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주역 김경준 후견인 유원일 전 의원 폭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06 10: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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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획입국 관련 친박인사 이번 주 밝힌다!”

[대담=이주현 기자] “두둥둥~ 떠다니며 바람 부는 곳으로 날아갈지 나무가시에 걸려 터져버릴지...”라며 자신을 ‘끈 떨어진 고무풍선’이라고 표현한 유원일 전 의원. 그는 민주통합당에 공천신청도 하지 않았고 무작정 기다리다 희생되었다고 주장했다. 통합에 힘을 보태고자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고 민주당에서 먼저 내민 손을 잡은 유 전 의원이었지만 민주당은 지금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아내 이야기가 나오자 미안한 마음에 이내 눈물을 훔치기도 한 유 전 의원이었다. BBK 사건의 당사자인 김경준씨와 많은 교감을 나누고 있기도 한 그를 경기도 의왕시의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봤다. 

“봉투 거절하는 재미도 없었던 사람” 4억5천만원 재산이 -8백만원으로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전쟁 승리의 전리품을 챙기느라 정신없다”

국회의원 기간 중 부조리한 현장을 발로 뛰어 다닌 유원일 전 의원은 쌍용자동차 현장에서 폭행당한 허리가 아직 완쾌되지 않은 탓인지 다소 수척해 보였다.

“항상 웃고 살아왔는데 웃음을 많이 잃었고 믿음마저 깨져버렸다”는 유 전 의원, 신체의 불편함보다 진정성을 보이며 2년을 준비해왔지만 경선 기회마저 뺏겨 버린 것에 대한 배신감과 허탈감이 더욱더 커 보였다.

하지만 전략공천자로 지정된 송호창 예비후보에게는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고 축하한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BBK 주역’ 김경준씨와 10여 통 이상의 편지를 주고받고 면회도 자주 해 김씨의 근황과 심경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김씨의 편지를 기자에게 직접 공개하며 최근 일고 있는 특혜 의혹에 대해 “호의호식하고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못 박았으며 “알려진 것과 다르게 순박하고 고운 친구”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금주 중 김경준 기획입국과 관련된 친박인사 2명에 대한 폭로를 예고하기도 한 유 전 의원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창조한국당을 탈당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면서까지 과천?의왕에 도전을 하게 된 배경은?
▲ 의원직 사퇴 전인 2년 전부터 과천·의왕 지역에 준비를 했다. 민주당과 선진과창조 연대가 깨질 때 민주당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제안을 받았다. 그때 조건이 19대 총선 때는 민주당이 책임지겠다고 스스럼없이 말해왔다. 원하는 지역을 준다고 말이다. 그래서 의원직 사퇴를 결심하게 한 4대강 예산 날치기를 2년 연속 강행한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지역에 출마해 반드시 낙선시키겠다고 다짐했다. 4대강 사업이 제대로 된 사업인지 국민들의 평가를 받고 싶었다. 야권이 불리한 지역이지만 과천·의왕을 원하고 2년 전 부터 준비를 해온 이유다.

- 사퇴와 탈당 후 민주통합당 입당이 답보 상태이다.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 사퇴 이후 민주통합당에 요청을 하니까 “누구하고 얘기를 했느냐”는 식으로 나왔다. 입당의사를 밝혔지만 과천·의왕은 이미 영입 제의가 끝난 상태였다. 전 지도부에서 알았다고 해놓고 지도부가 바뀌고 나니 송호창 후보가 있다며 골치 아프다고 했다. 그 뒤로 지도부와 대화가 끊겼다. 지난 1월 말 송호창 후보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서로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당에서 조정이 되면 승복하고 한 사람이 양보를 하기로 했다. 송 후보에게 공천을 앞에 두니 입당을 해야겠다고 전화가 왔다. 나에 대한 입장을 지도부에 충분히 알렸다고 했다. 하지만 당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다음 날 한명숙 대표가 송 후보를 영입했다고 대대적인 발표를 했다. 선행되었던 나는 철저히 배제 된 것이다. 당의 처분만 기다리다가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지도부 전체가 전화도 받지 않고 묵묵부답 상태다. 처음 이 지역에 왔을 때는 경선을 하려고 생각했다. 입당해서 동일한 조건에서 정당하게 기회를 제공 받아야 되는데 기회 자체를 빼앗겨 버린 것이다.

- 지난달 중순 전략공천을 바랐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 전혀 아니다. 전략공천을 이야기 한 적이 없다. 희망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아 임종석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여주며) 2월16일 오전에 임 총장에게 “전략공천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 묘한 이야기가 돌아 어이가 없네요. 저는 입당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연락을 한 것인데 마치 무슨 조건을 단 것처럼 알려졌으니 기가 막히네요”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변조차 오지도 않았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 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의 계획은?
▲ 이미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생각한다. 이번 공천에서 아무것도 없다면 정치적 고향(시흥)으로 죽으러 돌아가거나(낙선 가능성이 큰 것을 염두에 두고), 정계은퇴를 하거나 이 두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정계은퇴가 될 가능성이 크다.

