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검은돈 미스터리#5 <밀착해부>

해외로 돈 꼬불치다 집안 다 말아먹게 생겼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검은돈’이 발각됐다. 해외에서 풍겨오는 썩은 내를 감지한 건 검찰 ‘저승사자’로 통하는 중수부. 중수부는 총부리를 선 회장의 미간에 정조준 했다. 하이마트 본사는 물론 선 회장의 자택, 자녀들의 회사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야말로 먼지 하나까지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특히 중수부는 선 회장의 혐의에 대한 정황증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선 회장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우그룹 종합 유통판매 위해 차명으로 만든 회사
김우중 출자한 지분 15%로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에서 ‘저승사자’로 통하는 중앙수사부가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에 칼을 빼들었다. 1000억원대의 자산을 해외로 빼돌려 자금 세탁을 한 혐의를 잡고서다. 검찰은 선 회장이 빼돌린 자금을 조세피난처를 거쳐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혐의를 포착한 상태다.

중수부는 하이마트 본사와 관계사, 선 회장의 도곡동 타워팰리스 자택 등을 차례로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섰다. 국세청에 역외탈세 전담조직과 공조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먼지 하나까지 샅샅이 털어내겠다는 각오가 비장하다.

#1. 사태의 원인=기이한 태생?

업계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하이마트의 ‘기이한 태생’에서 찾고 있다. 본래 하이마트(당시 한국신용유통)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전자의 국내영업을 담당케 하기 위해 별도로 만들었던 회사다. 수출에 강점이 있지만 내수에 취약하던 대우그룹의 내수영업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대우전자 제품 뿐 아니라 타회사 제품까지 종합적인 유통판매를 하기 위해 그룹사 소속이 아닌 별도회사로 만들어야 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설립자본금 50억원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7억5000만원을 출자, 차명을 이용해 주주로 참여했다. 그리고 지분 55%는 대우그룹 위장계열사인 신한기공, 고려피혁, 신성통상, 세계물산 등이 참여했다. 결국 한국신용유통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서자의 신분인 셈이었다.


대우그룹 몰락과정에서 한국신용유통은 대우전자의 국내 영업부문과 합쳐져, 1999년 가전양판점인 하이마트로 재탄생 했다. 당시 대우전자 판매총괄본부장(이사)이던 선 회장이 이 작업을 주도했고, 하이마트의 대표에 취임하게 됐다.

당시 재계에선 하이마트의 태생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언젠가 숨어있던 문제가 터져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 회장은 이런 우려를 뒤로 한 채 하이마트를 국내 대표 전자회사로 키워냈다. 그리고 이런 공로를 높이 평가 받아 선 회장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서 유진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2. 자금 출처는 김우중 전 회장?

아직 검찰은 비자금의 출처에 대한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는 김 전 회장이 한국신용유통에 출자한 자금을 바탕으로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대우그룹이 해체될 당시 선 회장은 무주물이나 다름없는 김 전 회장의 지분 15%를 임의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분 55%를 가지고 있었던 다른 대우 위장계열사들도 그룹 해체와 함께 법정관리로 넘어가면서 이들 주식이 장부가(액면가)로 선 회장 등에게 헐값에 처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분을 관리하던 구조조정본부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난 2002년에야 이를 눈치 채고 선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소송을 위해 실질주주인 김 전 회장이 구조조정본부의 정주호씨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김 전 회장이 아닌 정씨를 원고, 선종구를 피고로 하는 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소송을 시작한 주된 이유는 하이마트를 대우그룹 부활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그룹을 되살리기 위해선 주력회사인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의 인수가 필요했다. 당시 이들 회사는 산업은행, 캠코로 소유권이 넘어가 공개매각입찰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이를 인수하기 위해선 일종의 전략적투자자(SI)가 필요했는데, 여기에 하이마트가 제격이라고 대우그룹은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소송은 고발자인 정씨와 피고인 선 회장이 수십억에 달하는 합의금을 주고받으며 합의했다. 당연히 법원은 기각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김 전 회장이 22조원을 추징당한 상태여서 지분이 증명되더라도 바로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에 재판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선 회장은 수차례 증자과정에 참여하고 주식을 매각?매입하면서 재산을 불려나갔다. 특히 지난해 하이마트가 상장하면서 선 회장의 재산은 크게 늘어났다. 바로 이 돈 가운데 일부가 비자금의 조성에 사용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3. 자금의 사용처는 골프장?

