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5일 한미FTA 발효로 달라지는 것들<긴급점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02 1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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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감기약이 10만 원이라고라?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철수나라와 영희나라는 둘 다 쌀을 잘 만들지만 철수나라는 쌀을 더 많이 더 싸게 만들 수 있다. 철수나라와 영희나라는 FTA를 맺었다. 치솟는 물가에 힘들어하던 영희나라 국민들은 철수나라의 쌀을 사먹기 시작한다. 영희나라에서 쌀을 만들던 농민들은 가격경쟁력에 뒤쳐져 쌀 만들기를 중지하고 다른 살길을 찾아 나섰다. 몇 년 후, 철수나라에서 쌀 가격을 크게 올린다. 쌀을 만들지 못하는 영희나라는 '울며 겨자 먹기'로 철수나라 쌀을 계속 사먹게 된다. 영희나라는 철수나라의 식량 속국이 됐다." 양국 간의 잘못된 FTA 체결에서 올 수 있는 가상 시나리오다. 그간 '날치기법안' '독소조항' '퍼주기 협상' 등 혹평을 받아오던 한FTA가 오는 3월15일 0시를 기준으로 발효된다. 정부는 한FTA가 우리 국민의 소비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한FTA 발효를 대비해 이 협정이 '윈-윈 게임'이 될지 '제로섬 게임'이 될지 <일요시사>가 분석해 봤다.

국제경쟁력 강화, 해외 투자 유치로 인한 일자리 증대
논란 속의 ISD, "이대로라면 한국경제 미국에 예속된다"

지난 21일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합교섭본부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FTA 국내 비준절차 완료 후 진행됐던 양국 간 협정이행 준비 상황 점검협의가 모두 끝났다"며 발효일을 3월15일로 합의하는 외교 공한을 교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6년 6월 첫 협상을 한지 5년8개월, 2007년 4월 협상타결 4년10개월만이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FTA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향후 10년간 우리 경제 수준은 최대 321억9000만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15년간 연평균 대미 무역수지 흑자 예상액은 1억4000만달러, 세계 무역수지는 연평균 27억8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FTA 긍정적 평가

한미FTA가 발효되면 자동차, 포도주, 화장품 등 미국산 수입상품과 국내 상품의 가격을 인하시켜 더욱 싼 가격으로 구매를 할 수 있다. 2000cc 이상 수입자동차의 가격은 최대 12%, 돼지고기 삼겹살은 18.4%, 캘리포니아 오렌지는 33.3% 크게 인하된다.

또한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CK청바지, 폴로 티셔츠, 아베크롬비 등 미국에서 수입하는 공산품도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제적으로 국경이 없기에 내수시장 확대 효과까지 누릴 수 있으며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기업이 미국시장을 선점한다면 국내 기업에도 이익이 돌아갈 것이다"며 "특히 자동차 부품, 섬유, 전기·전자 등의 중소기업들이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한미FTA로 인한 관세철폐로 우리 기업들은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어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중국·일본 등에 비해 우월한 대미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가장 효과가 큰 업종은 자동차 산업이며 당장 효과를 보는 것은 자동차 부품 산업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FTA가 발효되면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가 활발해지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정부는 10년간 3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나라는 FTA를 통해 자유무역 중심국가로 도약하게 되고 이런 긍정적인 면은 우리나라의 국제 신용도와 국격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농·축·수산업계에
파도가 밀려온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성처럼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농·축·수산업의 피해다.


한미FTA가 발효되면 농어업 생산액은 발효 5년차에 7026억원, 10년차에 1조280억원, 15년차에는 1조2658억원이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농어업 분야에서 15년간 총 12조6683억원의 누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

특히 이번 한미FTA에는 제외됐지만 김종운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007년 8월31일 쌀 개방과 관련하여 "쌀 문제에 대한 한국의 정치 분위기는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2004년 WTO에서 정한 쌀 한도 규정이 끝나는 2014년에 다시 고려할 것이다"고 말하면서 쌀 개방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다.

