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폭로되는 BBK 의혹 집중분석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19 13: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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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입국한다던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 이미 입국했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BBK사건이 재점화되고 있다. BBK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BBK를 직접 설립하지 않았고,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이후 검찰은 이 대통령의 주장을 인정했고, 이 대통령은 각종 도덕성 논란을 뿌리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이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혹들이 진실로 밝혀진다면 퇴임 후에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이는 이 대통령이다. 또한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선거 판세에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돼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명박 BBK 대표이사’ 명함 또 나와, 자필 전화번호 글씨도 있어
MB 진술서, ‘BBK는 LKE뱅크의 비즈니스 컴포넌트, 즉 사업구성체’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당사자 김경준씨의 심정 변화에 따른 폭로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BBK는 LKE뱅크의 비즈니스 컴포넌트, 즉 사업구성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고 ‘BBK 대표이사 이명박’ 명함이 또 나온 것이다.

이 대통령 명의의 진술서가 발견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진실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또한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의 폭로가 곧 이어질 것으로 보여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속속 드러나는
증거와 정황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지난 11일과 13일(현지시각)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에 BBK관련 핵심 증거를 제시해 파장이 일었다.

11일에는 “2008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지방법원에서 열린 BBK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경준씨 측이 증거로 제출한 명함”이라며 이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공개(사진1)했다.


이는 지난 대선 직전 이장춘 전 싱가포르 대사가 “2001년 직접 받은 명함”이라며 공개한 것(사진2)과 동일해 파문이 일었다.

특이한 점은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위조된 것이거나 사용하지 않고 폐기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명함에 전화번호가 가필돼 있다는 점이다.

이 전화번호는 이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았던 동아시아연구원의 전화번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안씨는 밝혔다.

안씨는 “뒷면 영문 명함 부분에는 볼펜 등으로 기재한 듯 011-822-536-56**라고 가필돼 있었으며 이는 명함을 받은 사람이 한국이 아닌 미국 등에서 국제전화로 명함 주인에게 전화를 걸기 쉽게 적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011은 미국에서 사용하는 국제전화 접속번호이고, 82는 한국 국가번호며, 2는 서울 지역번호다.

안씨는 이어 “동일한 명함이 드러남에 따라 MB가 실제로 이 명함을 사용하며 BBK 대표이사로 활동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대사가 공개한 명함에는 동아시아연구원 주소가 가필로 기재돼 있었다.


안씨는 “이장춘 전 대사가 공개한 명함은 이 명함과 동일하게 인쇄된 명함이지만 이 명함은 그와 달리 전화번호가 가필돼 있기 때문에 MB가 이 BBK 명함을 적극적으로 뿌리고 다녔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위조, 또는 사용하지 않고 폐기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왜 자꾸 이런 명함이 나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13일에는 이 대통령이 미국 법원에 2003년 4월 제출한 6페이지 분량의 진술서(사진3, 4)를 공개했다.

이 진술서에 따르면 ‘BBK는 LKE뱅크의 비즈니스 컴포넌트, 즉 사업구성체’라고 말한 사실이 드러난다. 이 문서는 2006년 2월 이후 로스앤젤레스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김경준씨 관련 소송에도 제출됐으며 지난 2008년 8월 또 다른 소송에서도 증거로 제출됐다.

이 대통령은 진술서 3쪽 ‘LKE뱅크와 BBK’와의 관계‘ 5번 항목에서 BBK는 통합된 금융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려는 LKE뱅크의 사업모델상 투자자문(투자신탁)을 전담하는 하나의 ‘비즈니스 컴포넌트’라고 진술했다.

즉 자신이 대표이사이던 LKE뱅크가 통합금융서비스를 추구하면서 그 한 분야인 투자자문분야는 BBK가 맡는 등 BBK가 LKE뱅크 통합금융서비스의 한 구성체였음을 이 대통령 자신의 입으로 분명히 밝히는 것이라고 안씨는 지적했다.

LKE뱅크의 금융서비스 중 증권은 E뱅크 시큐리티, 투자자문은 BBK가 맡는 식으로 BBK가 LKE뱅크를 구성하는 계열사였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명함 하단에 BBK, LKE뱅크, E뱅크 증권주식회사 등 3개 회사가 나란히 인쇄돼 있는 것과도 정확히 상통하는 대목이다.

또 BBK브로셔에서 BBK는 EBANK금융서비스그룹 자매회사라고 설명된 것과도 일치하는 진술이라고 안씨는 해설했다.

