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용트림할 ‘용띠 총수’ 전격 공개

올해 경제 잔뜩 낀 먹구름 뚫고 승천할까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용(龍)의 해가 밝았다. 용은 여러 동물의 특성을 조화시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상상력의 결정체란 점에서 ‘융합’과 ‘창조’를 상징한다. 용의 해에 태어난 이들은 신뢰감이 두텁고 기존에 없던 것으로 승부하는 창조력이 탁월하다는 게 역술인들의 견해다. 또 강렬한 열정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기도 한다. 천상 리더의 기질을 타고 난 셈이다. 그러나 올해 세계 경제 전망엔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 2012년 용띠 CEO들은 과연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까.

10대 그룹 총수 중 흑룡띠는 김승연 회장이 유일
최신원, 이장한, 구자명, 김준일, 최평규 회장도 흑룡띠

2012년은 천간 중 검은색에 해당하는 임(壬)과 용을 뜻하는 진(辰)이 60년 만에 한 번 만난다고 해서 ‘흑룡(黑龍)의 해’로 불린다. 용기와 비상, 희망 등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 용에 임금을 뜻하는 흑이 합쳐진 흑룡의 해에 태어난 이들은 좋은 기운을 받아 나라의 재목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60년 전 흑룡의 해에 태어난 재계 CEO는 누가 있을까.

흑룡띠는 좋은 기운
받아 나라 재목 성장

최근 <재벌닷컴>이 1823개 상장사에 재직 중인 대표이사 이상 전문 경영인(CEO)과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출생연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용의 해에 태어난 인사는 모두 61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올해 환갑을 맞는 1952년생 흑룡띠는 216명으로 전체의 34.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룡띠 CEO 가운데 10대 그룹 총수 중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김 회장은 최근 경기 불황에도 태양광에너지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벌이는 중이다. 본래 태양광에너지 사업은 미래 대체에너지로 주목을 받으며 수많은 기업이 앞 다퉈 뛰어들었던 분야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물려 대부분 기업이 태양광에너지 사업을 접거나 연기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에 괘념치 않고 한화케미칼을 통해 태양광 신규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신원 SKC 회장도 대표적인 흑룡띠 CEO다. 최 회장은 올해 폴리에스테르 필름 매출 확대 등을 통해 SKC 몸집을 불릴 계획이다. 미국 듀폰이 수십 년간 독점 중인 태양전지용 불소필름 산업을 집중 공략하여 내년 중반 이후엔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야심 찬 포부도 갖고 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도 눈에 띄는 흑룡띠 CEO다. 김 회장은 차세대 먹거리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몽골 만다흐에 이어 카자흐스탄·방글라데시·에티오피아에 진출해 대성의 독자적 신재생에너지 기술인 ‘솔라윈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상용화하고, 앞으로도 에너지 빈곤국을 대상으로 그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흑룡띠 CEO다. 지난해 상위 제약회사들의 영업활동 악화에 따른 제네릭 시장 경쟁 우위를 기반으로 매출액기준 상위 5대 제약회사에 들어가는 성과를 보이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2012년은 약가 인하, 한미FTA 발효로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이 이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과 같은 업계의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도 나란히 흑룡띠 CEO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8년 회장에 취임한 윤 회장은 요즘 어깨가 무겁다. 동화약품은 1897년 동화약방으로 설립된 이후 1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국내 최장수 상장기업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윤 회장은 선대가 세워놓은 유산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올 한 해 부담이 적지 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역시 흑룡띠다. 구 회장은 평소 침착한 성격과 예리한 분석력으로 ‘준비된 엘리트형 CEO’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외유내강형’으로,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며 강한 추진력을 보이며 회사를 이끌어 왔다. 그런 구 회장의 올 한해 과제는 지난해 12월 연말 인사에서 승진하며 회사 전면에 나선 외아들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이사의 경영교육이다. 니꼬동제련의 내일이 모두 그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흑룡띠 CEO다. 밀폐용기 제품 단 하나만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락앤락의 지난해 매출은 3880억원. 김 회장은 10년 안에 회사의 외형을 25배 가까이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이 뽑은 카드는 ‘블록화 경영’. 글로벌 시장을 6개의 블록으로 나눠 각 블록들이 독립적인 개체로 자립 자족하는 경영체제를 말한다. 김 회장이 얼마나 바쁜 한해를 보낼지가 선히 보인다.

