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입단속 경계령 내린 내막

막말, 거짓말, 폭로, 쓴소리 막가는 방송 ‘블랙홀’에 ‘텀벙’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토크쇼와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이 내뱉은 말이 말썽이 되고 있다. 거침없는 막말 때문에 출연 프로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위)의 징계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토크쇼에서 거짓 경험담을 말했다가 들통나 시청자의 거센 항의를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현상은 방송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요즘 환경과 맞닿아 있다. 틀과 형식에서 벗어난 연예인들은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소 술자리에서 벌일 법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속어가 난무하고 서로에 대한 폭로전이 전개된다. 그리고 연예인들의 속 얘기에 시청자는 환호한다. 인간은 순응의 동물인 터라 결국 시청자들은 더욱 ‘센’ 얘기를 원하고 연예인들은 여기에 부응한다. 이런 순환구조 속에 방송 환경도 원초적으로 변하고 있다.

방송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방송용’ 대화는 잘 다듬고 가지치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산. 오히려 정화되지도 여과되지도 않은 ‘날것’의 얘기들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며 시청자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방통심위는 지난 11월13일부터 2주간 지상파 3사의 7개 오락성 프로그램에 대해 막말방송 실태를 심의, 품위 유지와 방송언어 심의규정을 어긴 MBC <황금어장>에 대해 ‘주의’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KBS 2TV의 <해피투게더3>·<상상플러스2>·<샴페인>, MBC <놀러와>·<명랑히어로>, SBS <야심만만2-예능선수촌> 등 6개 프로그램에 대해 ‘권고’조치했다. <황금어장>의 경우 조사기간에 방영된 프로그램 당 평균 100회의 반말과 비속어가 등장했다.
이들 프로그램의 진행자 중 <황금어장>, <명랑히어로>의 김구라와 <해피투게더3>, <명랑히어로> 등의 윤종신은 프로그램당 평균 위반횟수가 각각 48.3건, 26.1건에 달했다. 전진도 19건에 달했다.

요즘 TV에서는 출연자 간 서로를 헐뜯거나 언성을 높이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개그맨 이경규, 박명수 등에서 시작된 ‘호통개그’는 어느덧 ‘비난개그’로 형태를 바꿔 유쾌와 불쾌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방통심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오락 토크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반말 및 비속어 남용이 지상파 방송에서 용인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발표 배경을 밝혔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조금이라도 더 튀어 보이려고 자극적인 소재를 찾게 되기 마련이다. 이런 사례들이 반복된다면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는 연예인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구라·윤종신·전진 등은 ‘막말의 달인’(?)
김예분 TV서 거짓 경험담 말했다 ‘혼쭐’

김구라, 윤종신, 전진 등이 방송 프로그램에서 막말과 비속어를 사용해 프로그램이 제재를 받았다면 김예분은 거짓말로 물의를 빚었다.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김예분은 지난 11월29일, KBS 2TV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이하 <샴페인>)에서 말한 경험담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이날 김예분은 과거 전직 대통령을 우연히 만났을 때 “각하”라는 호칭 대신 “전하”로 불렀다는 사연을 소개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런데 그녀가 말한 이 내용은 전에 모 개그맨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던 사연. 방송 이후 <샴페인> 게시판에는 이 사실을 밝히며 김예분의 거짓말을 호되게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급기야 <샴페인> 제작진은 지난 12월1일 오전 게시판을 통해 “김예분과 통화한 결과 사연의 내용을 아는 개그맨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한다. 향후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공개 사과했다.
김예분의 소속사 관계자 역시 이날 “이야기를 더 실감나게 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인 것처럼 말했다”며 “오랜만에 출연해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시청자들께 정말 죄송하고 사과를 드린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거짓 방송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5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인 ‘경제야 놀자’에 출연한 이영자는 방송에서 이소라가 준 반지가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고 고백했다.

