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나이트클럽 '꽃뱀알바'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2.10 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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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아는 레스토랑 있는데…같이 가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연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애인이 없는 남성들은 마음도 추운 날씨다. 이런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지갑을 활짝 열게 하는 얼굴만 예쁜 '꽃뱀알바'가 판치고 있다. 이들은 수려한 외모와 입심으로 남성들을 유혹해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게 하고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다. 한 끼 식사가 180만원, 하룻밤 술값이 150만원이면 말 다했다. '꽃뱀'은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지난달 30일 이들 중 일부가 경찰에 적발됐지만 꽃뱀알바들의 미인계 영업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꽃뱀알바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꽃뱀 10명이 남성 720명에게 4억원 뜯어내
계산서 받아들면 늦어, 메뉴판 ‘꼭’ 확인해야

지난달 30일 수도권 일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유인해 최대 180만원의 음식값을 내게 한 업주 A(4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레스토랑을 내고 이른바 '꽃뱀알바'들을 고용해 부천과 고양, 인천, 서울 구로구 등지의 나이트클럽에서 남성들을 유인해 30만원에서 최고 180만원 상당의 식사를 하도록 하는 등 지난해 11월까지 총 4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업소의 신용카드 거래내역과 금융계좌를 추적을 통해 720명의 남성이 최소 30만원에서 많게는 180만원에 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A씨 등 식당관계자 4명과 꽃뱀알바 여성 종업원 10명에 대해서는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다.

한 끼 식사가
180만원이라고?


꽃뱀알바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9시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조금 이른 시간 때문인지 손님이 많아 보이게 하는 역할인 속칭 '바람잡이'들만 테이블에 앉아 있을 뿐 내부는 한산했다.

나이트클럽 관계자를 만나 기자 신분을 밝히고 취재 요청을 했다. '기자'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던 이 관계자는 꽃뱀알바에 관한 취재라고 밝히자 얼굴이 밝아졌다. 이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도 꽃뱀은 큰 골칫거리다"며 취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상을 올려주는 남자손님을 빼가는 꽃뱀이 그 만큼 많다는 것.

관계자가 소개한 꽃뱀을 잘 알고 있다는 3년차 웨이터 김익철(30·가명)씨의 안내를 받아 나이트클럽 전경이 잘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밤 11시가 넘자 클럽 안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과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남녀 쌍쌍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30여 분이 지나자 김씨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을 데려와 기자의 맞은편에 앉혔다. "즐거운 시간 되십쇼"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김씨는 기자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드디어 꽃뱀이 나타난 것.

자신을 '24살의 간호사'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자연스럽게 기자의 옆 자리로 옮겨 앉았다. 몇 마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눈 지 20여 분이 지났을 무렵 이 여성은 기자에게 "답답하다. 잘 알고 있는 분위기 좋은 단골 칵테일바가 있다"며 "조용한 곳에서 술 한 잔 더 하자"고 말했다. 기자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말로 일단 여성을 돌려보냈다.

다짜고짜 나가서
술 마시자는 여성

어느덧 시간은 새벽 1시. 한 여성이 웨이터의 안내 없이 홀로 기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 여성은 대뜸 "이 시간까지 여자 한 명 못 낚고 뭐하고 있냐. 시간도 늦었으니 나가서 바람도 쐬고 밥이나 먹자"며 기자를 이끌었다. 기자는 못 이기는 척 이 여성을 따라나섰다. 5분 정도를 걸었을까? 이 여성을 따라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레스토랑을 잘 알고 있는 듯 직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열어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몇 가지 안주와 하우스와인 두 잔을 주문하고 메뉴판을 직원에게 다시 건넸다. 메뉴판을 금방 다시 받아드는 직원의 행동과 주문을 한 이 여성의 행동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기자는 이쯤에서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요청했다. 이 여성의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고 한동안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허둥지둥 짐을 챙기고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직원을 불러 주문을 취소하고 메뉴판을 가져다 줄 것을 요구했다. 직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기자의 눈이 의심스러워졌다. 이 여성이 주문했던 안주 몇 개의 가격은 각각 10만원에 육박했고 하우스와인 1잔이라는 글씨 옆에는 4만원이라는 가격이 적혀있었다. 이 레스토랑에서 팔리는 하우스와인은 시중에서 병당 5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카운터를 보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방금 나간 여성이 이곳에 자주 오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다"고 답하더니 "주문하지 않을 거면 나가달라"고 말했다.

"기다리겠다"는 여성, 계산하고 나오니 어디로?
이름도 모르는 싸구려 양주가 한 병에 50만원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는 박모(34)씨는 비슷한 사례 때문에 쓴맛을 봤다. 박씨는 얼마 전 경기도 안양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꽃뱀알바에 걸려 바가지 술값에 호되게 당했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밤 11시께 나이트에 들어간 박씨는 담당 웨이터에게 팁까지 찔러주며 부킹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매번 퇴짜만 맞았다.