검찰은 비자금이 선 회장 일가가 투자한 골프장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 회장 일가는 2009년부터 사업비 1500억원 규모로 강원 춘천시 일대 51만여평의 대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엔바인리조트 개발 사업을 벌여왔다.

투자금 대부분은 선 회장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선 회장은 지난 2005년 이후 하이마트 경영권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단계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보유 지분 약 14%를 매각해 확보한 1000억여원을 골프장에 투자했다. 여기에 자신의 월급은 물론 하이마트 관계사에 취업한 아들과 딸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개발투자에 집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장에 선 회장 일가 투자 집중…금융권 차입도
자녀 연루돼 있는 사실 드러날 경우 일가 쑥대밭

그러나 사업은 시작 직후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 이 때문에 선 회장과 그의 자녀는 부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약 1700억원 이상의 조성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준공 이후까지 이어졌다. 회원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 사업은 당초 최소 300~400명의 회원 모집을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골프장과 리조트가 준공된 지난해 중순까지도 회원 모집률은 당초 계획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처럼 사업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소요됐고 자연스레 공사대금이 체납되기 시작했다. 체납된 대금 역시 선 회장 본인이 부담했다. 이 과정에서 선 회장은 여유자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매우기 위해 하이마트 지분을 담보로 한 금융권 차입까지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회사 돈과 개인 자산을 해외로 빼돌린 뒤 자녀들에게 불법 증여를 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견해다.

#4. 자녀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나?

압수수색 대상에는 선 회장의 아들 현석씨와 딸 수연씨가 요직을 맡고 있는 계열사도 포함됐다.  이번 검찰의 수사를 보라보는 재계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현석씨와 수연씨가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느냐다.
현석씨는 하이마트 계열사인 HM투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항공권 발권, 국내외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혼수제품 고객이 많은 하이마트와 연계 마케팅을 통해 신혼여행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또 수연씨는 하이마트가 광고 전량을 담당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윌의 지분 37.5%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하이마트는 커뮤니케이션윌이 창립된 지난 2000년도 이후부터 공개경쟁 절차를 생략한 채 광고 전량을 몰아줬다.

검찰은 선 회장이 빼돌린 자금을 조세피난처를 거쳐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혐의를 포착했다. 현석씨와 수연씨는 일단 간접적으로는 연루돼 있는 셈이다. 이에 검찰은 계좌를 추적하는 등 자녀들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또 압수물 분석과 실무자 조사를 마치는 대로 선 회장과 자녀를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선 회장 한 명만 입건돼 있다. 그러나 현석씨와 수연씨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추가로 입건자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 선 회장 일가 전체가 아예 쑥대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5. 선 회장 재기 가능할까?

검찰은 선 회장이 수백억원의 기업 자금을 조세피난처를 거쳐 해외로 빼돌렸다는 첩보를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금융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뒤 한 달 넘게 내사를 진행해 상당한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마트 본사를 공개적으로 수색한 것이 비자금 혐의와 관련, 충분한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는 자신의 표현이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선 회장을 믿고 따르던 직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모습이다. 하이마트를 국내 대표 가전업체로 일으켜 세운 그의 명성에도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됐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골프장 사업 부진으로 재정적인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고 선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 하리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현재 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남기고 잠적한 상태. 출근은커녕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 회장이 멀리 뛰기 위해 웅크린 것인지, 검찰의 서슬 퍼런 칼끝에 몸을 피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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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