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불황 선정성으로 극복

벗어! 벗어! 벗어야 뜬다고(?)

연예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청률? 광고주? PD? 파파라치?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스타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대중의 무관심이다. 대중의 인기로 먹고사는 만큼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건 ‘밥숟가락’을 손에서 놓는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욕을 먹을지언정 어떻게라도 대중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게 연예인들의 숙명이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노출이 ‘인기몰이’를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고 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연예계에서는 일단 맨살을 보여줘야 ‘뜨는’ 시대다. 여자들은 풍만한 가슴골과 아찔한 다리선을, 남자들은 우람한 가슴 근육과 빨랫판처럼 우둘투둘한 복근을 각각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다.

경기 침체로 주머니가 한층 가벼워진 요즘 스크린에선 여배우들의 때 아닌 노출 경쟁이 한창이다. 가히 점입가경 수준이다.
지난 10월 중순 관객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 <아내가 결혼했다>의 손예진은 두 집 살림하는 뻔뻔하고 도발적이면서 사랑스러운 캐릭터 주인아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 냈다. 손예진은 극중 ‘첫 번째 남편’ 김주혁과 농도 짙은 베드신을 촬영했다.
문제의 장면에 대해 손예진은 “내가 부끄러워하면 스태프들이 불편해 할까봐 애써 태연한 척했다”고 설명했다. 손예진은 데뷔 후 최고 수위의 노출 연기까지 선보였다. 이런 진정성에 힘입어 <아내가 결혼했다>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 가도를 달렸다.

지난 11월13일 개봉해 현재 200만 관객이 관람한 <미인도> 역시 김민선과 추자현의 베드신으로 일찌감치 이목을 끌었다. 김민선은 <하류인생>에 이어 또 한 번 노출 연기에 도전했다. <미인도>는 남장 여자 윤복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졌다. 윤복 역의 김민선은 극중 가상 인물인 김남길과의 멜로 연기를 위해 상반신을 노출해 화제가 됐다.
김민선은 “배우로서 전환점을 맞고 싶었고 극 전개상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라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는 12월30일 개봉 예정인 <쌍화점>의 송지효도 파격적인 수준의 노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 연말 최고 기대작으로 거론되는 <쌍화점>은 고려말 비운의 왕과 그를 지키는 호위무사 수장의 이뤄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 그리고 여기에 끼어든 왕비를 둘러싼 두 남자의 애증과 질투가 파란만장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색즉시공 시즌2>에 이어 <쌍화점>에 출연하는 송지효는 조인성과의 몇 차례 베드신을 위해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었다고 전해진다.
내년 초 개봉할 <박쥐>의 김옥빈 역시 과감한 맨살 노출로 촬영 단계에서 이미 화제가 됐다. 극중 남편의 친구인 신부 송강호와 불륜에 휘말리게 되는 치명적인 배역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 영화 제작자는 “불황에는 벗겨야 산다는 속설이 있다”면서 “최근 불경기에 콘돔과 소주 매상이 급증했다는 보도처럼 불황일수록 근원적인 것으로 회귀하는 욕구와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겨울은 특히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많이 개봉하는 시기”라며 “성인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여배우들의 노출 연기가 부쩍 많아 보이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여배우들의 노출 연기가 눈요기가 아닌 작품성을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여배우들의 노출은 안방극장에서도 치열하다. 시청률 경쟁에서 한발이라도 앞서 나가기 위해 여배우들의 샤워신을 방영한다. 대부분 샤워신은 극 초반에 방송된다. 초반 시청자를 잡기 위한 미끼로 쓰는 전략이다. 여배우들은 시청률을 올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샤워신 정도는 흔쾌히 받아들인다.
차예련은 지난 7월30일 방송됐던 <워킹맘> 1회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등장해 섹시한 몸매를 한껏 과시했다. 이후 차예련의 비키니 입은 모습이 포털사이트 내 연예게시판은 물론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와 그녀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차예련은 <워킹맘> 첫 방송에 앞서 진행됐던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첫 대본 나왔을 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나 스스로가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비키니 입는 게 쑥스러웠다. 정말 태어나 처음 입어봤다”고 말해 뭇 남성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차예련의 섹시미는 3회분에서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방송분에는 차예련의 매끄럽게 뻗은 다리와 어깨부터 이어지는 뒤태라인이 비교적 오래 노출됐다.
이를 본 남성시청자들은 물론 여성시청자들의 시선까지 붙잡았다. 앞서 비키니신으로 큰 화제를 불어 일으켰던 차예련이 매혹적인 샤워신까지 공개해 앞으로 또 어떤 섹시미를 발산할지 시청자들의 기대와 관심이 한껏 달아올랐다.
최근 종영한 <내 여자>에서는 박정철과 박솔미의 욕조 목욕신이 방영되기도 했다. 이 장면은 태성(박정철)과 세라(박솔미)가 신혼여행을 떠나게 되고 그 첫날 밤 함께 목욕을 하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은 촛불로 장식된 욕조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로를 끌어 당겨 안는가 하면 입을 맞추는 등 스킨십을 나눴다.