그러던 중 외모가 괜찮은 여성 두 명과 합석이 이뤄졌고 맥주 몇 잔을 주고받았다. 이 여성들은 그때까지 퇴짜를 놓던 여성들과는 다르게 매우 호의적으로 다가왔고 그런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박씨는 2차를 제의했다. 그러자 여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주 한 잔 사 달라"는 말을 하며 근처 호프집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박씨의 친구는 귓속말로 "뭔가 이상하다"며 박씨를 만류했지만 미모의 여성 둘이 달라붙는 통에 결국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고 박씨만 여성들을 따라 호프집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 여성이 직원을 불러 양주와 과일안주를 주문했다. 여성이 주문한 양주의 이름이 생소했지만 박씨는 '고급 룸살롱도 아니고 일반 호프집 양주가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냐'는 생각에 메뉴판도 보지 않고 술을 마신 게 실수였다.

순식간에 양주 한 병을 비워버린 일행은 추가로 같은 양주를 주문했다. 박씨는 술값이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친구의 파트너였던 여성이 "집에 간다"며 자리를 피하자 하룻밤(?)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주까지 추가적으로 주문하면서 술을 마셨다.

시가 5만원 와인
한 잔에 4만원

양주 두 병을 다 비웠을 무렵 여성이 "그만 일어나자. 밖에서 기다리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빠져나갔다. 카운터에서 계산서를 받아든 박씨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술값이 150만원이 나온 것. "주문이 잘 못 된 것 같다"며 직원에게 메뉴판을 요구해 가격을 확인했지만 여성이 시킨 양주는 한 병에 6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여자가 기다린다는 생각에 할 수 없이 계산을 마치고 술집 밖으로 나왔지만 여성은 이미 사라진 상태. 이름도 모르는 양주 두 병과 과일안주에 자신의 월급 반을 날린 박씨는 홀로 설움과 분노를 삼켜야 했다.

지난 1일 오후 6시께 전날 갔던 강남의 나이트클럽을 다시 찾았다. 꽃뱀알바를 잘 알고 있다던 김씨를 다시 만나 꽃뱀알바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꽃뱀알바를 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다른 본업이 있다. 쉬는 날을 이용해 알바를 한다는 것. 꽃뱀알바들은 나이트클럽, 부킹호프, 클럽 등 즉석만남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자신들의 본업을 하는데도 별 지장을 받지 않는다.


짭짤한 부업 수단이라는 것. 정작 남성들을 꼬시지 못하더라도 그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꽃뱀알바들은 꼬신 남성들을 자신이 속한 고급 식당이나 술집으로 데려가고 미리 숙지한 메뉴를 주문한다. 꽃뱀알바들이 남성을 데리고 해당 술집에 들어서면 통상 술집 종업원들은 메뉴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남성들이 메뉴판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 혹시라도 남성들이 메뉴판을 요구할 경우 갖가지 애교와 말발로 남성들의 마음을 현혹한다.

일단 주문에 성공하면 남은 것은 지속적인 추가주문을 통해 술집 매출을 올리는 것. 여성들은 술을 마셨다가 준비된 수건에 뱉거나 바닥에 쏟아버리는 식으로 빠르게 술을 소비하고 취할 듯 말 듯한 모습을 보이며 남성들에게 술을 주문할 것을 요구한다. 남성이 취기가 올랐을 경우에는 남자가 용변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웠을 때 술병의 술을 비워버리기도 한다. 일부 술집은 꽃뱀알바들이 앉는 의자 밑에 술을 버리기 위한 통도 비치한다. 단순한 쓰레기통으로 보여 남성들도 의심하지 않는다.

경찰 단속 나와도
'모르쇠'로 일관

꽃뱀알바들의 수입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남성과 마신 술값의 10~50%를 챙기는 수법으로 한 달에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 이상 벌기도 한다. 비교적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은 남성들에게서는 적은 액수를, 완전히 넘어왔다 싶은 남성들에게서는 큰 액수를 주문하게 하지만 무리하지는 않는 게 지속적으로 뜯어먹을(?) 수 있는 요령이다.

경찰 단속을 피하는 법도 밝혔다. 단속이 뜨면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면 된다는 것. 업주와의 관계가 들통 난다 하더라도 "기왕 팔아줄 것 아는 사람 매상 올려줬다고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나이트 등에서 여자를 만나 2차를 나가게 된다면 메뉴판을 꼭 확인해야 한다. 상대의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알아 놓는 것이 꽃뱀에게 물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피해예방법"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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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