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검은돈 미스터리#5 <밀착해부>

해외로 돈 꼬불치다 집안 다 말아먹게 생겼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검은돈’이 발각됐다. 해외에서 풍겨오는 썩은 내를 감지한 건 검찰 ‘저승사자’로 통하는 중수부. 중수부는 총부리를 선 회장의 미간에 정조준 했다. 하이마트 본사는 물론 선 회장의 자택, 자녀들의 회사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야말로 먼지 하나까지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특히 중수부는 선 회장의 혐의에 대한 정황증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선 회장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우그룹 종합 유통판매 위해 차명으로 만든 회사
김우중 출자한 지분 15%로 비자금 조성 의혹

검찰에서 ‘저승사자’로 통하는 중앙수사부가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에 칼을 빼들었다. 1000억원대의 자산을 해외로 빼돌려 자금 세탁을 한 혐의를 잡고서다. 검찰은 선 회장이 빼돌린 자금을 조세피난처를 거쳐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혐의를 포착한 상태다.

중수부는 하이마트 본사와 관계사, 선 회장의 도곡동 타워팰리스 자택 등을 차례로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나섰다. 국세청에 역외탈세 전담조직과 공조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먼지 하나까지 샅샅이 털어내겠다는 각오가 비장하다.

#1. 사태의 원인=기이한 태생?

업계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하이마트의 ‘기이한 태생’에서 찾고 있다. 본래 하이마트(당시 한국신용유통)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전자의 국내영업을 담당케 하기 위해 별도로 만들었던 회사다. 수출에 강점이 있지만 내수에 취약하던 대우그룹의 내수영업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대우전자 제품 뿐 아니라 타회사 제품까지 종합적인 유통판매를 하기 위해 그룹사 소속이 아닌 별도회사로 만들어야 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은 설립자본금 50억원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7억5000만원을 출자, 차명을 이용해 주주로 참여했다. 그리고 지분 55%는 대우그룹 위장계열사인 신한기공, 고려피혁, 신성통상, 세계물산 등이 참여했다. 결국 한국신용유통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서자의 신분인 셈이었다.


대우그룹 몰락과정에서 한국신용유통은 대우전자의 국내 영업부문과 합쳐져, 1999년 가전양판점인 하이마트로 재탄생 했다. 당시 대우전자 판매총괄본부장(이사)이던 선 회장이 이 작업을 주도했고, 하이마트의 대표에 취임하게 됐다.

당시 재계에선 하이마트의 태생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언젠가 숨어있던 문제가 터져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 회장은 이런 우려를 뒤로 한 채 하이마트를 국내 대표 전자회사로 키워냈다. 그리고 이런 공로를 높이 평가 받아 선 회장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서 유진그룹으로 최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2. 자금 출처는 김우중 전 회장?

아직 검찰은 비자금의 출처에 대한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는 김 전 회장이 한국신용유통에 출자한 자금을 바탕으로 비자금이 조성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대우그룹이 해체될 당시 선 회장은 무주물이나 다름없는 김 전 회장의 지분 15%를 임의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분 55%를 가지고 있었던 다른 대우 위장계열사들도 그룹 해체와 함께 법정관리로 넘어가면서 이들 주식이 장부가(액면가)로 선 회장 등에게 헐값에 처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분을 관리하던 구조조정본부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난 2002년에야 이를 눈치 채고 선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소송을 위해 실질주주인 김 전 회장이 구조조정본부의 정주호씨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김 전 회장이 아닌 정씨를 원고, 선종구를 피고로 하는 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소송을 시작한 주된 이유는 하이마트를 대우그룹 부활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였다. 그룹을 되살리기 위해선 주력회사인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의 인수가 필요했다. 당시 이들 회사는 산업은행, 캠코로 소유권이 넘어가 공개매각입찰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이를 인수하기 위해선 일종의 전략적투자자(SI)가 필요했는데, 여기에 하이마트가 제격이라고 대우그룹은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소송은 고발자인 정씨와 피고인 선 회장이 수십억에 달하는 합의금을 주고받으며 합의했다. 당연히 법원은 기각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김 전 회장이 22조원을 추징당한 상태여서 지분이 증명되더라도 바로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에 재판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선 회장은 수차례 증자과정에 참여하고 주식을 매각?매입하면서 재산을 불려나갔다. 특히 지난해 하이마트가 상장하면서 선 회장의 재산은 크게 늘어났다. 바로 이 돈 가운데 일부가 비자금의 조성에 사용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3. 자금의 사용처는 골프장?

