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친이계 집단 반발 부른 잔인한 ‘피의 숙청’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13 15: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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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권가도 가로막는 ‘친이신당’ 등장할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가 술렁이고 있다. 공천신청을 하며 ‘무소속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자필서명을 했지만 막상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을 불사하고 출마를 강행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이다. 낙천한 이들이 각개전투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 움직임까지 가속화 되고 있어 4년 전의 ‘친박연대’처럼 ‘친이연대’가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는 신당 창당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고 국민생각의 ‘이삭줍기’도 본격화 돼 4·11 총선이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탈락자 대부분 강력 반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시사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신당 창당?

야권이 야권연대협상 타결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여권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자유선진당과의 연대가 일언지하에 거절된데 이어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연이은 탈당으로 보수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낙천자들은 연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위협하는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들 세력을 어떻게 끌어안고 갈지가 또 다른 숙제로 남게 됐다.
 
줄 이은 탈당
보수분열 가속

현역의원이든 예비후보자든 총선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라 공천 탈락자들의 움직임은 일사분란하다. 재선의 허천 의원(강원 춘천)이 지난 7일 공천결과에 불복해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첫 스타트를 끊었다. 허 의원은 무소속 또는 다른 정당에 입당해 3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의원에 이어 다음날인 8일에는 4선의 이윤성 의원(인천 남동갑)도 탈당을 강행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또 다음날에는 전여옥 의원(서울 영등포갑)이 전격 탈당을 선언하고 ‘국민생각’에 입당했다.

하루에 한명 꼴로 현역의원이 탈당을 강행하며 무소속 또는 다른 정당에 입당해 출마를 공식화 하고 있는 것이다.


친이계 신지호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낙하산 공천한다면 깨끗이 탈당해서 제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고 유정현(서울 중랑갑)·장광근(서울 동대문갑)·정해걸(경북 군위·의성·청송)·이화수(경기 안산 상록갑) 의원도 재심을 요청해 이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더 활발해 질 것으로 여겨져 공천 탈락자들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원외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가장 먼저 반발한 인물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었다.

김 전 부소장은 공천에서 탈락하자 새누리당을 전격 탈당했고 호남권 인사들을 포함한 무소속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4년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친박 학살’의 주역이었던 이방호 전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도 공천 탈락에 반발하며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아들인 김 전 부소장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매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정몽준 전 대표와의 만남을 가진 김 전 대통령은 “비상상황인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독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위원장을 두고서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중요하고 어려운데 박 위원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상시국이면 더 상의해야 하는데 왜 저렇게 독단적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잘 되길 바란다. 나도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며 덕담을 건네 그동안 불편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지만 김 전 부소장의 공천 탈락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또 다시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이 박 위원장을 지원할 지도 의문으로 남아 향후 관계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연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이들은 속속 연대를 꾀하고 있다. ‘상도동계’(김영삼 전 대통령 계보) 출신 김덕룡 전 의원과 안상수 전 대표 등이 친이계는 물론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한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 계보), 구민주계 인사 등 20여명을 참여시키는 신당을 모색 중이다.

김 전 부소장은 “안상수 전 대표와 만나 말씀을 나누고 있다”며 “무소속 연대를 하든, 제3의 정당으로 옮겨가든, 아니면 신당까지 만드는 3갈래 방향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안 전 대표가 지난 1일 집단탈당을 통한 무소속 연대 발언을 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김 전 부소장은 “벌써 이런 일을 예견하고 준비해왔다”고 덧붙이며 “외연의 폭을 야당과 같이 넓히자는 분도 있다. 소위 말하는 민주당의 구민주계”라고 했다.

YS(김 전 대통령 영문 약칭)의 상도동계와 DJ(김대중 전 대통령 영문 약칭)의 동교동계 인사들이 헤쳐모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전 부소장과 지난 2일 민주당을 탈당한 한광옥 상임고문은 지난해부터 김덕룡 전 의원과 새로운 정당 창당에 대한 논의를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에게 당대표를 맡아달라고 제의했으나, 정 위원장은 이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 측은 “여러 곳에서 압력이 온다. 당혹스럽다”고 했다. 또한 정의화·원희룡 의원,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등과 접촉을 가졌고 새누리당과의 연대를 거절한 자유선진당 측과도 연대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여옥 전격 영입한 박세일, 이삭줍기에 여념 없는 ‘국민생각’
“기성 정치권의 높은 벽 실감하고 사라진다?” 미풍 그칠 전망도

때문에 여야를 넘나드는 무소속 연대의 결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연대에 합류하는 현역 의원이 20명을 넘으면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배정받을 만큼 단숨에 만만치 않은 세력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서청원 전 의원 등 친박근혜계 인사들이 ‘친박연대’를 결성해 비례대표 8석 등 모두 14석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이끈 자유신당(현 자유선진당)도 18석을 얻은바 있어 새누리당을 더욱더 긴장케 만들고 있다.

지난 9일 전여옥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전격 입당한 국민생각도 또 다른 변수다.

박세일 대표가 “(공천에서) 밀린 분들 중에서 정치적 경륜이나 소신이나 철학이 저희하고 같은 부분이 꽤 있을 수 있다”며 여야 이삭줍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여야 낙천자들과의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많은 분들이 물론 긍정적으로 나온다”고 밝혔고 낙천자 가운데 국민생각에 합류하기로 한 사람이 있다고 밝혀 낙천자 다수가 합류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박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그야말로 낙엽정당”이라고 힐난하자 박 대표는 “권력 투쟁에서 일찍이 밀려난 분들 가운데서도 아까 말씀드린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있다”며 “저는 보석 찾기라고 본다”고 강변했다.

그는 또한 “좋은 미래의 정치적 자산이 있다면 그 분들과 같이 한다는 것이 대단히 바람직한 거지, 어찌 그게 낙엽인가”라고 반문한 뒤, “권력투쟁이 아닐 경우에는 낙엽일 수 있겠지만 권력투쟁에서 밀린다고 해서 다 잘못되고 부적합한 정치인이라고 보면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생각에 입당하며 비례대표 1번을 부여 받은 전여옥 의원도 “낙천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제 생각과 일치하는 분들이 몇 분 있다”며 국민생각에 합류할 생각이 있는 의원이 있다고 밝혔다.

향후 낙천자들이 대거 합류한다면 국민생각 또한 이번 총선에서 발휘할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기반이 탄탄하고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이 나선다면 총선에 새로운 판도가 그려질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삭줍기?
보석찾기?

정치권은 공천 탈락자들이 여야를 넘나드는 연대를 형성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미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08년 총선 때 친박계는 ‘박근혜 마케팅’으로 바람을 일으켰지만, 친이계는 내세울 마땅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친이계가 ‘이명박 마케팅’을 펼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무소속이나 제3당으로 출마하더라도 당선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평가절하 했다.

그 예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통합21’은 정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낙선했고 2000년 조순·김윤환 의원 등의 민주국민당도 16대 총선에서 2석만 얻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도 ‘3김 타파’를 내세운 유명 정치인과 시민운동가들이 통합민주당 간판 아래 출마했으나 대부분 낙선했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정당 중 상당수는 기성 정치권의 높은 벽만 실감한 채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권이 단일화 협약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서 새누리당 낙천자들의 무소속 출마와 신당 창당·3당행은 박 위원장과 당을 위협하는 요인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총선에서 승리를 하지 못하면 박 위원장의 대권 가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져 이들의 움직임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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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