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나경원은 날개가 없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07 10: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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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네 꼬여” 멀어지는 ‘3선의 꿈’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나경원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9대 총선 출마의사를 밝히자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1억원 피부클리닉’ 의혹과 관련해 경찰수사가 발표됐다. 나 전 최고위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찰 발표에 그의 정치적 행보는 가속화 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사를 뒤집는 결정적 증거가 공개돼 나 전 최고위원을 더욱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피부클리닉에 대한 진위공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당 비대위가 나 전 최고위원의 출마에 부정적인 반응을 가감 없이 보이고 있어 3선을 향한 그의 행보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결백 주장했지만 확실한 증거 앞에 “헉!!!”
믿지 못할 경찰 수사, 네티즌 비난 줄이어

경찰은 지난달 30일 10·26 보궐선거 당시 번졌던 ‘1억원 피부클리닉’ 의혹과 관련해, 나경원 전 의원이 해당 병원에서 쓴 돈은 1억원이 아니라 550만원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압수수색한 병원 장부와 진료기록을 분석하고 병원장 등 관련 인물을 조사한 결과, 나 전 의원이 지난해 해당 병원에서 딸의 치료 및 본인의 피부관리 비용으로 모두 55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1억원 피부클리닉’
진실공방 최후승자?

경찰 조사 결과, 나 전 의원은 지인의 소개로 간 ㄷ피부클리닉에서 지난해 2~10월 사이 딸 치료를 위해 5차례, 본인의 피부관리를 목적으로 10차례 등 모두 15차례 진료를 받았고, 400만원 1차례, 50만원씩 3차례에 걸쳐 모두 550만원을 현금 결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ㄷ피부클리닉의 연간 회원권이 1억원이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곳의 진료비는 1차례에 25만~30만원 정도로, 연간 최대 이용 금액은 3천만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등록된 사람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특별 회원제’로 운영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일반 내원자의 피부과 상담·진료도 함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 쪽은 당시 의혹을 제기한 언론보도 등에 대해 “다운증후군인 딸의 피부 노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고, 그때 몇 차례 피부관리를 받은 것 뿐이며, 비용은 500만~600만원 정도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나 전 의원 측은 선거가 끝난 직후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기자 등 4명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수사 결과가 나오자 나 전 의원 측은 이와 관련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1억원 피부클리닉’이 허위사실 유포임을 주장하던 나 전 의원 측에 또 다른 위기가 엄습했다. <시사IN>에서 ‘1억원 피부클리닉’ 의혹과 관련한 증거물을 온라인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시사IN> 홈페이지에 게재된 “피부클리닉 원장 ‘얜 젊으니 5천이면 돼’”라는 기사에는 당시 취재기자가 ㄷ피부클리닉에서 의료진과 상담하는 영상이 2분정도의 게재됐다.

경찰의 중간 수사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 영상에는 원장으로 추측되는 사람은 “누구 소개로 왔느냐, 너 참 이상하다. 어떻게 혼자 올 수 있는 생각을 했지”라는 말을 한다. 이어 “나 의원 같은 경우는...”이라는 기자의 말에 원장은 “편안하죠. 나는 편한 게 좋아. 나는 표나는 거 싫어해” 등의 말을 한다.

또한 “나는 1년씩 관리한다. 오든 안 오든 100번을 오든 2번을 오든 똑같다. 한 장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냐”라는 말에 기자가 “1억원?”이라고 대답하자, “얘는 젊으니까 그럴 필요 없다. 반 정도면 된다”라고 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원장은 또 “난 젊은 애들은 잘 안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50여 분에 걸친 상담 과정에서 원장은 나 전 의원을 포함해 유명 연예인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토털 케어를 받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상담을 마친 뒤에는 이 병원 간호사가 따로 기자를 불러 “지금 원장님 설명하신대로 5천만 원을 준비하라. 처음에는 1주일에 2차례씩 나와야 할 것“이라고 비용을 재확인해 주었다.