검찰은 비자금이 선 회장 일가가 투자한 골프장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 회장 일가는 2009년부터 사업비 1500억원 규모로 강원 춘천시 일대 51만여평의 대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엔바인리조트 개발 사업을 벌여왔다.

투자금 대부분은 선 회장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선 회장은 지난 2005년 이후 하이마트 경영권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단계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보유 지분 약 14%를 매각해 확보한 1000억여원을 골프장에 투자했다. 여기에 자신의 월급은 물론 하이마트 관계사에 취업한 아들과 딸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개발투자에 집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장에 선 회장 일가 투자 집중…금융권 차입도
자녀 연루돼 있는 사실 드러날 경우 일가 쑥대밭

그러나 사업은 시작 직후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 이 때문에 선 회장과 그의 자녀는 부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약 1700억원 이상의 조성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준공 이후까지 이어졌다. 회원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 사업은 당초 최소 300~400명의 회원 모집을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골프장과 리조트가 준공된 지난해 중순까지도 회원 모집률은 당초 계획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처럼 사업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소요됐고 자연스레 공사대금이 체납되기 시작했다. 체납된 대금 역시 선 회장 본인이 부담했다. 이 과정에서 선 회장은 여유자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매우기 위해 하이마트 지분을 담보로 한 금융권 차입까지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회사 돈과 개인 자산을 해외로 빼돌린 뒤 자녀들에게 불법 증여를 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견해다.

#4. 자녀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나?

압수수색 대상에는 선 회장의 아들 현석씨와 딸 수연씨가 요직을 맡고 있는 계열사도 포함됐다.  이번 검찰의 수사를 보라보는 재계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현석씨와 수연씨가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느냐다.
현석씨는 하이마트 계열사인 HM투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항공권 발권, 국내외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혼수제품 고객이 많은 하이마트와 연계 마케팅을 통해 신혼여행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또 수연씨는 하이마트가 광고 전량을 담당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윌의 지분 37.5%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하이마트는 커뮤니케이션윌이 창립된 지난 2000년도 이후부터 공개경쟁 절차를 생략한 채 광고 전량을 몰아줬다.

검찰은 선 회장이 빼돌린 자금을 조세피난처를 거쳐 세탁하고 자녀에게 불법 증여한 혐의를 포착했다. 현석씨와 수연씨는 일단 간접적으로는 연루돼 있는 셈이다. 이에 검찰은 계좌를 추적하는 등 자녀들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또 압수물 분석과 실무자 조사를 마치는 대로 선 회장과 자녀를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선 회장 한 명만 입건돼 있다. 그러나 현석씨와 수연씨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추가로 입건자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 선 회장 일가 전체가 아예 쑥대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5. 선 회장 재기 가능할까?

검찰은 선 회장이 수백억원의 기업 자금을 조세피난처를 거쳐 해외로 빼돌렸다는 첩보를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금융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뒤 한 달 넘게 내사를 진행해 상당한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마트 본사를 공개적으로 수색한 것이 비자금 혐의와 관련, 충분한 정황 증거를 확보했다는 자신의 표현이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선 회장을 믿고 따르던 직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 모습이다. 하이마트를 국내 대표 가전업체로 일으켜 세운 그의 명성에도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됐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골프장 사업 부진으로 재정적인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고 선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 하리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현재 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남기고 잠적한 상태. 출근은커녕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 회장이 멀리 뛰기 위해 웅크린 것인지, 검찰의 서슬 퍼런 칼끝에 몸을 피한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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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