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이명박-박근혜 ‘밀월관계’ 속내

‘이심박심(李心朴心)’ 궁합 척척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껄끄럽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관계가 매끄러워진 모양새다. 그간 한 이불을 덮고 있으면서도 서로 선을 그어왔던 두 사람.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심산이었을까. 총선 승리가 절실한 두 사람이 의기투합에 나선 양상이다. 이제 ‘아’하면 ‘어’하고 찰떡공조까지 선보이고 있는 것. 서로에게 손을 뻗치는 두 사람의 속내를 캐봤다.

총선 패하면 MB 만신창이 박근혜 대권가도 빨간불
공천파동 진화나선 MB…낙천 친이계 불출마 선회

임기 말 레임덕과 함께 민심이 바닥치기 시작하면 대통령의 탈당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그랬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 보인다.

‘미래권력’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부양을 자처하면서다. 계속해서 이 대통령의 탈당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 이 대통령 역시 박 위원장에 대해 “아주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화답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다급해진 두 사람의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야권 역습 나선 MB
박근혜 가세로 공조

그간 이 대통령은 잇따라 터진 악재로 인해 레임덕에 빠져 수난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의 역습이 시작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본격 정국 현안에 정치권을 비판하고 입법에 제동을 거는 등 공세를 취하면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등 야권의 입장변화에 대해 날을 세웠다. 참여정부시절에는 찬성하더니 지금은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특히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의 과거 발언록을 직접 낭독까지 하며 입장번복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를 묶어서 “이전 정부에서 국가경제와 미래안보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이다”며 “지금 반대하는 분들도 적극적으로 추진한 분들인데 이제 와서 같은 분들이 반대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야권의 입장변화에 대해 “선거철이라 전략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고 쏘아붙였다.

여기에 박 위원장도 가세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이어 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야권에 맹공을 퍼부은 것.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노무현정부 당시 국익과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자신들이 앞장서 주장하고 추진했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이제 와서 당리당략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공격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국가안보가 걸린 중대 현안에 대해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 입장이 다르면 책임 있는 공당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해군기지 건설을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친이 낙천자들 불출마
MB 입김 작용했나?

여기에 청와대를 비판하거나 거리를 두던 보수언론들도 힘을 보탰다. 야권의 말 바꾸기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붓기 시작한 것. 특히 20대 청년 비례대표 후보의 ‘해적기지’ 발언으로 보수세력은 한목소리로 맹공을 펼치며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어 이 대통령의 탈당 문제를 놓고도 두 사람은 찰떡공조를 선보였다.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역대 정부 말기 때마다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이 반복됐는데, 그래서 국민 삶의 어려운 점이 해결됐는가? 그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탈당 압박을 받는 이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1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 “대통령으로서 당직을 갖고 있으면 공정한 선거를 할 수 없고 탈당해야만 공정한 선거를 할 것이라고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이랬으니까 이렇게 하고 저렇게 했으니 저렇게 하는 식으로 대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탈당 가능성을 부정했다.

이 대통령은 게다가 “박근혜 대세론은 들어봤는데, 한계론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박 위원장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새누리당의 공천 명단은 여기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후보가 서울 중구에 출마하고,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이 서울 노원병에 낙점되는 등 친이계 인사들의 전진배치가 이뤄진 것. 앞서 김희정·정진석·김연광 등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도 공천장을 따내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힘을 실어주게 됐다.

한미FTA·제주해군기지 말 바꾸기 야권에 날선 공방 
박 치켜세운 MB, MB 부양나선 박…보수결집 효과 

그간 ‘친이학살’이라고 주장하며 공천을 받지 못한 친이계 인사들의 집단탈당 예고로 시끄러웠던 당도 일순간에 정리됐다.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반박(反朴)의 깃발을 들 것이라는 예측은 무위로 돌아간 것. 여기에는 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결기를 보였던 친이계의 진수희·권택기·이경재 의원 및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불출마 선언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새누리당 공천탈락자들의 탈당 및 신당 창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진 정운찬 전 총리와 청와대에서 독대를 했고, 이후 정 전 총리는 “‘비박(非朴)연대’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사실상 그동안 박 위원장은 ‘과거 청산’ 발언을 시작으로 이 대통령에게 선을 그어왔다. 실제로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 구성은 MB정권에 반하는 인물이 다수 포진됐다. 이어 비대위는 출범하자마자 이 대통령을 옥죄기 시작했다.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이 현 정부 정책노선 수정과 그동안 당내에서 거론하기 껄끄러웠던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비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과 정권 실세에 대한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인선한 비대위원들의 출범 초기 모습은 박 위원장의 의중을 그대로 담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코앞의 총선에
손발 척척 맞아

이어진 새누리당 초기 공천에서 친이계가 대거 탈락했다. 야권에서 공격하던 정권심판론이 상당히 희석됐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서자 야권에서는 다시금 정권심판론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현 정권에 대한 바닥치는 민심에 박 위원장이 휩쓸려 갈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이유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 공천에 MB측근들이 철저히 배제되면서 ‘공천학살’ 반발로 무소속 출마 및 연쇄탈당이 예고된 바 있다. 이는 당의 분열 위기와 더불어 박 위원장의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때문에 한 전문가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공천 후유증인 탈당 도미노를 막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내친 친이계가 공천학살이라는 명분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거 생존할 경우 박 위원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가뜩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의 상승세로 대세론이 깨진 상황이라 박 위원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또 박 위원장은 대선의 전초전인 이번 총선에서 밀리면 대선가도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재권력이 정권재창출은 장담 못해도 미래권력을 방해하면 필패구도라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아직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쥔 칼자루의 향방에 따라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농후하다.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계속해서 선을 그으며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경우 이 대통령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박 위원장을 끌어내릴 수 있는 카드 정도는 쥐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임기 마지막 해에 총선필패로 여소야대 상황이 벌어지면 각종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처럼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실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손발을 맞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밀월

또 두 사람은 정권심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띄워 보수와 진보가 확연히 갈리는 쟁점으로 보수진영을 결집시키고 진보진영을 압박하는 두 마리 토끼몰이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의도대로 총선정국이 무난히 전개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최근 다시 불거진 MB정권의 악재 탓이다. 특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정황과 진술이 튀어나오면서 야권의 치열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지난 14일 사찰 증거인멸에 대해 입막음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해 재수사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현재로선 형님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 역시 모처럼 손발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에겐 불리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총선이 불과 한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권심판론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총선 승리가 절실한 두 사람의 밀월관계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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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