<시사IN>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런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팀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무시한 채 원장이 경찰에서 번복한 진술과 ㄷ클리닉에서 압수한 장부 등을 언급하며 수사 방향을 한쪽으로 몰고 가는 듯한 내용을 언론에 내놓았다”며 “이미 지적한 대로 ㄷ클리닉에 대한 압수수색은 <시사IN> 보도가 나가고 40여 일 만에야 이뤄졌다. 병원으로서는 경찰 수사에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경찰 발표가 있은 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이 같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시사IN>이 녹취록도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다'라는 식의 허위보도를 하고 있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수사의 쟁점이 되는 연간 회원제 여부와 1억 원 회비 논란이 담긴 영상이 공개됨으로써 상당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 소통 아닌
정치홍보 수단?

한편 경찰이 수사발표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시사IN>이 허위보도를 했다며 맹비난했다.

<조선>과 <동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찰 발표를 거듭 기정사실화하며 ‘나경원법’을 만들어 흑색선전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비난을 자초했다.

<조선>은 지난 2일 <‘나경원法’, 선거 흑색선전 신세 망치도록 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나경원 후보는 ‘연회비 1억원 피부관리실 출입설’로 치명상을 입고 낙선했었다”고 주장하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선 벌금형 자체를 없애 유죄가 확정되면 무조건 실형을 살게 한다든지, 허위사실의 근원지 역할을 한 언론 매체에 대해선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 회사가 망하도록 하거나 사이트를 강제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나경원법’ 제정을 촉구했다.

<동아>도 <나경원 울린 흑색선전, 이젠 나경원법으로>이란 기사를 통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거사범을 과거보다 더욱 엄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양형기준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고 전하며 ‘나경원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동아>는 <시사IN>이 공개한 동영상이 짜집기 한 것이고 1억원 발언을 유도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재열 <시사IN>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나경원 1억원 피부클리닉 관련해서 <시사IN>이 허위보도를 했다’는 조중동의 보도는 확실하게 허위보도로 증명되었습니다”라며 “그러므로 이를 전제로 한 ‘나경원법’ 추진도 개수작”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전날 공개한 2분짜리 동영상과 관련, “극히 일부만 공개한 겁니다”라며 “추가 동영상은 다음에 공개합니다”며 추가 공개를 예고하기도 했다.

<조선><동아>의 나경원 구하기 프로젝트?
총선 출마선언에 높아져만 가는 비판적 목소리

이와 더불어 나 전 의원의 4·11 총선 출마 문제를 놓고 당 내외 논란이 거세져 그를 더욱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난 지난달 26일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구 재출마 의사를 밝히자 당 비상대책위원들이 즉각 비판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나 전 의원은 시장선거 당시 자신의 공약 자체가 시민들로부터 거부당했다”며 “또 다시 서울시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한다는 건 정치적으로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이상돈 비대위원도 지난달 30일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오세훈 전 시장이 또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의 이 같은 주장에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일련의 과정이 당을 위기에 빠뜨리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만큼, 당시 선거에 관련된 인물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서울시장 선거 당시 나 전 의원의 최대 패인으로 거론되는 ‘1억원 피부 클리닉’ 출입 의혹이 최근 경찰 수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점을 들어 “선거 패배를 이유로 피해자인 나 전 의원을 무조건 내치려 해선 안 된다”며 “오 전 시장이나 나 전 의원이 당시 상황을 잘못 판단한 건 분명하지만, 그보다는 정정당당하게 공천경쟁에 참여토록 하는 게 맞다”는 주장도 제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동영상이 공개되자 설득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또한 나 전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평창스페셜올림픽’ 홍보에 나선 것에 대한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를 오직 선거운동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것과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보좌진들의 ‘대리트윗’ 의혹이 있었던 탓에 이번에도 ‘대리트윗’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멀기만 한
‘3선의 꿈’

이처럼 첩첩산중에 직면한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어떤 사람들은 ‘당이 어려울 때 멋있게 불출마를 선언하고 이미지를 관리하는 게 좋지 않냐’고 하지만 당이 어려울 때 나서지 않는 게 더 비겁하다. (총선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하며 정치적 재기를 꿈꿨다.

하지만 또 다시 난관에 직면하고만 나경원 전 의원. 한 네티즌이 “궁지에 몰리자 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이제는 정말 카운터펀치를 맞은 듯 보인다”고 했듯이 3선 의원을 꿈꾸는 그의 행보는 먹구름으로 가득 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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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