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개국공신 ‘6인회’ 참담한 말로 내막

권력의 핵에서 ‘동네북’ 전락 “아 옛날이여…!”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요즘 정치권을 보면 새삼 ‘권력무상’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정권창출의 주역 ‘6인회’를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07년 대선 승리 후 창업공로에 따라 6인회는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임기 말 ‘측근비리’ ‘내곡동 사저’ ‘디도스 파문’ ‘금권정치 폭로’ 등 갖가지 초대형 폭탄을 맞고 휘청하는 모양새다. 정계 안팎에서는 실세로 군림했던 6인회의 멤버 모두 참담한 말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대 실세’ 이상득?최시중 측근비리 터져…불운의 서막? 
‘고승덕의 금권정치 폭로’에 현직 국회의장 소환될 가능성  

‘권불십년’이라고 했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절감할 수 있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샐러리맨의 신화’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서울시장부터 대통령까지 승승장구하던 이 대통령은 초대형 악재가 겹치며 레임덕에 허덕이고 있는 것.  

개국공신들 역시 지근거리에서 터진 악재들에 줄줄이 엮이며 추락하는 모양새다. MB정권 개국공신이자 실세로 통했던 6인회의 말년은 "안 봐도 비디오"란 목소리까지 나온다. 휘청거리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6인회의 현재 상황은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억지 춘향격’으로
‘상왕’ 불명예 퇴진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최측근들로 구성된 선거사령부를 꾸렸다. 이른바 ‘6인회’다. 이들은 이명박 캠프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활동했다. 6인회는 이 대통령과 ‘형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희태 국회의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 김덕룡 국민통합특별보좌관을 일컫는다.

대선 승리 후 이들은 정권창출의 공로를 인정받아 MB정권에서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청와대와 국회 및 한나라당 등의 요직을 차지한 것. 이들은 각료 인선에 주도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 정국현안을 논의하는 등 MB정권에서 무소불위의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상왕’으로 불린 이 의원은 당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어 각 인사권마다 그의 입김이 작용되며 최고 권력자 못지않은 파워를 행사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이 의원은 ‘영포라인’을 앞세워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권력기관을 장악하며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이 의원은 파워가 컸던 만큼 따라붙은 의혹도 많았다. 굵직한 비리만 터지면 언제나 이 의원이 배후로 지목됐다. 결국 자신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사정기관의 조사대상이 됐다. 이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는 각종 청탁 명목으로 10억원 이상을 받아 챙긴 혐의가 밝혀지며 구속된 상태다. 여기에 의원실 비서들이 줄줄이 돈세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수수, 돈세탁, 차명계좌 발견, 뭉칫돈 포착 등 이 의원실 보좌진 검찰 수사 내용은 양파껍질 마냥 깔수록 새롭게 드러나는 실정이다. 이러한 괴자금의 종착지로 이 의원이 지목되는 상황이다. 검찰 역시 박 보좌관이 수수한 자금 일부가 이 의원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검찰 칼날 앞에 이 의원은 ‘형님 게이트’ 문턱까지 내몰리며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이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검찰의 칼끝이 조여오자 사실상 등 떠밀려 퇴진했다는 평이다. 게다가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만으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중론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측근비리를 감싸고 있던 빗장이 풀렸으니 더 많은 게 터져 나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그의 불운의 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MB정권 막후 실세
최시중 양아들 비리

‘방통대군’으로 위세를 떨친 최시중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멘토라고 불린다. 그는 국정원장보다 한 수 위의 정보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다. 게다가 그는 꾸준히 대통령과 독대하며 정국을 논하고, 장막 뒤에서 대통령을 도우며 이 의원과 함께 양대 실세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그 역시 양아들로 불리는 최측근이 비리 의혹에 휩싸여 곤혹스러운 처지다. 최 위원장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정용욱씨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2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김 이사장이 EBS 이사 선임 로비 명목으로 정씨에게 돈을 건넸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거액의 불법자금 최종 종착지는 최 위원장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매섭다.

