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의 치졸한 ‘정치보복’ 실체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05 13: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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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권력’ 고발 수사는 ‘지지부진’ ‘죽은 권력’ 의혹 제기는 ‘속전속결’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가 총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년 전 이미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금품수수 의혹을 보수단체의 의혹제기 한 번에 다시 들추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는 정치적 사건을 되도록 피하는 게 검찰의 관례이자 불문율이었지만 검찰이 스스로 불문율을 깨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총선을 40여 일 앞둔 민감한 시점에 핵폭탄급 대형 사건을 들쑤시는 검찰에 ‘치졸한 정치보복’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보수단체 의혹 제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씨 재수사 논란
선 긋지만 ‘선거개입’ ‘정치보복’ ‘정치공작’ 비난 높아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것” 비난 움직임 확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과 관련해 보수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전 <월간조선> 사장)가 지난 1월18일 ‘노정연과 13억 돈 상자의 미스터리’란 기사를 올려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조 대표는 재미교포 이모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이 기사에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검찰은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변에 있는 고급 아파트 ‘허드슨클럽’을 미국시민권자인 경모(여)씨로부터 구입했다고 했다.

이씨가 2009년 초 정연씨가 콘도 매입 자금 중 13억원(100만달러)을 불법으로 환전한 뒤 한국에 있는 자신의 동생을 통해 경씨에게 건넸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외환거래법 위반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돈이 2009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에 나오지 않은 자금이라고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수단체 의혹제기에
수사, 일사천리 진행


조 대표의 기사가 보도된 지 8일 뒤인 1월26일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이 대검찰청에 정연씨의 미국 콘도 매입 자금 출처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며 사건은 시작됐다.

서 본부장은 경씨가 도박을 한 돈의 출처와 송금과정,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남편의 미국 출장길에 대통령 전용기에 100만달러를 싣고 가 콘도 매입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함께 조사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재수사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검찰의 반응은 현 정권 비리 수사 때와 달리 신속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다음 날 바로 서 본부장에게 ‘해당 사건을 대검 중수1과에 배당해 처리할 방침’이라는 회신을 보냈고 이후 수사는 속전속결로 전개됐다.

지난달 25일 1만원권으로 13억원이 채워진 상자 7개를 건네받아 불법 환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외제차 수입판매업자인 은모씨를 체포해 조사한 뒤 귀가조치했고, 불과 이틀 뒤인 27일에는 2009년 중수부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의 출처로 지목됐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병원에서 요양 중임에도 불구하고 방문해 조사했다.

박 회장은 “13억원은 내 돈이 아니고 당시 구속된 상태여서 돈을 건네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한 경씨의 아버지를 면담해 경씨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바로 미국에 있는 경씨에게 “가능한 한 빨리 출석해 달라”고 압박했다.

조 대표가 의혹을 제기한 뒤 불과 한 달 사이에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수사는 검찰이 앞서 말한 불문율을 깬 것 외에도 주 수사대상이 사망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한 사건을 재수사한 사례가 검찰 역사상 전무하고, 민간단체의 수사의뢰에 대검 중수부가 바로 나선 전례도 없어 검찰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총선·대선 앞둔
검찰의 노림수?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가 총선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부패한 친노세력 심판론을 주장하며 수사진행을 촉구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선거개입, 부관참시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최고위회의에서 “검찰의 생뚱맞은 노정연 재수사에 대해 몇 차례나 지적했다”면서 “노정연 수사는 이미 종결됐기 때문에 검찰이 즉각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검찰을 맹비난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검찰은 한 보수단체가 수사의뢰를 한 것에 따른 불가피한 수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지난 2009년 노 대통령 서거 이후 내사종결 됐던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노골적인 이명박 정권 편들기이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불법적인 선거개입행위”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대변인을 지냈던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도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스스로 종결한 수사를 다시 재개한 것”이라면서 “이 자체가 이율배반인데다가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작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종혁 의원은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기록을 즉각 국민 앞에 공개하라”면서 “소위 노무현 비자금 600만달러 차명계좌 수사내역을 밝히고 관련 친노 측근 추가비리는 없는지 공개하고 관련자를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연씨의 아파트 구입사실 여부와 구입자금 245만달러의 불법송금 논란에 대한 수사결과 공개도 요구했다.

이 의원은 특히 “민주통합당 19대 총선 공천의 성격은 부패친노세력 역사전면 재등장”이라며 “나라망친 구시대 부패정권으로 스스로 폐족이라 칭했던 친노세력이 역사적 반성과 대국민 사과 없이 MB정부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정치부활을 시도하고 있고 국민의 망각을 이용, 친노폐족들을 모아 또 다시 친노정권 수립을 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기자회견에 민주당은 “공천을 받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며 공방을 벌였다.

불문율 깨고 전례 없는 새로운 역사 만들어 가는 ‘떡검’
대선 앞두고 발언권과 영향력 강화하려는 검찰의 전략?

하지만 검찰은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뢰가 있었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나옴에 따라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진행되는 수사”라며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금로 수사기획관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나 2009년 수사의 연장선이 아니라며 “정연씨한테 13억원이 전달됐다는 것은 (기존 것이 아닌) 새로운 의혹이라 수사하는 것이며, 중수부가 맡은 것도 관련 기록들이 있기 때문에 보안을 고려해 다른 데로 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의중과는 달리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이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내사 종결은 가족이 아닌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것”이라고 밝혀 정연씨 수사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돼 ‘수사개입’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전면에 나선 데는 ‘검찰 개혁’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과 대선의 결과에 따라 검찰 개혁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영향력을 과시하면, 12월 대선 때 검찰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속성상 이 사건 사실 여부를 결론 내지 않고 최대한 가지고 있다가 결정적일 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결국 대선까지 사건을 끌고 가다가 검찰이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세력에 최대한 유리한 결론을 낼 것으로 보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이 기획관은 이날 수사가 오래 걸리냐는 질문에 “그렇게들 보시는 것 아니냐”고 답하기까지 했다.

또한 정연 씨 수사가 일사천리로 신속하게 진행되는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곡동 사저 부지의 매도인인 유모씨가 입국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받지 않은 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사실이 전해졌다.

당시 검찰은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건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4개월이 되도록 시작도 하지 않은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친노의 몰락,
박근혜 부활?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가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자 ‘친노세력’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총선을 앞두고 친노세력이 부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까지 돌풍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유로워 보인다. 친박계 주성영 의원이 검찰조사를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는 당의 쇄신행보의 일환으로 묶어 버리면 그만이고 이상득 의원의 검찰 수사는 친이계를 버리기에 아주 적절한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수사로 친노세력에 흠집을 낸다면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고 대선 라이벌인 문재인 고문까지 발목을 잡을 수 있어 내심 미소를 숨기고 있는 듯 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검찰은 정치적 수단과 이권에 연루되어 그들의 권력을  악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일부 정치검찰의 기획·표적수사로 인해 또 다시 국민들에게 상처와 슬픔을 안기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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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