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3월의 맛있는 여행-강원 태백

연탄불에 구워 먹는 태백 한우 ‘마블링이 블링블링~’

예전엔 탄광도시로 이름이 높았고 1990년대 이후 관광레저도시로 거듭난 태백은 질 좋은 소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육우도 젖소도 수입우도 아닌 순수 한우, 1등급 이상의 고급육, 연탄불을 사용한 ‘직화구이’라는 세 가지 조건에 푸짐한 양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서다.

‘붉은 살코기 사이사이로 하얀 마블링이 눈처럼 박혀 있는 1등급 한우.’
말만으로도 당장 입안에 침이 돌게 만드는 이 표현 속에는 소고기를 향한 대다수 한국인의 욕망과 기호와 취향이 정확하고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정확히 말하면 1등급 위에 1+와 1++ 등급이 있긴 하지만, 소소하게 따지지 말기로 하자. 장금이 수준의 섬세한 미각을 지닌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1등급이나 1+, 1++ 등급이나 대개 거기서 거기다.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살살 녹는 기막힌 맛

마블링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곧, ‘씹는 맛’보다 ‘씹기도 전에 살살 녹는 맛’을 더 쳐준다는 얘기다. 마블링은 고기의 근육조직 안에 분포하는 지방층을 가리키는데, 지방이 고루 퍼져 있는 고기일수록 연하고 부드럽다.

그럼 마블링 외에 고기의 부드러운 풍미와 감칠맛을 살려 주는 또 다른 비법은 무엇일까? 그건 ‘불’이다. 가스불에 팬을 놓고 구운 고기와 숯불 위에 석쇠를 올려 구운 고기 맛이 천지차이라는 건 경험해 본 사람은 다 안다. 같은 재료로도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결정적 한 방’인 셈이다.  

예전엔 탄광도시로 이름이 높았고 1990년대 이후 관광레저도시로 거듭난 태백은 질 좋은 소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육우도 젖소도 수입우도 아닌 순수 한우, 1등급 이상의 고급육, 연탄불을 사용한 ‘직화구이’라는 세 가지 요건에 푸짐한 양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서다.


태백 한우의 명성은 탄광도시로 호황을 누리던 30~4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지나가는 개조차 만원짜리를 입에 물고 다녔다고 할 만큼 경기가 좋았던 태백이다. 당시 광부들은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낸다고 돼지삼겹살이나 소고기를 연탄불에 구워먹곤 했는데, 지금도 대부분의 식당이 연탄구이를 고수하며 태백만의 독특한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옛날에야 흔했으니 그랬다 치고, 지금껏 연탄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치 있으라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려고? 황지동 주공아파트 앞에서 20년간 장사를 해온 태성실비식당 채원중 사장에게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실제가격만 받는 실비식당
1인분에 2만5000원

“연탄은 숯불보다 화력이 세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합니다. 센 불은 고기의 육즙을 꽉 잡아 주고, 시종일관 일정한 온도 덕에 마지막 한 점까지 최상의 상태로 먹을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귀찮아도 연탄을 씁니다. 연탄에서 나오는 가스가 몸에 해롭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연탄 속까지 완전히 태워서 하얗게 만든 다음 불씨만 남겨서 쓰니까요.”

하루 평균 70장의 연탄을 소비한다는 식당 뒤편엔 탄불을 관리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멀쩡한 새 연탄들이 화덕 안에서 저 홀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처럼 연탄구이가 태백만의 특징이다 보니 신발 벗고 들어가 양반다리를 하고 먹는 ‘방’보다 드럼통 잘라 만든 테이블에서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먹는 ‘홀’이 더 인기가 있는 건 당연지사. 태성실비식당도 예외가 아니어서 누구나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예사로 여기는 분위기다.

원조 격인 황지시장골목을 포함해 태백시에 약 40개 안팎의 한우식당이 있는데, 아무개 ‘실비식당’이라는 상호를 쓰는 집이 많다. 태성실비, 시장실비, 경성실비, 현대실비, 배달실비, 부흥실비 등이 그것이다. ‘실제 비용만 받고 판다’는 말뜻 그대로 갈빗살, 모듬, 주물럭, 육회무침, 육회 등 주요 메뉴가 모두 1인분 200g에 2만5000원 선이다.

물론 태백한우골식당처럼 상호에 ‘실비’가 들어가지 않은 집도 가격은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서울 강남의 유명 고깃집들이 1인분 150~180g을 5만원 넘는 가격에 내놓는 것에 비하면 반값에 불과한 셈이니, 고기 먹기엔 다소 이르다 싶은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데도 금세 문전성시를 이루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태백의 한우식당들은 대개 갈빗살이나 등심 외에 서너 종류의 부위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모듬 메뉴를 판다. 소 한 마리당 1.5kg~2kg 밖에 안 나오는 안창살을 비롯해 치맛살, 제비추리 등 고급 부위를 골고루 맛볼 수 있으니 굳이 등심, 갈비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

달고 시원한 배와 함께 살살 비벼 먹는 육회무침은 고소하기 이를 데 없고, 기름기 하나 없는 우둔살을 얇게 저며 고추냉이간장에 찍어 먹는 육회는 씹을수록 감칠맛이 제대로다.

