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조작 연루 선수 거취 ‘경우의 수’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12 13: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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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지도자의 길? 그들의 선택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LG트윈스 투수 김성현과 박현준의 경기조작 연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프로야구계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의혹이 일자 두 선수는 모두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경기조작 가담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고, 야구계 관계자와 팬들은 ‘설마’하며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두 선수 모두 검찰 수사에서 가담 사실을 시인해 팬들의 믿음을 져버렸다. 이에 두 선수의 향후 거취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어 <일요시사>는 현행 규정을 토대로 두 선수 앞날의 ‘경우의 수’를 점검해 봤다.

협정 맺은 미국·일본·대만 외 타국은 진출 가능
현 규정, 지도자 진출 가능하지만 제약 가해질 듯

KBO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조작 가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한 LG트윈스 투수 김성현과 박현준을 야구규약 제144조 3항에 의거 야구활동을 정지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야구활동이 정지되면 일체의 구단 활동(훈련, 경기)에 참가할 수 없고 그 기간 동안 참가활동보수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두 명의 투수는 5일부로 국내에서 모든 야구활동이 정지됐다. LG트윈스는 다음날 이어 퇴출을 발표했고 KBO는 이들의 영구실격을 검토 중이다.

영구실격 확정적

KBO 관계자는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야구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며 “혐의가 최종 입증된다면 곧바로 영구실격을 포함해 엄중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사실상 한국에서 야구를 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혀 두 선수에 대한 영구실격은 확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선수에 대해 “앞날이 창창한데 영구제명은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의 여론이 일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현준은 지난해 13승을 달성하며 LG트윈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 했고, 김성현은 지난해 트레이드 되어 차세대 선발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야구활동이 정지되었고 영구실격이 유력한 이들의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될까?

 아직 젊은 선수들이므로 둘은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무대에서 영구실격 당한 것이지 그 효력이 타국리그에까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영구 실격 등의 신분을 가진 선수는 상호 협정을 맺은 리그에서 뛸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미국·일본·대만 등 세 프로야구 리그만 협정을 맺고 있다.


이 협정에는 공통적으로 ‘한국 선수가 한국 구단의 보류, 군복무, 임의탈퇴, 제한, 실격, 자격정지 또는 부적격 명단에 속한 경우 영입하려는 리그는 KBO 총재를 통한 한국 구단의 승인 없이는 고용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사실상 미국, 일본, 대만 등에 선수로 진출할 길은 막힌 것이다.

그렇다면 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는 어떠할까?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가능하다.

KBO는 “상호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뛰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두 투수가 해외 독립리그에서 뛰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

축구에서도 승부조작에 연루된 최성국이 해외 진출한 전례가 있는 만큼 가능성 또한 열려있다.

최성국은 한국 축구계에서 영구 추방된 뒤 마케도니아 프로축구 1부리그 소속팀인 FK라보트니키에 진출한 바 있다.

진출 당시 최성국은 물의를 일으키고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해외로 진출 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었지만 FIFA가 선수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자국 협회의 징계보다 우선시해 진출이 가능했다.

야구와 축구는 다르긴 하지만 현재 두 선수의 중국, 호주, 중남미 등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나 해외 독립리그에서 뛰는 건 막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해당 리그에서 두 선수를 받아 주느냐다. 중남미 독립리그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메이저리그 등 타국리그에서 문제가 된 선수들이 이곳에서 선수생명을 이어가며 재기를 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호세 칸세코와 에릭 가니에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진출 외에 다른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인가? 일부 선수들이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는 만큼 지도자로 나서는 것은 어떨까?

야구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기에 프로야구계에서는 불가능하다. 선수는 물론이고 코치, 구단, 프런트 등의 모든 길이 막혔다.

방법은 아마추어 지도자가 있다. 현 KBO 규정을 살펴보면 징계자에 대한 아마추어 지도자 임명 금지를 명시해 둔 조항은 없다.

제도적인 길은 열려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어 보인다. 주변의 시선 등을 고려해 스포츠정신을 위배한 이들에게 지도자 영입 제안을 할 곳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KBO는 “해당 선수에 징계를 내린다면 일단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와 협의를 해 봐야 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프로야구와 아마추어 야구도 징계자에 대해 공통의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진출 가능

이 처럼 김성현과 박현준은 순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십여 년 간 노력했던 땀방울이 물거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두 선수 모두 이제 막 선수로서 전성기에 접어든 20대 중반이다. 그동안 오로지 야구만 바라보며 살아온 그들로선 잘못된 선택이 불러온 시련이지만 너무나 커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고 신뢰를 깨버렸다. 신뢰를 잃어버린 프로야구가 다시 국민들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로 티끌만한 의문도 가질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프로야구 전체를 살리기 위해 모두가 읍참마속 하는 마음으로 사건에 연루된 모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팬들의 견해이다.

그래야만 등 돌린 팬들이 다시 돌아와 국민스포츠의 명맥을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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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