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특별기획>국민 바보 취급하는 ‘선심성 공약’ 봇물 실태 고발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14 09:46:28
  • 댓글 0개

일단 당선만 되고 나면 ‘공약(空約)’ 아니겠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유권자들의 환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는 여야를 불문하고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마치 누가 더 솔깃한 공약제안으로 국민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 경쟁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국민들을 ‘장밋빛 청사진’에 현혹되게 만들어 표만 얻겠다는 못된 심보가 깔려있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한국정치의 악습으로 자리 잡은 선심성 공약 실태를 조명해봤다.

표 앞에 원칙도, 자존심도, 국가재정도 필요 없다?!
무상급식 반대하더니 ‘무상아침급식’ 추진 웬 말?

경제 성장과 부동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난무하던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수도권 의원들은 ‘뉴타운’ 공약을 남발하며 표심을 공략했다.

실제로 18대 수도권 총선은 ‘뉴타운이 갈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박공약’이었다.

고인이 된 민주당의 김근태 의원과 진보신당의 노회찬 전 대표 등 중진급 의원들도 당시 한나라당의 뉴타운 공약에 밀려 ‘낙선’의 고배를 마실 정도로 위력적인 카드였다.

공약을 내건 후보들에게는 ‘표’를 주었고 해당지역 주민들에게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던 뉴타운이었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유권자들은 뉴타운이라는 환심성 공약에 속아 자신들의 권리인 ‘한 표’를 낭비하고 만 것이다.

표만 준다면
뭔들 못 하리

지난 총선에서 환심성 공약의 위력을 실감한 탓인지 후보자들의 환심성 공약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반성하고 국민을 위한 공약을 제안하기는커녕 자신에게 표로 돌아올 ‘제2의 뉴타운’을 찾기에 절치부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9대 총선의 환심성 공약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무상아침급식’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며 무상급식을 줄기차게 반대해왔던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초등학교 점심 무상급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든 초·중·고교생에게 무상으로 아침까지 주겠다는 공약을 검토 중인 것이다.

당의 정체성까지 뒤집으며 표를 겨냥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 0~5세에 대해 전면 무상보육 실시를 추진 중이고 현역 사병의 월급을 5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공약으로 내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평균 9만3800원인 사병 월급을 50만원으로 올리려면 예산은 산술적으로 연 5285억 원에서 2조8172억 원으로 5배가 넘게 뛴다.

이밖에도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환심성 공약들을 살펴보면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고교 의무교육 전면실시, 100만 가구 전월세 대출이자 경감, 모든 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 1.5% 수준 인하, 장애인 생명보험 가입 조건 완화, 반값 등록금 실현 등이 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예비공약들을 살펴보면 낯익은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이 내 놓은 정책들을 재탕하고 있는 공약들도 많은 것이다.

매 선거 때마다 군복무 단축과 사병월급 인상이 거론돼 왔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군복무 단축은 진부하다고 느껴졌는지 거론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동남권 주민들의 울분을 토하게 만들었던 신공항이 이름만 바꿔 재추진되고 있는 것과 지난해 사회를 뜨겁게 달궜지만 이명박 정권과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반값 등록금이 다시금 거론되고 있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번에 새롭게 거론되고 있는 공약들도 대부분이 재정적인 상태는 고려치 않고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공약들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다.

매번 속아주는
국민들은 ‘호구’?

야권도 만만치 않다. 민주통합당은 고교 의무교육 전면 실시, 초·중학생 무상급식 실시, 만 5세 이하 아동 보육비 지원, 중소영세가맹점카드수수료율 1.5%로 인하, 입원진료비의 90%까지 건강보험부담률 상향조정, 반값 등록금과 대학구조 개혁, 전월세 상한제, 군복무자 전역 시 매달 30만원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반값 록금 정책의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에게는 반값 등록금 평균 수준(약 1200만원)의 금액을 지원하는 ‘청년자립지원금’ 제도도 인기영합식 공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공약은 군복무를 하지 않는 여성계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지만 선거가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았고 여야 모두 생사가 달린 것이어서 한 치도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기세다.

그러다 보니 실현 가능성, 재원마련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다. 방향성은 옳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재원마련 등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 없이 선거를 앞두고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무자들의 무책임한 태도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묻는 질문에 “추후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 된다”는 무책임한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의 사전 교감 또한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예산 마련 계획도 전무하고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한 의원은 “세부적인 내용은 향후 당정협의를 거쳐 보완해서 발표하겠다”며 원색적인 답변만 해댔고 주무부처 관계자들은 “어차피 총선이 지나면 흐지부지 무마될 것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갈해 버릴 정도다.

업계의 비난을 야기하는 공약도 다수 검토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동통신요금 20% 인하 검토를 또 다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총선공약개발단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은 상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기술혁신이나 신기술 개발 등으로 인해 인하요인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선거철만 되면 자신들을 압박해 환심을 사려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후보 시절 이동통신요금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기본요금을 1000원 인하하는 정도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적이 있다.

‘동남권 신공항’에서 말만 바꾼 ‘남부권 신공항’ 추진
재정상태는 고려치 않은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  

물론 꼭 필요하고 실천해야할 좋은 공약들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민주통합당은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와 반값 등록금 등 ‘3+1’ 복지정책에 17조원, 일자리 및 주거복지와 취약계층 지원에 16조원, 총합 31조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국채발행이나 새로운 세금 신설 없이 재정개혁(12조3천억원), 복지개혁(6조4천억원), 조세개혁(14조2천억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한 최근 젊은층의 투표 참여율이 높아지자 여야가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정책대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에는 투표율이 높은 노인과 장년층에 대한 공약이 많았지만 19대 총선을 앞두고 양당에서 노년층 복지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노년층 재교육과 재취업을 위한 실버특성화대 설립이 논의되고 있고, 민주통합당에서 노인틀니 의료보험 지원,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총선을 앞두고 새롭게 나온 대책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표를 주는 주체에 따라 공약이 달라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효성 있고 진정성 있는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를 찍는 것이 아니라 표를 주는 주체에 따라 공약의 내용이 바뀌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소중한 ‘한 표’
꼼꼼히 따지길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정책을 연구하고 제안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타당성과 실천의지임에 틀림없다.

‘화장실 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는 말처럼 선거철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간에 쓸개까지 내놓을 것처럼 하다가도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면을 바꾸는 모양새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공약을 남발하여 멀어져간 국민들을 불러 모으는 구태의연한 선거 방식은 한계에 왔다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최근의 유권자들은 인터넷과 각종 SNS의 발달로 인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들의 가치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는 추세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자들은 그들만의 테두리에 갇혀 유권자들의 빠른 변화를 발맞추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착각에 사로잡혀 또 다시 환심성 공약을 남발하며 표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다양하지 않아 왜곡된 정보를 일방향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와는 시대가 너무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젊은 유권자들은 국가재정을 망치고 표를 위해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후보들을 응징할 기세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더 이상 환심성 공약으로 국민들을 유혹해 표를 얻는 구태의연한 작태를 멈춰야 할 것이라고 정치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유권자들 역시 실효성 없는 ‘장밋빛 청사진’에 현혹되지 말고 실천 가능한 공약인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 자신들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