마무리는 소면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 태성실비식당은 멸치 등 10여 가지 재료로 맛을 낸 육수가 개운하고, 된장찌개에 소면을 넣어 먹는 태백식 된장소면을 내는 집도 많다. 

맛있는 한우고기로 배를 채운 후 커피 한잔 들고 산책 삼아 가볼 만한 곳으로 황지연못이 있다. 1300리 낙동강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상지, 중지, 하지 세 개의 연못이 있는데, 여기서 솟아난 하루 5000톤의 물이 드넓은 영남평야를 도도히 흘러 남해까지 간다. 황지연못은 황지시장 근처, 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 태백 시민들의 휴식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봄의 철쭉,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꽃으로 사계절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황지연못과 함께 태백의 자랑인 검룡소에도 들러 보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는 대덕산, 금대봉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안에 있다. 석회암 암반을 뚫고 하루 2000톤씩 솟아나는 물이 완만한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데, 언제나 섭씨 9도의 수온을 유지하며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임계, 정선, 영월을 거쳐 단양, 제천, 충주, 원주, 여주에 도착한 물이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을 만나 한강을 이룬 후 서울을 관통해 서해로 흘러나가는 514km의 기나긴 여정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검룡소는 주차장에서 1.3km 가량 걸어서 들어가는데, 산길이 호젓하고 완만해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좋다. 보통 걸음으로 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 들러
태백석탄박물관과 구문소까지

박물관 두 곳도 강추다. 광산도시 태백의 역사를 잘 보여 주는 태백석탄박물관은 태백산 주 등산로 입구에 있다. 동양 최대 규모인 박물관의 7개 전시관은 한국 석탄산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자료와 통계자료로 채워져 있다. 근대산업화의 주역이었던 탄광 노동자들의 애환도 고스란히 전해온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흥미로워하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히 연탄에 대한 추억을 지닌 중장년층이라면 색다른 감회에 젖어들 것이다. 관람에 2시간이 소요된다는 박물관 홍보자료 문구에 ‘에이~’ 하며 들어섰다가 다리 두드리며 나오는 사람이 많다. 태백산도립공원 입장권으로 관람할 수 있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아이들이 더 흥미를 느낄 만한 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 위에 건립된 전문박물관으로 지구 탄생, 대륙 이동, 삼엽충과 같은 고생대 해양생물의 출현, 공룡의 등장과 멸종 등 흥미진진한 지구와 생물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시해 놓았다.

박물관 관람 후에는 지질탐방로를 따라 5분 거리에 위치한 구문소도 둘러보자. 1억5000만 년에서 3억 년 전에 석회암이 용해되어 생긴 것으로 알려진 구문소 일원의 지형은 자연교육학습장으로도 최적지다. 천연기념물 제417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코스
코스1 : 용연동굴 → 검룡소 → 황지연못 → 태백석탄박물관
코스2 : 황지연못 → 구문소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1박2일 코스
①첫째 날 : 용연동굴 →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 검룡소 → 추전역
②둘째 날 : 구문소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 황지연못 → 석탄박물관

♣대중교통
[버스] 
동서울 → 태백, 하루 33회 운행(3시간10분 소요)
부산 동부터미널 → 태백, 하루 6회 운행
대구 북부터미널 → 태백, 하루 11회 운행
 ※문의 : 태백시외버스터미널 033)552-3100

(열차)
청량리역 → 태백역, 하루 7회 운행(4시간40분 소요)
부산역 → 통리역, 하루 1회 운행(6시간30분 소요)
동대구역 → 통리역, 하루 2회 운행(4시간20분 소요)
강릉역 → 태백역, 하루 7회 운행(2시간10분 소요)
※문의 : 철도공사 1544-7788 / 태백역 033)552-7788

♣자가운전
[수도권]중부고속 호법 IC → 영동고속 남원주 IC → 중앙고속 제천 IC → 영월 → 태백
           경부고속 신갈 IC → 영동고속 남원주 IC → 중앙고속 제천 IC → 영월 → 태백
[영남권] 경부고속 금호 IC → 중앙고속 영주 IC → 봉화 → 현동 → 태백
[충청/전북] 대전 → 회덕분기점 → 남이분기점 → 음성 → 충주 → 제천 → 영월 → 태백

♣주요 식당
태성실비식당 : 한우, 황지동, 033)552-5287, 553-5289  경성실비식당 : 한우, 황지동, 033)553-9356  시장실비식당 : 한우, 황지동, 033)552-2085  배달실비식당 : 한우, 황지동, 033)552-3371  부흥한우실비식당 : 한우, 황지동, 033)552-2999  태백산한우 : 한우, 소도동, 033)552-9393  태백한우골 : 한우, 황지동, 033)554-4599  감자옹심이 : 감자옹심이, 황지동, 033)554-0077  김서방네닭갈비 : 닭갈비, 황지동, 033)553-6378  한서방칼국수 : 닭칼국수·멸치칼국수, 황연동, 033)554-3300

♣주변 볼거리

용연동굴, 추전역, 통리오일장, 철암역 선탄장,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태백레이싱파크, 태백체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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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