- 만약 극적으로 민주당에서 손을 내민다면?
▲ 할 일이 많이 있으므로 받겠다. 돈 없고, 백 없고, 힘없고, 몸이 아파 서러운 사람들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과천?의왕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부터 공약까지 완성하고 여론조사를 마쳤다. SWOT 분석까지 마치며 철저히 준비했다.

- 국회의원 임기 동안은 어땠나?
▲ 개인적으로 좀 편하게 살고 싶다. 대학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너무 힘들게 살아왔다. 저희 집사람이 국회의원을 할 때....(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해 잠시 인터뷰 중단) 많이 힘들었다. 국회의원하면 돈도 많이 생긴다고 하던데 나는 국회의원하며 봉투를 거절하는 재미도 없었던 사람이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힘들었고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발로 뛰었다. 건강도 상당히 악화돼 신체적인 불편함을 안고 살게 됐다. 용산참사 때는 현장에서 경찰에게 집단폭행 당했고 쌍용자동차 현장에서도 폭행당해 1~2주간 입원해 있었다. 퇴원했는데 또 다시 쓰러졌다. 알고 보니 그동안 위출혈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시 한 달간 입원해 있었다.

- 억울하지는 않았나?
▲ 쌍용자동차 시위 현장에서 허리를 다쳐 낫지를 않았는데 한의원에서 추나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며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병행했다. 1회 4만원씩 8번 받고 회복되지 않아 2번을 추가로 받았다. 그것을 <국민일보>에서 후원금을 유용해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며 이상한 표현을 했다. 정당한 돈으로 치료받았다. 억울했다. 아직 낫지 않은 상황이다.


- 공천과정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선거 한번 하면 정치인들이 변해가는 것 같다. 공천을 받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심각하다. 공천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민의 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파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문제다.

- 통합진보당에서는 제의가 없었는가?
▲ 나는 의원직까지 버리며 야권통합연석회의에 참석했던 사람이다. 야권통합을 해야겠다고 주장한 사람이 쉽게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은 야권이 통합해서 수구보수세력과 재벌과 기득권 세력에 맞서 그 세력들을 견제하고 정책에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석회의에 참여한 대표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생각한다.

- 민주당 지도부에 쓴 소리를 한다면?
▲ 대표경선에서 이긴 후 한 대표와 주변 인사들은 현재 전쟁 승리의 전리품을 챙기고 있다. 이는 ‘잡짓’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잡짓들 그만 해라! 지도부와 측근들은 기득권을 내리기는커녕 자신들 밥그릇(공천)부터 챙겼다! 이것이 잡짓 아니고 뭔가? 말이 안 된다. 국민이 납득을 하겠는가? 나 유원일은 의원직까지 버리며 자기희생을 했다. 하지만 경선기회마저 봉쇄해 버렸다. 백혜련 후보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 전략공천 받는 것인가? 선거 앞두고 폭탄선언하고 나오면 무조건 공천 줘야 하는 것인가? 있을 수 없는 공천이다. 이화경과 송호창 후보는 인정하고 납득이 간다. 백 후보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김경준의 심적 변화 이유 “속았다고 생각하는 것, 이제 자기변명 할 것”
수감 전 윗선과 ‘본인 국외이송’ ‘가족 기소유예’ 등 여러가지 ‘딜’ 제의

- BBK 사건으로 넘어가겠다. 김경준씨를 면회했는데, 최근 근황은 어떠한가?
▲ 영등포 교도소에 있을 때 체중이 25kg 급감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좋아졌다. 경준이는(유 전 의원은 개인적 친분으로 호칭을 생략하고 ‘경준이’로 편하게 불렀다) 영등포에서 천안교도소로 이감된 것을 가장 불편해 했다. 천안에서 난방이 되지 않은 곳에 있었다. 따뜻한 지역에서 살아왔다보니 추위를 못 참고 힘들어 했다. 또한 가족이 천안까지 면회 와야 된다는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아주 못 견뎌 하고 있다. ‘모종의 딜’에 의해 호의호식 하고 있다는 사실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아주 불쾌해 하고 있다.

- 김씨가 입을 열게 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속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구속될 당시는 자포자기 상태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딸과 처, 누나를 잡아 온다고 하니까 불리해질 것으로 생각해 극도로 불안한 심리였을 것이다. 이제는 자신이 왜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되는지에 대해 자기변명을 하고 싶은 것이다.

- 변명을 하려는 것인가 진실을 밝히는 것인가?
▲ 진실은 이미 밝혀진 것 아닌가? 그것을 사법부와 검찰이 판단을 안 한 것 아닌가? 진실은 그 안에 있는 것 아닌가? 요즘 신명씨의 가짜편지 사건과 괘를 같이하고 있는 것 아닌가? 기획입국설과 이면계약서가 뒤집어진것이라던가, 이면계약서 자체를 2통 가지고 왔는데 그것이 진본이고 진실이고, 사실이면 모든 이야기가 되는 것 아닌가? 경준이는 자기가 낸 자료는 전혀 채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인권위 진정’이나 특별가족면회를 주선했는데 김씨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 당시 경준이와 개인적인 관계는 없었고 가족 간의 관계가 있었다. 지금은 양치기 소년이 돼 있지만 믿을만한 사람들이고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되고나니 경준이 어머님 아버님이 요청해서 규정에 따라 가족특별면회를 주선해주곤 했다.

