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기획>박근혜 vs 한명숙 공천명단 대해부

달아오른 총선불판…정가는 ‘활활’ 민심은 ‘썰렁’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야 모두 공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대진표의 윤곽이 점차 또렷해지며 출전을 앞둔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패기로 총선정국은 그야말로 뜨겁다. 하지만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은 어쩐지 냉랭하다 못 해 살얼음판이다. 그간 정치권은 공천혁명에 핏대를 높여왔지만 막상 뚜껑열린 명단은 계파 간 잇속 챙기기로 구태공천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다. 공염불로 돌아간 여야의 공천명단을 세세히 들여다봤다.

아버지 대척점 솎아낸 ‘박’ 친노 부활에 힘 실어준 ‘한’
공천혁명 외치더니 구태공천 되풀이만…공염불 공천

그간 줄줄이 터진 악재 탓에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피로도와 불신은 어느 때보다 깊어진 상태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이탈하는 민심을 사로잡으려 여야 모두 공천혁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전국 246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공천 심사와 경선, 전략공천 등의 공천혁신으로 새로운 피 수혈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공천명단 열리자
‘그 나물에 그 밥’

현재 여야 모두 약 200여 명의 공천자 명단이 확정됐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현역의원들이 대거 생존하면서다. 여기에 논란을 빚거나 비리 전력 등이 있는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공천을 줬다 뺏는 일도 반복되며 부적절 인사 추천에 대한 책임론으로 시끄럽기까지 하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대체적으로 ‘박근혜 대선용 공천’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친박계의 공천율은 두드러지고, 대척점에 섰던 인사들은 제거되면서다.

먼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던 YS계 중진인사들이 줄줄이 낙천했다. 대표적으로 안상수·김무성 의원이 공천장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내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박 위원장 흔들기에 나설 만한 인사를 사전에 제거한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민주계 투사로 활약한 이재오 의원은 본인 공천장은 받았지만 수족이 잘려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이다. ‘이재오 공천’을 용인한 것에 대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 의원은 집단탈당할 수 있는 친이계의 좌장격 인물이다”면서 “때문에 공천학살로 인해 친이계가 집단탈당을 불사할 경우 당내 분열로 박 위원장의 대선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친이계 구심점인 이 의원에 대한 공천으로 집단탈당과 정치보복을 차단했다는 분석이다.

줬다 뺏기도 하고
검증 없이 주기도

이에 비해 친박계 인사들의 공천율은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박 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인 이종훈 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친박계인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각각 서울 분당갑과 성동갑에 전략공천됐다.

김 교수는 특히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최측근 진수희 의원을 제치고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이자 불출마를 선언한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경북 포항남·울릉)에는 지난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언론특보단장을 지낸 김형태 후보가 지지율 등에서 뒤쳐지는 경쟁력에도 공천을 따냈다.

새로운 인물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항마로 주목받고있는 손수조(부산 사상) 후보나 문대성(부산 사하갑) IOC 선수위원 등만 눈에 띌 뿐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부산사상의 손 후보를 낙점한 것도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기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지더라도 사전에 문풍을 차단할 수 있는 고도의 방편이란 얘기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박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지면 책임론이 나올 것 아니냐, 그때 막아줄 사람들을 꽂은 것이다”며 “경선에 대비해 자신을 흔들지 않을 사람을 모으다보니 총선 경쟁력은 별로 신경을 안 썼다”고 평가절하 했다.


강남갑과 강남을에 각각 공천했던 박상일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과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의 공천도 논란에 휩싸였다. 박 후보는 지난해 8월 펴낸 저서 <내가 산다는 것은>에서 독립군을 ‘테러단체’에 비유하고, 한일 강제병합을 한국인 민간단체가 청원했으며 한국 내각 대부분이 이를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역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0년 국제학술회의 발제에서 ‘제주4·3사건’을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폭동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민중반란으로 표현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해 5월 미국 하버드대가 출간한 <박정희시대>의 집필진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대선 공천이라는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역사관 논란을 빚으며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새누리당은 두 후보에 대해 부랴부랴 공천취소에 나섰지만 공천대상자로 추천한 새누리당 지도부에 책임론이 불거진 상태다. 

새누리당 공천에 ‘박근혜 대선 안전가도용 공천’ 비판
정부여당이 던진 자살골도 내쳐버린 밀실공천 민주당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조금 더 심각하다. 정부여당이 차 넣은 ‘자살골’도 못 받아먹으면서다. 그간 MB정권에는 대형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내곡동 사저’ ‘디도스 파문’ ‘돈 봉투 살포’ 등의 폭탄은 총·대선을 앞둔 민주당에 천재일우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공천 뚜껑이 열리면서 민주당에 비판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은 ‘친노 공천’과 ‘돌려막기 공천’ ‘비리공천’으로 '총체적 난국'이란 지적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구태공천’이란 혹평을 받으며 지지율까지 새누리당에 역전당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의 공천이 못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먼저 새 인물이 아닌 기존 노무현계 인사를 대거 채워 넣으며 특정계파의 부활을 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까지 이뤄진 민주통합당 공천자 202명 중 절반 이상이 친노계 출신이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게다가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신인을 대거 기용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실시한 국민참여 모바일 경선은 일부 지역에서 기존 정치인들의 조직력만 확인시켜주며 오히려 경선비용만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무엇보다 모바일 국민참여 경선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사건은 민주통합당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동시에 새누리당에 공격거리를 안겨주었다. 게다가 청년비례대표 외에는 딱히 새 인물이라고 부를 만한 후보가 전무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또 도덕성 논란이나 비리?기소전력 인사들에게 줄줄이 공천장을 안겼다. 이후 문제가 불거지자 임종석?이화영 전 의원과 전혜숙 의원의 공천을 취소했다. 민주당의 공천박탈은 새누리당의 공천취소에 따라 마지못해 결정한 '뒷북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논란이 컸던 신계륜·오영식 전 의원의 공천은 취소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눈높이 맞춘다더니
한참 아래만 봤나?


여기에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후보를 같은 나꼼수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갑에 공천한 것을 놓고도 시끄럽다. 지역구 세습과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또 김 후보가 노원구에 아무 연고도 없는데다 검증도 거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공천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감동도 없고, 새로움도 없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결과적으로 시선은 한참 아래를 보고 있었던 셈이다. 공천 막바지까지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여야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후보를 냈다는 부실검증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여야 모두 앞 다퉈 정치쇄신과 공천쇄신을 주장했던 모습은 결국 표를 얻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방증이다”고 힐난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