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노골적 ‘문재인 띄우기’ 노림수

‘사탕발림’으로 전면에 세우고 막판 ‘뒤통수’ 노리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보수언론들의 노골적인 ‘문재인 띄우기’에 심상찮은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망론’이 불던 당시 ‘거품’이라고 비하한 것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태도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문 고문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분명 ‘뭔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띄우기에 동참한 보수언론의 속내를 캐봤다.        

작년엔 '거품'이라더니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왜?
민주통합당 내부 친노 vs 호남 구분지어 자폭 노렸나?

‘문재인 바람’이 그칠 줄을 모른다. 대권경쟁에서 ‘문풍’은 여전히 파죽지세의 기세로 청와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달 6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대선후보 양자대결구도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처음으로 오차범위 내로 앞선 바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문 고문은 박 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지지율이 뒤엉키며 대혼전을 거듭할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다.

여권 텃밭 낙동강 전선
불어 닥친 문재인 바람

특히 문 고문은 4·11 총선에서 ‘야권의 불모지’인 부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문풍이 여권의 텃밭인 ‘낙동강 전선’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문풍을 차단시킬 대항마 물색에 고심하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동안 비토 일변도였던 보수언론들이 문 고문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 고문의 지지율이 급반등하고 있는 내용의 기사를 크게 다루는가 하면, 인색하던 칭찬까지 아끼지 않을 정도다.


보수언론의 대표 격인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이 ‘문재인 대통령 탄생?’ ‘문재인 야 (野) 대권주자 굳히나’ ‘민주 '安(안철수)없이 대선 부상’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문풍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그간 보수색체의 신문들이 야당의 후보들에 대해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무시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대목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고문이 보수진영의 텃밭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어서 이 같은 보수언론의 태도에 의구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보수언론의 음모론이다. 

음모론의 첫 번째 내용은 보수언론들이 ‘문재인 띄우기’로 야당의 적전분열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계속해서 문 고문을 필두로 친노를 부각시키고 상대적으로 구 호남계를 배제한 듯한 뉘앙스를 풍겨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수 측은 손을 안대고도 코를 풀 수 있다는 전략이다. 계속해서 친노를 부각시킬 경우 당 내부의 호남계에서 문 고문에 대한 공격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이 1-2등으로 당선되자 모든 언론들은 앞다퉈 ‘친노의 부활’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특히 조중동은 일제히 ‘노무현이 돌아왔다’ ‘친노의 부활’ 등의 선정적 제목으로 친노세력의 부활을 크게 부각시킨 반면 호남인사는 몰락하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참여정부 공과 떠안아야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당선 당일 기자회견에서 “친노, 반노는 분열적인 레토릭이다. 나는 친DJ다”고 계파 구분을 경계했다. 전당대회 하루 뒤 문 최고위원 역시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친노를 따로 구분하는 데 대해 “저는 늘 (민주세력을) 갈라치 (하려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실제로 그간 구민주당의 당원들은 친노 인사들이 대거 포진된 ‘시민통합당’ 측과의 통합협상이 논의될 무렵부터 격렬하게 반발해왔다. 지난해 12월11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구민주계의 호남골수당원들은 시민통합당과의 통합에 반발해 폭력을 자행하는 등 날 선 신경전이 계속돼왔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금 공천 과정에서 호남 물갈이 등 호남 기득권 양보 등을 두고 구민주계 출신인사들과 당원들의 극렬한 반발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줄곧 민주당을 지지했던 전북도민회는 총선을 앞두고 호남 홀대론에 격분하여 김석균 새누리당 안산 상록갑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까지 표명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 ‘친노 색깔 빼기’를 고심하는 가운데 보수 언론의 친노 부각과 문 고문 띄우기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총선과 대선의 전면에 부상하는 것은 현 야권에 유리할 게 없다는 진단을 보수진영이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친노의 좌장격인 문 고문을 노골적으로 띄운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40대를 중심으로 강력한 지지층이 있지만 안티층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단독지지층으로 보면 박 위원장이 35% 안팎을 확보해 현실 정치인으로는 가장 유력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단독지지층이라기보다 ‘일시적 연합군’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산 박근혜 대 죽은 노무현’의 싸움으로 확전시킬 경우 ‘안철수 돌풍’으로 뭉친 중도층이 방황하고, 결과적으로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한 여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보다 ‘노무현 그림자’ 문재인이 공략 쉬워?
문재인에 ‘양날의 검’이 된 노무현…정치적 자산이자 아킬레스건

전문가들은 또 보수언론이 야권의 잠룡을 문 고문으로 낙점(?)한 것은 상대적으로 공략이 쉽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즉 문 고문은 경제대통령 후보로는 안 원장보다 취약하다는 점과 중·장년층의 반노무현 정서를 자극해 상대적으로 쉽게 흔들 수 있다는 점 등을 상정해놓고 의도적인 문재인 띄우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도 “문재인의 최대 약점은 노무현과 밀접하다는 것으로 노무현을 계속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공략하기 쉽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문재인과는 달리 김두관(경남지사)은 노무현과 일정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독자적 컬러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김두관이 나선다면 고전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문 고문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자처하며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친노의 좌장으로서 참여정부의 공과를 모두 떠안아야 할 입장이다. 문 고문이 보수세력과 정면 대결할 경우 참여정부의 과오가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문 고문의 경우 아직 선출직을 한 번도 거치지 않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의 콘텐츠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지만 약점 역시 알려진 바 없다.


때문에 보수언론이 서둘러 문재인 띄우기를 통해 대선무대에 나서게 한 후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노 전 대통령의 약점들을 뒤집어씌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13억 돈 상자·FTA
문재인 발목 잡나?

최근 불거진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13억 돈 상자’와 한미FTA를 두고 문 고문을 겨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행보로 해석된다.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노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사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문 고문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다”고 공격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정연씨와 정연씨에게 아파트를 넘긴 경모씨 간의 미국 아파트 거래 이면 계약서의 사본 1장을 공개하며 문 고문을 정조준한 상태다.

한미FTA에 관해서도 입장을 번복한 문 고문에 비판을 가한 상태다. 한 보수언론은 “문 고문이 ‘노 전 대통령이 한미FTA를 추진한 것은 시작도 국익이요, 끝도 국익이었다’고 말하면서도 MB정부 들어서 체결된 한미FTA에 반대했다”고 꼬집었다. 참여정부의 FTA를 건드리지 않고 MB 정부의 FTA만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보수 측의 공격논리다.

현 정부 들어 재협상을 통한 추가 양보가 너무 컸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가 양보한 것은 자동차 분야지만 자동차업계는 한미FTA를 지지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책멘토’였던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도 “노 전 대통령은 한미FTA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며 야권의 한미FTA 반대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 점과 ‘노무현의 오른팔’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한미FTA를 개방, 통상정책에 관한 논쟁이지 선악의 논쟁이 아니라는 입장을 대비시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4·11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며 본격 정치무대에 주연으로 등장한 문재인 고문. 그에게 ‘노무현 향수’는 가장 큰 정치적 자산임에 틀림없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의 과오는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보수 측의 공세를 어떻게 차단할지 향후 ‘문재인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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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