최근엔 남자 배우들의 샤워신도 자주 등장한다. 박시후는 <가문의 영광>에서 몸매를 과시했다. 그는 샤워신을 통해 10년 간 운동으로 다져온 상반신을 공개했다.
송승헌도 <에덴의 동쪽>에서 드라마 초반 샤워신 등을 통해 몸매를 뽐냈다. 홍콩에서 힘든 노동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동철은 거의 몸에 딱 달라붙는 민소매 차림이 많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반신을 노출하기도 했다.
김성수는 또 <내 사랑 금지옥엽>의 자동차를 고치는 장면에서, 이서진은 <온에어>에서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장면을 통해 각각 터프한 남성미를 과시했다. 이들과 함께 연예계 대표적인 ‘몸짱’인 권상우, 조동혁 등도 군살 없는 상반신을 공개해왔으며 이범수는 별도로 자료를 내고 운동의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방송가에선 “과거에는 여배우들의 노출만 화제가 되고 관심을 모았지만 최근에는 ‘몸짱’ 남자 배우들의 근사한 몸매 역시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성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샤워신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물건에 작은 사은품을 끼워주는 것처럼 드라마 시청자를 유혹한다. 샤워신은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전라노출’, ‘노골적인 섹스신’ 등의 카피는 영화 포스터에서 볼 수 있던 문구였다. 하지만 이제 식상할 정도다. 최근엔 안방극장에 이같은 마케팅이 확산하는 추세다. 이는 케이블 채널간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시청률 확보 싸움에 원인이 있다.

추울수록 여배우들은 벗는다?… 손예진·김민선·송지효 ‘몸매 대결’
여배우 ‘샤워신’ 시청자 잡기 위한 미끼 전략… 남자스타도 당당 노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넘쳐나다 보니 좀 더 강도가 센 프로그램의 제작에 케이블 제작진이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여배우나 여성 출연자들의 노출을 통한 선정성 부각뿐만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을 빙자한 토크 프로그램, 정보제공 프로그램,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도 이러한 마케팅을 택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의 선정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방영된 케이블 성인물은 약 20여 편. tvN의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OCN의 <메디컬 기방 영화관>, <이브의 유혹>, <천일야화>, 슈퍼액션의 <서영의 스파이>, 채널 CGV의 <라디오 야설극장 색녀유혼>, <색시몽>, <파이브 걸즈>, 스토리온의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스토리온’에서 높은 시청률로 방영되고 있는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는 남편이나 아내를 고발해 온 이들의 사연을 재연화면으로 지켜보면서 패널들이 토의를 나누고 그에 대한 판결을 내는 토크쇼.
성관계 시간이 짧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불만이나, 노출 심한 아내에 대한 남편의 불만 등 지극히 사적인 부부관계를 들여다봄으로써 시청자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Mnet의 <비키니 하우스>라는 프로그램에선 진행자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연예뉴스를 진행해 방영 전부터 외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케이블TV는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 ‘섹시코드’를 강조하고 있다. 심야 시간대 성인용 드라마와 영화를 집중 편성하는 것은 기본. 19세 이상 관람가 프로그램을 낮 시간에 재편성하는 것도 문제다. 재방, 삼방을 원칙으로 하는 케이블 TV 프로그램 특성상 성적인 코드를 다룬 드라마나 오락물이 낮 시간에 방영되는 것은 예사다.

몇몇 프로그램은 19세 이상 관람가임에도 온 가족들이 모여 TV를 보는 오전 6시부터 11시까지 편성되어 있다. 특히 19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엔 매회 수차례의 정사신을 포함하고 있으며 ‘포르노급’ 알몸 노출과 성적 묘사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케이블 TV를 즐겨보는 청소년들에게 어떠한 악영향이 미칠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케이블TV 프로그램의 ‘성(性)적 코드’에 대한 애착(?)은 앞으로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유독 케이블 TV에서 선정성 높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 것은 바로 시청률 때문이다. 수익성을 담보로 한 시청률 확보 경쟁이 케이블TV의 옐로우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
인터넷을 통해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쉽게 접하게 되면서 대중들은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됐고 케이블 TV는 바로 이러한 대중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케이블 TV는 막대한 제작비, 스타급 연예인들의 캐스팅으로 무장한 공중파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섹스코드’를 생존 전략으로 택한 것.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와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포르노물’에 버금가는 수위의 영상을 내보내는 것도 지상파에 쏠려 있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그러나 ‘성적코드’를 강조했다고 해서 프로그램의 질이 형편없을 것이라는 판단은 오산이다. OCN의 <메디컬 기방 영화관>은 선정적이지만 고급스런 영상으로 품위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또 성이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치료[治色]로 극화하고 아름답게 표현해 거부감을 없앴다는 평이다.
이처럼 선정적 소재일지라도 실험적인 측면에서 다가서거나 나름대로의 의미와 통찰을 부여한다면 충분히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케이블 방송사 관계자들은 지상파 TV의 기득권에 맞서기 위해선 ‘선정성’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맹목적인 ‘성적 코드’ 추구는 결국 프로그램의 존립 근거를 무너뜨리고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뿐이다. 더구나 최소한의 방송 윤리는 지켜야 하지 않느냐는 게 일반인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 등 케이블 TV 매체의 특수성을 적절히 활용, 실험적인 소재와 독특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욕구와 취향을 충족시킬 때, 케이블 TV의 진정한 전성시대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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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