검찰은 시중에 떠도는 소문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울러 최 위원장에게 돈이 전달됐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아들 정씨는 오는 25일 귀국해 검찰 출석을 앞둔 상태다.

정씨는 비리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결과 정관계 청탁 연결고리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커다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최 위원장 역시 양아들의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퇴진 압박을 받는 처지다. 때문에 최 위원장 역시 어두운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 위원장이 종합편성채널(종편)에 특혜를 몰아줬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며 여의도 정가에선 최 위원장을 정권 교체 시 국회 청문회나 검찰 수사 대상 ‘1순위’로 꼽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박 의장은 대선을 거치면서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당 대표 및 국회의장직을 맡으며 승승장구 해온 것. 그는 지난 2008년 7월 전당대회 당시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MB정권 집권 초기에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청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의 단합을 호소했고, 박 의장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왕의남자’ 이재오 쇄신 대상자 물망에 올라…공천 불투명
‘내곡동 사저’ 논란 MB 스스로 먹칠해…‘MB호’ 침몰 위기

하지만 고승덕 의원이 지난 8일 검찰에 출두해 박 의장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용의자로 지목하며 정치인생 말년에 백척간두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앞서 박 의장은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하여 자신의 비서가 전격 구속됐다. 검?경 수사결과 박 의장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 났지만 아직도 의혹의 눈초리가 완전 걷힌 것은 아니다. 그런 와중에 한숨을 채 돌릴 틈도 없이 금권정치 폭로가 이어지며 박 의장은 지금 만신창이로 전락한 상태다.

특히 고 의원의 폭로에 따라 현직 국회의장의 검찰 소환이 예고되며 ‘당 대표→6선 의원→국회의장’으로 화려하게 정치이력의 종지부를 찍으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그는 검찰 소환 통보에 귀 기울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왕의남자’로 불리우는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위상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때 친이계의 좌장으로 통했던 그는 현재 친이계의 해체로 당내 입지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박근혜 비대위’로부터 이상득 의원과 함께 최우선 쇄신대상 물망에 거론되며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 대통령의 ‘단짝’ 김덕룡 특보도 이미 ‘한물 간 거사’ 취급을 받고 있다. 그 역시 총선 출마를 저울질 중이나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또한 지난 정치인생에 회한을 곱씹어야 할 지경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본인이 내곡동 사저 파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다. 특히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형사고발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야당에 의해 고발된 것. 퇴임 후 거처할 사저에 국민혈세를 불법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며 국세횡령죄까지 얹혀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 관련한 의혹은 이 대통령 본인이 직접 연루됐다는 점에서 폭발성이 큰 사안이다.

잇단 ‘명박돌이’ 불명예
MB도 의혹 달고 다녀

앞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은진수?김두우?신재민 등과 영부인의 사촌오빠가 권력형 비리로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이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게다가 또 다른 측근 인사들도 갖가지 의혹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분위기다.

‘설상가상’격으로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붙은 ‘BBK 의혹’도 재점화 됐다.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대표의 횡령으로 피해를 본 옵셔널캐피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등법원에 김 전 대표, 에리카 김, 그리고 다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다시 법정공방전이 예고된 것.

특히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까지 밝혀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다스는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고 김재정씨의 부인 소유 회사지만,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지난 대선 전부터 계속 제기됐다.

임기 말 이 대통령 본인에 이어 이 의원과 최 위원장, 박 의장은 검찰의 칼날에 턱밑까지 물이 찬 양상이다. 왕의남자 이 전 장관은 쇄신대상으로 꼽히며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단짝 김 특보 역시 공천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 대통령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종편출산에 힘써준 은혜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마저 등을 돌리려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코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에서 정권심판 의미가 짙어지며 승기는 야권으로 기울어 ‘여소야대’ 가능성에 6인회의 위기감이 팽배하다.

시작은 창대했던 6인회의 초라한 말로가 예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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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