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 잡은 박근혜 ‘MB 폐차’ 본격화 내막

명 다해가는 ‘똥차’, “강제 폐차시키기 전에 알아서 나가시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호’가 닻을 올렸다. 당의 절체절명 위기상황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의 전권을 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지만 당의 생사를 가르는 ‘열쇠’ 또한 그의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주 첫 번째 과제로 여겨졌던 비대위원 구성을 ‘반MB’의 대명사로 통하는 인물들을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박차를 가해 당내 논란을 가져왔다. 비대위원의 의중이었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의 이명박 버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격적인 초호화 11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완료 
친인척 비리 특검 도입과 이 대통령 탈당까지 거론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비대위원 구성은 여야를 막론하고 깜짝 놀랄만한 쇄신이었다.

기존의 한나라당과는 전혀 다른 색채를 지닌 인물들이 위원으로 선정됐고 26세의 젊은 비대위원 영입과 함께 이명박 정권에 반하는 인물이 다수 포진됐기 때문이다.
 
비대위 구성 전부터 떠돌던 ‘그 나물에 그 밥은 안 된다’라는 논란을 한방에 잠재운 박 위원장이었다.
 
하지만 비대위의 파격 행보에 논란이 계속되자 당 안팎에선 MB정부 기간 내내 벌어졌던 친박계·친이계 간 대결이 비대위 대 친이계의 대리전이 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에는 친이계
공천 대학살 예고


비대위는 출범하자마자 이 대통령을 옥죄기 시작했다.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이 현 정부 정책노선 수정과 그동안 당내에서 거론하기 껄끄러웠던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비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과 정권 실세에 대한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김종인 위원은 “이 대통령의 ‘747 공약’은 실현 불가능한 허구다. 이제는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 정책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MB노선에서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고 정책 차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른 한 비대위원은 “비대위원들 사이에 이 대통령이 탈당을 포함해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까지 거론하며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보수주의자지만 “MB정부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정권”이라 공공연히 밝히며 대표적인 ‘이명박 비난론자’로 손꼽혔던 이상돈 위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의 실패는 이명박 정권의 실패에서 비롯됐고, 이는 당이 청와대의 부속기구처럼 작동하면서 촉발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현 정권 국정운영에 책임 있는 인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쇄신의 핵심은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인사에 대한 인적 쇄신”이라며 “그들이 나가야 그 자리에 새 인재를 영입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런 차원에서 이재오 의원이나 이상득 의원 같은 정권 실세들이 스스로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방송에서도 대대적 인적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인적 쇄신을 비대위가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비대위 체제로서 총선까지 간다고 돼 있다. 특히 어떤 인물을 낼 것인가 하는 문제, 그를 위해서 공천의 기준과 절차를 갖다가 정하는 문제가 지금 화급한 문제”라며 “확실한 것은 어제 결정한 것은 공표를 하는 절차와 기준은 비대위에서 결정하게 돼 있다”며 인적 쇄신, 즉 공천 물갈이 기준을 비대위가 만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상득·이재오·홍준표·안상수 의원 등의 불출마를 주장한 이 위원의 이러한 발언들은 ‘친이계의 공천학살을 예고한다’는 의미로도 풀이돼 친이계의 극심한 반발을 샀다.

한·미 FTA 비준안 직권상정 때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했던 황영철 신임 대변인도 라디오방송에서 최구식 의원 탈당 권유에 이어 이상득 의원에게도 탈당 권유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 이제는 디도스사건이라든가 대통령의 친인척비리라든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바람막이 역할을 더 이상 안 하겠다”라고 말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의원에 대해서도 출당 요구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외부 출신 비대위원도 “그늘이 있으니 버섯이 생기는 것 아니냐. 대통령의 측근 참모나 친인척들의 비리는 결국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 버리기에 더욱더 힘을 실었다.

만만치 않은
친이계의 반발


비대위가 이처럼 이 대통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나오면서 이는 박 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그동안 이 대통령과 인위적으로 단절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면서도 “하지만 비대위원들이 국민 여론을 반영해 하는 말인 만큼 박 위원장도 귀담아들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와 친이계 일각에서는 극렬한 반발에 나섰다. 그동안 침묵으로만 일관하다가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니 주도권을 잡기 위해 쇄신의 수준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박 위원장이 겉으로는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비대위의 구성인사들과 이들의 행보를 보면 아예 ‘버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짢아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일부 비대위원은 그동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부정해온 인물인데 ‘완장’을 차자 칼춤을 추고 있다”며 “이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김종인 “박근혜, MB 틀 속에 갇히면 아무것도 안 돼” 
MB 비판론자 이상돈 교수 영입으로 무차별 공격 개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은 “오늘은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허허허’ 웃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 의원과 가까운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나라당이 ‘이상돈 사당(私黨)’이 아니지 않느냐. 당 개혁과 화합에 오히려 저해가 된다”며 “박 위원장이 (이 위원에게) 엄중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트위터에도 “일개 교수(이 위원)가 마치 개혁의 선봉장이나 되는 것처럼 칼을 긁어대는 게 공천이냐. 그런 막말은 개혁이 아니다”고 썼다.

친이 직계는 아니지만 당 대표 시절 이 대통령과 자주 만나 정책 공감대를 형성했던 홍준표 전 대표도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요새 하는 것을 보니까”라며 비대위 전반을 비꼬았고 “박 위원장의 폐쇄적인 인선”이라며 “김종인·이상돈 위원을 사퇴시키는 게 맞다”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박 위원장은 이 위원의 사견이라고 전제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이 나서서 말려 달라’는 친이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친박계도 표면적으로는 친이계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MB정부 실세 퇴진론에는 동감했다.
 
한 의원은 “국민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 당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가야 하는 것”이라고 공감했다. 친박계 의원 대다수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어떤 식으로든 MB와의 단절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비쳤다.

하지만 친이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시자 당내 분란을 우려한 듯 박 위원장도 “쓸데없는 감정 표현은 쇄신 본질 훼손”이라며 “앞으로 비대위 차원에서 나가는 의견은 우리 비대위원님들과 합의되고, 공감대를 이룬 의견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이는 ‘친이계 핵심 용퇴론’ ‘공천 물갈이’ 등 비대위원들의 여과 없는 의견 표출로 거센 반발이 일고, 출범 초기에 비대위와 친이계간의 새로운 계파 갈등 조짐이 보이자 자진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MB 버리기
시기선택만 남았다?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인선한 비대위원들의 출범 초기 모습은 박 위원장의 의중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이 대통령과 함께 가는 길은 대권행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박 위원장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위원장의 고민은 이 대통령과 ‘함께 가는냐’ ‘차별화를 하느냐’가 아닌 ‘당장 버리느냐’ ‘천천히 버리느냐’인 것으로 확연히 드러났다.

당의 전권을 쥐며 대권행보를 시작한 박 위원장의 ‘이명박 버리기’와 권력무상을 뼈저리게 느끼며 아등바등 살길 모색에 절치부심인 이 대통령과 친이계의 권력 다툼의 최후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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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