1964년 용띠 가운데
최창원 부회장 주목

최평규 S&T그룹 회장 역시 자수성가형 흑룡띠 CEO다. 13평짜리 아파트를 판 돈으로 직원 6명과 함께 삼영기계공업사를 차리며 경영자의 길에 들어섰다. ‘현장경영’ ‘정도경영’ ‘투명경영’ 등의 경영모토를 바탕으로 지금의 회사를 키워냈다. 이후 2003년 통일중공업을 시작으로 대화브레이크, 경우상호저축은행, 호텔설악파크 등을 줄줄이 인수하면서 외형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도 활발한 경영을 펼치고 있으며 올 한해가 기대되는 CEO다.

재계엔 흑룡띠가 아닌 용띠도 다수 포진해 있다. 그 중 가장 ‘젊은 용’은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다. 1976년생인 조 전무는 용띠 가운데 유일한 30대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핵심 요직인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아 후계수업 및 경영실무를 맡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곧 실시될 한진그룹의 정기인사에서 조 전무의 승진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터라 곧 경영일선에 서게 될 전망이다.

1964년생 용띠 중 눈에 띄는 건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다. 최 부회장도 형인 최신원 SKC 회장과 마찬가지로 SK그룹에서 독립할 준비를 차곡차곡 해나가고 있다. SK케미칼 외에도 SK건설, SK가스 등을 실질적으로 거느리고 있는 최 부회장은 소그룹 형태로 독립경영을 강화, 계열분리를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최 부회장과 동갑인 강정석 동아제약 부사장도 눈에 띈다. 강 부사장은 지난해 자신의 업무를 ‘운영총괄’에서 ‘운영 및 연구개발 총괄’로 변경하며 중책을 떠맡았다. 과거 복제약 사업에 의존하던 회사의 체질을 신약개발 중심으로 개편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된 것. 이에 따라 강 부사장은 정신없는 한해를 보낼 전망이다.

조원태 전무 최연소 용…최고령 용은 강석두 회장
권오현, 박종우, 신종훈, 정만원 등 전문경영인 용들도


그밖에 구자은 LS니꼬동제련 부사장, 구본진 LG패션 부사장,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 정몽열 KCC건설 사장, 지용석 한국알콜 사장, 설영기 대한방직 사장, 어진 안국약품 사장,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 장세현 한국특수형강 부사장 등이 재계를 이끌어갈 떠오르는 젊은 용이다.

반대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용띠 경영인들도 있다. 최고령 용띠 좌장에 이름을 올린 CEO는 1928년생 강석두 대양금속 회장이다. 그는 대양금속이 설립된 1973년부터 CEO를 역임, 올해로 재직기간만 40년이나 된다. 송삼석 모나미 회장도 강 회장과 동갑내기 CEO다. 송 회장은 모나미의 전신인 광신화학공업을 설립, 1963년도에 한국 최초의 볼펜을 만들어 국내 문구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이밖에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 용문학원 원장, 장홍선 근화제약 회장, 이재섭 조일알루미늄 회장,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김상화 백산 회장, 조원기 조아제약 회장 등 역시 70~80대의 고령에도 여전히 현직에서 활동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현근 기아차 부회장,
김대유 STX 사장 기대

전문경영인에도 용띠가 적지 않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말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승진하면서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 투톱에 올라 용띠 해에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기에서 제일모직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종우 사장도 주목받는 용띠 CEO다.

현대차그룹의 용띠 부회장 트리오로 불리는 신종훈, 윤여철, 최한영 부회장은 1952생 동갑 CEO로 주목받고 있다. 연말 그룹사장단 인사에서 총괄사장으로 나란히 승진한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전호석 현대모비스 사장도 2012년이 기대되는 주인공들이다.

이밖에 정만원 SK텔레콤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사장,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사장, 김대유 STX 사장 등도 용띠 해에 기대되는 CEO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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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