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2012 대선 천기누설}잠룡 3인 대권운③백운비 원장의 ‘사주팔자 풀이’

‘난고의 역시’ 일으켜 세울 진정한 ‘흑룡’은?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2012년 임진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천간 중 검은색에 해당하는 임(壬)과 용을 뜻하는 진(辰)이 더해져 ‘흑룡(黑龍)의 해’로 불린다. 60년 만에 한 번 돌아온다. 흑룡의 해라는 점 이외에도 올해는 특별하다. 20년 만에 대선과 총선이 함께 열리는 해이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정계개편은 물론 한국을 이끌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잠룡들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리란 건 두말 할 것 없다. 그렇다면 올해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흑룡으로 거듭날 잠룡은 과연 누굴까. 그 해답을 사주풀이의 대가로 통하는 ‘백운비역리원’ 백운비 원장에게 구해봤다.

백운비 원장에 따르면 임진년은 예로부터 난고가 많은 해다. 임진왜란이 대표적인 예이다. 국운이 불안해 나라 전체가 중심과 방향을 잃고 흐트러진다. 특히 정치는 통합되는 듯 보이다 결국 파행으로 끝을 맺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어지러운 정국의 소용돌이를 뚫고 승천할 잠룡은 과연 누굴까.

#박근혜 “재상의 운 타고나”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섰다. 각종 외부 특강 및 정책세미나에 나서는가 하면 언론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은둔의 공주’에서 ‘거침없는 여장부’로 변신, 쇄신의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 더 이상 뒤편에 머물며 수첩에 메모를 끄적이기만 하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백 원장은 박 위원장에 대해 “재상의 운을 타고나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천운의 명인임에는 틀림없지만 결정적인 운이 약하다”고 표현했다. 실제 박 위원장은 1964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에 입성, 10여년을 ‘공주’로 지냈다. 그러던 1974년 광복절, 모친인 육영수 여사가 괴한의 총탄에 쓰러지면서부터는 ‘퍼스트레이디’로서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정치인으로서도 승승장구했다. 1998년 대구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2000년 총선에선 당시 여권 실세인 엄삼탁씨와 겨뤄 승리했다. 당내 부총재 경선에서도 2위로 선출됐다. 이후 각종 선거에서 전승을 거두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후에도 그녀는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며 전국민적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고배를 마신 게 대표적인 예다.

백 원장은 박 위원장이 “현재로선 국가 대세의 흐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반된 운도 있다. 사람이 잘 떠나는 운이 있어 핵심측근 등의 배신으로 인간관계가 흐트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공주→퍼스트 레이디→거물 정치인→대통령(?)
핵심측근 배신, 사방의 위협만 조심하면 문제없어

실제 박 위원장은 과거 수차례 배신을 당한 경험이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권력을 좇아 주변에 머물던 사람들은 철저하게 그를 외면했다. 결국 박 위원장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기약 없는 은둔생활에 들어가야만 했다.

18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박 위원장의 측근들이 등을 돌리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다보니 박 위원장에게 ‘배신’은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가 됐다. 박 전 대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배신이라거나, 유독 ‘신뢰’와 ‘약속’을 강조하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박 위원장은 올해는 측근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 원장은 또 “사방으로부터의 위협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특히 올해엔 큰 맥이 끊길 만한 ‘충격사’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고 관망했다. 충격사는 올해가 시작된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터져 나왔다. 최근 검찰이 수사 중인 2008년 7·3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의 불똥이 박 위원장에 옮겨 붙을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만일 돈봉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위원장의 정치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백 원장은 “타고난 운의 근기가 강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며 “배짱과 기력을 아낌없이 발휘하라”고 조언했다.


#안철수 “정치하면 다 잃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해 정치권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로 10?26재보선이 예정된 가운데 안 원장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비록 불출마를 선언하며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단일화를 이뤘지만 안 원장의 10?26재보선 출마설이 떠돌던 당시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타 후보들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2007년 대선 이후 계속된 ‘박근혜 대세론’을 불과 6일 만에 흔들었다는 점이다.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백 원장은 안 원장의 폭발적인 인기가 ‘추화단기(秋花短期)’에 불과하다고 했다. 봄에 피는 꽃과 달리 가을꽃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권직행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안 원장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말이다.