기획입국 주선 친박 인사 ‘이혜훈 의원·유영하 변호사’ 당사자 부인
신명씨 “이미 입국했다” 증언 나와, 4월5일 폭로 예고 관심 집중

아울러 이 대통령은 진술서에서 LKE뱅크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제공하기 위해 2000년 2월 진술인(이명박 본인), 김경준, 하나은행이 합작으로 설립한 사이버종합금융회사라고 설명했지만 BBK는 LKE뱅크와는 별개의 주주와 독립된 경영진 책임 하에 운영됐다고 밝혔다.

계열사지만 주인은 다르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자신은 BBK와는 법률적 관계가 없고 임원이나 주주도 아니며 BBK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씨는 “이 대통령이 이처럼 BBK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BBK가 LKE뱅크의 사업구성체라고 진술한 것은 자신이 대표를 맡았던 LKE뱅크가 BBK와 사실상 한몸임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대통령은 자신과 다스와의 관계에 대해 다스의 주주도, 임원도 아니며 공적으로 법률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다며 ‘친형인 이상은이 다스의 주요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운영은 김성우 사장의 책임하에 이루어져 왔습니다’라고 밝혔다”며 “이 대통령의 표현대로 ‘이상은이 회장이지만 그러나 운영은 김성우 사장이 한다’는 것으로 이는 이상은이 ‘바지사장’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진술서를 작성한 2003년 4월 당시 서울시장에 재직 중이었으나 이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반면 이 대통령은 김경준씨가 보고서 서명위조, 투자자문업 허위보고, MAF자금 불법유용 등의 죄를 저지르고 2002년 1월 미국으로 도피했고 자신의 이름을 크리스토퍼김으로 개명해 자신을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BBK가 LKE뱅크의 구성체라고 말한 이 대통령 명의의 진술서가 미국법원에서 발견됨에 따라 BBK를 둘러싼 진실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폐기했다는 명함과
진술서 나와 논란

이와 함께 김경준씨와 신명씨의 입이 폭풍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최근 김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하나씩 폭로를 시작했고 신명씨도 이달 말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총선 엿새 전인 4월5일 폭로 할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유원일 전 의원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교감을 나눈 김씨는 유 전 의원과의 면회에서 “상상도 못할 협박과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 당시 미국에 있을 때 처음에는 박근혜 쪽에서 나한테 와서 빨리 오라고 했다”며 “검찰이 (그 사실을) 다 알고도 관심이 없어 했다”며 기획입국과 관련해 친박인사 2명의 폭로를 예고했다(일요시사 843호 4-5, 14-15면 참조).

이어 <나는 꼼수다>에서 김씨의 육성 녹취록이 공개되며 이혜훈 의원과 유영하 변호사(새누리당 경기군포 출마)를 지목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김씨와 “일면식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주장했으며 유 변호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3번 만난 적이 있다”면서도 “김씨가 억울해 하며 한국 가서 밝히겠다기에, 그럼 와서 밝혀라”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사실관계 확인 차 만난 것이지 기획입국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박 기획입국 관련 사항은 진실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유 전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며칠 안으로 경준이의 편지가 또 올 것이다”며 추가폭로를 예고했지만 다음날 정계은퇴와 함께 BBK 진실 규명에서도 손을 뗄 것임을 밝혀 김씨의 폭로가 세상에 알려질지는 미지수로 남았다.

또 다른 정황도 포착됐다. 취재 도중 3월 말에 입국하겠다던 신명씨가 이미 한국에 입국해 있다는 것이었다.

신씨의 고향 친구이자 그동안 신씨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이어왔다는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제가 본 것은 아니고 며칠 전 갑자기 고등학교 선배가 ‘야~ 명이 한국에 들어와 있던데? 길에서 봤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정확히 확인된 것이 아니라”며 “자신도 들은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신씨의 심정이 어떻느냐’는 질문에는 “상당히 억울해 하죠”라며 신씨의 입장을 대변했으며 이내 “자신이 이용당한거니 안 그렇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기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신씨와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고 주변인들의 측근들의 진술이긴 하지만 이들의 말대로 신씨가 입국해 있다면 검찰의 정보력과 수사망에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여겨져 비난이 이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BBK 의혹 ‘실체’
그 끝은 어디인가?

이처럼 BBK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해명과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이는 향후 정국과 선거 판세에 메가톤급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여겨져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신뢰도는 바닥을 칠 것이고 국정 동력은 힘을 잃을 게 불을 보듯 빤하다.

이 대통령으로선 퇴임 후 사법적 절차에 대해서도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또한 신씨가 밝힐 배후와 가짜편지를 언론에 밝힌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물론, 기획입국 시도 정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박근혜 비대위원장까지 줄줄이 연루될 것으로 여겨져 여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BBK 의혹의 실체는 무엇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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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