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의 치졸한 ‘정치보복’ 실체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05 13: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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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권력’ 고발 수사는 ‘지지부진’ ‘죽은 권력’ 의혹 제기는 ‘속전속결’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가 총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년 전 이미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금품수수 의혹을 보수단체의 의혹제기 한 번에 다시 들추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는 정치적 사건을 되도록 피하는 게 검찰의 관례이자 불문율이었지만 검찰이 스스로 불문율을 깨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총선을 40여 일 앞둔 민감한 시점에 핵폭탄급 대형 사건을 들쑤시는 검찰에 ‘치졸한 정치보복’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보수단체 의혹 제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씨 재수사 논란
선 긋지만 ‘선거개입’ ‘정치보복’ ‘정치공작’ 비난 높아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것” 비난 움직임 확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과 관련해 보수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전 <월간조선> 사장)가 지난 1월18일 ‘노정연과 13억 돈 상자의 미스터리’란 기사를 올려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조 대표는 재미교포 이모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이 기사에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검찰은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변에 있는 고급 아파트 ‘허드슨클럽’을 미국시민권자인 경모(여)씨로부터 구입했다고 했다.

이씨가 2009년 초 정연씨가 콘도 매입 자금 중 13억원(100만달러)을 불법으로 환전한 뒤 한국에 있는 자신의 동생을 통해 경씨에게 건넸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외환거래법 위반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돈이 2009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에 나오지 않은 자금이라고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수단체 의혹제기에
수사, 일사천리 진행


조 대표의 기사가 보도된 지 8일 뒤인 1월26일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이 대검찰청에 정연씨의 미국 콘도 매입 자금 출처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며 사건은 시작됐다.

서 본부장은 경씨가 도박을 한 돈의 출처와 송금과정,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남편의 미국 출장길에 대통령 전용기에 100만달러를 싣고 가 콘도 매입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함께 조사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재수사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검찰의 반응은 현 정권 비리 수사 때와 달리 신속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다음 날 바로 서 본부장에게 ‘해당 사건을 대검 중수1과에 배당해 처리할 방침’이라는 회신을 보냈고 이후 수사는 속전속결로 전개됐다.

지난달 25일 1만원권으로 13억원이 채워진 상자 7개를 건네받아 불법 환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외제차 수입판매업자인 은모씨를 체포해 조사한 뒤 귀가조치했고, 불과 이틀 뒤인 27일에는 2009년 중수부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의 출처로 지목됐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병원에서 요양 중임에도 불구하고 방문해 조사했다.

박 회장은 “13억원은 내 돈이 아니고 당시 구속된 상태여서 돈을 건네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한 경씨의 아버지를 면담해 경씨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바로 미국에 있는 경씨에게 “가능한 한 빨리 출석해 달라”고 압박했다.

조 대표가 의혹을 제기한 뒤 불과 한 달 사이에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수사는 검찰이 앞서 말한 불문율을 깬 것 외에도 주 수사대상이 사망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한 사건을 재수사한 사례가 검찰 역사상 전무하고, 민간단체의 수사의뢰에 대검 중수부가 바로 나선 전례도 없어 검찰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총선·대선 앞둔
검찰의 노림수?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가 총선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부패한 친노세력 심판론을 주장하며 수사진행을 촉구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선거개입, 부관참시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최고위회의에서 “검찰의 생뚱맞은 노정연 재수사에 대해 몇 차례나 지적했다”면서 “노정연 수사는 이미 종결됐기 때문에 검찰이 즉각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검찰을 맹비난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검찰은 한 보수단체가 수사의뢰를 한 것에 따른 불가피한 수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지난 2009년 노 대통령 서거 이후 내사종결 됐던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노골적인 이명박 정권 편들기이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불법적인 선거개입행위”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대변인을 지냈던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도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스스로 종결한 수사를 다시 재개한 것”이라면서 “이 자체가 이율배반인데다가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작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종혁 의원은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기록을 즉각 국민 앞에 공개하라”면서 “소위 노무현 비자금 600만달러 차명계좌 수사내역을 밝히고 관련 친노 측근 추가비리는 없는지 공개하고 관련자를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연씨의 아파트 구입사실 여부와 구입자금 245만달러의 불법송금 논란에 대한 수사결과 공개도 요구했다.

이 의원은 특히 “민주통합당 19대 총선 공천의 성격은 부패친노세력 역사전면 재등장”이라며 “나라망친 구시대 부패정권으로 스스로 폐족이라 칭했던 친노세력이 역사적 반성과 대국민 사과 없이 MB정부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정치부활을 시도하고 있고 국민의 망각을 이용, 친노폐족들을 모아 또 다시 친노정권 수립을 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기자회견에 민주당은 “공천을 받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며 공방을 벌였다.

불문율 깨고 전례 없는 새로운 역사 만들어 가는 ‘떡검’
대선 앞두고 발언권과 영향력 강화하려는 검찰의 전략?

하지만 검찰은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뢰가 있었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나옴에 따라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진행되는 수사”라며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금로 수사기획관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나 2009년 수사의 연장선이 아니라며 “정연씨한테 13억원이 전달됐다는 것은 (기존 것이 아닌) 새로운 의혹이라 수사하는 것이며, 중수부가 맡은 것도 관련 기록들이 있기 때문에 보안을 고려해 다른 데로 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의중과는 달리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이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내사 종결은 가족이 아닌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것”이라고 밝혀 정연씨 수사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돼 ‘수사개입’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전면에 나선 데는 ‘검찰 개혁’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과 대선의 결과에 따라 검찰 개혁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영향력을 과시하면, 12월 대선 때 검찰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속성상 이 사건 사실 여부를 결론 내지 않고 최대한 가지고 있다가 결정적일 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결국 대선까지 사건을 끌고 가다가 검찰이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세력에 최대한 유리한 결론을 낼 것으로 보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이 기획관은 이날 수사가 오래 걸리냐는 질문에 “그렇게들 보시는 것 아니냐”고 답하기까지 했다.

또한 정연 씨 수사가 일사천리로 신속하게 진행되는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곡동 사저 부지의 매도인인 유모씨가 입국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받지 않은 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사실이 전해졌다.

당시 검찰은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건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4개월이 되도록 시작도 하지 않은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친노의 몰락,
박근혜 부활?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가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자 ‘친노세력’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총선을 앞두고 친노세력이 부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까지 돌풍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유로워 보인다. 친박계 주성영 의원이 검찰조사를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는 당의 쇄신행보의 일환으로 묶어 버리면 그만이고 이상득 의원의 검찰 수사는 친이계를 버리기에 아주 적절한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수사로 친노세력에 흠집을 낸다면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고 대선 라이벌인 문재인 고문까지 발목을 잡을 수 있어 내심 미소를 숨기고 있는 듯 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검찰은 정치적 수단과 이권에 연루되어 그들의 권력을  악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일부 정치검찰의 기획·표적수사로 인해 또 다시 국민들에게 상처와 슬픔을 안기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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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