다만 백 원장은 “학자로서의 길에선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우뚝 설 수 있다”고 호언했다. 이어 백 원장은 “재복이 있어서 재물도 자연스레 따라 붙게 되는 선학후재(先學後財)격”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오래 가지 못하는 가을 꽃…학자로선 대승
정치에 뛰어들면 자리 잃고 재산 잃고 ‘개털신세’

실제 그는 학자로서 승승장구 해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한 안 교수는 의학석사, 박사과정을 마친 뒤 27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단국대학교 의대 최연소 학과장을 맡기도 했다.

안 원장은 서울대 의대 대학원 박사과정 시절 처음으로 바이러스를 발견,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낮에는 의사, 밤에는 백신 제작자로 7년간 생활했다. 그러다 컴퓨터 바이러스가 매년 증가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안 원장은 14년간의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고 1995년에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게 된다.

그러던 2005년 안 원장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학업의 길로 접어든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벤처비즈니스 과정을 밟고 한국에 돌아와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을 맡았다.
자연스레 부도 잇따랐다. 연구소는 1999년 흑자로 전환되고 매출이 급증해 연매출 100억 원을 돌파하며 자리를 잡은 데 이어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 끝에 안 원장은 1500억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기부할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백 원장은 “정치가 길이 아니다”라며 “치입부덕(治入不德)의 운세를 타고나 정치에 뛰어들게 되면 모든 덕이 흩어져 자리는 물론 돈도 잃게 되는 허장산금(虛場散金)의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신하에 만족해야”

지난해 5월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2주기. 정치권엔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됐다. ‘노풍(盧風)’을 타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망론’이 제기된 것. 4·27재보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텃밭인 김해을 지역을 한나라당에 빼앗긴 게 마땅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자체진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문 고문은 순식간에 대선주자로 부상하게 됐다.

문 고문에 대해 백 원장은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고문은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 졸업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경남지역 시국사건을 함께 맡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문 고문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두 차례, 그리고 시민사회수석과 비서실장을 한 차례씩 맡았다. 하나같이 대통령을 최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직책들이다.


문 고문은 노 전 대통령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방패막이가 돼 준 ‘든든한 우군’이었다. 간혹 업무 영역을 넘나드는 행보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아랑곳 않았다. 문 고문은 묵묵히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노 정부 초기에 대통령 측근 비리, 부산고속철 노선 변경, 보길도 댐 건설 논란, 한총련 합법화 및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논란 등 굵직굵직한 갈등이 터질 때마다 중재와 진화에 나선 것도 모두 문 고문이었다.

문재인, 관운은 있지만 임금은 무리…지원에 만족해야
과거부터 몸 낮추고 보필에만 충실…같은 기조 유지

하지만 그에겐 평생에 대통령이 될 운이 없다고 한다. 백 원장은 “문재인은 ‘군신상회(君臣相會)’ 운을 타고나 임금의 신하는 될 수 있어도 임금은 될 수 없다”며 “정치인이나 단체를 협조 또는 지원하는 역할에서 만족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문 고문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결코 자신을 내세우는 법이 없었다. 대신 노 전 대통령을 보필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술을 끊고 인맥이나 지연, 학연을 노출하지 않고 몸을 낮췄다. 괜한 스캔들로 ‘주군’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노 전 대통령은 줄기차게 그를 주요 보직 혹은 지방선거 무대에 세우려 했다. 법무부 장관에 앉히려고도 했고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있을 때마다 부산지역 출마를 권유했다. 그러나 문 고문은 끝내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을 고사했다.

대망론이 제기될 당시에도 문 고문은 “현실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 고문은 “정치세계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내공을 쌓아 경력과 능력을 검증받은 후보들도 많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신의 대망론을 거듭 부정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 고문으로선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어찌됐든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 되는데, 우리 쪽 상황이 쉬워 보이지 않고 어려우니 다들 힘을 모아야 된다는 생각에서 ‘당신도 나와서 역할을 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혹시 도움이 된다면 피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여운을 남긴 바 있다. 또 최근에는 방송에 출연해 적극적으로 얼굴을 알리는가하면 총선 출마지인 부산 사상구에서 선거운동에 돌입하며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놨다.

그러나 백 원장은 가차 없었다. 그는 문 고문을 향해 “대세를 움직일 운이 조금도 없으므로 여기서 만족하고 변호사나 지원하는 들러리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운비 원장은?>

40년 외고집 역학인생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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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