만약 2014년 미국에서 쌀이 수입되기 시작한다면 국내 쌀 농가는 휘청거릴 것이 분명하다. 값싼 미국쌀이 수입된다면 치솟는 물가에 힘들어하던 우리 국민들은 미국쌀을 소비하게 되고 벼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새로운 살길을 찾아 발길을 돌릴 것이다. 세월이 지나 우리나라에서는 벼농사를 짓는 이를 찾아 볼 수 없게 되고 미국에서 쌀 가격을 인상해도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는 미국쌀을 계속해서 사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세철폐 가격인하 효과, 보다 낮은 가격과 폭 넓은 선택
'감기약 10만원' '맹장수술 200만원' 괴담이 현실 될수도

또한 의외로 피해를 크게 보는 품목은 축산품이다. 미국산 돼지고기가 수입되면 소비자들은 더욱 싼 값에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겠지만 국산 농가의 경우에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액수로 따져보면 15년간 누적 피해액이 7조29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예상 피해액의 59.7%에 해당하는 수치다. 수산업도 연평균 피해액이 295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으며 과수 3조6162억원, 채소·특작 9828억원, 곡물 3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나라와 비교적 저렴한 우리나라의 약값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약 개발보다는 카피약(제네릭의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해 왔다. 하지만 FTA 비준안에서 '의약품 허가 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에 제약 업계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제약사가 우리나라의 제약사에 특허권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 국내 복제의약품은 제조와 시판을 유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국내 약값은 크게 상승할 것이고 일부에서 제기되는 '감기약 10만원' '맹장수술 200만원' 등의 괴담이 현실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

관세가 철폐되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수입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있다. 한국과 칠레의 FTA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칠레와의 FTA가 발효되기 전 우리 정부는 칠레에서 수입되는 과일과 와인을 더욱 싼 값에 소비자가 만나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인하 혜택을 수입업자들이 모두 독차지했고 오히려 일부는 가격이 오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FTA 발효 전 3만원에 수입됐던 와인 한 병이 2만원에 수입됐고 수입업자들은 1만원을 자기 뱃속에 챙기고 발효 전과 마찬가지로 3만원에 시중에 유통시킨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는 변동이 없었다는 뜻이다.

집중 포격 받는
ISD 독소조항

이외에도 속칭 '독소조항'이라 불리는 불공정한 협정 조항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ISD(Investor-State Dispute·투자자 국가제소권)조항이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해당기업에게 불합리한 현지의 정책이나, 법으로 인한 재산적 피해를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국제기구의 중재로 분쟁을 해결토록 한 제도를 말한다. 즉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ICSID의 중재부는 총 3명으로 이뤄지며 해당국에서 1명씩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협의를 통해 선정한다. 만약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사무총장이 선택하는 자로 구성된다.

ISD는 전 세계 대다수의 투자협정(2676개 중 2100개)에 포함되어 있고 우리나라가 EU를 제외한 다른 나라와 맺고 있는 FTA에서도 ISD조항을 찾아볼 수 있다.

독소조항 이면에
법적 불균형 내재

그렇다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ISD조항이 집중 포격을 받고 있는 걸까? 논의의 여지는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무총장이 선택하는 자로 구성된다'는 부분이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지분이 가장 많아 입김이 가장 강하게 작용해 사무총장 선출을 좌지우지하므로 결국 미국에 우호적인 사무총장이 선출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정부를 제소하면 미국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ISD에서 정의하는 투자는 직접 투자를 완료하여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단계가 아닌 투자를 준비하는 단계에서의 손실까지를 포괄하게 되어 있어서 만약 몇 년간 사업을 준비하다 한국의 국내법으로 인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사업을 접을 경우라 하더라도 손실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우 한국 정부가 ISD에서 패소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현금으로 투자자에게 배상해야하기 때문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

이밖의 독소조항에는 ▲래칫조항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 ▲정부의 입증책임이 있다. 또한 상대국가의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 보상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공기업 완전민영화와 외국인 소유지분제한 철폐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개방 ▲스냅백 조항 등이 있다.

이 같은 독소조항의 공통적인 문제는 법적인 불균형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한미FTA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내법의 지위를 받지만 미국의 한미FTA 이행법안을 보면 미 국내법보다 후순위에 있다. 또한 한미FTA 때문에 한국은 23개의 법률을 개정하지만 미국은 관세법·부역법 등 4개 법률만 개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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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