딸의 손을 잡고, 또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미는 상태로 아울렛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무빙워크에 올라탔다. 그리곤 무빙워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아찔했던 무빙워크 앞 두 남녀


무빙워크에서 내릴 즈음 먼저 내린 한 가족이 내리자마자 그대로 선 채 뉴코아 직원과 얘기를 시작한 것이다. 무빙워크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옷이나 손가락이 꼈다는 등 끊이지 않는 사고소식을 전해오는 위험한 곳이다.

당황한 주부는 비켜달라고 다급하게 말했지만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만 살짝 비켜섰을 뿐 아이와 엄마는 그대로 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뒤에서는 다른 고객들이 올라오고 앞은 막혀있어 당황한 주부는 더 큰소리로 “비켜줘야죠”라고 말하며 유모차 바퀴를 밀어 올렸고 그제서야 주부와 아이들을 힐끔 본 여자는 몇 걸음 물러났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놀란 딸은 울기 시작했고, 주부는 왼쪽으로 유모차를 돌려세운 뒤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기 시작했다.

상황이 그럼에도 여전히 뉴코아 직원과 얘기 중인 가족에게 화가 난 주부는 “거기 계속 그러고 계시면 안되죠”라고 힐난했고, 그러자 함께 있던 남자는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애가 다쳤어요? 다쳤냐고!”라며 소리쳤다.

이런 소란 중에 뉴코아 직원과 대화를 마친 중년여성이 “비키라”고 말해 화가 난 듯 다가와서 “이 여자가 뭐라는 거야! 어딜 미느냐”며 주부를 거칠게 밀며 머리채를 휘둘러 잡았다고 한다.

그 바람에 엄마 옆에서 울고 있던 아들은 넘어지고 주부는 중년여성에게 머리채를 잡힌 상태로 품에 안은 딸아이를 놓칠까 봐 몇 걸음을 끌려갔다는 것이다.


주부는 또 아이들이 놀라 울고 고함소리가 나오는 등 소동을 보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폭력을 휘두른 여성은 태도를 급변해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듯 굴었다고 주장했다. “이 여자가 우리가 뭘 어쨌다고 이래! 정말 이상한 여자야”라며 장소를 급히 뜨려는 남녀를 “어딜 가려느냐!”며 불러 세우자 함께 있던 남성이 다가와 “연락처 남길 테니 경찰에 신고하든 말든 맘대로 하라”며 전화번호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것.

그러나 기가 막힌 일은 더 있었다. 사건이 지난 후 고객센터에 들러 겪은 일을 진술하고 보안업체 팀장과 함께 CCTV를 확인하던 중 남성이 수첩에 적어준 전화번호가 가짜였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또 사고 후 주부는 정형외과 2주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도 받는 중이며 극단적인 모멸감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낯선 이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엄마를 본 이후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폭행을 당한 주부는 글을 올리기 전 반전에 반전이 있을 것이란 곡해를 사지 않기 위해 여러 차례 CCTV를 확인했다고 한다. 자신의 주장만 올려 행여 ‘제2의 채선당 사건’이라는 비난이 나오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꼼꼼히 체크한 것이다.

한편 이번 사고에 대한 뉴코아 측의 대응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비난거리가 되고 있다. 직원이 사고다발장소인 무빙워크 앞에서 통행에 방해를 초래할 만큼 손님과 대화를 했다면 뉴코아 측도 응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코아 측의 대응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피해주부의 주장에 따르면 “뉴코아측은 무빙워크 앞에서의 과실은 미안하지만 그 이후의 사건들은 뉴코아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뉴코아 지점장에겐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폭행 CCTV’를 뉴코아 홈페이지에 올려달라는 요청도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주부는 하소연한다.

구매하는 순간에만 고객님?

한 누리꾼은 “주부의 우려대로 제2의 채선당 사건으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뉴코아 측은 해당 CCTV를 공개하는 게 옳은 선택이다”라며 “어린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폭행하다니,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인 만큼 반드시 진실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이엄마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진심어린 사과의 말이었을 텐데… 아무리 ‘서울깍쟁이’들이 모이는 강남이라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라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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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