- 가족특별면회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 상당히 좋아했다. (10통 넘게 받은 김씨의 편지를 찾아 보여주며) ‘정말 감사합니다. 의원님 덕분에 2011년 8월29일에 딸과 처와 7년 반 만에 정말 뜻 깊고 눈물 나는 시간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딸과 처와 너무나 오랜만에 만나 식사도 하고 같이 자기도 하니 참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편지를 보내왔다. 경준이는 딜에 의해 호의호식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내가 보살펴 주기 전에는 방치되어 있었고 오히려 더 가혹하게 감시만 받았다.

- 수감될 당시 윗선과 ‘모종의 딜’이 있었다는데?
▲ 사실이다. 경준이는 그런 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대전교도소로 보낸 것을 내가 노력해서 다시 영등포소로 이감 시켰는데 다시 천안으로 이감됐다.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경준이는 ‘윗선’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것은 검찰과 약속된 문제다. 누나인 에리카김 입국 문제도 마찬가지다. 2008년에 이미 약속이 돼 있었다. 2008년에는 가족들을 기소유예로 풀어준다는 것과 본인의 국외이송 등 여러 가지 딜이 있었다.

- 친박인사 2명이 김경준 입국을 기획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 검증작업 중이다. 두 명 중 남성은 검증을 마쳤고 여성은 검증 마무리 단계이다. 경준이를 만난 인사는 남성이고 여성은 시도를 했지만 만나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스로 해명할 기회를 줬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번주 중에 밝힐 것이다.

- 김씨가 스위스 계좌에서 다스에 140억원을 송금했는지가 관건인데?
▲ '이전 계약사항이 이행되는 것'이라고만 밝힐 뿐 이 부분에서만은 경준이가 함구하고 있다.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게....

- 신명씨가 총선 엿새 전에 가짜편지에 대해 폭로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씨와의 교감은?
▲ 예전에는 했었다. 작년 6월5일에는 집으로 찾아와 두 시간 가량 이야기도 나눴다. 당시 홍준표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하겠다며 도와 달라고 했다. 거절하자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해 신변 보호는 해준 적은 있다. 6월5일 이후에도 자주 통화했고 지금은 하지 않는다. 신명씨는 고향 후배이고 잘 알고 있다.


- 김경준씨의 지인인 이모씨는 어떠한 사람이고 그의 주장은?
▲ 프라이버시 문제라 말하기가 곤란하다. 경준이가 수감되고 나서 알게 된 인물이고 참 순박한 사람이다. 정치나 법적으로 관여된 인사는 아니다. 다만 경준이와 면회 과정을 정제하지 않고 퍼트려 교도소에서 극도로 꺼린다. 미국 가족과의 연결 등 경준이의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 중대한 사안인데 민주당에선 일절 말이 없는데?
▲ 자신들의 아젠다가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다. 당에서는 나에게 뺏겨 버린 것이니 안하는 것 아니겠는가? 예민한 문제이고, 나와 관계도 좋지 않고.

- 김씨와 가족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그는 참 순박하고 고운 친구다. 부모님 품성도 대단히 훌륭하다. 국내에서 문제되고 있는 에리카 문제가 너무 과장되어 있다. 작년 입국도 딜이 아니었다. 2008년 기소중지로 제약 받고 재산문제 정리차원에서 들어온 것이지 딜이 아니다.

- 김씨와 에리카 김과의 관계는?
▲ 무지 좋다. 작년 수사 때 커피 한잔 놔두고 아무 말도 없었다고 한다. 경준이의 말을 빌리자면 ‘쇼 했다’고 한다.(웃음) 수사 당시 불러놓고 아무 이야기도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 김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숨기지 않고 다 내놓았으면 좋겠다. 자료가 있다면 하나도 숨기지 않고 말이다. 경준이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신문을 정독하고 많은 것을 읽어 시사에 아주 밝다. 내가 과천?의왕에 출마한다는 사실도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더라.(웃음) 안에 있으면서 내 걱정을 더 한다. 네 걱정이나 해라고 했다.(웃음)

- 이명박 정권을 평가한다면?
▲ 0점이다. 너무 서투르다. 이명박 정부는 재벌가와 대기업에게 사기 당했다. 운전수로 보면 자기가 모범운전자로 착각하는 난폭운전자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정권이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말이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평가한다면?
▲ 정통성 문제에서 결여된다고 본다. 정통성이란 것은 자신이 경험해야 하는 코스가 있다. 자기가 걸어온 환경과 상관 관계가 맞지 않는다. ‘로얄패밀리의 귀족부류’일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국가리더는 자기와 같은 환경을 겪어왔던 후보를 선호한다. 귀족이라 볼 수도 없다. 탈취한 귀족은 없다. 남에게 뺏은 귀족이 귀족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깊이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복지에 대한 기준을 봐서 그렇다. 대권가도에 한계가 있고 벽을 넘을 수 없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국민이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 자신도 국민 중 한 사람이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 하게 살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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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