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의 폭로로 벼랑 끝에 몰린 나경원

갈 길은 멀고 날 어두워지는데 바람 불고 비 오고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 없다. 나경원 전 의원을 두고 하는 소리다. 호화 피부과 출입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시한폭탄이 터지기 일보직전인 것. 이번엔 나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김 판사가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누리꾼을 기소청탁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 다가오는 4·11 총선에서 서울 중구에 출사표를 던진 나 전 의원. 악재가 겹치며 그의 ‘3선의 꿈’이 산산조각 날판이다.

남편 김재호 기소청탁 의혹에 산산조각 난 ‘나경원 3선의 꿈’
1억 피부클리닉 뭇매 맞자 옆 호화 피부과로 옮기며 십자포화

나경원 전 의원이 사면초가의 신세가 됐다. 한 현직 여검사의 양심선언이 공개되면서다. 내용인즉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판사가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누리꾼을 기소청탁했다는 것.

이에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이미 한차례 호화피부과 출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나 전 의원이 또 다른 호화피부과를 다닌다는 폭로가 더해져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나 전 의원의 향후 정치행보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가시밭길 정치행보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통해 김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을 최초로 폭로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주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 판사의 기소청탁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나 전 의원이 자위대 창설 50돌 기념행사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나경원은 친일파다’ ‘이완용 땅 찾아주기에 앞장섰다’ 등 비난 글을 블로그에 올렸고 해당 글이 인터넷에 퍼졌다.


나 전 의원의 보좌관은 2005년 12월 누리꾼 김모씨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나 전 의원 남편 김 판사가 박은정 검사에 기소를 해달라고 청탁했다는 내용이 의혹의 핵심이다. 박 검사는 연수원 29기로 김 판사가 서부지법에서 근무하던 2005년에 박 검사도 서부지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지난달 28일 <나꼼수>는 박 검사의 이른바 ‘양심선언’을 방송했다. <나꼼수> 측은 “박 검사가 김 판사로부터 기소청탁을 받은 사실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밝혔다”고 주장하며 폭로 이유에 대해 “검찰이 주진우 기자를 구속하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검사의 진술이 알려지자 대검찰청은 박 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검찰 측은 현재 박 검사가 실제 청탁을 받은 사실을 털어놓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검찰 측은 조만간 박 검사를 상대로 <나꼼수> 측에 수사정보를 유출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나 전 의원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김유정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검찰은 사실 여부를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면서 “검찰과 사법부가 또 다른 청탁으로 진실을 덮고 박 검사만 압박한다면 국민은 결코 용서 안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 “어찌된 일인지 나경원 부부의 직권남용에 대한 조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양심선언을 한 박 검사만 경찰이 조사한다고 하니, 이 나라의 사법정의는 코미디보다 못한 수준이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 부대변인은 “김 판사의 기소청탁은 상식적으로 봐도 법관 징계사유에 해당되니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며, 나 전 의원은 총선 예비후보에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1억 피부과’ 출입 논란으로 입방아에 오른 나 전 의원이 최근 강남의 또 다른 호화 피부과를 출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것. <시사IN>은 지난달 27일 나 전 의원이 청담동에 있는 호화 피부클리닉을 지속적으로 출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청담동에 위치한 A피부클리닉을 다니고 있으며, 이곳은 과거 연회비만 1억원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던 B클리닉과 150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A클리닉은 논란이 됐던 B클리닉의 ‘연회비 1억원’에 대해 “거기서(1억원에서) 차감을 하는 것”이라며 “마케팅 차원에서 그렇게 하면 가격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A클리닉은 고객으로 위장한 <시사IN> 기자에게 “나경원 후보가 총선에 나간다고 피부를 조금 손보고 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이어 해당 의원은 “문제가 됐던 B클리닉과 이곳(A클리닉)을 원래 모두 다녔으나 사건이 커지자 기존의 클리닉을 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나 전 의원의 1억원 피부클리닉 출입은 사실이 아니며, 550만원의 피부 관리비만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최근 나 전 의원도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1억 클리닉 보도가 사실일 경우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공천탈락 가능성 농후

하지만 1억 클리닉에 대한 동영상이 공개되자 경찰의 수사가 설득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게다가 또다시 호화 피부과 출입이 알려지며 나 전 의원에 비판여론이 쏟아지는 실정이다. 나 전 의원은 또 남편의 기소청탁 사건에 대해서도 "편향된 매체의 정치기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아직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는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 때문에 현직검사의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나 전 의원의 남편 김 판사는 법관윤리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는 사법부를 포함해 법조계 전체의 신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여당의 핵심 당직자는 “나 전 의원도 문제지만, 남편은 현직판사로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선거에 굉장히 악재다”며 “나 전 의원을 공천한다는 것이 누가 봐도 어렵게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3선 의원을 꿈꾸는 나 전 의원의 행보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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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br> 연결고리 추적

‘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