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사건>‘시신 없는 살인’ 부산 보험사기 사건 전말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07 10: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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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지만 살아있는 여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죽은 자는 있지만, 사체가 없는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 사건’. 명백한 상황에서 용의자는 잡혔다. 그러나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완벽한 반전드라마를 내놓는다. 살인죄를 인정한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자신은 죽었다고 사망신고를 한 뒤, 사라진 20대 여성의 행세를 하며 살던 40대 여성. 도대체 그와 얽힌 이 기묘한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살인 증거 불충분” 시신은닉 부분만 유죄
억대의 빛, 연하 남친과의 핑크빛 미래 위해

20대 여성의 시신을 화장한 뒤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기려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살인죄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황적화 부장판사)는 살인, 사체은닉,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손모(41·여)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살인혐의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며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했다.

무기징역 vs 무죄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공소사실에 구체적인 범행방법이 적시돼 있지 않고 사망원인이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타살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증거재판주의 원칙과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 수는 없다’는 법 정신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살해동기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불분명하거나 의문이 남아 있는 이상 살인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심근경색에 의한 돌연사 가능성과 자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타살 가능성도 제법 있지만 완전히 확신할 수 없어 사망원인은 의학적으로 원인불명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일반적인 화장절차를 거쳤지만 피해자의 시신을 피고인이 자신의 시신으로 가장해 화장하는 바람에 유족에게 애도의 예를 표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유죄”라고 판시했다.

손씨는 2010년 5월부터 24억원 상당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6월 중순 대구의 모 여성쉼터에서 소개받은 김모(26·여)씨를 부산으로 데려온 다음 날 새벽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화장한 뒤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받으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손씨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된 데는 억대의 빛 청산과 내연남이었던 김모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자신의 과거 결혼경력 및 딸아이의 존재를 숨긴 채 지난 2003년부터 당시 대학생이던 13살 연하의 김모(28)씨와 연인으로 지냈다.

손씨는 김씨와 그의 부모에게 “아버지로부터 20억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았으니, 결혼하여 함께 외국에 나가 살자”는 등의 재력을 과시하면서 김씨에게 용돈과 값비싼 선물을 주고 고급음식점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등 많은 돈을 소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연남 김씨에게 그동안 숨겨오던 자신의 과거사가 알려져 결별을 통보받자, 손씨는 김씨에게 “아이를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손씨는 또 인터넷에서 타인의 태아사진을 내려 받아 김씨의 새로운 여자친구 휴대전화로 전송하여 결국 김씨와 여자친구가 헤어지도록 하는 등 김씨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였다.

김씨와의 불화로 심한 정신적 압박을 느낀 손씨는 관계 복원 및 새 출발을 위해 많은 자금과 새로운 신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손씨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까지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합의할 능력이 되질 않아 구속될 위기에 처하자 곧바로 다른 마음을 먹게 됐다.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다음, 사회적 인관관계가 단절되어 사라지더라도 주변 사람이 찾지 않을 여성 노숙자를 구해 살해한 후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기막힌 스토리가 나왔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함과 동시에 진행 중인 형사재판도 처벌을 면할 수 있고, 남은 보험금으로 연인인 김씨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신분으로 세탁한 다음 김씨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 새 출발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인생을 훔친 여자

곧바로 손씨는 적당한 피해자 물색에 나섰다. 한 목사가 운영하는 쉼터의 카페에 자신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이라고 속여 “어린이집의 보모를 구하는데 월급으로 130만원을 주고 가까운 대학에서 공부를 시켜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주겠다”는 감언이설로 피해자 김씨를 만나 살해했다.

손씨는 시신을 화장하고 자신이 죽은 것처럼 사망신고를 한 뒤 본인이 직접 사망보험금을 타내려다 덜미가 잡혔다.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된 것이다.

검찰은 손씨가 2010년 4월부터 범행 직전까지 인터넷에서 독극물, 여성쉼터, 사망신고 절차 등의 단어를 검색했고 실제 독극물을 구입한 사실이 있다는 점 등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살인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무기징역을 받은 1심과 달리 항소심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판단을 받게 됐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서 간접증거를 바탕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도 다수 있어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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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