이후 비난의 목소리는 이소라에게 쏟아졌지만 추후 이영자가 방송에서 웃기려고 했던 것임이 알려지자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영자는 한동안 방송 출연을 하지 못했고 이소라와도 소원한 관계를 지속했다.
슈퍼주니어의 이특도 Mnet <스쿨 오브 락>에 출연해 김연아 선수에게 미니홈피 일촌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후 슈퍼주니어의 팬클럽 회원들이 김연아 선수의 미니홈피를 찾아서 비난을 퍼부었지만 나중에 이특이 재미를 위해 한 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다수의 패널들이 나오는 방송에서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며 “연예인이 속이려는 입장에서 말을 한다면 서로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믿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토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제작진은 MC와 게스트의 발언이 미칠 파장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얼을 표방하는 방송이 전혀 리얼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크다. 이는 시청자들에게도 신뢰감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요즘 연예계에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넘쳐 난다. 과거 연예인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공개되면 곧바로 인터넷 기사로 만들어져 네티즌 사이에 회자된다.
김구라는 지난 11월24일 방송된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특집 ‘2008 연예계 총결산’ 편에 출연해 이하늘의 손을 꼭 잡고 “이하늘 씨가 이야기하면 주변에서 모두 귀를 기울이더라”며 의외의 칭찬을 해 출연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하늘은 이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할까봐 김구라 씨가 겁내는 것 같다”며 김구라의 행동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김구라는 “사실 제가 이하늘 씨에게 빚을 진 게 있다”고 고백한 뒤 “내가 모 프로그램에서 이하늘 씨가 여자연예인과 사귀게 됐다고 폭로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잘 안됐다고 들었다”고 그제서야 사실을 밝혔다.
김구라는 이어 “그 일로 내가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공개 사과했다. 김구라의 사과에 내내 웃음을 보였던 이하늘은 고개를 떨구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1월8일 방송된 KBS 2TV <샴폐인>에 출연한 개그우먼 김지혜는 “개그맨 정형돈이 방송에서 뽀뽀한 적이 있다고 폭로해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를 뻔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김영철과 뽀뽀할 뻔한 사연을 공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김지혜는 “이제는 편하게 말할 수 있다”고 운을 떼며 “한번은 만취상태에서 김영철과 택시를 탔는데 갑자기 나에게 “뽀뽀할래?”라고 말해 술이 깸과 동시에 차에서 먼저 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지혜는 이어 “무안했던 김영철은 “남자 얼굴만 보는데 앞으로 누구를 만나는지 두고 보자”며 분통을 터뜨렸고 결국 내가 선택한 남자는 박준형 씨다”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같은 날 MBC에서 방송된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는 진행자 이휘재의 과거사가 공개됐다. 이날 방송분에서 이하정 아나운서 친구로 출연한 정보라 씨는 “헬스클럽에서 이휘재를 본 적이 있는데 주변에 항상 여자가 많다. 꼭 여자들이 많은 시간대에 온다”고 폭로했다.
그룹 R.ef 출신 성대현은 예능프로그램에서 R.ef 시절 리더 이성욱의 개인행동을 비롯해 가수 홍경민과 모 여자 연예인의 데이트 장면 목격담 등을 폭로해 화제를 모았다.
폭로는 비밀스러운 일을 들춘다는 사실 만으로도 듣는 사람의 구미를 당긴다. 하지만 원치 않는 폭로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가수 이민우는 지난해 말 모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가수 서지영, 배우 신애와 교제했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당시 서지영과 신애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네티즌조차 “경솔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연예 관계자는 “요즘 방송가에서 폭로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 쪽이 폭로를 하면 상대방이 되받아치는 형식이다. 시청자들은 즐거울지 몰라도 곁에서 지켜볼 때는 아슬아슬하다”고 속내를 밝혔다.

요즘 가장 뜨거운 캐릭터 중 하나는 바로 KBS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왕비호’다. 일주일에 한 번씩 왕비호가 내뱉는 말은 즉각 화제가 되며 연예계를 한 번씩 들었다 놓는다.
‘독설’하면 신해철을 빼놓을 수 없다. 신해철의 과감한 언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 중 신해철처럼 대중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연예인도 드물다. 어찌 보면 그의 이 같은 모습은 최근 10만 안티 양성을 목표로 국내 유명 연예인들에 대해 연달아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왕비호와 닮아 있다.
왕비호는 지금까지 비, 서태지, 동방신기, 문희준, 슈퍼주니어, 원더걸스 등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세간의 큰 화제를 모았다. 연예인들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안티를 만들고 있는 왕비호가 뭐가 좋을까 싶지만 어느 누구도 시원스레 할 수 없었던 말들을 대신 해줌으로 최근 왕비호의 주가는 급상승 중이다.
신해철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요계의 잘못된 관행에 어느 누구 하나 바른 소리를 하지 못할 때 나서서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왕비호가 비호감을 일부러 유발해도 비호감일 수 없듯 신해철이 10년이 넘게 변함없는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이들이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댓글로 한번쯤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쓴소리들이 대부분 ‘옳은 소리’임을 부정할 수 없어 더욱 통쾌하다.
요즘 연예인들은 이미지를 먹고산다. 때문에 작은 일에도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잘못된 일에 쓴 소리를 내뱉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혹시라도 안티 팬이 늘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발전을 위한 비판은 언제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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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